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77화>
“왔는가!”
아르트무의 대장간.
로봇 상태가 아니라, 드워프 상태의 아르트무는 성지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네. 오늘도 훤칠하군그래!”
“……평소보다 더 반가워하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업돼 있냐?”
“하하! 드워프에게 드래곤 하트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가?”
“몰라.”
성지한이 즉답하자, 아르트무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워프는 고대부터 드래곤의 종노릇을 해 왔지. 모든 드워프가 드래곤 하면, 이부터 갈고 볼 거야.”
“드워프가 드래곤의 종이라니…… 너희는 해당 사항 없는 거 아닌가? 너희 행성은 드워프가, 네가 다 통일했다며.”
“그렇지도 않아. 선조의 기록에 따르면, 원래 우리 행성은 드래곤들이 새로이 터전을 잡기 위해 계획한 곳이었지. 그래서 종노릇하던 선조들을 파견해서 개발을 먼저 하라고 한 건데…… 중간에 일이 틀어졌는지 드래곤이 행성으로 오질 않았다고 하더군.”
아르트무가 속한, 드워프족의 모행성이 원래는 드래곤의 콜로니로 계획된 거였나.
성지한은 이를 듣다가, 그에게 질문했다.
“콜로니라…… 용족도 세계수 엘프처럼 전 우주에 깔렸나? 그쪽도 한둘은 아닌 거 같은데.”
“용족도 숫자가 많기는 하지. 하나 그들이 행성을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기 짝이 없네. 엘프처럼 이곳저곳에 다 나무 심는 종족과 어찌 비교하겠나? 우리 행성도 아마 용족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선택받지 못했을 거야.”
“그렇군.”
“어쨌든, 드래곤 하트의 실물…… 일단 보여 주겠나?”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드래곤 하트를 꺼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적색 보석.
아르트무는 그걸 보자마자, 두 눈을 빛냈다.
“엄청난 불의 마나를 지니고 있군. 이 상태로는 다루기가 힘들겠어.”
“그럼?”
“장비를 장착하겠네.”
철컥! 철컥!
예전의 합체 로봇 형태로 돌아가는 아르트무.
지이이잉……!
대장간 중앙에는, 새하얀 단상이 올라왔다.
[정확한 감정부터 하지.]
드래곤 하트가 단상 위에 자리하자.
치직. 치직……!
여기저기서 기계가 튀어나오며, 드래곤 하트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분석이라기보다는.
캉! 캉!
거의 부수는 것에 가까운 행위여서 성지한은 한마디를 했다.
“아르트무. 감정하는 거 맞냐? 감정이라기보단 파괴하려는 거 같은데.”
[걱정 마라. 드래곤 하트는 겨우 이 정도로 부서지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세를 퍼붓기 시작하는 아르트무.
화르르륵!
드래곤 하트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강렬한 화염을 뿜어냈지만.
[대장간의 화력이 부족했는데 잘됐군!]
아르트무는 드래곤 하트의 반항을 즐기며, 무아지경에 빠졌다.
파지직!
그리고 부서지는 듯하면서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드래곤 하트.
드워프와 드래곤 하트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언제 끝나?’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성지한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일이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고.
‘이거, 수련이라도 하고 와야 하나?’
성지한이 진지하게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음? 자네. 안에 무언가 있네. 꺼내 봐도 되겠는가?]
“해 봐.”
[좋아.]
치이익!
아르트무의 기계가 움직이며, 드래곤 하트에서 무언가를 추출했다.
그러자.
화르르르……!
[호오?]
드래곤 하트의 위에서 거대한 불길이 피어오르며, 곧 화룡의 형상을 이루었다.
[네놈……!]
매섭게 성지한 쪽을 노려보는 화룡.
비록 형태는 작았지만, 성지한은 그가 누군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저번 용족 대표네.’
용족의 대표로 스페이스 리그 경기에, 드래곤 하트에 봉인되었던 알트카이젠.
그가 아르트무의 감정을 통해, 용의 심장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 * *
[하찮은 드워프와 손잡고, 나를 능멸하다니…… 언제까지 치욕을 줄 참이냐?]
“기계 장비하고 있는 드워픈지 대번에 아네?”
[흥! 종놈의 비릿한 악취가 느껴지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형편없는 배열의 마나는 여전하군.]
튀어나오자마자 독설을 내뱉는 알트카이젠.
그는 봉인된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눈으로 성지한과 아르트무를 스윽 둘러보았다.
하지만.
캉!
[어디. 종놈의 망치 맛이 어떠냐?]
