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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93화 (29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93화>

3일 후, 세계수 연합의 대출창구.

“안녕.”

“……또 오셨습니까.”

성지한은 저번처럼 게시판의 팝업 광고를 누르며, 3일 연속 대출창구에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성지한이 손을 흔드는 걸 보자, 대출창구의 엘프가 질린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본부장님께서 다음에 또 놀러 오시라고 말씀은 하셨다지만…… 이렇게 자주 오실 줄은 몰랐군요.”

“아직 게임 시작을 안 해서. 과일 먹으러 왔어.”

5월 말에 열렸던 승급전을 통해 마스터 리그로 올라간 성지한.

6월이 되기까지는, 마스터 리그에 올랐다고 한들 게임 실행을 하지 못했으니,

성지한은 이 공백 기간 동안, 대출창구에 빠짐없이 들렸다.

‘생명의 기운이 상당히 늘었단 말이지.’

비록 상태창에 스탯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성지한의 체내에 세계수 연합이 지닌 생명의 기운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여기 대출창구에서 상담할 때마다 대접해 주는 과일을 먹을 때마다 크게 늘었다.

하나.

“죄송하지만, 본부장님께서 계속 자리를 비우고 계셔서 더 이상의 사은품을 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본부장의 부하 직원인 엘프는, 성지한에게 딱딱한 어조로 더는 안 된다고 통보했다.

“자주 오라는 건 그쪽이었는데. 3일 만에 사은품을 안 주나? 세계수 엘프의 배포가 생각보다 좁군그래.”

“인적 사항도 적지 않은 플레이어에게 연속으로 사은품을 드리는 것 자체가 권한 밖의 행위입니다. 혹시나 손님께서 인적사항을 적어 주신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됐고.”

과일바구니가 생명의 기운을 많이 올려 줬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수 연합에게 인적 사항을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

성지한이 그 제안을 거절하자, 엘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사은품 지급은 본부장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불가능합니다.”

“언제 오는데?”

“대출창구는 이곳만 운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부장님께서 맡으신 구역은 수십 곳이 넘기 때문에, 언제 돌아오실지는 저도 모릅니다.”

엘프의 말이 사실이면, 저번에 만난 거 자체가 우연의 일치였던 건가.

‘어쩔 수 없군.’

편하게 생명의 기운을 좀 올리나 싶더니.

역시나 꼼수로 계속 성장하는 건 불가능한가.

“저놈…… 인적사항도 안 적고 사은품을 받아 왔어?”

“세계수의 과육을 그냥 받아먹다니. 뭐 하는 놈이야?”

“허. 우리한텐 한 달 이자로 100억 GP 이상 낼 때만 랜덤으로 주면서……!”

“나도 한 번 더 줘라!”

한편.

대출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성지한과 엘프의 대화를 듣더니 불만을 토해 냈다.

처음 대출 상담받을 때 사은품으로 주고.

그다음부터는 이자로 한 달에 100억 GP 이상 내야지 어쩌다 랜덤으로 주는 세계수의 과육.

돈 내고 사 먹고 싶어도, 세계수 연합은 이걸 절대로 팔지 않았기에.

몇몇 플레이어들은 GP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수의 과육을 먹기 위해 일부러 대출을 유지하곤 했다.

한데 저 쪼그만 종족은 벌써 몇 번이고 공짜로 과육을 먹은 거야?

“보다시피, 기존 고객분들의 불만도 심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라 본부장님의 허락 없이는 더 이상의 사은품 지급이 불가능합니다.”

성지한은 흉흉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았다.

거대 종족들이 과육 하나에 눈이 돌아가서, 일제히 자신을 노려보는 상황.

‘과육과 차에 섞여 있던 기운에 물들면, 저렇게들 변하나 보군.’

다들 겉으로만 보면 상당한 강자.

저 정도면 어떤 종족 출신이든, 자신의 세계에서 한 가닥 하는 플레이어들인데.

세계수 과육 배분 가지고, 격에 맞지 않게 눈이 시뻘게진 채 흥분하며 과몰입하고 있었다.

기운의 지배를 받아, 과육에 중독이 된 건가.

“그래요. 수고들 하시죠.”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해 주곤, 로그아웃했다.

번쩍!

‘6월 1일이 거의 다 됐군. 확실히 거긴, 시간의 흐름이 이상해.’

대출창구 공간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묘해서.

어떤 때는 지구에서보다 빠르고, 또 어떤 때는 지구에서보다 느렸다.

