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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80화 (28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80화>

성지한은 죽은 별의 성좌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용염이 뭐가 문제지? 애초에, 네가 드래곤 로드의 후원 받으라 했잖아?”

[물론 그랬지. 드래곤 로드는 원대한 목표가 있어서, 후원자에게 후원은 많이 해 주는데 널 노릴 성좌는 아니거든. 내 것에 손을 대지도 않고, 널 도와주기만 할 테니 하라고 한 거지. 하지만 드래곤 파이어까지 얻으라고 하진 않았다고.]

“이거 얻은 게 그렇게 문젠가?”

[그래. 드래곤 파이어는 용족 고유의 스탯이라고. 근데 이걸 네 종족에 맞게 변형시켜 얻는 것도 그렇고…… 불의 순도는 왜 이렇게 높아?]

칼레인은 눈을 번뜩이며, 성지한의 용염을 바라보았다.

[스탯이 대체 몇인 거지?]

“150.”

[150? 그 정도로 이런 화력이 나온다고?!]

휭. 휭.

칼레인은 해골 머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역시 우리 머리! 내 머리가 될 만해. 정말……! 지금 당장, 같이 합체할래? 죽은 별로 가자고!]

“됐다. 왜 이렇게 어비스가 늘었는지나 이야기해 봐.”

[원래는 비밀이다만…… 우리 머리한테 뭘 숨기겠어?]

지이이잉.

해골의 눈에서 레이저가 튀어나오며, 인류가 속한 브론즈 리그의 순위표가 나타났다.

[일단은, 멸망할 것이라 여겼던 종족 ‘인류’의 성적이 너무 좋은 게 첫 번 째고. 세계수 연합의 성좌가 소멸해서 녹색의 관리자가 디버깅을 요청한 게 두 번째야. 성좌가 브론즈에서는 잡힐 수가 없는데, 잡혔다 이거지.]

“녹색의 관리자는 자기가 버그투성이 아니었나? 세계수 연합 엘프도 저렇게 리그에 끼워 넣으면서, 저쪽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그거야 뭐. 녹색의 관리자는 배틀넷에서 가장 높으신 분, 관리자잖아. 자기들 버그는 다 안에서 커버 친다고. 그래서 공허 측에서는 이들을 제재할 ‘증거’를 모으고 싶어 하지만, 세계수 쪽이 얼마나 철저한데.]

증거라.

성지한은 예전에 개조된 생명의 씨앗을 배틀넷에 반납했을 때를 떠올렸다.

고엘프가 그거 넘기지 말라면서, 협박을 하고는 결국 이를 넘기자 성지한을 적대시했었지.

그런 게 증거로 모이다 보면, 세계수 엘프 쪽도 제재를 받는 건가.

[하지만 이 두 가지 가지곤 이렇게 어비스가 생기지 않아. 가장 큰 문제는, 네 용의 불길이야.]

“용염이?”

[그래. 용염. 그건 대성좌 ‘드래곤 로드’가 자신의 핏줄에게 나눠 주는 능력이지. 일반 용족은 그 스탯을 지니지도 못해.]

“이게 그 정도라고?”

[어. 거기에…… 용염은, ‘적색의 관리자’가 자신의 탈 것이었던 드래곤 로드에게 내려 준 거란 이야기가 있어. 그만큼, 특출한 능력이지.]

“적색의 관리자?”

성지한은 눈을 번뜩였다.

적색의 관리자.

녹색의 관리자 이후, 새로 듣는 관리자 이름이다.

‘대성좌인 드래곤 로드가 탈 것이었다니…… 이게 관리자의 스케일인가.’

과연 관리자. 배틀넷의 최정점이라 할 만하네.

[그래. 한때 가장 강력한 관리자였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춘 적색의 관리자…… 그 빈자리를 노리고, 대성좌인 드래곤 로드나 태양왕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

“태양왕? 너한테 낙인을 찍었던? 그놈도 대성좌냐?”

[그래. 그 자식도 꽤 잘나가는 놈이지…….]

지이이잉…….

거대한 해골의 이마에 빛이 번쩍이더니 글자가 떠올랐다.

[이것은 태양왕의 물건]

[그분만이 소유할 수 있다]

[탐하는 자, 삼족을 멸하리]

성좌임에도, 태양왕의 노예 낙인이 찍혀 있던 칼레인.

그는 자기가 스스로 이걸 드러냈다가, 다시 없앤 후.

성지한에게 말을 이어 갔다.

[여하튼, 사라진 적색의 관리자와 관련된 건 공허 측에서도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어. 근데 네가 적색의 관리자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용염을 익혔단 말이지…… 이건, 공허 측에서 정밀 감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용염 이거, 어쨌든 드래곤 로드도 있잖아.”

[용족에게 주어진 거랑은 이야기가 다르지. 인류 같은 종족이, 150 스탯으로 그 정도 정밀한 화력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공허 쪽에서는, 네가 ‘적색의 관리자’과 연이 닿아 있는 건 아닌가, 알아보라고 날 파견한 거야.]

“뭐? 내가 적색의 관리자랑?”

무슨 황당한 소린지.

