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95화>
[건방지구나.]
촤아아악!
잘려진 촉수의 단면에서, 새로운 촉수가 꿈틀대며 금방 튀어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으, 으윽……!”
“이거 움직여!”
검에 베여 땅에 떨어진 촉수도, 자체적으로 꿈틀거리더니 인류 플레이어를 덮쳐 왔다.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진 않은 거대 문어.
하지만.
“안 주면 시체에서 가져가지.”
스으윽.
성지한이 봉황기를 꺼내자, 상황이 달라졌다.
파지지직……!
창에 적뢰가 머금고 이것이 그대로 뻗어 나가자.
[이건…… 무슨…….]
화르르륵!
대장 문어의 몸이 적뢰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타올랐다.
스탯 적을 얻은 이후, 검보다는 확실히 창을 들 때 강력해진 성지한.
한 방에 적을 끝낸 그는 대장 문어가 사라진 자리를 살펴보았다.
‘없네.’
설마 조금 전에 길드 심볼도 같이 타오른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그냥 잽 수준의 적뢰였는데.
성지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른 문어들을 살펴보았다.
제일 커다랗고, 강렬한 기세를 지닌 문어라 이놈이 대장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진짜 길드 마스터는 따로 있나?
[이상하구나.]
그때.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던 문어 중 하나가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조금 전 성지한에 의해 소멸된 대왕 문어처럼 커진 그는.
성지한을 향해 눈알을 굴렸다.
[분명, 다른 이는 약한데.]
그러며.
파악!
인류를 향해 내리찍는 문어 무리의 거대 촉수.
거기에는 흉험한 검은빛이 감돌았다.
“앱솔루드 실드!”
랭커 중 서포터들이 빠르게 보호마법을 펼쳤지만.
찌이익!
종잇장처럼 그대로 찢겨 나가는 보호막.
“으아악……!”
아무리 성지한이 강하다 한들, 모든 방위를 막아 줄 수는 없었기에.
거대 문어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눈 깜짝할 사이에 길드원들 여럿이 깔려 버렸다.
=아, 성지한 선수는 여전히 강력합니다만……!
=저 촉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랭커들이 그대로 쓰러지는군요!
TOP 100 랭커들의 참전으로, 정규 채널 0번에 방영이 편성된 성지한의 특별 미션.
화면 속에서의 성지한은, 언제나처럼 학살극을 벌였지만.
그 아래의 랭커들은, 촉수에 고전하고 있었다.
-성지한은 마스터로 올라와도 여전히 원사이드하네 ㅋㅋㅋ
-근데 랭커들은…….
-너무 차이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음 ㅠ 언제 격차가 줄어들라나.
-벌어지면 벌어졌지, 영원히 안 줄 거 같은데 ㅋㅋㅋㅋ
극명하게 대비되는 전투 양상을 보며, 시청자들도 이젠 당연하다는 듯 이를 받아들이고 있을 때.
‘그냥 다 없애야겠군.’
성지한은 단번에 짓밟히는 길드원들을 보며, 적을 한 번에 끝장내기로 했다.
“자.”
지지지직……!
커다랗게 솟구치는 적뢰.
허나 그것은 기존의 적뢰포와는 달리, 불의 기운이 더욱 강렬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등급 스탯 적으로 인해, 제대로 힘을 끌어올리자 뇌전의 힘보다 화염의 기운이 우선적으로 드러난 그 힘을.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용뢰龍雷
성지한은 용뢰로 명명했다.
=서, 성지한 선수 창이…… 끝없이 뻗어 나가는 불의 창이 되었군요!
=저번에 스페이스 리그에 안 나온 시기에 무슨 깨달음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승급전 때도 그렇고. 확실히 불의 힘을 주로 다루는 모습입니다!
=어디까지 더 강해지나요? 성지한 선수!
스으윽.
성지한은 창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 대지까지 뻗어 나간 용뢰가 천천히 그 움직임에 따라.
거대 문어들을 일제히 태워 버렸다.
[이건, 용족의 힘?]
[아니, 비슷하지만 다르군.]
[믿을 수 없지만, 더욱 고차원적인 힘…….]
[이자. 정말로 이 연약한 종족 출신이 맞는가?]
몸이 소각되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인지.
사방에서 눈알을 굴리며, 말을 멈추지 않는 거대 문어.
성지한의 용뢰가 한 바퀴를 돌며, 모든 거대 문어를 소각시키는 동안에도.
[괜찮은 자가 나왔군. 정보를 얻어야 한다.]
[저자의 동족을 제압해라. 지금처럼 죽이지 말고 데이터를 흡수해라.]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인류 플레이어들을 제압하려 들었다.
그리고.
“으, 으아악……!”
성지한의 용뢰에 아직 닿지 않았던 거대 문어는.
곧 100인의 랭커 중 한 명을 촉수로 포획했다.
