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78화>
‘적뢰와 용염의 융합이라…….’
적뢰 자체가, 애초부터 불의 기운과 뇌전이 섞인 건데.
여기다 용염까지 섞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용뢰라도 되나? 어쨌든 신기하군. 완전히 처음 보는 메시지야…….’
무혼과 공허. 적뢰 등 여러 쟁쟁한 스탯을 얻으면서도.
스탯 융합과 관련된 메시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적뢰와 용염, 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스탯 융합이 뜨는 건가.
‘한번 해 볼까.’
성지한은 곰곰이 메시지창을 바라보다가, 일단은 융합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스탯 ‘용염’의 수치가 적뢰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스탯 융합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정말로 스탯 융합을 시도하시겠습니까?]
그다음에 나오는 메시지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 용염의 수치는 50…… 확실히 적뢰와 격차가 커.’
아무리 용염이 스탯 업화를 흡수했다고 해도.
뇌신에게서 넘겨받은 적뢰에 비하면, 차이가 크긴 컸다.
이대로 융합했다간, 실패할 확률이 크겠지.
‘실패하면 어떤 페널티가 있는지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용염이라는 스탯 자체에 대해서도, 성지한은 경험이 전혀 없었으니.
그는 괜히 무리한 융합 시도를 하기보다는, 일단 이 스탯을 좀 키워 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알트카이젠. 아까 브레스, 또 맞을 수 없나?”
[……뭐? 그걸, 또 맞겠다고…… 최초의 브레스가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냐?]
“데미지가 없진 않았지만, 버틸 만했지.”
태양의 열기를 그대로 응축시켜 쏘아 낸 최초의 브레스.
아르트무가 도망치고, 알트카이젠이 과연 버틸 수 있겠냐고 말할 만큼 브레스의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행성 개척이 끝나고, 더 강해지지 않았다면 꽤 심한 피해를 입었겠지.’
고엘프에게 흡수한 생명의 기운.
그리고 가면이 터지면서 얻어 냈던 공허가 합세하며 성지한은 그 전보다 한 단계 더 강해진 상태였다.
최초의 브레스 안에서도, 쉽게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성지한을 화룡 모드의 알트카이젠은, 입을 쩍 벌린 채 바라보았다.
[로드의 핏줄을 잇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그리 태연하게…… 너. 혹시 드래곤 로드께서 다른 후원을 해 주셨나? 용의 피를 이어받았다든지…….]
“아니. 심장 받고 끝이었는데? 근데 너. 나 타오르길 바라고 최초의 브레스 쏜 거냐?”
[크, 크흠. 날 꺾은 하급 종족이니. 당연히 버틸 줄 알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좀 아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하늘에서 떨어진 불길이, 좀 아픈 정도는 아니긴 했지만.
성지한은 이에 대해선 가볍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그건 됐고. 브레스 한 방 더 가능하냐?”
[아니…… 이것은 원래 나의 자식 될 용에게 주어지는 축복. 천 년에 한 번, 로드께 청할 수 있는 브레스다.]
“천 년에 한 번? 안 되겠네. 그럼.”
[‘드래곤 하트’를 일부 흡수했습니다.]
[용염이 10 오릅니다.]
[‘드래곤 하트’를 일부 흡수했습니다.]
[용염이 10 오릅니다.]
슈우우우…….
성지한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서서히 작아지는 드래곤 하트를 바라보았다.
최초의 브레스를 맞고, 용염이 생긴 이후 본격적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는 드래곤 하트.
주먹만 한 크기의 붉은 보석은, 어느새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로 작아져 있었다.
‘어느덧 100까진 왔군.’
드래곤 하트 하나 제대로 흡수했다고, 100까지 성장한 용염.
성지한은 남은 드래곤 하트 조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룡 모드의 알트카이젠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마지막 조각을.
[……드래곤 하트, 정말 잘 흡수하는군.]
“어. 용염 스탯 많이 올려 줬어.”
[용염……! 그 능력을 인간인 네가 얻었단 말인가. 역시 규격 외의 존재구나. 어쨌든 능력은…… 만족할 정도로 올랐겠지?]
“아니. 아직 목표치에 비해선 한참 부족해. 네 남은 드래곤 하트 흡수하면, 10 정도는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성지한이 그러며 드래곤 하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알트카이젠은 작은 화룡 상태로 황급히 날갯짓을 했다.
[그 눈빛. 어딘가 섬뜩하군…… 우리. 분명히 약속했지? 내가 드래곤 하트 흡수 방법을 알려 주면, 날 풀어 주기로.]
