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01화>
[대한민국, 결승 진출!]
[메이지 클래스를 얻게 된 검왕, 대한민국을 결승전으로 이끈 1등 공신이 되다.]
[약점이 사라진 한국 대표팀, 이제 미국을 마지막 상대로 앞두다.]
-와, 내 살아생전에 우리나라가 결승 가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그니까. 아무리 성지한이 있다고 해도, 밴당하면 4강 위에는 이기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국한테 1패 당한 거 빼고 죄다 이겼음 ㅋㅋㅋㅋ
-만약 미국마저 3:0으로 이긴다면, 세계 2위는 영국 되는 거임?
-미국을 어떻게 3:0으로 이기냐 ㅡㅡ; 설레발 자제 좀요
영국전을 제외하곤, 결승전까지 3:0으로 압승을 거두며 올라온 한국 대표팀.
하지만, 결승전 상대 미국은 차원이 다른 강적이었다.
-애초에 배틀넷의 인터페이스랑 언어 자체가 미국 때문에 영어잖음 ㅋㅋㅋㅋ
-인도까지야 성지한 출전 안 해도 이겼지만, 미국은…….
-우리 서포터진의 희망 소피아도 미국에서 밀려 가지고 온 거 아닌가요
-ㄴㄴ 레벨이 딸려서 못 들어간 거임. 미국 서포터진에 들어갔으면 TOP3엔 들어갔을 거임.
-TOP3…… 미국은 소피아급 서포터가 일단 3명 이상이란 이야기네 ㄷㄷ
4강전에서 중국을 3:1로 꺾고 온 미국.
객관적인 전력은 그들이 한국을 크게 압도하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이 비빌 만한 것이라는 검왕이 있는 전사진과, 윤세아가 합류하며 더욱 강해진 궁수진뿐.
그리고 이 두 클래스도 상대해 볼 만하단 거지, 미국을 이길 수 있단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사, 궁수는 동등이라 쳐도.
마법사, 서포터 클래스 쪽은 압도적 열세를 보였으니.
배틀넷 전문가들은 한국이 분전할지는 몰라도.
결국엔 미국이 이길 거라고 모두가 예측하고 있었다.
다만 결승전의 변수라면.
-만약 성지한이 밴만 안 당하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어.
단연, 성지한이었다.
바로 전에 치러졌던 길드 미션에서, 현 인류의 랭커와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었던 성지한.
그는 일단 출전만 하면 게임을 폭파시키는 치트키였다.
-1, 2경기에서 한 게임만 건지고, 3, 4, 5경기에서 성지한 밴이 두 번만 풀리면 우승이다.
-아, 근데 이번에 너무 밴 잘 당하던데 ㅡㅡ 성지한 출전한 게임이 한 게임이야. 인도전 3경기.
-그게 다 결승전을 위해 스택 적립한 거임.
-ㄹㅇ 이제 귀신같이 밴 피하고 결승전 MVP 되실 예정임 ㅋㅋㅋ
4강전까지는 한 번밖에 출전하지 못한 성지한이었지만.
그러니까 오히려 액땜한 거 아니냐고, 한국 팬들은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물론 미국 팬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성…… 이번 토너먼트에서는 운이 없는 거 같아. 그의 불운을, 내일까지만 기원하도록 하지.
-맞아. 내일 후론 그는 불운해서는 안 돼. 세계수 엘프와의 일전도 남겨 두고 있다고.
-1, 2경기 이기고 밴 1번만 당해도 미국의 승리다.
-성을 제외하고도 한국은 강팀이 맞지만, 그래도 우릴 이길 순 없지.
성지한의 불운이, 내일 결승전까지만 지속되기를 원했다.
“와, 미국…… 세도 너무 세다.”
배틀넷 센터의 전력 분석실.
윤세아는 미국과 중국의 4강전 경기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세간에서 평가했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이 경기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숨겨 놓았던 카드를 모두 꺼내 들고, 자신들이 지닌 전략 전술을 총동원해서 명승부를 연출해 낸 경기였다.
한데 이 게임의 스코어는 3:1이었지만.
여기서 보이는 전력 차이는, 이 점수보다도 꽤 큰 차이가 났다.
“2경기는 미국이 좀 방심해서 진 거네.”
“맞아. 마법사 배런이 결정적 실수를 했어. 그가 아니었다면 3:0으로 미국이 중국을 압도했을 거야.”
“배런 아저씨는 상태창 2개를 지니고 있으면서 왜 저런대…… 언제 발컨에서 벗어날까?”
