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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76화 (27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76화>

“……그건 주인께 반역 아닌가?”

가만히 길가메시의 말을 듣고 있던 동방삭이 그리 반문했다.

무신이 롱기누스에게 성지한을 처리하라는 명령.

이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롱기누스 혼자 나서라는 것이었지만.

사실 무신이 명한 이상, 성지한의 처리는 롱기누스뿐만이 아니라 무신의 종 모두가 나서서 대처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그럼, 성좌급의 플레이어들이 성지한 하나를 잡기 위해, 달려들겠다는 건가?”

“그건…….”

“롱기누스도 그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길가메시는 갈등하는 동방삭에게,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롱기누스가 원하지 않는다니. 그건…….”

“그의 말이 맞다. 나는 그대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아. 성지한은 내가 홀로 죽이겠다.”

동방삭의 반문에, 길가메시의 등 뒤에서 롱기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롱기누스. 자네는…… 정말 그러고 싶은가?”

“당연하지. 설마 나를 도와줄 생각이었는가? 그깟, 인간 하나 제압하는 데 있어서?”

“‘성지한’은 그깟 인간이 아닐 텐데.”

“그가 만약 그깟 인간이 아니라면, 더욱 기쁠 것이다.”

롱기누스는 길가메시의 뒤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나를 끝내줄 테니까.”

“……롱기누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가?”

“죽음에 대한 미련 말인가? 당연하지. 나는…… 언제나 죽고 싶다.”

롱기누스의 대답에, 동방삭은 입을 다물었다.

영생을 살려고 무신의 종자가 된 동방삭.

하나 롱기누스는, 언제나 영생을 포기하고 싶어 했으니.

생의 방향은 그와 완전히 반대였다.

“롱기누스가 죽고 싶어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비효율적이야. 우리 중 하나가 이 일에 개입해서 돕는다면 성지한은 바로 죽는다.”

성지한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하나하나가 성좌급인 무신의 종이 둘 나선다면, 이를 이겨 내기란 힘들었다.

힘도 다 회복하지 않은 롱기누스를 혼자 보내느니, 이렇게 대처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 텐데.

“그러겠지. 하지만, 절대 개입하지 마라.”

“……대체 왜?”

길가메시는 피곤한 안색으로 웃음 지었다.

“간단하다. 그가 나를 깨워서이다.”

“뭐?”

“날 깨운 그라면, 어쩌면…… 세 번째 종까지 깨울 가능성이 있거든.”

“……지금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세 번째를 말하는 건가?”

“그래. 그러니 그에게도 기회를 줘야지.”

길가메시는 뒤편을 바라보았다.

뇌신의 신왕좌가 놓인, 투성의 중심.

그곳에는, 언제나 앉아 있던 무신의 모습이 사라진 상태였다.

“주인께서 부재할 때는, 최우선으로 나의 말을 따른다는 종의 규칙…… 기억하고 있겠지?”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일은 롱기누스에게만 맡겨라.”

동방삭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길가메시는 피티아를 바라보았다.

“너는?”

“난 애초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는걸~ 나중에 구경이나 해야지.”

“그래.”

“그럼, 말 나온 김에 지금 당장 처리하러 가지.”

롱기누스가 그리 말하자.

길가메시는 손을 들어 올려 그 행동을 제지했다.

“아니. 너도 제대로 회복하고 가라. 신살의 창을 운용할 정도는 되어야지.”

“지금도, 사용은 할 수 있다.”

“그 몸 상태로? 흉내 내는 것이 고작이겠지. 주인께서 내린 명령에, 기한은 없지 않나. 준비가 다 되었을 때 가라.”

“……알겠다. 회복하고 가지.”

무신의 다섯 종 중, 길가메시의 말에 우선권이 있었기에.

롱기누스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사라졌다.

‘길가메시…… 성지한을 도와주는 거 같긴 한데. 롱기누스한테 이야기한 걸 보면 또 완전히 호의적인 건 아닌 거 같네…….’

무신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동방삭이었지만.

영생을 매개로, 그에게 묶여 있는 지금.

그는 주인의 명을 거역하지 않고 충실하게 이행하려 했다.

동방삭이 만약 롱기누스와 합류했다면.

이미 성지한은 죽은 목숨이었겠지.