“그랬지. 근데 그냥 남은 것도 먹어 치울까 고민이야. 어차피 나, 하급 종족이라 딱히 약속에 구속력도 없고.”
[그, 그런 게 어디 있나! 아무리 하급 종족이라도. 종의 대표가 자신의 말에 대한 긍지도 없단 말이냐!]
“너도 나 죽을 줄 알고 최초의 브레스 쏜 거잖아.”
[……아니다! 난 당연히 네가 버틸 거라 생각했다!]
“용언으로 맹세코?”
[큭……!]
용언으로 맹세할 수 있냐고 하니까 대답을 못 하는 알트카이젠.
성지한은 그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
“역시 죽을 거라 생각했군그래.”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이제야 솔직해지네.”
[그래서 정말로, 이 남은 조각까지 흡수할 거냐?]
“아니. 사람이 말한 건 지켜야지. 다만. 최초의 브레스에 대해서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으니까, 저번 조건에 더해서 내 질문 몇 개만 답하면 봐주지.”
[질문……! 얼마든지 해라. 가능한 다 대답하겠다.]
죽을 줄 알았던 알트카이젠은 반색했다.
“용염 스탯, 스탯 포인트 투자 외에 다른 방법으로 올릴 방법 있나?”
[다른 방법…… 불의 기운을 흡수해라. 배틀넷 마켓에서 이와 관련된 아이템이나 장비에서 불의 기운을 추출하면 될 것이다. 하나 GP 효율은 좋지 않아서, 스탯 포인트를 투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거다.]
“불과 관련된 것, 모두 다?”
[아이템 등급이 S급 이상은 되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사용처가 없어서 계속 쌓여 있던 GP를 쓸 기회가 생겼네.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너희 용족은 왜 세계수 엘프에게 약한 거지?”
[그건…… 그래. 로드께서 널 후원하시니 이야기해도 괜찮겠지. 드래곤 로드께서 모든 용족에게 내리신 명이다. 세계수 엘프와는, 절대로 싸우지 말고 양보하라고.]
“로드가? 왜?”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드래곤 로드와, 세계수 엘프 측.
둘이서 모종의 거래라도 한 건가.
“그거 외엔 이유가 없고?”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인형 놈들에게 일방적으로 져 주겠느냐.]
“그래.”
[그러면…… 질문은 끝인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풀어 줄 건가?]
“그래야지. 남은 드래곤 하트, 너희 행성에 던져 달라고?”
[그, 그래!]
“근데 거기까지 어떻게 던져 주지?”
[진…… 진짜냐?]
성지한이 막상 풀어 준다고 하니까, 믿지를 못하는 알트카이젠.
“그냥 먹어 줘?”
[아, 아니다! 다 내게 방법이 있다! 용염을…… 여기에 조금 가해 주겠나?]
화르르르!
화룡 모드의 알트카이젠이 타오르더니, 허공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순식간에 그려졌다.
반 정도만 활성화되어, 붉은빛을 띠는 마법진.
“여기에?”
[그래!]
성지한은 그 안에다가, 이번에 얻은 용염을 사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불이 붙는 마법진.
[좋아! 그럼 난 가겠다! 약속은, 꼭 지키도록 하지!]
번쩍!
수십 개의 마법진이 한 갈래로 합쳐지며.
알트카이젠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울려 퍼지더니, 드래곤 하트 조각과 함께 사라졌다.
‘순식간이네.’
성지한의 마음이 혹시나 변할까 두려운지, 기회가 오자마자 얼른 자기 행성으로 간 알트카이젠.
치이이익!
그런 그의 곁으로, 하늘 위에서 아르트무가 내려왔다.
[고객님. 역시 멀쩡하군그래. 근데…… 아까 드래곤은, 결국 풀어 준 건가?]
“어. 거래는 거래니까.”
[그거참 아쉽군…… 좀 더 연구해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아쉬운 듯, 성지한의 텅 빈 손바닥 위를 바라보는 아르트무.
성지한은 그에게 물었다.
“너, 화염 속성과 관련된 S급 이상 아이템 좀 있냐?”
[화염 속성? 쓸 만한 건 다 팔았는데. 왜?]
“스탯 올리는 데 필요해서.”
성지한이 그러며 조금 전 들은 용염 스탯 성장법에 대해 말하자.
아르트무는 아이템 전문가 입장에서 이에 대해 반문했다.
[아이템에서 불의 기운을 추출한다고? 고객님 재산이 상당한 건 나도 알지만, 그런 방식으로 스탯을 올리다가는 파산할 거다.]
“그래?”
[그렇다. 화속성의 S급 아이템이라고 해도, 고위 등급이 매겨지는 데 있어서 화력만 평가 요소가 되는 건 아니지. 같은 S급이라도 아이템이 담고 있는 화력은 천차만별이야.]