“평생 저럴 거다.”
옆에서 성지한이 리플레이를 힐끗 보더니, 그리 단언했다.
중요 경기에서 새가슴이 되는 건, 배런의 전매특허였지.
“안 되겠다. 삼촌이 이번에 결승전에 꼭 나와 줘야겠어.”
“밴만 풀리면 얼마든지 끝을 내주겠다만. 결승전에서의 운은 어떨지 모르겠네.”
“이제는 좀 풀릴 때도 됐지! 한 게임은 우리가 이길 게. 두 경기 잡아 줘!”
“그래, 기대하마.”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시스템 메시지를 보는 느낌이라.
전력 분석실에서 미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같이 지켜보던 윤세진이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처남, 그런데 뭐 보고 있나? 혹시 또 퀘스트 같은 거라도 뜬 건가?”
“아, 배틀넷 마켓 좀 뒤지고 있었습니다.”
“마켓? 삼촌 무슨 물건 찾아?”
“알고 보니 이종족이 마켓에 자기 수련 영상을 올린 게 있더라.”
성지한은 그러며,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 * *
클래스 이종무해.
이걸 전직하고 딱히 써먹어 본 적이 없었던 성지한은, 저번에 만귀봉신을 통해 이 효과를 제대로 맛본 후.
더 활용할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이종족의 경험…… 주인, 배틀넷 마켓에 뒤져 보는 게 어떻겠나?
최근 오랫동안 성지한의 팔 안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리엘이, 그에게 방법을 알려 주었다.
-마켓에 그런 것도 팔아?
-영상구로 검색하면 별게 다 나온다. 뭐 사실, 쓸모없는 자료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종족이 어떻게 힘을 쓰는지가 궁금하면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은 될 거다.
그리하여 검색해 본 배틀넷 마켓의 ‘영상구‘.
아리엘 말대로, 그 키워드로 검색된 것에는 별의별 영상이 다 있었다.
“아하, 삼촌이 그래서 요즘 자꾸 허공만 바라봤구나. 이종족 수련 영상…… 도움 돼?”
“일단 마켓에 돌아다니는 영상구 중 95퍼센트는 쓰레기야. 그중 반 이상이 이종족 교미 장면이지.”
“교, 교미?”
“어. 이 이종족 놈들은 왜 자기들 생식 장면을 마켓에 뿌리는지 모르겠군. 거기에 알 낳는 건 뭐 이리 많은지…….”
성지한은 그간 폐기했던 영상구들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종족이 힘을 사용하는 방식을 알려고 했는데, 어째 나오는 건 대부분 영양가가 없었다.
우주에 이렇게 변태가 많았나.
“1GP짜리 영상구는 백프로 그런 류였지.”
“그, 그렇구나? 그럼…… 나머지 5퍼센트는?”
“그건 좀 쓸모 있었어.”
이종족의 수련 영상.
그것은 성지한에게,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존재였다.
비록 마켓에 뿌린 영상이니만큼, 대부분이 수박 겉핥기식이고 심도 있는 수련 방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종족이 힘을 사용하는 거 자체가 신선한 자극이었지.’
밴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계속 대기 상태였던 성지한은.
그렇게 마켓을 뒤적거리면서, 클래스 이종무해를 써먹었다.
“수련 영상. 내가 봐도 도움이 되려나?”
“글세, 나는 클래스 효과 때문에 도움이 되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될 거야. 날개를 움직이는 감각이나, 자기 꼬리를 떼고 도망가는 느낌…… 이런 게 일반 플레이어에겐 별 영감을 주지 못할 테니까.”
“아, 그런 종류구나…….”
“궁금하면 하나 보여 주고.”
“응, 하나 봐 보자.”
“처남, 나도 볼 수 있겠나?”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이종족의 수련 영상구를 꺼내 둘에게 넘겨주었다.
“어떻게 재생하는 거야?”
“만진 상태에서 플레이라고 이야기하면 가상현실처럼 나와.”
“오…… 역시 배틀넷의 신문물.”
겉으로 보기엔 마법사의 수정구슬 같은 그 물건을 만진 채, 플레이를 외치는 두 부녀.
“……더 멀리 나는 법? 뭐야, 등을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얘네.”
“입에서 불을 만드는 종족의 경험 같은 건 전혀 써먹을 곳이 없어 보이는군…….”