하나, 길가메시는 동방삭의 개입은 막으면서도.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롱기누스는 또 회복하고 가라고 지시했다.

‘현 상태의 롱기누스는 성지한과 전력이 비슷해. 성지한을 도와주려고 마음먹었다면 바로 파견을 시켰을 텐데…… 대체 그의 의도가 대체 뭐지?’

피티아는 의구심을 품은 채, 길가메시를 지켜보았다.

*   *   *

‘특별 코드 입력이라.’

무혼이 업그레이드 된 이후, 새로 생겨난 기능.

성지한은 수련실에 틀어박힌 채,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코드.

성지한도 이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롱기누스가 사용했던 소멸 코드나, 동방삭이 사용했던 봉인 코드처럼.

특수한 문자가 무공에 덧붙여졌을 때 증폭되는 효과를, 지금껏 몇 번이고 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코드 입력 자체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기능은 개방됐지만, 정작 코드 입력 방법을 안 가르쳐 준 시스템창.

“코드 발현.”

성지한은 말로 내뱉어도 보고.

지이이익……!

검에다 손가락으로 저번에 보았던 소멸 코드를 써 보기도 했지만.

[……뭐하나?]

“실패군.”

영 가시적인 효과가 없었다.

‘예전에 저장된 리플레이를 봐도 쓰는 법은 안 나와 있고…….’

롱기누스나, 동방삭이나.

자신의 권능을 사용할 때, 글자가 스스로 떠올랐지.

뭔가 끄적인 건 없었다.

성지한은 두 사람의 멸신결을 사용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다가.

‘당장은 답이 안 나오는군.’

일단은 수련실 밖으로 나섰다.

“삼촌, 수련하고 왔어? 빨리 나왔네.”

이제는 성지한이 사라졌다가 휙 등장하는 거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는 윤세아.

“며칠 지났어?”

“5일.”

“그럼 안에선 100일 지났군.”

“100일? 수련실, 예전보다 효과 좋아진 거 같다?”

“업그레이드 좀 했거든.”

“아하…….”

윤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지한에게 물어보았다.

“삼촌 근데 레벨 300 됐어? 일반 게임 안 돌리네. 시청자들이 삼촌 뭐하냐고 또 질문하더라.”

“어. 리그 경쟁전에서 이미 달성했지.”

“역시…… 사람들에겐 그렇게 대답해 줘야겠다. 그럼 이번 달은 승급전 날까지 게임 안 하겠네?”

“아마도?”

5월.

이달은 일정이 널널해서, 마지막 주에만 스페이스 리그 경기와 승급전 일정이 잡혀 있었다.

성지한에게는, 수련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셈.

“지구는 별일 없었고?”

“응. 완전 평화 그 자체야. 우리, 아직도 1등이잖아. 던전 포탈이 아예 안 생기고 있더라.”

리그 경쟁전에서 대량 득점한 덕에, 아직도 스페이스 리그 1등을 지키고 있는 인류.

물론 아래 종족들에 비하면, 일일 포인트 획득량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행성 개척에서 얻은 게 많아서 1등을 꽤 오랫동안 사수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요즘은 사람들이 오히려 튜토리얼 때보다 상황이 낫다고 하더라. 하위 10% 국가에게도 던전이 안 생기고. 간혹 생기는 던전도 토벌법을 발견해서, 배틀넷 연맹에서 토벌해 주고.”

“다 내 덕이지.”

“어. 이러다 삼촌 동상 세울 기세야. 어디는 이미 생겼을지도……?”

“그건 좀 싫은데.”

“삼촌을 신으로 믿는 사이비 종교도 엄청 생겼어. 가장 잘 나가는 건 무신교야.”

“무신?”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왜 하필 이름을 붙여도 무신이야.

“삼촌이 만약 성좌되면…… 진짜 대세 종교 될 듯?”

“그 전에 때려잡아야겠군.”

“에이 그래도 삼촌 좋다고 모인 사람들인데…… 나중에 방송하면 나 신 아니라고 한마디 해 줘. 세력이 점점 커지긴 했거든.”

“그래.”

성지한 관련 사이비 종교가 창궐한 거 빼고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지구 상황.

‘별일 없으니, 수련 쭉 하다 나와도 되겠네.’

성지한은 5월의 일정을 확인하고는, 수련실에서 300일간 머물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든 5월 안에는, 코드 발현에 대해 알아내야지.