“등급에만 맞게 사서 흡수해 봤자, 효율이 떨어질 거란 거군.”
[맞아. 그런 고객님에게 좋은 서비스가 있다.]
“뭔데?”
[우리 대장간 전용, 마켓 서칭 시스템이지.]
지이이잉!
아르트무는 허공에 화면을 띄웠다.
거기에는 성지한이 평소 접근하는 배틀넷 마켓보다.
훨씬 조건이 세분화된, 배틀넷 마켓 창이 떠 있었다.
[배틀넷 마켓에는 아이템 등급만 있을 뿐. 설명이 부족해. 나는 이 마켓 서칭 시스템에, 드워프의 안목을 부여했다. 여기서 화력 좋은 S급 아이템을 위주로 구매하면, 보다 효율적일 거다.]
“호오. 좋군.”
[그래. 거기에, 불의 기운만 흡수할 거면…… 대장간에서 하는 게 어떻겠는가? 아이템에 담긴 화력을 한층 더 강하게 이끌어 내도록 도와주지.]
“좋군. 내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고객님이 흡수하고 남은 아이템…… 내가 처리해도 되겠는가? 어차피 화력을 빼내고 나면, 대부분 금속덩이가 될 터이니.]
“그렇게 하지.”
성지한이 아르트무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좋아. 그럼 다시 돌아가지!]
아르트무는 대장간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자, 잠깐. 얼마나 더 살 건가?]
“아직 한참 남았어.”
번쩍! 번쩍!
드넓은 대장간은 금방, 아이템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 *
[물건에 담긴 불의 기운을 흡수했습니다…….]
[용염이 150에 도달했습니다.]
‘150 찍으니, 이제는 더 이상 흡수가 되질 않는군.’
성지한은 입맛을 다셨다.
S급에서, 나중에는 SS급 아이템까지.
지금껏 모은 GP로 원없이 쇼핑을 해서, 능력치를 150까지 성장시킬 순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이템으로는 무리였다.
‘그간 용염을 다뤄 보니 알겠어. 한 20 차이 정도면, 융합이 성공할 것 같아.’
아르트무의 대장간에서, 불의 기운만 주구장창 흡수했던 성지한.
이제는 용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걸 적뢰와 언제 섞으면 될지, 대강 감이 왔다.
예전처럼 150 차이날 때나.
지금처럼 50 차이날 때, 융합을 하면.
적뢰가 용염을 그대로 집어삼켜 버릴 터.
그럼 유니크 스탯이 2개에서 한 개로 줄어든 채, 그냥 끝났겠지.
하지만 이렇게 용염이 180까지 오른다면.
그대로 흡수, 통합당하지 않은 채, 어느 정도 대등하게 융합이 가능할 것 같았다.
“……고객님. GP, 다 떨어진 건가?”
“GP는 조금 남았는데. 이젠 아이템으론 능력이 안 오를 거 같아서.”
“그렇군…… 그럼 원래 행성으로 가겠나?”
아이템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인 대장간을 둘러보며.
아르트무는 성지한에게 그리 말했다.
“그래. 일단 귀환하지. 포탈 열어 줘.”
“알겠다. 그럼 난 이 금속들 좀…… 정리하고 있지.”
번쩍!
아르트무가 열어 준 포탈을 통해, 다시 펜트하우스로 귀환한 성지한.
‘30. 그냥 추가 스탯 포인트로 올릴까.’
예전에는 남아돌았던 추가 스탯 포인트.
하지만 공허에 포인트가 많이 소모되고 나서부터는, 아껴 써야 할 자원이 되었다.
공허 한계치도 늘어났겠다, 이걸 더 키울지.
아니면 용염을 올려 융합을 시킬지 성지한이 고민하고 있을 때.
덜컥!
성지한의 방문이 열리며.
“삼촌!! 왔어?! 왔구나!”
윤세아가 황급히 들어왔다.
“왜 그래? 갑자기.”
“삼촌…… 큰일이야!”
“무슨 일 생겼어?”
“북한에 있는 어비스! 그게 3개로 늘어났어!”
“어비스가…….”
“응. 엄마가…… 삼촌 대체 뭘 한 거냐고 그러시는데?”
성지한은 두 눈을 깜빡였다.
뭘 하긴.
“불만 집어삼키다 왔는데?”
“……으. 어쨌든, 어비스의 주인이 더 배정되기 전에. 빨리 두 개를 처리해야 한대.”
윤세아는 그러면서, 자신의 성좌인 성지아에게 들었던 말을 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