꾸물. 꾸물.
촉수 안으로, 몸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랭커.
그와 동시에 성지한의 용뢰가 문어를 덮쳤지만.
[됐다.]
그는 순식간에 타오르면서도,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소멸했다.
그리고 그렇게 문어 무리가 깡그리 타오르자.
번쩍!
바닥에서, 커다란 금빛의 정육면체가 떠올랐다.
‘이게 저들의 길드 심볼인가. 내 거랑 색이 다르군.’
인류의 것과는 달리, 금빛으로 빛나며 크기가 훨씬 큰 길드 심볼.
성지한은 그곳에 자신의 길드 심볼을 가져갔다.
그러자.
슈우우욱……!
거대한 금빛의 정육면체가 무너지며, 성지한의 것으로 그대로 흡수되었다.
[‘길드 심볼+2’가 ‘길드 심볼+5’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순식간에 3번 업그레이드된 길드 심볼.
색깔도 아까의 문어 것처럼 황금으로 빛나고 있었다.
[길드 심볼이 5 이상 강화됨에 따라, 길드 심볼의 추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부활 페널티 90퍼센트 감소
2. 길드 옵션 50퍼센트 강화
3. 동맹 길드 소환
……
그렇게 성지한의 눈앞에 주르륵 뜨는 추가 옵션.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은 무려 99번까지 있었다.
‘뭐 이리 많아?’
차라리 적을 때려눕히는 게 낫지, 여기서 뭐가 제일 좋은 옵션인지 선택하라니.
성지한이 99개의 옵션을 보며, 잠깐 멈칫하고 있을 때.
[‘뤼에 인베스트먼트 대표 옥타인’이 1,000,000GP를 후원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외계의 존재입니다. 후원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성지한의 배틀튜브 채팅창에, 그간의 것과는 전혀 다른.
우주 배경의 메시지창이 불쑥 튀어나왔다.
‘외계의 존재?’
성좌 후원도 아니고, 이런 게 있었나.
성지한이 일단 예를 누르자.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군…… 우수 회원권인가. 좋아. 너에게 투자하지. 블루칩.]
외계의 존재는 성지한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음에 오히려 흡족해하며.
그를 ‘블루칩’이라 칭했다.
* * *
-뭐야, 이거. 외계의 존재야?
-뤼에 인베스트먼트 대표? 사기꾼 같은데 ㅋㅋㅋ
-문어들 죽자마자 이런 후원이 오다니…… 설마 아까 문언가?
-근데 블루칩이 뭐임?
-대형 우량주식을 가지고 블루칩이라 하지 않나?
갑작스레 튀어나온 외계인의 후원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그의 정체와 메시지에 대해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너. 아까 문어냐?”
성지한은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 블루칩이여. 최하급 종족 출신답지 않게 언밸런스한 힘. 너 같은 존재는 언제나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뤼에 인베스트먼트가 너에게 투자하겠다.]
“나에게 투자한다고?”
[그렇다. 네 영혼의 지분을 조금 떼서 주면, 무한한 GP를 제공하지.]
영혼의 지분이라니.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필요 없다.”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너는 그냥 그대로 있어라. 나는 네게 이 세계를 헤쳐 나갈 정보를 제공하지…….]
“그대로 있으라고?”
[그래. 우수 회원권을 통해, 자신을 계속 숨겨라. 나만 베팅할 수 있도록…….]
영혼의 지분은 그냥 해 본 소리고, 진심은 여기 있었나.
성지한은 그 메시지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우수 회원권으로 숨겨지겠나? 너도 내 채널에 와서 이렇게 후원하는데.”
[아니, 우수 회원권으로 90퍼센트 이상은 거를 수 있다…… 입이 10개인 것과 1개인 건 큰 차이지.]
“어디, 정보부터 들어 보고 판단해 보지.”
한 번 뜰 때마다 100만 GP가 같이 후원되는 외계의 메시지.
이야기야 한번 들어 볼 법했다.
성지한이 그렇게 운을 띄우자.
[심볼 옵션. 능력 공유로 해라, 인류.]
짤막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능력 공유?”
[그렇다. 네 종족은 너무나도 약하다. 길드 미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선, 길드원의 스코어도 관리해야 한다. 길드원의 킬, 데스 숫자 같은 것 말이지. 하나 길드원들이 그런 쓰레기 수준이면, 네가 아무리 적을 많이 쓰러뜨려도 중위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유가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지나.”
[능력 공유…… 길드 1위의 능력 초과분을 일정 비율로 나누어서, 모든 길드원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옵션이다. 길드 1위와 길드원 평균의 격차가 크지 않다면 가장 안 좋은 추가 옵션이지만…… 너희 같은 경우에는 다르지. 그 어떤 버프보다 이것이 효과가 좋을 거다.]
옥타인의 메시지대로라면.
