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00화>
본격적으로 시작된 월드 챔피언스 리그의 조별 경기.
게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영국전, 3:1 승리! 4경기에서 게임을 끝낸 대한민국 대표팀]
[사우디아라비아전, 3:0 완승! 서포터 소피아, 서포터 맵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다.]
[캐나다전도 3:0, 이변은 없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기로 소문나 있었던 동북아시아 리그.
거기를 1위로 뚫고 온 한국 대표팀은, 오히려 본선 조별 경기가 훨씬 쉽게 느껴졌다.
“이거 지역 리그 때보다 쉽네.”
“그때는 안 그래도 상대 국가들도 강적인데, 막 성좌들 튀어나오고 장난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아주 편안하구만.”
동북아 최하위 대만이랑 상대할 때도, 동방삭의 아바타가 튀어나오면서 한국 대표팀을 곤혹스럽게 만들곤 했었지.
대표팀 선수들은 오히려 본선에 진출하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거기에.
“서포터 맵이 나와도, 소피아 님이 있으니까 밀리지도 않고.”
“사우디 서포터는 서포터 랭킹 5위권 아니었어? 그 사람을 버프로 이기다니 놀랍네.”
“버프 효과 대단하더라.”
새로 들어온 전력, 서포터 소피아는.
비록 한 사람 추가된 거긴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 전력을 크게 끌어 올리는 데 일조했다.
원래는 이렇게 한 명만 추가돼서 서포터 전력이 강해진 거면.
상대 국가가 그 선수만 밴해서, 이런 전력 강화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었지만.
한국에는 무조건 필밴해야 할 플레이어, 성지한이 있었다.
“성지한 선수가 계속 밴당해 주니까, 다른 선수들이 펄펄 나네.”
“그렇다고 성지한 선수 밴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나라, 진짜 세진 거 같아.”
“영국 때처럼 마법사 맵으로 저격만 안 당하면, 진짜 우승할 수 있을 거 같다니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영국전에서만 1패를 당한 한국 대표팀.
그건 마법사 전용 맵이 걸린 데다가, 성지한이 밴을 당했기에 나온 결과였다.
영국은 그렇게 이 경기를 통해 한국전의 유일한 공략 방법을 증명하긴 했지만.
이건 성지한이 밴한 상태에서, 맵 셀렉트가 맞아떨어져야지만 가능한.
다분히 확률에만 의지하는 승리 방정식이었다.
다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대표팀에게도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있었다.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성지한, 토너먼트에서는 50퍼센트의 확률을 뚫을 수 있을 것인가?]
[4번 다 50퍼센트로 밴을 당할 확률은? 6.25퍼센트. 이제는 한 번쯤 풀릴 때도 되었다!]
성지한에게, 당연한 듯이 시전하는 상대 국가의 밴.
이게 너무나도 잘 들어맞고 있었다.
-성지한 님이 상대 싹슬이 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계속 벤치에만 앉아 계시네 ㅠㅠ
-오히려 좋아 ㅋㅋㅋㅋ 어차피 조별 리그 상대 다 허접해서 괜찮음 여기서 밴당하고 토너먼트에서 밴 풀리면 됨 ㅇㅇ
-근데 어차피 저거 독립 시행임. 또 밴 안 당하리라는 보장은 없음 ㅡㅡ
-뭐, 미국이나 중국 정도 빼면 사실 성지한 밴 당해도 할 만해 보이긴 하는데…… 윤세진 윤세아에 소피아까지 추가되니까 각 포지션별로 핵심선수 하나씩 있어서
-소피아 대표팀에 들어온 게 신의 한 수였지
그래도 조별 리그에서 완승을 거두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이 현상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4번 연속으로 50퍼센트가 터질 확률이야, 희박하긴 해도 분명 있을 만했으니까.
오히려 한국 팬들은 그렇게 성지한이 밴 당했음에도 한층 더 강해진 대표팀 전력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소피아 찬양이 많네. 진작 한국에 오지 그랬어.”
“나야 오고 싶었지~ 근데, 재밌다. 국가대표도. 지한이랑 같이 경기 못 하는 건 아쉽긴 하지만…….”
“삼촌 밴 진짜 잘 당하더라. 확률 50퍼센트가 이렇게 잘 터지나?”
배틀넷 센터의 한 대기실.
성지한을 비롯한 일행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번 3연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처남, 토너먼트에서는 좀 풀리지 않겠어? 언제까지 계속 밴을 당하지는 않겠지.”
“저 밴 계속 당해도, 이제 한국의 전력이 믿음직스러워서 괜찮습니다. 우승까지 무임승차해 보죠, 저도.”
“으, 그래도 삼촌 없이 미국이나 중국 이기긴 힘들 거 같은데…….”
