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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81화 (28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81화>

다음 날 아침.

“……이런 일이 있었네.”

윤세진은 성지한에게 어젯밤 성좌에게서 받은 후원 메시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성좌의 후원 조건이, 저랑 대화하는 거라구요?”

“그래. 하필 처남을 딱 짚어서 이야기하기에, 메시지 창에서 예/아니오를 선택하지 않고 계속 보류시킨 상태야.”

“태초의 왕이라…….”

갑작스럽게 등장한 성좌, 태초의 왕.

성지한은 그가 왜 자신을 콕 집어 대화를 원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대화가 부담되면, 아니오를 누르지.”

윤세진의 말에, 선선히 대답했다.

“아니, 이야기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요. 근데 매형한테 그 성좌가 도움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그래? 사실, 내 후원 성좌 슬롯이 오랫동안 빈 상태기는 해서 말이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받고는 싶다네. 근래 성장이 너무 더딘 느낌이라서 말이야.”

이번 어비스 사태 때.

성지한이 나설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게 영향을 미쳤을까.

윤세진은 성지한만 괜찮다면, 태초의 왕에게 후원을 받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럼 지금 대화하죠. 저도 태초의 왕이란 존재가 궁금했으니.”

“알겠네.”

성지한의 말에 윤세진이 예를 누르자.

번쩍!

그의 두 눈에, 금빛이 환하게 퍼져 나갔다.

“네가 성지한인가.”

“……아빠?”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윤세아가 그리 대꾸하자.

스으윽.

금빛의 눈을 한 윤세진은 그녀에게 나직이 이야기했다.

“아이야. 그와 중요한 대화가 있으니, 잠깐 나가 있거라.”

“아…… 네.”

그 말에 윤세아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성지한이 윤세진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매형은 아닌 거 같고…… 성좌인가? 세아한테 뭔 짓을 한 거지?”

“후후. 그저 인간의 왕으로서, 물러나라 명령했을 뿐이다. 인류는, 나의 말을 들어야 하지.”

“인간의 왕…….”

“그래. 나는 길가메시다.”

스윽.

윤세진의 몸에 들어온 길가메시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탁.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실 주변에 황금의 배리어가 생기며.

외부와 안쪽 공간을 차단시켰다.

“그래. 그리고, 무신의 마지막 종이자, 최초의 종이지.”

“네가?”

피티아에게 미리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성지한은 짐짓 모른 척,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나.

“크게 놀라지는 않는군.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길가메시는 피식 웃으며, 그의 반응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음을 간파했다.

이대로라면, 어떻게 알고 있었냐고 물음이 나올 상황.

성지한은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 길가메시라는 이름, 얼마 전 보았거든. 어비스에서.”

“어비스에서?”

“그래. 1급 주시 대상 길가메시 감지. 일곱 빛깔을 지닌 하늘의 수소를 파견한다고 말이지.”

“1급이라…… 공허. 역시 아직도 나를 주시하고 있군. 여기서도 네 덕을 보았구나.”

“여기서도?”

“그래. 무신의 힘을 사용하여, 나를 깨우지 않았던가. 내가 일어날 시기는,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이었지. 한데 네가 큰 변수가 되어 주었다.”

길가메시는 만족스럽다는 듯,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계속 변수로 남아 있길 바란다.”

“그래?”

“하지만 무신은 생각이 다르지. 그는 작은 변수도 용납하지 않는 자. 너는 그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었어. 그는 롱기누스에게, 너를 죽이라 명했다.”

“롱기누스가…… 성좌가 지구에 막 강림해도 되는 거냐?”

“배틀넷의 규율은 절대적인 것 같지만, 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지. 네가 성좌 후보자가 되기 전까지, 무신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너를 계속 노릴 거다.”

“성좌 후보자라…….”

히든 보너스 옵션 ‘별을 쫓는 자’ 덕분에, 300일 후면 성좌 후보자에 오를 수 있는 성지한이었지만.