지금은 5월 31일 오후 11시 반으로, 30분 정도의 여유가 남은 상황.

‘얼굴이나 비춰야겠군.’

성지한은 방 밖을 나섰다.

그러자.

“오. 왔나, 처남.”

짐을 잔뜩 싼 채, 캐리어를 끌고 있는 윤세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매형, 어디 가십니까?”

“아, 성좌 퀘스트를 받았네. 당분간 국내를 돌며 성좌께서 말씀하신 물건을 탐색할 것 같아. 그동안 세아를 부탁하네.”

“국내에요?”

“응.”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윤세진의 성좌는, ‘태초의 왕’ 길가메시.

그가 왜 한반도를 탐색하라고 시켰는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찾는 게 대략 어떤 물건입니까?”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메시지창에서 유물이라고만 말씀하셔서…….”

한반도의 유물인가.

길가메시,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군.

성지한은 다급해 보이는 윤세진을 보며,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매형.”

“고맙네.”

“아빠, 잘 다녀와~”

“응, 세아야. 삼촌 말 잘 듣고 있어.”

“삼촌이 집에 있어야 말을 듣죠.”

드르르륵.

성지한과 윤세아에게 손을 흔든 윤세진은, 얼른 발걸음을 재촉해 현관 쪽으로 사라졌다.

야밤중에, 뭐 저렇게 급한 거야.

“날 밝을 때 가시지.”

“그러게. 밤 운전 위험한데. 뭐, 아빠라면 차 사고 나도 끄떡없겠지만…….”

“음…… 누나 문제 외로 저렇게 서두르시는 모습은 처음 보네.”

“최근 태초의 왕에게 후원받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서 그런 건가?”

“그래?”

“응, 벌써 수백 명이 인증했어.”

“……수백 명이나?”

“응. 그것도 다 탑플레이어 위주로. 요즘은 태초의 왕에게 후원 제안 못 받으면 가능성 없는 플레이어 아니냔 이야기도 나와.”

무신이 사라지고, 대신 등장한 길가메시.

그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성좌 후원을 하고 있었다.

저번 생에서는 길가메시가 깨어난 적이 없었는지,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

‘그가 매형한테 강림하면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군.’

공허에게는 배신자로 찍힌 길가메시.

그리고, 세계수 연합 쪽에서는 오래전, 자신들에 의해 특급 에러가 지구에서 발생했다고 알려 주었다.

공허와 협력해서 에러는 처리했지만, 데이터는 회수하지 못했다는 기록만 남긴 채.

성지한은 이 일이 길가메시와 무언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내 주적은 결국 무신. 그는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치 않아. 정보를 더 모으기 전에는 아직 적대시할 필요는 없겠지.’

방랑하는 무신과는 결국 무혼을 두고 싸워야 하는 운명이지만.

길가메시는 아직 확실히 뭐라고 규명하기에는 애매했다.

그 자체는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성지한에게 호의적이었으니까.

물론 공허 측의 말대로, 인류가 초대장을 받는 원인이 길가메시라면.

언젠가는 그 ‘원인’을 제거해야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다.’

현 상황에서 그를 적대시할 수는 없었다.

길가메시가 성지한에게 보이는 호의 속에, 무슨 속셈이 들어 있든.

지금 성지한으로서는 일단 이걸 받아야 했다.

‘아직도 성장이 부족하군.’

인류 랭킹 1위에, 최초로 마스터 리그에 들어서고.

스페이스 아레나의 루키로 선정되기까지 한 성지한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가 대적할 적은 강력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승급해서 레벨 제한도 풀렸으니, 다시 레벨 업을 달려야겠다고 생각한 성지한은.

“오, 삼촌. 12시 됐다.”

“좋아, 간다.”

윤세아가 시간을 알려 주자마자,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   *   *

[마스터 리그, 스페이스-4 에어리어에 배정됩니다.]

[스페이스-4 에어리어의 상위 1퍼센트 플레이어입니다.]

[특수 미션을 통해, 스페이스-3 에어리어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특수 미션에 도전하시겠습니까?]

스페이스-4 에어리어.

평가기준 상위 0.001퍼센트의 플레이어만 들어갈 수 있는 이 구역도, 성지한에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매 게임 1등을 하면서, 에어리어를 평정한 그에게.

배틀넷은 마스터 리그에 올라온 김에 한 등급 더 높은 곳으로 가라고 제안하고 있었다.

‘이건 해야겠군.’