“맞아요. 거기에 우승을 해야 퀘스트 깨는 거잖아요? 지한이 무조건 나와야죠.”
성지한 가족과 소피아만 있는 대기실.
소피아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는, 성지한이 받은 퀘스트에 대해 거론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는 윤세진.
“퀘스트?”
“아, 모르셨어요?”
“아빤 그때 그 자리에 없었잖아.”
“응, 나야 몰랐지. 처남, 그게 우승해야 할 ‘사정’이었나?”
그는 성지한에게 궁금한 듯 질문했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단순히 가족이 물어보는 것 같았지만.
‘또 빛이 나는군.’
성지한은 윤세진의 눈에서, 황금의 빛을 또다시 포착했다.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한 금빛.
“예, 그런데 매형. 눈에서 금빛이 나는군요.”
그는 대놓고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뭐? 눈에서 금빛이?”
“예, 요즘 성좌는 어떻습니까? ‘태초의 왕’이 명한 일은 잘되셨구요? 그 성좌와 빛이 아주 비슷하시던데.”
“그런가? 신기하군. 나는 전혀 느끼질 못했는데 말이야. 어디 있다는 거지?”
성지한의 말에, 대기실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는 윤세진.
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정말 의문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눈을 벌려 보았다.
“매형의 눈으로도 안 보이십니까?”
“그러네…… 뭐 처남과 격차가 워낙 심하니, 내가 못 보는 걸 처남은 볼 수 있는 거겠지.”
“…….”
“성좌께서 내게 맡기신 일은, 잘 수행하지 못했네.”
“그렇습니까.”
“초고대의 유물을 찾으라고 하셨는데,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려 주셨지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어. 이번에 대표팀 일정도 있고 해서 다시 돌아왔지. 일 끝나면 다시 가야지.”
아무리 살펴도 금빛은 발견하지 못했는지, 거울에서 고개를 돌린 윤세진은.
어딘지 모르게,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 눈엔 안 보이지만, 그래도 내게 성좌 님의 금빛이 나는 건가…… 좋군.”
“그게 좋으십니까?”
“당연히 좋지! 위대한 ‘태초의 왕’의 힘이 내게 깃들고 있는 것 아닌가. 그분의 명을 따라, 힘을 더 후원받도록 노력해야겠어.”
“……아빠. 성좌가 그렇게 아빠한테 대단한 존재야? 무슨 신을 믿는 거 같은데.”
“신? 태초의 왕께서는 신보다 더 위대한 존재시지. 성좌께 헌신한다면, 네 엄마도 구출할 수 있어.”
“엄마도?”
“그래. 성좌께서는 내린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 이 일도 해결해 주겠다고 하셨거든.”
아니, 예전에 처음 후원 성좌 받을 때만 해도 이런 반응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왠지, 예전에 시즈루한테 빠져들었을 때 모습이 연상되는데.’
때처럼 여자에 빠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성좌에게 종교적인 믿음을 보여 주기 시작하는 윤세진.
윤세아는 그 모습을 보며, 과거 기억이 생각난 듯.
밝지 않은 표정으로 윤세진을 지켜보았다.
“으음…… 뭔가 옛날 시즈루 때 일이 떠오르는데.”
“무슨, 시즈루랑 성좌님을 어찌 비교하겠나! 시즈루는 단순히 날 세뇌하여 이용했고, 성좌님께서는 내게 길을 알려 주신 분이다!”
윤세아의 말에 언성을 높였던 윤세진은.
“아, 알았어. 아빠. 왜 흥분을 해?”
“아, 흠…… 미안하다, 세아야. 갑자기 울컥했구나. 이럴 거까진 아니었는데…….”
“에이, 뭐 그럴 수도…… 있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자신이 말하고도 깜짝 놀랐는지, 윤세아에게 사과하며 방을 나섰다.
“……아빠 왜 저래?”
“그, 검왕님의 성좌는 태초의 왕이신 거지?”
“응, 맞아.”
“태초의 왕을 성좌로 모시는 플레이어들은, 꽤 강렬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어. 어떤 이들은 태초의 왕이야말로 구세주라면서, 막 신전 짓고 그러던데.”
“……신전?”
“어, 플레이어들 돈 많잖아. 그, 커다란 흙탑 같은 거 짓던데.”
“그래요?”
“네, 여기…….”
휙. 휙.
소피아는 미국의 플레이어들 SNS를 검색해서 성지한에게 보여 주었다.
커다란 흙탑을 쌓은 채, 경건하게 절을 올리고 있는 탑 랭커들.
그들 중에서는, 저번 길드전에 참여했던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인류의 구원자, 성좌 ‘태초의 왕’에게 경의를. 인류는 모두 그에게 빚을 졌습니다. 그에게 경배하여, 구원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내십시오.]