[이, 이 자식이……!]
[선조들이 용을 왜 이렇게 싫어했는지 알겠군. 보기만 해도 증오스러워.]
캉! 캉!
아르트무는 망치를 들어 알트카이젠의 전신을 마구 두드렸다.
[큭…… 이렇게 치욕을 줄 바에야, 그냥 빨리 날 죽여라!]
“그냥 죽일 순 없지. 쓰임새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 봐. 아르트무. 너도 너무 사감을 담지는 말고.”
스으윽.
성지한이 냉정히 말하자, 망치를 거두는 아르트무.
[알았다. 내가 종놈 소리를 듣고 흥분했군. 드워프족에 각인된 증오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나 보다. 어쨌든 이놈이 이게 너희 리그의 용족 대표이자, 드래곤 로드의 핏줄을 이은 용이라 이거지?]
“그래. 정작 그를 봉인해서 넘겨준 건, 드래곤 로드였지만 말이야.”
[너한테 드래곤 로드가?]
“그래. 그가 내 후원 성좌다.”
[그런 거물이 널 후원하다니…… 저번에 뇌신도 그렇고. 너 진짜 정체가 뭐냐?]
아르트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툭. 툭.
알트카이젠의 머리를 망치로 가볍게 두드렸다.
조금 전처럼 진심으로 망치질을 하는 게 아니라.
도발의 의미가 담겨 있는 몸짓.
[이 더러운 땅개가…….]
[드래곤 로드가 준 거면. 이놈 아예 펫으로 데리고 다니는 게 어떠냐?]
“펫? 용을 펫으로 쓰자고?”
[그래. 드래곤 로드도 자기 핏줄을 스스로 넘겨준 건데, 네가 어떻게 써먹든 상관하지 않을 것 같다만. 아예 복종을 시켜서, 드래곤 라이더가 되는 거다.]
[이, 이 종놈이 미친 소리를…… 그러느니 당장 자살하고 말지!]
알트카이젠은 아르트무의 말에 극도로 분노하며 사방에 불길을 피어 올렸지만.
[어디서 발악이야?]
치이이익!
사방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자, 화력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드래곤 하트에 갇힌 데다가, 여기는 아르트무의 홈그라운드였으니.
아무리 드래곤이라 한들, 그에게는 반항할 수 없었던 것이다.
‘드래곤 라이더라.’
한편 성지한은 아르트무의 제안을 듣고는, 금방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딱히 펫은 필요 없어. 저놈 타고 다녀 봤자 뭐 내가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가? 아쉽군. 고고한 용이 굴복하여 네 탈 것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나야 드래곤 하트의 힘만 얻으면 된다. 지금도 화력은 흡수하고 있지만, 영 성에 안 차서 말이지.”
거기에 드래곤 로드도, 성지한에게 이야기한 것이 있었다.
-불을 완전히 꺼서 흡수해도 좋고, 아니면 불길을 포함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도 좋겠지. 뭐가 되었든, 드래곤 하트를 네 것으로 만든다면…… 나중에 내가 더 큰 선물을 주도록 하겠다.
드래곤 하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더 큰 대가를 주겠다고 약속한 대성좌.
화룡을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그의 선물을 받는 게 더 낫겠지.
[흠……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그럼, 힘의 흡수가 우선시되는 건가? 새로운 무기를 만들거나, 네 무기를 더욱 강화해 줄 수도 있다.]
“그럼 무기 EX급 가능하냐?”
[EX는…… 글쎄. 장담은 못 하나, 무리일 것 같군.]
“그럼 힘의 흡수를 가장 우선시하지.”
[좋아. 그럼 드래곤 하트를 아예 파편화한 후 특수처리하여, 네가 섭취하기 좋게 변형하겠다.]
주먹만 한 크기의 드래곤 하트.
그걸 더 쪼개서, 아예 먹으라는 건가.
“그럴 거면 내가 직접 부숴도 되긴 하는데.”
[힘으로 그냥 부쉈다가는, 드래곤 하트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할 거다.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지. 거기에 마지막 마무리, ‘특수처리’가 가장 중요해.]
“그래. 그럼 부탁 좀 하지.”
[좋아. 그럼 바로 분해에 착수하겠다.]
드래곤 하트의 흡수를 우선시하기로 결정한 성지한.
아르트무는 그 뜻에 따라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려 했다.
그때.
[……잠깐!]
“왜?”
[나는 어쩔 셈이냐?]
“죽이라며? 그렇게 되겠지 뭐.”