에어리어가 올라가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경험치도 많으니.

성장이 시급한 성지한에겐, 안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가 예를 누르자.

[플레이어가 스페셜 디펜스 맵, ‘북벽’에 배정됩니다.]

그에게 스페셜 맵 ‘북벽’이 배정되었다.

[거대한 벽 너머, 미지의 존재가 침공해 옵니다.]

[10일간의 전투에서, 방어 실적 상위 50퍼센트에 올라서세요.]

스페셜 맵치고는 디펜스 맵 본연에 맞게 방어하는 것 같은 북벽 맵.

하지만 실적 상위 50퍼센트라는 걸 보니 분명 다른 플레이어랑 경쟁하는 종류일 테고.

‘일반 맵도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잦은데, 스페셜 맵인 이상 더 그걸 장려하겠지.’

디펜스해야 할 건, 미지의 존재뿐만이 아니라 같은 플레이어들일지도 모른다.

성지한이 자세한 맵 설명을 보려고 할 때.

[길드를 소유한 플레이어입니다.]

[길드 미션으로 도전이 가능합니다.]

[길드 미션으로 ‘북벽’을 도전하시겠습니까?]

[길드 미션으로 도전 시 길드에 보상이 추가되며, 소속 길드원 전체에게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추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튀어나왔다.

‘길드 미션이라.’

성지한의 대기 길드.

몇몇 길드원을 제외하곤, 세계 랭커들이 성장을 위해 임대 와 있는 육성 길드였다.

이들과 성지한은 어디까지나 거래 관계니, 굳이 길드 미션을 해서 이들에게 보상을 안겨 줄 의리는 없었지만.

‘길드 자체 보너스도 있고, 랭커들 수준이 아직 많이 뒤처져 있으니…… 이걸 보완하는 의미에서는 할 만하겠군.’

성지한이 없자, 조인족에게도 패배했던 인류 플레이어.

그에게 인류 랭커의 수준은 또 하나의 숙제였다.

이렇게 길드 미션으로 끌어 주면, 그나마 좀 낫겠지.

‘개인 미션보다 길드 미션이 난이도는 훨씬 높겠지만…….’

성지한의 대기 길드는 성장만을 위해 모인, 제대로 합도 맞춰 보지 않은 플레이어들.

다른 세계의 길드에 비하면, 실력적으로 훨씬 뒤처질 게 분명했다.

어쩌면 상위 50퍼센트에 들기 힘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성지한은 길드 보상을 위해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 보상, 길드원에게 공짜로 줄 수는 없다.’

길드원 보상으로 뭐가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에어리어 3으로 올라가면서 주는 것이니만큼 좋은 게 나오겠지.

요즘 GP의 사용처가 늘어난 성지한은, 이번 기회에 GP를 더 끌어모으기로 했다.

“하연 씨 자려나?”

“지금 안 잘걸? 조금 전에 우리 집에서 운동하다 갔거든. 언니 아마 삼촌 마스터 리그 경기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근데 왜?”

“길드 미션이 나왔는데, 이야기할 게 있어서.”

“길드 미션…… 그런 것도 있어?”

윤세아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이번에 받았어. 에어리어 3으로 올라가는 미션으로.”

“아니 삼촌 벌써 스페이스 3으로 또 올라가? 아, 하긴…… 스페이스 4도 휩쓸어 버렸으니.”

혼자 물어보고 혼자 납득하는 윤세아.

“그리고 길드 미션 보상으로 길드원에게도 주어지는 게 있는데. 이걸 그냥 주긴 아쉽지.”

“물론이지! 삼촌이 진행하는 미션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다들 GP를 얼마든지 내려고 할걸?”

“그래. 가격 상담 좀 해야겠다.”

성지한은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아, 오너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아…… 길드 미션? 정말요? 저 바로 올라가 볼게요!]

그렇게 밤늦게 모인, 대기 길드의 수뇌부.

“정확한 보상 내용은 안 나왔지만, 오너님 미션의 보상이니 상당하겠죠. GP를 아주 비싸게 측정해도 되겠어요. 일단 미니멈으로 이 가격을…….”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오너님 미션의 보상인데. 이 정도면 싼 편이죠. 여기에 보상에 따른 추가 GP 지불 옵션까지 넣으면…….”

새벽까지 토의해서 가격을 정하고, 세계의 각 길드에게 이를 통보하자.

다음 날 아침.

세계 각지의 뉴스 1면은, 성지한이 받은 길드 미션 내용이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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