-뭐야 갑자기…….
-루이스 미쳤나요?
-아니, 신이 어디 있냐면서 십자가 깨는 퍼포먼스 한 아저씨가 왜 이러는 거야?
-원래 그런 사람이 한 번 사이비에 빠지면 더 못 헤어 나옵니다 :(
-태초의 왕이 대체 누구야? 저런 플레이어가 한두 명이 아니던데.
미국의 랭커 루이스.
자신의 SNS에서 음주, 도박, 탑스타와의 부적절한 성적 사진을 올리는 망나니로 유명한 그도.
성좌를 모시고 나서부터는, 거의 종교인으로 전직한 상태였다.
“이 인간은 사람 됐네.”
“그건 그런데, 안 하던 짓을 하니까 더 무섭지 않니?”
“맞어. 으, 아빠도…… 나중에 저러는 건가?”
몇 년 전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는데.
이제는 또 무슨 사고를 치는 건지, 걱정에 미간에 주름이 생긴 윤세아.
성지한은 그걸 보고는 밖을 나섰다.
다시 한번 윤세진의 모습을 다시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처남, 나왔는가.”
“괜찮으십니까?”
“나는 멀쩡하네. 괜히 걱정을 끼쳤군.”
윤세진은 멀쩡한 얼굴로 성지한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면서 곧 기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성좌께서 말씀을 내려 주셨다네. 성좌께서는, 처남을 언제나 전폭적으로 지원할 거라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이를 위해 성좌께서 내려 주신 것이 있어.”
“그게 뭡니까?”
“클래스네.”
윤세진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클래스 쪽을 보여 주었다.
“……이건.”
“그래. 한국 팀의 약점을, 성좌께서 없애 주셨네.”
그의 클래스 란에는.
‘마법사’가 추가되어 있었다.
* * *
스페이스 리그 때문에, 빡빡한 일정의 토너먼트.
=16강 상대는 독일로 결정되었습니다!
=스페이스 리그 때문에, 2일만 쉬고 또 바로 경기가 치러지는군요!
=이거, 우리나라 선수들의 체력이 괜찮을지 걱정입니다.
=1경기 시작합니다. 또다시 성지한 선수는 밴 당하는군요.
성지한이 필밴된 토너먼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바로 윤세진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검왕의 강력함 때문도 있었지만.
=아……! 마법사 맵이 셀렉트 됩니다.
=이러면 1경기는 좀 어려워지겠군요……!
=어. 그, 근데. 윤세진 선수가 출전…… 합니다?
=아니? 이, 이거. 마법사 맵인데요?
그것보다는 메이지 클래스 맵에 출전하게 된, 검왕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더 큰 놀라움을 안겼다.
-뭐야?
-검왕님 마검사셨음…….
-아니 근데 두 개의 탑 거리도 먼데 전사가 소환되어 봤자…….
-?? 먼 소리 하는 거임. 검왕님 검 타고 날아다니잖아 ㅋㅋㅋ
-ㄹㅇ 겜알못이네 ㅋㅋㅋ 검왕 소환된 것부터 게임 셋임.
성지한이 밴당할 시, 한국의 유일한 약점이던 마법사 맵.
독일이 유일하게 한국에게 비빌 수 있는 이 공략법을.
갑자기 튀어나온 검왕이, 완전히 짓밟아 버렸다.
=거, 검왕! 마법사들을 모두 도륙합니다!
=거기에 예전보다 더 빨라졌어요! 실력이 일취월장했군요!
=독일 스태프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습니다! 1경기는 무조건 가져와야 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검왕에 어찌 대처할 바를 모르네요!
=저희도 믿기지가 않는데 저쪽은 어떻겠습니까!
약점이 사라진 한국 대표팀.
당연히 16강의 게임 결과도 3:0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 결과는 계속 진행되어서.
=아, 검왕 선수. 마시드 선수마저 제압합니다!
=아르헨티나 전도 3:0……!
=8강전도 가볍게 짓누릅니다. 영국에게 당한 1패를 빼면, 한 번도 지질 않았어요!
8강전 아르헨티나전 3:0.
=성지한 선수! 4강전 3경기에서 드디어 출전하는군요! 이번 챔피언스 리그에서 첫 출전입니다!
=아, 등장하자마자 인도 선수들의 진영이 폭파되었어요……!
=인도 플레이어들, 압도적인 무력에 저항할 힘도 잃어버립니다…….
4강전 인도 3:0.
검왕이 메이지 클래스를 얻자, 결승까지 일방적인 게임 양상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결승전 상대는 미국이군요……!
=저번 년도 디펜딩 챔피언을, 결승에서 만납니다!
월드 챔피언스 리그는, 이제 마지막 경기.
미국전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