<2레벨로 회귀한 무신 302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한국과.
거의 대부분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빠짐없이 결승전에 올랐던 미국.
많은 사람들은 전력상 한국을 앞서는 미국이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성지한 밴 3번만 어떻게 풀릴 수 없나.
-저번 경기들에선 재수가 없었으니까, 여기서 행운 터뜨려야지.
-성지한만 열리면 무조건 이기는데!
플레이어 랭킹 1위 성지한.
비록 토너먼트에서는 밴 때문에 1경기만 출전했지만,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팀의 핵심축이었다.
나오기만 하면, 아무리 미국 대표팀이라고 해도 100% 패배할 거라고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
그래서 배틀넷 팬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미국이 성지한 밴을 기본으로 깔고 갈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왜 성에게 밴 카드를 쓰지 않죠?!
=대체 감독은 무슨 생각입니까? 성지한 선수는 1-5경기 모두 밴하는 게 기본 아닌가요?!
=그 대신 1-10위 2명 밴을 택하다니…….
=아, 성지한 선수. 밴에 걸려들지 않습니다! 한국의 2위, 검왕이 대신 걸려듭니다.
=감독, 대체 뭐 하나요?!
미국 해설진은 모두 목청 높여,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비난했다.
-뭐지? 왜 밴 안 함?
-와, 개꿀이네 ㅋㅋㅋㅋ 1경기 편-안 하게 시청 가능?
그리고 한국 팬들은 이를 보며, 처음엔 좋아했지만.
그것도 잠시.
-아, 근데…… 꼭 성지한 밴 안 할 때 성좌 튀어나오던데 ㅡㅡ
-그러네? 러시아나 대만전 떠올려 봐도…….
-그래도 결국 이기긴 했잖아. 그 게임들 ㅋㅋ
-이거 경기 진행 양상 보기 전까지 안심은 못 하겠다.
성지한이 밴 당하지 않았을 때는, 꼭 성좌들이 튀어나와서 경기를 이상하게 끌고 갔기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게임 진행을 바라보았다.
=1경기 맵은, ‘하나의 다리’로 선정되었습니다!
=다리 하나를 두고 양 진영이 맞붙는 맵이죠. 짧은 맵의 특성상, 전사의 힘이 가장 중요한데…… 하필 성지한이 밴에서 풀려 버렸어요!
=사실 짧은 맵이든, 큰 맵이든 뭐가 되었던 성지한 상대로는 난항을 겪었겠습니다만…… 전망이 좋지 않군요. 감독, 대체 왜 그를 풀어준 겁니까?
=대 성지한 상대로 히든카드라도 있는 걸까요?
=제발 있었으면 좋겠군요!
밴에서 성지한이 풀린 것부터, 맵 선정까지 한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1경기.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도 오히려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성지한 선수를 괜히 풀었을 리가 없어.’
‘분명히 뭔가 준비한 게 있을 거야.’
‘설마 또 성좌인가?’
상대가 저런 선택을 한 데에는, 분명 믿는 구석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성지한도.
‘길가메시가 무언가 손을 썼나.’
그리 생각하면서, 하나의 다리에 소환되자마자 만반의 채비를 갖추었다.
힘을 모두 끌어올린 것은 물론.
“소피아, 지금 바로 버프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성화가 깃든 버프까지 받으며, 전력을 끌어올린 그는.
다리 건너를 바라보았다.
‘굳이 접근할 필요 없이, 멀리서 전멸시켜야겠군.’
길가메시의 안배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 진영.
거기에 굳이 장단을 맞춰 줄 필요야 없었다.
지금 성지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게임의 우승이었으니까.
‘그는 인류를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나를 설득이 아닌 세뇌를 하려 했지.’
성좌 길가메시.
그는 기본적으로 성지한에게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협력자라기보다는, 장기말을 쓸모 있게 취급해주는 것에 가까웠다.
그가 무신과 적대적이라고 한들, 그게 꼭 이쪽의 아군이란 뜻은 아니지.
‘처음부터 전력을.’
성지한은 봉황기를 꺼내, 하늘로 던졌다.
불과 뇌전의 기운이 뒤섞인 창은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지더니.
쿠르르르……!
푸른 하늘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내었다.
=아, 플레이어 성의 갓 스피어입니까……!?
=스페이스 리그에서는 그렇게 든든했는데, 당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공포군요!
=예전보다 구멍이 더 커졌어요!
=그래도, 막아설 방법…… 있지 않겠습니까? 성의 밴까지 풀었는데!
방송을 통해, 수차례 모습을 선보였던 천주심판.
외국에서 ‘갓 스피어’라는 별칭이 붙여진 이 무공은, 압도적인 크기로 인해 대중적으로 가장 뇌리에 박혀 있는 성지한의 스킬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저 거대한 균열에서 곧 뇌창이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어…….
=하늘에, 불길이 일렁입니다……?