[하트가 분해되면 너도 사라지겠지. 치욕을 당하지 않아서 좋겠구나. 드래곤.]
드래곤 하트 위에 떠올라 있던 화룡 알트카이젠은.
하트가 본격적으로 분해되려고 하자, 아까처럼 뻣뻣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
대신.
[……힘의 흡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헀나? 내가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대신, 심장의 10퍼센트만 남겨서, 날 우리 행성에 풀어 달라.]
성지한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진작 가르쳐 주지. 이제 와서?”
[네가 하트의 힘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내가 외부로 나오지 못한 것뿐이다. 이 혐오스러운 드워프의 공간에 와서 깨어난 거지.]
“흠.”
[고객님. 저놈 풀어 주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거다. 안 그래도 강력한 용족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원수처럼 달려들 텐데. 그냥 이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는 게 낫지 않겠나? 용족은 원한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아르트무는 옆에서 알트카이젠의 말을 듣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아니, 용언으로 맹세하지. 날 풀어 주면, 우리 행성의 용족은, 스페이스 리그에서 너희 인류에게 언제나 양보하겠다. 그래…… 세게수 엘프와 상대할 때처럼.]
“게임에서 인류 만나면 져 준다고?”
[그래. 저번 게임이야 우리가 패배했지만, 다음부터는 인류의 1등. 너만 집중적으로 밴하면 게임의 판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겠지. 그 경기들을 모두 포기하겠다.]
알트카이젠은 인류를 세계수 엘프처럼 대접해 주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용족의 양보라…… 나쁘진 않지.’
사실 용족과의 저번 게임은.
알트카이젠이 오만해서, 2게임을 내리 주는 바람에 쉽게 이겼지.
정상적인 밴과 셀렉트 과정을 통해 경기를 치렀다면, 승패가 어떻게 갈렸을지 몰랐다.
성지한을 제외하고는, 아직 드래곤에 대항하기는 역부족인 인류.
그들이 이후의 게임을 다 양보해 준다면, 꽤 괜찮은 제안이었다.
“흡수 방법부터 일단 알려 줘 봐. 듣고 쓸 만하면 널 살려 주지.”
선불을 요구하는 성지한.
[……그냥 먼저 알려 달라고? 너희는 용언 같은, 구속력 있는 약속의 방식 없나?]
“그런 게 어디 있어 하급 종족이. 믿기 싫음 그냥 쪼개져서 먹히시던가요.”
[하. 이런 종족에게 패배할 줄이야……!]
알트카이젠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그 방법은…….]
결국, 성지한의 요구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 *
거대한 황무지.
[정말 할 건가?]
“해야지.”
[드래곤의 함정일지도 모르는데.]
[함정은 무슨. 난 용언으로 맹세했다!]
“그래. 아니면 바로 이 자리에서 먹음 되지.”
알트카이젠은 드래곤 하트를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태양빛이 내리쬐는, 대지 위에 있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럼 해 봐.”
[……좋다. 그런데, 좀 아프긴 할 거다. 버틸 수 있겠나?]
“내 걱정은 말고.”
[알겠다. 위대한 선조시여. 그대의 피를 이은 후손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카아아아아!
드래곤 하트 위에, 작게 떠올라 있던 화룡이 하늘의 태양을 향해 포효하자.
하늘의 빛이, 일제히 성지한 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쩍!
하늘에서 거대한 불길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음…… 화력이 상당히 강할 것 같군. 난 빠지지. 다 끝나면 다시 오겠다.]
“그래.”
심상치 않은 화력을 느끼고, 빠진 아르트무.
그리고.
화르르르!
하늘에서, 거대한 불길이 성지한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드래곤 로드의 축복…… 최초의 브레스다! 난 분명히 말했다. 버티기는 힘들 거라고!]
불길이 성지한을 직격하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밝아진 알트카이젠의 목소리.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넌 드래곤 하트를 완벽히 흡수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화르르륵!
불길에 잠긴 성지한을 보고, 알트카이젠은 그리 말했지만.
“할 만한데?”
[……뭐?]
“오. 얻었다.”
성지한은 태연한 얼굴로 불길을 받은 채.
떠오르는 메시지 창을 바라보았다.
[유니크 스탯, 용염龍炎을 획득했습니다.]
[스탯 ‘업화’가 ‘용염’에 흡수됩니다.]
용염이라.
지옥불보다 이게 더 센 건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유니크 스탯, 적뢰와 융합을 시도하시겠습니까?]
그의 눈을 번쩍 뜨게 할,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