그전에는 배틀넷의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하나 네가 롱기누스의 손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후에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신은 지금 잠시 눈을 감았고. 내가 대신 투성의 일을 주관하니까.”

“네가 주관하고 있는 거면, 롱기누스의 개입도 막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불가능하다. 무신이 눈을 감기 전 내린 명령은 실행해야 하니까. 하지만.”

번쩍!

성지한의 눈앞에서, 하나의 화면이 떠올랐다.

“이렇게 널 뒤에서 도와주는 건 가능하지.”

화면 속에는, 멸신결 천수강신을 사용했을 때 나타났던 사슬이.

하늘과 땅으로 퍼지나 싶더니, 다시 원래의 위치로 뭉치고 있었다.

그리고.

[엔키두.]

화면 속에서 길가메시가 엔키두를 말하자.

철컥. 철컥!

강철 사슬은 한군데 뭉치더니, 하나의 형체로 변해 갔다.

두 팔과 두 다리가 생기며, 머리까지 불쑥 올라온 거대한 강철갑주를 입고 있는 거인으로.

“이것은 만들어진 신체神體, 엔키두다. 신살의 창은 신을 먼저 노리니 엔키두로 그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깨운 데다가, 하늘 수소마저 내 대신 물리쳐 주었으니. 보답으로 엔키두의 소환법을 알려 주지.”

“엔키두…….”

“배우겠는가?”

배워서 손해 볼 건 없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번쩍!

띄워 놓은 화면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성지한에게 천수강신의 새로운 활용법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빛이 전하는 정보가 워낙 방대하여, 성지한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과연, 무혼을 지닌 자인가.”

길가메시는 그저 표정을 찡그리는 데 그친 성지한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성지한이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오자, 길가메시는 말문을 열었다.

“어디, 좀 이해했는가?”

“대충은. 물론 수련은 계속해 봐야겠지만.”

“다행이군. 그럼, 무운을 빌겠다. 롱기누스의 손에서, 살아남도록 하라.”

스으으으…….

길가메시가 강림한 윤세진의 두 눈에, 황금빛이 사라져 갈 때.

“잠깐.”

“음?”

“네가 가르쳐 준 엔키두…… 엘프랑은 무슨 관련이 있지?”

성지한의 질문에, 길가메시가 사뭇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정보에서, 엘프와의 관련성을 유추해 냈다고?”

“엔키두의 몸이, 엘프의 내부와 흡사하잖아.”

길가메시가 가르쳐 준 강철거인의 내부는, 성지한이 수도 없이 베고 분석해 보았던 엘프와 유사했다.

겉에만 갑옷을 입고 있을 뿐, 내부는 초재생능력을 지닌 ‘인형’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엔키두.

“……정말로 ‘이해’하다니. 예상보다 더 뛰어나구나. 네가 살아날 확률이 더 높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하나 네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그것은, ‘태초’와 관련된 일이니.”

“태초라…… 그때 엘프가 있었나?”

“그것도, 답할 수 없구나.”

그러면서도 고개는 끄덕이는 길가메시.

이건, 긍정의 뜻인가?

성지한이 그리 생각했을 때.

“더 이상은 무리군. 그럼, 다시 말하지만 롱기누스의 손에서 살아남거라.”

슈우우우…….

빛이 완전히 사라지며, 윤세진의 눈은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으. 음. 처남. 지금 혹시 성좌가 강림했었나?”

“예.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땠나. 처남에게 해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

길가메시가 빙의했을 때의 대화는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윤세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지만.

“해가 되긴요. 만족스러운 대화였습니다. 그에게 받은 것도 있구요.”

길가메시의 꿍꿍이를 완전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번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의 태도는, 성지한에게 우호적이었다.

거기에 롱기누스의 손에서 살아남으라며, 천수강신의 활용법.

엔키두 소환까지 알려 주었으니.

윤세진의 후원 성좌가, 오히려 성지한에게 더 많은 걸 후원해 준 꼴이 되었다.

“오히려 매형이야말로, 성좌에게 좀 얻어가야 할 텐데요.”

