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86화>
TV에서 재방영되는 인류와 조인족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
성지한이 빠진 그 게임은, 5경기까지 가는 매우 치열한 경기였다.
=아. 조인족. 1등을 또 밴합니다!
=성지한 선수를 의식한 거 같죠? 저번 ‘행성 개척’ 때 워낙 일방적으로 당했으니까요.
=성지한 선수가 자리에 없음에도, 인류를 이렇게 도와주는군요. 밴 카드에서는 저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인족의 대표와 인류 감독 데이비스가 밴 카드를 교환하는 걸 보며 소리를 지르는 해설진들.
인류는 성지한이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밴 카드로 크게 이득을 보고 있었다.
“내가 출전 안 했으니, 저러면 올리버가 밴 당한 건가.”
“응. 밴 카드는 완전히 우리 측이 이득을 봤어. 근데…….”
=아. 붉은 하늘 맵…… 또 나왔군요!
=배틀넷 너무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비행 종족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맵만 배정할 수가 있죠?
=그래도 한 번 당해 보았으니. 인류 대표팀, 준비가 철저해졌을 거라고 믿습니다!
붉은 하늘 맵.
처음부터 하늘 위에서 시작하는 이 맵은.
날개 달린 종족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물론 하늘에 소환된 인류 플레이어들도, 바로 추락하는 게 아니라 플라이 마법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하늘 위를 날던 종족과, 플라이 마법에 의지해야 하는 인류가 하늘에서 맞붙으면 누가 유리할지는 결과가 뻔했다.
=아. 검왕. 최대한 버텨봅니다만……!
=조인족 플레이어들, 비행 종족의 이점을 정말 잘 살리고 있어요!
=아. 후방에서 또 들이치는군요……!
=이, 인류 플레이어! 전멸합니다……
[그때 그 괴물만 봉쇄하니, 별것 없는 종족이었군!]
[어떻게 이런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의아하단 말이야?]
[1등만 밴하면, 인류는 무조건 이기겠어.]
인류를 공중전에서 농락하는 조인족의 비아냥이 번역되어 들리고.
=아…….
=성지한 선수가 없으니, 이기질 못하는군요.
=한 사람만 빠졌읃 뿐인데, 빈 자리가 너무 큽니다.
=인류, 스페이스 리그에서 첫 번째 패배를 맞이합니다…….
=순위는 대폭 하락하여, 7위로 내려갑니다.
상위권에 올랐던 인류의 순위는, 7위까지 떨어졌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하위한테 지는 게 말이 되냐?
-경기 봤잖아 ㅡㅡ 저놈들이 맵 셀렉트 카드를 너무 잘 뽑았음
-대신 쟤네도 밴 카드 없는 거나 다름없었잖아
-올리버 무시함?
-올리버가 세긴 해도 성지한 0.1명 수준이지 ㅋㅋ
-성지한 무시함? 0.001명임.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폭발했고.
-성지한 대체 어디 간 건가? 인류의 랭킹 1위로 책임감이 너무 없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수련장에 가서 나오질 않았다는데…….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는 수련을 그만두고 나왔어야지!
-그도 최하위한테 이렇게 질 줄은 몰랐을 거다 :(
-그런데 어차피 나왔어도 계속 밴 당했을 텐데, 성지한 없이도 이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인류가 이번 게임에서 보여 준 퍼포먼스는 테러블했어…….
외국 시청자들 중에서는 성지한을 탓하는 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그 한 명 빠졌다고 꼴지에게 패배한 인류 대표팀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해설자님. 어제 경기 패배에 대한 후폭풍이 뜨겁습니다.
=예. 성지한 없는 인류 대표팀…… 그 현실을 어제 모두가 보았으니까요. 물론 조인족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말이죠.
=사실, 저희가 상대한 종족 중 약한 종족은 없었습니다. 세계수 엘프는 물론이거니와, 우르크도 우두머리가 매우 강했죠. 드래곤은 또 어떻구요. 어찌 보면 지금의 순위에 있는 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성지한 선수가 이번처럼 없었다고 가정하면, 전에 치른 경기 중 승리할 만한 게임이 뭐가 있을까요?
=없죠. 단 한 경기도 못 가져갔을 겁니다.
성지한이 없었으면 1승도 못했을 거라는 전문가의 냉정한 분석.
사실 인류가 그간 쌓아 올린 승수와, 현재의 순위는 기적적인 결과였다.