초장부터 전력을 다한 성지한의 무공은, 천주심판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창이 꿰뚫은 거대한 원형 구멍의 테두리가 불길에 잠기고.
하늘은 순식간에 새하얀 불꽃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위에, 붉은 뇌전이 피어오르더니.
태양의 열기가 커져 가는 균열에 집중되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천룡뇌화天龍雷火
하늘이 무너져 내리며, 강렬한 불길이 벼락처럼 내리꽂는다.
목표는 미국 대표팀의 진영.
아니, 다리 건너의 지형 전부다.
=이, 이건…… 드래곤 브레스…… 입니까?
=대표팀! 막아야 해요!
미국 해설자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대표팀의 대응을 촉구했지만.
아무리 세계 최강의 대표팀이라 한들, 저 불길을 막아설 도리는 없었다.
번쩍!
새하얀 빛으로 순식간에 물들어 버린, 다리 건너의 세계.
빛 사이사이에서 붉은 뇌전이 번뜩이며 흐르더니.
화르르륵!
두 땅을 잇던, 튼튼하기 그지없는 ‘하나의 다리’에도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다리.
건너편의 한국 대표팀은, 그 모습을 그저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와…….”
“다리가 타네…….”
“이 다리, 아무리 두들겨도 안 없어지는 거 아니었어?”
“다리가 문제냐? 저쪽 땅 봐 봐.”
“……아예 지반이 무너졌는데?”
미국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삼던 다리 건너의 절벽.
그곳은 이미 새하얀 불길에, 삭제가 되고 있는 상태였다.
성지한의 힘이 강력한 건 모두 알긴 했지만.
게임 지형을 저렇게 없애도 되는 거야?
“삼촌, 뭐…… 한 거야?”
소피아한테 버프 받고, 자기도 열심히 싸우겠다면서 활시위를 당기던 윤세아는.
눈앞의 적진이 아예 사라지자, 황당하단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대기만성 때문에 사기 소리 들으면서 쭉쭉 성장해 왔다지만.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고.
성지한은 볼 때마다 힘이 일취월장해 있었다.
“저쪽이 이상한 짓 하기 전에, 그냥 쓸어버렸지.”
“미국 대표팀 상대로…… 그런 게 가능하구나.”
“버프까지 받은 상태로 나름 전력을 썼어.”
천룡뇌화.
드래곤 로드의 ‘최초의 브레스’를 맞았을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천주심판을 개량시킨 이 무공은.
예전부터 다른 조건은 모두 충족했으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배틀넷에서 영상구를 수집한 게 도움이 되었어.’
이종무해를 써먹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던 영상구.
거기에는 용족과, 그 아류 종족의 경험이 녹아 있는 것도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힘을 쓰는지 보고 느끼고 나서야.
성지한은 천주심판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마지막에는 드래곤 로드의 권능까지 끌어다 쓸 수 있었다.
‘스탯 적의 힘이 부족해서, 한 번 쓰면 남아나는 기운이 없는 게 문제지만.’
천룡뇌화에는 적의 권능이 핵심이었기에, 이걸 사용하고는 몸 안의 기운이 텅텅 비어 버린 성지한.
지금 상태에서 강적을 만나면, 힘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싸움을 피해야겠지.
하지만.
상대, 미국 대표팀은 그 정도로 강적은 아니었다.
[적이 전멸했습니다.]
[1경기가 종료됩니다.]
반 이상 삭제된 상대측 절벽 지형.
그 안에 생존자 따위는, 존재하질 않았다.
* * *
=이럴수가……,
=저, 저게 대체 뭐란 말입니까!
=이래서 플레이어 성을 풀어주면 안 됐는데……!
시작하자마자 종료된 1경기.
미국 해설자들은 성지한의 새 기술에 경악하며, 감독의 1경기 선택을 성토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으니.
=아, 아니, 이렇게 당하고도 밴을 푼다구요?
=감독 미쳤습니까?
=F***!! 뭐 하는 거야 진짜!!
2경기에 들어왔음에도, 미국 감독이 밴을 하지 않자.
다혈질적인 캐스터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쌍욕을 내뱉었다.
-아니 미국 해설 미쳤나 전 세계에서 보는데 F 워드 날리네 ㅋㅋㅋㅋㅋㅋ
-그만큼 빡친다는 거죠 ㅋㅋㅋ
-성지한 근데 진짜 세도 너무 세네.
-아까 건 드래곤 브레스같지 않았음?
-ㅇㅇ 그것도 드래곤보다 더 강력한 브레스였음.
-게임 맵을 삭제시켜 ㅋㅋㅋㅋ
성지한의 천룡뇌화.
그 압도적인 힘을 본 한국 시청자들은 역시 성지한이라면서 고무된 상태였다.
그러면서 2경기에서도 성지한 밴이 풀리자.
혹시 설마 이번에 최초로 우승하는 거 아니냐고, 기대를 보이고 있었다.
한편.
=근데 감독, 왜 맵은 셀렉트 안 하는 거죠?
