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75화 (27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75화>

우주의 한편.

지지지직…….

[빠, 빨리도 따라왔구나.]

푸른 전류의 사자는, 추격자들을 보며 몸을 움츠렸다.

우주에서 악명이 자자한 무신의 종.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우주천마 동방삭이 수염을 쓰다듬은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뇌신. 힘이 형편없이 축소되었군. 적뢰는 어디있지?”

[……내가 말할 것 같으냐?]

푸른 사자는 동방삭의 추궁에 짐짓 으르렁거렸지만.

“동방삭, 그냥 죽여. 저거 분신이야.”

“그래?”

[자, 잠깐…….]

촤아아악!

동방삭의 검이 번쩍이자, 수십 갈래로 쪼개졌다.

[이 무슨…… 힘……!]

“분신치고는 꽤 잘 버티는데. 정말 분신 맞나?”

“맞아. 지금…… 성지한이 적뢰의 뇌신을 꺼내 들어서 고엘프랑 같이 폭사시켰거든.”

“임무는 안 하고, 그 녀석을 보고 있었나.”

“무슨 소리. 임무 중에 그도 탐색 범위에 걸려든 거야. 적뢰를 지닌 뇌신은 그에게 갔나 봐.”

[뭣? 지금 무슨 소리를…….]

몸이 찢어지는 와중에도, 동방삭과 피티아의 대화를 들은 뇌신이 반문했지만.

“뇌신. 그냥 모르고 죽는 게 낫지 않겠어? 소멸해.”

[아니. 잠깐……!]

“끈질기군.”

번쩍!

동방삭의 검이 움직이자.

뇌신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허공에서 전류를 방출하다 사라졌다.

“흠. 임무 실패인가.”

“어쩔 수 없지. 적뢰의 뇌신이 스스로 성지한 몸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그를 감지할 수 없었어.”

“한데 그쪽은 어떻게 되었지?”

“성지한? 길가메시의 권능을 사용해서, 뇌신과 고엘프. 둘 다 없애 버렸는데?”

“허. 신기하군. 어떻게 그놈은 우리의 권능을 다 알고 있는 건지…….”

“그러니까. 무혼에 정보가 있나?”

5번째 종, 길가메시의 권능마저 원활하게 다루는 성지한을 보며 둘이 신기해하고 있을 때.

[뇌신은 소멸했다. 그러니 돌아오너라.]

낮게 깔린 남성의 목소리가 둘에게 울려 퍼지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 목소리는…….

“……길가메시?”

“설마, 저 권능으로 깨어난 건가?”

[그래.]

“주인은?”

[사라졌다.]

피티아는 길가메시의 대답에 두 눈을 빛냈다.

저번이랑 똑같다.

길가메시가 깨어나자, 사라진 무신.

둘은 투성에서 동시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길가메시와 무신…… 정말 동일인인가. 아니면…….’

피티아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날 깨운 존재. 성지한인가? 그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그러니 일단 돌아오라.]

길가메시는 둘의 귀환을 재촉했다.

“알겠어.”

“바로 가지.”

번쩍!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파지지직…….

뇌신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전류가 잠깐 번뜩하더니.

곧, 완전히 빛이 멎었다.

*   *   *

[빛이 사라진 행성 개척 맵. 하지만 생존자는 존재했다.]

[리그 경쟁전 1위, ‘인류’.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명예의 전당 47위. 위아래로는 세계수 엘프가 가득해.]

고엘프가 소멸할 때, 가면에서 막대한 공허가 방출되며 모든 게 쓸려 나갔던 행성 개척 맵.

하지만 성지한은 그 공허 속에서도 홀로 생존하며,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명예의 전당. 이런 것도 있었네.

-47위라니 아쉬운데?

-엘프가 가면 터뜨리지 않았으면 더 올라갔을 듯 ㅋㅋㅋㅋ

-근데 성지한이 성좌를 어떻게 이긴 거임?

-봐도 모르겠어. 휙휙 지나가서 ㅋㅋㅋ

-어쨌든 덕분에 브론즈 리그에서도 1위 달성했네, 캬.

리그 경쟁전에서 성공적으로 1등을 하게 된 인류.

이번 게임에서의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인지, 순위도 상승해서.

인류는 브론즈 리그에서도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명예의 전당까지 들었으니까, 달성한 결과는 최상이었지만.