성지한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반문했지만.

[그래서 말인데. 테스트 좀 해도 될까?]

칼레인은 진지한 어조로 성지한에게 물어보았다.

“테스트라니?”

[적색의 관리자의 후계자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게 있어. 이거 테스트해서 후계자 아닌 게 밝혀지면, 나는 바로 물러날 거야.]

“후계자면 어떻게 되냐?”

[그럼 여기에 어비스 200개는 생길걸?]

“테스트 거부하면?”

[그러면 100개 생기겠다. 용의자라고 보고.]

어비스 100개라.

‘아무리 나라도 그걸 처리하긴 힘들겠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 봐. 나야 아닐 거라고 확신하니까.”

[오. 좋아. 협조적이니 다행이야. 그럼…….]

해골이 입을 짝 벌리더니.

[카아아아악! 웩! 켁!]

있는 힘껏 구역질을 하면서, 그 안에서 보랏빛의 불길을 토해 냈다.

그러자 성지한의 눈앞에서, 보라색의 화염구가 뭉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자자. 얼른 이거 만져 봐.]

“……꼭 그런 소리를 내야 하냐? 만지기 싫게.”

[어허. 분신 머리로 이거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힘든데! 원래는 어비스를 오픈해서 우리 언데드 군단 지상으로 올려 보내야 하는데. 그 힘을 모조리 이거 토해 내는 데 썼다고. 우리 머리를 위해서!]

픽. 픽!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지한의 뒤편에 있던 언데드 군단 태반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 보랏빛 파이어 볼 때문에, 힘을 꽤 쓴 건 사실인 것 같았다.

“알겠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화르르륵!

보랏빛의 파이어 볼은 성지한의 몸을 한 번 휘감더니.

스르르륵.

다시 원래의 화염구로 돌아왔다.

“끝난 거냐?”

[어. 다행히 아니네! 맞았으면 불이 계속 남았을 거거든.]

“그래?”

스으윽.

보랏빛 파이어 볼을 다시 입으로 집어삼킨 칼레인은, 눈을 번쩍였다.

[어. 이번에 우리 머리가 적색의 관리자랑 관계가 없다는 게 밝혀져서 다행이야. 공허 측에서 실종된 ‘적색의 관리자’에 대한 노이로제가 심하거든.]

“왜 그렇게 경계하는 건데?”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예전에 크게 충돌했다고 하더라고. 자. 그러니 머리야.]

딱. 딱.

검은 해골은 이빨을 맞부딪치며, 씨익 웃었다.

[이제 슬슬 나랑 합체할까? 나와 함께라면, 너도 대성좌가 될 수 있어.]

“야. 끝났음 가라.”

[그러지 말고. 합체해서 대성좌 되고, 우리도 적색의 관리자 자리에 도전해 보는 게 어때?]

“공허 쪽에서 그렇게 싫어한다며. 허용해 주겠냐?”

[대성좌 되면 관리자 자리에 도전하는 건 합법적이야.]

성좌 – 대성좌 – 관리자.

이런 순서로 가는 건가.

성지한은 칼레인의 말에서 이를 유추하고는, 손을 휙휙 내저었다.

“됐으니까 빨리 어비스 치우고 가라.”

[쳇…… 그래. 인류 종 놀이, 조금 더 하고 있어라. 나중에는 결국 나한테 올 테니까.]

스으으으…….

그 말을 끝으로, 사방에 깔린 죽음의 기운을 다시 재흡수하는 칼레인.

그래도 테스트가 끝나자,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되면, 어비스 문제는 일단락인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다가, 조금 전 첫 어비스에서 보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야. 잠깐. 근데 너, 길가메시 문제는 해결 안 해도 되냐?”

[길가메시? 그게 누군데? 난 네 용염 때문에 파견 의뢰받은 건데. 우리 머리의 세계라서 일찍 찜해 뒀지.]

“조금 전 해결한 어비스에서, 1급 주시 대상 – 길가메시 때문에 하늘의 수소를 파견한다고 했거든.”

[1급 주시 대상? 그 정도면, 꽤 사고 좀 쳤겠는데. 이 세계는 뭐 이렇게 버그급 존재가 많아?]

“1급이 그렇게 문제의 대상이냐?”

[어. 1급 달았으면, 공허의 감시망에 오르게 되거든. 네가 아까 공허의 불길에서 타올랐다면, 너도 자동 1급 주시 대상이 되었겠지.]

“그렇군.”

[길가메시란 존재 때문에 어비스가 생긴 거면, 언제든지 여기에 또 생길 수 있겠네. 어쨌든, 내 어비스는 그 자랑은 연관이 없어. 내 건, 너와 관련된 의뢰였으니까.]

결국 새로 생긴 두 어비스 중, 하나는 길가메시.

하나는 성지한, 자신이 문제였던 건가.

‘하늘의 수소를 남길 걸 그랬나? 하지만, 괜히 그놈이 튀어나왔다간 지구만 재앙이었겠지.’

길가메시야 어딘지도 모를 투성에 있을 텐데.

괜히 어비스를 정착시켜서, 지구의 인류만 고생할 필요야 없지.