=이번 경기 패배로, 순위가 하락하여 던전 포탈도 각지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GP의 시세도 올라갔습니다.
=최상위권의 혜택이 사라졌군요…….
=성지한 선수께선 언제 복귀하실지…….
뉴스에서 어제 경기 패배를 분석하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성지한은 시선을 돌렸다.
“다 봤으니 TV 끄자 이제.”
“응…….”
삑.
“경기 보니까, 맵 운이 없긴 했네.”
“그래도 이겨 냈어야 했는데. 우리가 부족했지.”
“그건 그래.”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생에서도 비행 특성 덕에, 강등권에서 탈출했던 조인족.
성지한 덕에, 인류가 저번 생에 비해 플레이어들도 모두 살아남았고.
성장률 보정도 크게 받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성장 보너스 효과가 제대로 체감되려면 몇 개월은 더 지나야 할 테니…… 그때까지는 그냥 전 종족 중 최하위라 생각해야겠군.’
아니. 몇 개월이 지나서 성장 팍팍 해도, 최하위 탈출할지 확신이 안 선다.
인류.
삼엄한 배틀넷 세계에서, 정말 장점이라고는 없는 종족이니까.
‘그래서 더더욱, 이번 시즌에 승급전에 올라가서 배틀넷을 탈출해야 해.’
성지한 맛을 본 타종족은, 인류를 상대할 때.
무조건 1등을 밴하는 걸 제1 원칙으로 삼았다.
지금이야 성지한의 힘을 경험한 종족이 많지 않았지만.
모두 돌아가면서 경기를 치르고, 성지한에게 힘으로 밀리다보면.
다음 경기 때는, 그를 집중 견제할 게 분명했다.
‘스페이스 리그에서는 밴 당해도, 우수 회원권 때문에 이를 피할 수도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은 확률이지.’
밴을 여러 번 피할 수도 있지만.
5경기 모두 밴 당하는 것도, 모두 확률의 작용 아니겠나.
아직 적 종족들이 성지한을 모를 때 승리를 싹 따내고, 우월한 성적으로 승급을 해야 했다.
그때.
“세아야~ 오늘도 헬스장 잘 썼어…… 어? 오너님 복귀하셨어요!?”
펜트 하우스 내에 있는 트레이닝 룸에서, 이하연과 임가영이 나오다 깜짝 놀라 성지한을 쳐다보았다.
“예. 하연 씨도 여기서 운동하세요?”
“네. 요즘 시간 여유가 좀 생겨서, 체력 좀 기르려고 가영이랑 같이 신세 좀 지고 있었어요. 길드에도 있긴 한데. 여기가 사람 없어서 편하더라구요. 한 달 전부터 왔었는데…….”
“그래요? 왜 못 봤지.”
“삼촌이 집에는 거의 없고, 수련장에서만 사니 그렇지.”
“하긴. 트레이닝 룸 안 간지 오래 됐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펜트 하우스 내에 마련된 트레이닝 룸이 좋긴 했지만.
공허의 수련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오너님 무슨 일 생기신 건 아니죠? 오너님이 안 오셔서, 전 세계에서 저에게 문의가 폭주했어요. 무슨 사고라도 터졌냐면서요.”
“수련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제 경기 결과를 보니 제가 출전하지 못해서 진 거 같아 미안하군요.”
스탯 적과 관련된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으니.
성지한은 그냥 수련 때문에 늦었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 말에 이하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목소리를 은근히 낮추며 말했다.
“수련 때문에…… 그러면 그냥, ‘무슨 일’ 있던 걸로 하는 게 어떨까요?”
“무슨 일이라뇨?”
“지금 전 인류가 첫 패배로 허탈감이 심한 상태라서요. 수련 때문이라고만 하면, 괜한 비난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요.”
“그러게. 수련 때문이라고 하면 악플 백배로 늘어날 거 같은데.”
인류가 직면한 첫 패배를 두고, 세계 각지에서는 성지한 대체 어디갔냐르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성지한과 악연이었던 나라의 사람들 경우에는.
그보고 인류의 랭킹 1위가 책임감이 없다면서, 세계 배틀넷 커뮤니티에서 그를 비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수련 때문에 못 참가했다고 하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늦은 건 사실인데. 욕 좀 먹고 말죠.”
성지한은 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성좌 롱기누스가 자신을 죽이러 온다는 마당에.