=그냥 정신이 나가 버렸습니까? 밴 카드를 그렇게 쓸모없게 버릴 거면 뭐하러 감독한답니까?
=스태프가 나서서 이를 제지해야 하지 않나요? 어떻게 저걸 지켜보고만 있는지……!
미국 해설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스태프가 이를 제지해야 하지 않냐고 코멘트했지만.
=아…… 경기 그대로 진행됩니다. 맵은, 사우스 게이트입니다.
=아악! 사우스게이트! 이 맵도 성지한 선수가 브레스 쓰면 끝장나잖아요!
=차라리 맵이라도 잘 골라야지, 미쳤어요! 뭐 하자는 겁니까, 진짜!!
2경기도, 그대로 진행되었다.
성지한이 살고, 맵은 그에게 유리한 사우스 게이트로 걸린 채.
마치 게임을 포기한 것 같은 미국 대표팀.
-미국 왜 저럼?
-한국에게 우승 주기로 밀약이라도 된 건가?
-뭐……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한국 시청자들은 영문을 몰랐지만, 어쨌든 고맙다는 반응이 주류였다면.
-FXXX! 아니 어린아이한테 밴 셀렉트 맡겨도 이거보단 잘하겠다!!
-지금 내 7살짜리 아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어. 성지한 밴, 마법사 맵 셀렉트 왜 안 하냐고 집에서 펑펑 울고 있다고!!
-그 애를 감독으로 보내
-그게 진짜 낫겠어. 대체 이게 무슨 추태야?
미국 시청자들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욕을 기본으로 꺼내며 도배되는 채팅.
2경기 게임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아아아악!!
=사우스 게이트, 무너집니다!
=또 브레스가 작렬했어요! 성 전체가 아예 사라집니다……!
=하…… 하하. 미국이 결승전에서 이러다가는 최초로 3대0으로 패하겠어요.
시청자들이 귀 아플 정도로 소리를 빽 지르는 미국 해설자들.
그들이 절규할 정도로, 2경기의 양상도 원사이드했다.
성지한이 하늘에 창을 던지자, 그대로 내리꽂힌 드래곤 브레스.
성벽은 미국 대표팀과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한국 대표팀은 이미 2세트에서, 2승을 선취했다.
이제 1승만 얻으면,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
=대체 뭡니까? 뭐 하는 겁니까?
=맵은 왜, 1경기 2경기 다 셀렉트 안 하는 거죠?! 미국이 세계수 엘프인 줄 아나요?
=아…… 어? 3경기. 밴합니다?
=감독. 드디어 정신 돌아왔나요!?
=서, 성지한만 밴하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나 3경기부터는, 미국 대표팀의 전략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
압도적 플레이어인 성지한을 밴하고.
인간계의 플레이어들끼리 자웅을 겨루겠다는, 7살 짜리 아이도 아는 전략.
=한데 맵은…… 왜 셀렉트 안하죠?
=괜찮습니다! 성지한 선수 밴한 게 어딥니까!
=음…… 정말 세계수 엘프처럼 5경기 때 맵 셀렉트 하려고 그런 걸까요?
=아,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왜 굳이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3경기에 들어선 미국 대표팀은.
1, 2경기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팀 대 팀으로 맞붙은 경기 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미국의 우위였다.
=미, 미국. 승리를 따냅니다!
=3경기부터 시작이죠. 이제부터 뒤집으면 됩니다!
=4경기 때 성지한 선수를 밴하게 되면…… 5경기. 거기서 50퍼센트의 확률로 게임의 승패가 나뉘겠군요!
그리고 곧바로 시작된 4경기는, 미국 해설자들의 바람대로 진행되었다.
성지한이 밴을 당하고.
팀 대 팀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미국 대표팀.
3경기에 이어, 4경기도.
미국은 강력한 전력을 내보이며, 한국 대표팀을 짓밟았다.
-아 미국 졸라 세네…….
-역시 성지한 없으면 힘든가 ㅡㅡ;
-ㅇㅇ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긴 했음.
-4경기 때 검왕 움직임이 아쉽네…… 너무 돌진했어…….
-아, 이러면 5경기인가. 50퍼센트…….
-마지막에는 운빨로 승부가 결정지어지나요?
2:2의 스코어로, 마지막 게임에 오게 된 한국과 미국.
사람들은, 당연히 여기서도 성지한이 밴당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감독!! 왜! 왜 또 밴을 하지 않는 겁니까!!
=정말 미쳐 버린 겁니까?!
미국 감독은, 성지한을 마지막 순간에 밴하질 않았다.
“뭐지?”
“왜 저래, 진짜?”
한국 대표팀 선수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전략.
사람들이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어, 그런데, 감독. 갑자기 셀렉트 카드를 모아서 맵을 하나 지정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맵을 고르는군요!
=맵 이름이…… 투성…….
미국 감독이, 게임 맵 ‘투성’을 확정적으로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