그렇게 결심한 그가 다시 수련실로 가려 할 때.

-길가메시가 일어났어요.

피티아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가 벌써? 천수강신, 아직도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는데.

-길가메시의 권능으로 신을 사슬로 만들었잖아요? 그 정도면 일어날 정도는 되나 봐요.

뇌신.

사슬의 재료로, 고엘프를 제거하더니 길가메시까지 깨워 주었군.

아낌없이 주다가 죽은 그를 잠시 떠올린 성지한은, 이어지는 피티아의 메시지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주인이 당신을 죽이려고 해요. 롱기누스가 파견될 거예요.

-그가?

-네. 아마 당신이 신과 성좌를 동귀어진시킨 모습을 본 후, 경계심이 발동했나 봐요.

-무신급 되는 존재가, 겁이 많군.

-그러니까요. 뭐 그렇게 경계를 하는지. 무신이 쪼잔하게 말이에요.

무신의 종임에도 주인 뒷담화를 하는 피티아.

성지한은 그녀에게 반문했다.

-근데 나 죽이려면, 무신이 직접 죽이지 왜 롱기누스를 시키지?

-길가메시가 깨어나자, 주인이 사라졌거든요. 사라지기 전에 명령을 내린 거 같아요. 저나 동방삭이 아니라, 롱기누스에게 명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살의 창으로 꼭 당신을 죽이라고 했다네요.

-그럼 네 추측대로, 길가메시와 무신이 동일인물인 건가?

-글쎄요……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길가메시가 당신을 도와줬으니까요.

피티아는 그러며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길가메시가 세 번째를 깨우기 위해, 날 지키려 한다고?

-네.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던 그를 깨우겠다구요.

-세 번째 종…… 그는 누구지?

-그는……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해서 실제로 보진 못하고, 이름만 들었어요. 아소카.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대왕이죠.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아소카를 검색했다.

인도에서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는, 아소카 대왕.

그는 불교를 중흥시킨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의 권능은 지금껏 물 계열인 줄 알았는데. 제가 수속성이니 그가 불이겠네요. 당신, 그의 권능 이름도 아시나요.

‘당연히 알지…….’

저번 생에서 스킬창을 통해 두 번째 멸신결, 만귀봉신까지 써먹었던 성지한.

세 번째는 터득하려고 했지만, 이를 써먹기도 전에 인류가 멸망해 버렸다.

그래서 세 번째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못 써먹어서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성지한은 두 눈을 깜빡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하게 인지했는데.

천수강신도 이제 궤도에 올랐겠다.

세 번째 멸신결에 도전해 볼까?

이렇게 결심도 했었다.

그런데 하필, 피티아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세 번째 멸신결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았다.

-……모른다.

-그런가요? 한 번도 안 깨서 그런가. 아쉽네요.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억이 났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그 기억만 지워진 것 같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게 말이 돼요?

-그래서 나도 황당해.

-흠…… 저도 나름대로 알아볼게요. 세 번째 종. 길가메시가 굳이 깨우려는 이유가 궁금하니까.

-그래.

-당신도 롱기누스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으세요. 그는, 강하답니다. 나중에 그가 출동하면 또 알려 줄게요.

이젠 거의 투성 내부의 첩자가 된 피티아.

그녀는 그렇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는, 메시지 전송을 멈췄다.

‘롱기누스도 성좌급.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이기기 힘들다.’

비록 성좌급인 고엘프를 제압헀던 성지한이었지만.

그는 그게 자신의 실력으로 이긴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뇌신이 사슬이 된 게 컸지.

한데 롱기누스와의 전투는, 그런 소재도 없을 테니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신살의 창까지 운용하면, 더 격차는 벌어지겠지.

‘일단 강해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겠군.’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에 생각이 미쳐 아르트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르트무. 드래곤 하트, 지금 가져가도 되나?

-오. 드래곤 하트? 물론이지. 대장간으로 오게! 포탈 열어 주지!

드래곤 로드에게서 받은, 드래곤 하트.

이종무해로 클래스가 바뀐 후, 여기서 불의 마나를 더 원활히 얻어가긴 했지만.

이렇게 마나 흡수에만 쓰기엔 아까운 물건이었다.

‘바로 써먹어야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아르트무가 열어 준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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