그깟 모르는 사람들한테 욕 좀 더 먹는 게 뭔 대수인가.
‘어차피 아쉬운 건, 인류 쪽이니.’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이하연에게 물어보았다.
“길드 채널은 어떻습니까. 구독자 좀 늘고 있나요?”
“아뇨. 사실 저희 길드가 다른 길드 플레이어들 육성해 주는 곳이라 그런지. 컨텐츠가 별로 없어요. 그나마 육성 선수 뽑기 하는 게 제일 관심 높죠.”
“그럼 거기서 이번 스페이스 리그 불참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겠습니다.”
“길드 채널로요…… 괜찮으시겠어요? 패배 다음 날보다는, 조금 텀을 두고 하시는 게…….”
“괜찮아요. 어차피 승급전도 나가야 하니까.”
내일 치러지는 승급전.
거기 나서면 성지한이 복귀한 걸 모두가 알게 될 테니.
이번에 스페이스 리그 게임 불참에 대한 입장 표명은, 지금 하는 게 나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세팅 준비, 지시하겠습니다.”
뒤에서 묵묵히 이 말을 듣던 임가영은 핸드폰을 들어, 길드 관계자들에게 방송 준비를 지시했다.
“세팅에 한 1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채널은…… 미리 띄워 놓을 까요?”
“그러죠.”
“예. 그럼 마무리하러 내려가 보겠습니다.”
“오너님. 조금 있다 봐요~”
그렇게 이하연과 임가영이 내려가고.
“그럼 나 좀 씻고 올게.”
“응. 삼촌.”
공허의 수련장에 오래 있었던 성지한도, 씻으러 욕실로 갔다.
윤세아는 그렇게 소파에 앉아 성지한을 기다리다가.
‘채널 띄워 놨댔지? 얼마나 왔으려나.’
핸드폰으로 배틀튜브에 들어가, 길드 채널에 접속했다.
[성지한 오너 복귀!]
제목을 그렇게 띄워 놓고, 준비 중으로 뜬 영상.
-뭐? 진짜?
-ㄹㅇ 복귀함?
-아 왜 오늘 오심…… ㅠㅠㅠㅠ
-구란 아니겠지?
-대기 길드에서 구라 치겠어;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먼저 모여,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지만.
-성이 복귀했다고?
-왜 하필 경기 다 끝나고 온 거야!
-성지한은 책임감을 갖추어야 한다. 어떻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복귀를 안할 수가 있나?
-랭킹 1등의 무책임함에, 인류가 위기에 빠졌다!
-미친놈들인가 ㅋㅋㅋ 꼴찌한테 진 게 문제 아님? 채팅 치면 나라 국기 다 띄워져 있다. 여기서 성지한 욕 하다가 대기 길드 T/O 못 받을 줄 알아라.
-자리 가지고 협박하다니, 치졸하기 짝이 없다!
-아 그럼 그쪽에서 대기 길드 만드시던가요 ㅎㅎㅎ
몇분도 채 지나지 않아.
채팅창 아이디 앞에는 세계 각지의 국기가 띄워진 채.
열띤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늘어나는 시청자 숫자.
“끝났다. 오랜만에 샤워하니 시원하네. 세아 너도 갈래?”
“어. 어…….”
“간다고?”
“억이 넘었는데?”
“응? 뭐가.”
윤세아는 머리를 털고 있는 성지한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시청자. 벌써 일억 돌파했어! 미쳤다!”
“일억? 십분 만에? 많이도 왔네.”
이미 전 지구적인 주목을 받게 된 성지한.
그의 부재 덕에 어제 경기를 패배해서 그런지, 전 세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기 위해 미친 듯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사전 대기 시청자가 1억명을 돌파했습니다.]
[특수 업적, ‘기다리고 있어요!’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쏠쏠하네.’
성지한은 눈앞에 뜨는 메시지를 보면서 슬쩍 웃었다.
시청자 업적은 거의 다 깬 줄 알았는데, 사전 대기가 남아 있었네.
“가자.”
“삼촌…… 그냥, 무슨 일 있던 거로 하자. 지금 일억이면 나중엔 더 모일걸? 거기서 수련 때문에 못 왔다고 하면…….”
“괜찮아.”
성지한은 윤세아의 걱정에도 괜찮다며 길드 건물로 내려가서.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길드 채널 화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