‘능력 공유’야말로 지금의 대기 길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옵션이었다.
물론, 성지한 개인에게는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강화 효과가 없긴 했지만.
이미 압도적으로 강력한 그에겐, 더 이상의 버프가 필요하진 않았다.
‘물론 길드 옵션이 강화되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레벨 몇 개 더 올리느니, 길드 미션에서 고득점을 얻는 게 낫겠지.
성지한은 99개의 옵션을 한 번 더 쓱 둘러보고는, 능력 공유를 택했다.
그러자.
[능력 공유를 선택했습니다.]
[길드 1위와 길드원 평균 능력치 격차를 측정합니다…….]
[모든 길드원에게, 플레이어 ‘성지한’의 능력 1퍼센트가 버프 효과로 적용됩니다.]
번쩍!
길드 심볼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면서.
대기 길드원 모두에게, 능력 공유 버프가 적용되었다.
“어…… 길드 1위의 힘을 받는다고?”
“뭐, 뭐야. 갑자기 마력이……!”
“이게 1퍼센트? 100퍼센트인 성지한 님의 힘은 대체…….”
성지한의 능력을 공유받자, 길드원들은 급격히 치솟은 힘에 고무되었다.
전사들은 가볍게 점프하자 하늘 위까지 튀어 올랐고.
앱솔루트 배리어 한 장만 깔 수 있었던 서포터들은, 이제 최소 3겹 이상의 절대 보호막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신체 능력이고 마력이고, 대폭 증폭된 플레이어들.
[1퍼센트…… 터무니없이 적게 배분받았군. 이 정도면 그랜드 마스터와 브론즈 급의 차이인데…….]
하지만 옥타인은 1퍼센트 이야기를 들으며, 배분 비율에 어처구니없어했다.
-대기 길드원 평균이면…… TOP 100 평균 아님?
-인류 최고들의 평균인데 그랜드 마스터랑 브론즈 차이라니…… 너무하네, 문어.
-ㄴㄴ 브론즈랑 비교해 주는 게 어디임 우리 같은 레벨 1이랑 비교는 안 하잖어 ㅋㅋ
-이 정도 격차면 랭킹 1위는 영원히 유지할 듯 ㄷㄷ
-성지한의 전력은 어느 정도야, 그럼?
막연히 성지한과 다른 랭커들간의 차이가 클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이렇게 수치로 나타나는 건, 확실히 체감이 달랐다.
사람들이 그렇게 성지한의 힘에 대해 다시금 놀랄 때쯤.
옥타인은 성지한에게 조언했다.
[북벽의 방어는 나중이다. 길드 심볼부터 빼앗는 게 좋을 거다. 적어도 3퍼센트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방어자끼리 싸우라고?”
[북벽은 원래 그런 맵이다. 배틀넷에서 어디 협동하는 거 본 적 있나? 북벽의 보스에게 죽기 전, 최대한 길드 심볼을 업그레이드해야 스코어가 좋아진다. 그러니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라.]
“너희가 했던 것처럼?”
[그래. 이곳은 신참 종족 길드들이 출몰하는, 괜찮은 리스폰 장소다.]
거대 문어가 했던 것처럼, 미리 자리 잡고 있으라는 옥타인.
하나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이를 거절했다.
“왜 굳이? 지금 있는 놈들 사냥하면 되잖아.”
[지금 자리 잡은 이들은 방어 태세가 굳건하니, 그건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기습을 해야 전력 손해가 없다.]
“그건 너희한테나 그렇겠지.”
성지한은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저기 있군요. 잠시 다녀오죠.”
자리 잡은 이종족 길드 한 곳을 포착하고는, 금방 그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쪽에서 거대하게 치솟은 불꽃.
“언제 저기까지 가셨대…….”
“1퍼센트 힘만 해도 이 정도로 체감이 되는데. 100퍼센트로 활용하면 저런 속도 나오겠지…….”
“엇…… 자, 잠깐. 힘이 더…… 강해진다!”
자리에 앉아 있던 랭커들은, 가만히 앉아서 버프 효과가 강화되는 걸 몸소 체험했다.
단번에 적을 제압하고, 길드 심볼까지 또 강화한 성지한.
“흠, 저기 있군요. 또 갔다 올게요.”
사방에서 불길이 터져 나가며, 이런 과정을 여럿 거치고 나자.
[‘길드 심볼+9’가‘길드 심볼+10’로 업그레이드됩니다.]
[길드 심볼이 ‘셀레스티얼 큐브’로 변경됩니다.]
10강화에 도달한 길드 심볼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뤼에 인베스트먼트 대표 옥타인’이 100,000,000,000GP를 후원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셀레스티얼 큐브…… 이걸 이렇게도 구할 수 있었단 말인가. 정보는 내가 얻는군…… 여기 정보료다.]
이를 본 옥타인이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거액의 GP를 성지한에게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