둘은 곧, 영상을 재생해 보고는 전혀 이해하질 못하겠다며 이를 성지한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둘은 각자 워리어와 아처 클래스에서 거의 정점에 다다른 플레이어였지만.
그런 이들도 영상구에서 얻어 갈 건 없어 보였다.
‘이종무해가 없으면 역시 이건 쓸모없는가. 하긴, 이종족 다큐멘터리를 VR로 보는 거나 마찬가지니.’
일반 플레이어에게야, 영상구 구매는 허공에 돈을 날리는 행위.
하나 이종무해를 지닌 성지한에게는, 이는 매우 쏠쏠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번에 영상 봐서 오른 무혼이 벌써 5다.’
밴당해서 벤치에서 영상구를 재생한 것치고는 상당했던 스탯 상승.
성지한은 그렇게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이종족 영상구를 재생하기로 마음먹으며.
배틀넷 마켓을 뒤지고 있었다.
그때.
“처남, 잠깐 밖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전력 분석실에 같이 있던 윤세진이, 성지한에게 위로 손짓을 했다.
옥상에 가자는 제스처.
성지한은 배틀넷 마켓 창을 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 * *
배틀넷 센터 옥상.
“날이 좋군.”
윤세진은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빛이 짙어지는군.’
토너먼트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색이 진해졌던 윤세진의 황금 안광.
그 빛은, 지금 이 순간 가장 강렬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성좌께서, 도움이 되었냐고 자네에게 물어보라 하셨네.”
“결승까지 온 것은 매형의 덕이 컸지요. 도움이 상당히 되었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런가. 다행이군, 그럼…….”
번쩍!
윤세진의 눈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황금의 보호막이 형성되며, 두 사람과 외부의 공간을 격리했다.
“도움을 주었으니, 한 가지 질문을 좀 해도 되겠는가.”
“길가메시인가.”
“그렇다.”
“뭐가 궁금한데?”
“네 퀘스트 보상, 뭐지?”
기껏 강림해서 물어보는 게 퀘스트 보상인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사소한 거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군.”
“같은 종족 내의 경기 우승 가지고, 퀘스트가 나왔단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 난 주던데.”
“그래서, 퀘스트 보상이 무엇이냐? 아니, 무얼 받아도 상관없다. 다만.”
윤세진의 몸에 강림한 길가메시는 본론을 꺼냈다.
“혹여나, 그 보상으로 성좌 후보자가 확정되는 거라면…… 지금 당장 클리어하지 않는 걸 추천하지.”
“왜지? 너, 나보고 변수로 남아 있으라 하지 않았나.”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퀘스트 보상에 대해서 눈치챈 것 같은 길가메시.
성지한은 어설프게 이를 부인하기보다는.
-나는, 네가 계속 변수로 남아 있길 바란다.
-네가 성좌 후보자가 되기 전까지, 무신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널 계속 노릴 거다.
예전에 그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그에게 반문했다.
“내가 성좌 후보자가 되면, 네가 원하는 대로 난 ‘변수’가 되어 있을 텐데?”
“그렇지…… 하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너는 성좌 후보가 되기 전에 롱기누스의 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를 이겨 내야 한다. 그래야 네가 진정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를 깨울 수 있다.”
그러며 길가메시는 성지한에게 강렬한 안광을 발했다.
“무신을 극복하기 위해선, 이 방법뿐이다. 인류를 위해서라도 너는, 그리고 우리는 계획된 순서를 따라야 한다. 아이야, 나의 충고를 가슴에 새기거라. 나의 말을 따르거라.”
그렇게 길가메시가 성지한을 ‘아이’라고 지칭했을 때.
성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지에 순응할 뻔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들어야 할 것만 같은 길가메시의 말.
하나 체내의 무혼이 반항하듯이 꿈틀거리며.
지금까지 체험했던, 이종족의 경험이 떠오르자.
“인류를 위해서라…… 대의는 거창하군.”
성지한은 인간에게 절대적인 ‘왕의 명령’에 반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날 납득시키지 않는다면, 그 말은 따를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길가메시는 놀란 듯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호오. 나의 말을 완벽하게 거역하다니. 좋아. 그래야 ‘변수’가 될 법하지.”
오히려 기꺼운 듯이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번 일탈은 막아야겠구나…… 네게 이번 우승은 허락하지 않겠다.”
그는 마지막까지 명령조로 말했다.
* * *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1경기 밴, 셀렉트 시작합니다……!
=어…… 미국에서, 성지한 선수를 밴하지 않습니다…….
결승전 1경기부터, 이변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