“음…… 성좌께서 이번 대화가 만족스러웠는지, 추가 스탯을 5 주셨네. 거기에 태초의 축복이라고, 성장 보너스를 더 늘려 주는 가호까지 내려 주셨지.”

성지한이 괜찮다고 하자, 안도하면서 자신이 받은 걸 이야기해 주는 윤세진.

그가 얻은 보상도 나름 나쁘지는 않았지만.

‘어째 내가 더 많은 걸 받은 거 같아 미안하군.’

성지한은 이번 보상을 받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윤세진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그때.

덜컥!

“아. 삼촌! 아까 그거 뭐야?”

윤세아의 방문이 열리며, 길가메시의 말에 따라 얌전히 들어갔던 윤세아가 뛰쳐나왔다.

“지금은 정신 차렸냐?”

“어…… 완전 혼이 나갔었어. 황금색 눈을 한 아빠가 말하니까, 그냥 따를 수밖에 없더라.”

“전혀 저항이 안 되디?”

“응. 그냥 당연히…… 말씀을 받들어야 한다는 느낌?”

이것도 ‘인간의 왕’이 지닌 권능인가.

마지막 무신의 종,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군.

“그래서 일은 잘됐어?”

“어. 잘 풀렸다. 배운 거 수련은 좀 해야겠지만.”

“아…… 또 수련하러 가게?”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롱기누스가 쳐들어오기 전까지, 엔키두 소환은 확실히 터득하고 있어야지.

‘용염도 200을 맞춰서, 섞어 보고.’

상대는 강적.

이쪽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 달은 5월 말에 오면 되잖아?”

스페이스 리그나 승급전, 모두 5월 말에 있었으니까.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사실 국가대표 경기도 있긴 한데. 그건 우리가 해결할게!”

“그래. 처남. 챔피언스 리그도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는데. 자잘한 경기는 우리가 처리하지.”

“아. 어디랑 하죠?”

“러시아.”

동북아시아 리그에서, 3-4위권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동부.

윤세진이 다시 합류한 데 이어, 윤세아까지 성장해서 합류한 한국 대표팀은.

확실히 그들을 이길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굳이 성지한이 나서지 않아도, 1승을 챙겨 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별일 없었다면, 그냥 출전해도 되지만…….’

지금은 롱기누스랑 언제 맞붙을지 모르는 상황.

공허의 수련장에서 최대한 전력을 끌어 올려, 대비를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하나 그렇게 이번 지역 리그 경기는 윤세진 부녀에게 맡기고, 패스하려던 성지한에게.

“어. 협회에서 전화 왔네?”

부르르르……!

배틀넷 협회 측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   *   *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조 1위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 러시아전이 이제 곧 시작합니다!

=사실, 오늘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건 바로 라인업이죠! 성지한 선수가 과연 출전했는가를 두고,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 사실 고비를 다 넘기는 했거든요. 이런데 굳이 성지한 선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냐는 말이 많았죠.

배틀넷 국가대표.

스페이스 리그가 출범한 이후, 약간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선수들에게 있어, 국가대표에 드는 건 커다란 영광이었다.

하나 그 플레이어가 성지한인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서.

국가대표 측이 완연히 을의 입장에서, 갑인 성지한에게 출전 좀 해 주십사 부탁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성지한 선수께서 라인업에 들어왔습니다!

=본인이 협회에 친히 출전한다고 말씀하셨다 하는군요!

=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일까요? 성지한 선수까지 참여했으니, 챔피언스 리그 진출은 확정이군요!

선수 대기실.

해설진의 이야기를 듣던 궁수진 리더 하연주가 궁금한 표정으로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정말 유종의 미 때문에 나오신 거예요?”

성지한은 이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아뇨.”

롱기누스 건 때문에 경기를 패스해도 되었던 성지한이 굳이 출전한 이유는.

“러시아 선수에게 용건이 있어서요.”

롱기누스의 아바타였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때문이었다.

그는 며칠 전, 협회 측 전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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