성지한이 그렇게 조금 전 일을 떠올리고 있을 때.

칼레인은 물러날 준비를 마쳤다.

[그럼 간다. 머리야. 다음에 보자~]

“그래.”

[아. 그리고 성좌 될 거면 빨리 올라와 버려. 성좌끼리 합치면 금방 대성좌되기 더 쉬워질 테니까~]

성지한이 성좌가 되더라도, 합체 이야기는 계속할 것 같은 검은 해골.

그는 씨익 웃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흠…….”

그렇게 사라진 칼레인을 보고.

성지한은 아까 전부터, 떠올라 있던 시스템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보이드 플레임’을 흡수하시겠습니까?]

조금 전.

공허의 화염구가 성지한을 감쌌을 때부터 떠올랐던 메시지가 계속 남아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와 관련이 있다면, 불길이 계속 남았을 거라 했나.’

이렇게 체내에 남아서 흡수할 거냐고 묻는 건, 어떻게 봐야 하지?

성지한은 자신과 적색의 관리자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전혀 짚이는 점이 없었다.

‘일단은, 이거 흡수하자.’

성지한은 예와 아니오에서 갈등하다가, 예를 눌렀다.

그러자.

[보이드 플레임을 흡수했습니다.]

[용염이 10 오릅니다.]

150을 찍은 이후, 오르지 않던 용염이 10이나 올랐다.

‘많이도 오르네.’

200에 달하는 적뢰와의 격차는 이제 40으로 좁혀진 상황.

이 정도면 남은 스탯 포인트 투자해서 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다.

‘일단은 공허보다, 용염에 투자해서 이거부터 융합시켜야겠군.’

공허의 주목을 받는 용염 능력.

이거 빨리 합체해 버리는 게 낫겠다.

성지한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일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슉!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   *   *

[성지한, 하루 만에 어비스 2곳을 처리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금 드러난 성지한의 존재감.]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승 반전했던 주식 시장, 어비스가 해결되자 일제히 치솟아.]

동시에 두 곳이 생성되며, 인류의 안전을 크게 위협했던 어비스.

하나 그것은 성지한이 진입하자마자, 너무나도 싱겁게 사라져 버렸다.

-성지한이 진짜 다 하네;

-어비스 나오고 세계 배틀넷 협회고 정부고 대책 마련에만 분주했는데…… 역시 그냥 성지한 콜이 해답이었음

-한 곳도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그곳은 아직 입장 불가라며.

-입장만 가능하면 성지한 님이 또 싹 쓸어 주실 듯.

-아 주식 좀만 더 들고 있을걸…… ㅡㅡ 개 후회되네 ㅠㅠ

-ㅉㅉ 성지한을 믿었어야지

나서기만 하면, 인류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 성지한.

그의 존재감은 배틀넷의 본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커져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다른 플레이어들은 근데 도대체 뭐 하냐?

-ㄹㅇ 랭킹 2-100등까지 모여도 성지한 하나보다 무쓸모일 듯

-어비스 진입도 전혀 못 하고 밖에서 어떻게 해 무서워 ㅠㅠ 이러고만 있었잖아.

-이러다가 성지한이 장기 수련 들어가면 어쩌려고…… 인류 다른 플레이어들도 좀 분발해야 하는 거 아님?

-그러니까. 언제까지 버스 탈 생각만 함 ㅡㅡ

다른 플레이어들은 대체 뭐 하고 있냐는 질타의 여론도 형성되고 있었다.

아무리 성지한이 캐리를 해 준다고 해도 그렇지.

전 세계인이 위기에서 한 플레이어가 나오는 것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게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흠…… 할 말이 없군.”

“에이. 아빠. 어쩔 수 없잖아! 아빠도 진입하려고 했는데 안 된 거 아니야.”

“그래도, 세계가 너무 처남에게만 의존하고 있어. 탑 플레이어로서, 이런 상황…… 반성이 되는구나.”

집에 도착한 윤세진은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보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처남인 성지한이 자신을 뛰어넘을 거란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신 정도면, 그의 짐은 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근데 어째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자기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성지한의 짐이었다.

‘이렇게 한 플레이어에게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되는데.’

한때 대한민국의 희망이라 불리며, 전국민의 과도한 기대와 의존을 경험했던 윤세진으로서는.

지금 성지한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걸 경계했다.

어떻게든 자신도 성지한을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조력자는 되어야 하는데.

어째 요즘 돌아가는 상황은, 검왕도 성지한의 등에 눌린 짐덩이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짐이 안 되려면 더 발전해야 하는데. 처남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니 원.”

“그러니까. 뭐 따라잡을 여지를 안 준다니까.”

“그래도 성장을 멈출 순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처남은 쭉쭉 나아가. 우리가 뒤에서 열심히 따라가 볼게.”

그렇게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자신의 방으로 자러 들어온 윤세진은.

[성좌 ‘태초의 왕’이 플레이어 윤세진을 후원하고자 합니다.]

[성좌 태초의 왕은 후원 조건으로, 플레이어 성지한과의 대화를 원합니다.]

[이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태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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