-근데 세계수 엘프 명예의 전당에 뭐 이리 많음? ㅡㅡ

-그러니까. 우리 리그에도 백 프로 더 있을 듯…….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 아니 브론즈 급이 아니더만 엘프 놈들. 왜 하위 리그로 와서 학살극을 벌이는 거야.

-배틀넷은 제재 안 하나 이런 거?

명예의 전당 위아래로, 세계수 엘프들이 진을 치고 있자 그들에 대한 불안감도 올라온 상태였다.

인류가 달성한 47위의 위아래 10위까지 보이는 명예의 전당 순위.

거기에는 대부분 세계수 엘프들이 숫자만 바뀐 채, 순위권에 들어 있었으니까.

한편.

성지한은 쏟아지는 보상 메시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떴던 것은, 공허 집행자 칭호.

[공허 집행자]

-공허의 힘이 종의 한계까지 증폭됩니다.

-‘순리’를 따르지 않는 존재에게 능력치 이상의 공허 능력이 활성됩니다.

-공허의 존재에게 ‘동료’ 혹은 ‘경쟁자’로 인식됩니다.

-공허 수용 한도가 감소하지 않습니다.

공허의 대행자에 비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공허 집행자.

‘나머지 항목은 그렇다 쳐도. 공허의 존재에게 동료 혹은 경쟁자로 인식된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

공허의 존재가 누굴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지한은 저 단어를 보자마자, 북한 땅에 있는 어비스의 주인이 떠올랐다.

이 칭호를 장착하면, 그에게 인식되는 건가.

‘그럼 장착해 봐야겠군.’

성지한은 공허 집행자 칭호를 장착한 후, 다른 보상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레벨이 10 오릅니다.]

[300레벨로, 다이아 리그 한계치입니다.]

[마스터 리그로 승급할 시, 레벨이 추가로 오릅니다.]

행성 개척 맵에서 엘프들과 고엘프. 뇌신까지 소멸시키며 300레벨까지 쭉쭉 올랐던 레벨.

게임이 끝나고 추가적으로 주어진 10 레벨 업 보상은, 리그 한계에 도달해서, 적용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특수 업적, ‘신을 죽인 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000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성좌를 떨어뜨리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000 획득합니다.]

‘한 번에 천만이 최대치인가?’

뇌신과 고엘프를 천수강신으로 동귀어진시키면서 주어진 업적 보상.

진작에 업적 상점의 모든 항목을 MAX치로 업그레이드했던 성지한은.

‘비밀 상점을 업그레이드해야겠군.’

이번에 벌어들인 포인트로, 비밀 상점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500만을 지불하고 비밀 상점을 업그레이드하자, 새로운 항목이 떠올랐다.

[비밀 상점 - 공허 LV.2]

비밀 상점 업그레이드 – 100,000,000P

상태창 강화 LV.2 – 5,000,000P

클래스 강화 LV.2 – 5,000,000P

칭호 융합 – 1,000,000P

이면세계의 공간 업그레이드 – 10,000,000P로 강화, 활성화 시 1일에 20,000P씩 소모

공허 수용 한계치 증가 LV.1 – 10만 당 1포인트 증가. 200까지 가능합니다.

‘버는 것 이상으로, 업적 포인트 소모량이 대폭 늘었네.’

비밀 상점.

기존의 업적 상점보다 항목이 좋은 만큼, 업적 포인트 소모량도 상당했다.

이번에 뇌신과 고엘프를 잡지 않았다면, 살 엄두도 나지 않았겠지.

‘그래도 이번에 번 게 많으니 빨리 업그레이드해야지. 특히 맨 마지막 항목은 필수다.’

고엘프가 터지면서, 공허에 잠긴 개척 행성에서 이를 흡수했던 성지한.

그의 공허 스탯은 어느덧 100까지 올라와 있었다.

공허 한계치와 거의 근접해 버린 능력치.

이렇게 되면 공허의 의지에 귀속될 확률이 높았다.

성지한은 일단 공허 한계치부터 늘리고.

[공허 한계치가 200으로 늘어납니다.]

상태창과 클래스 강화까지 진행했다.

[상태창이 강화됩니다.]

[상태창 내의 모든 능력치가 40퍼센트 강화되며, 경험치 증가량과 능력치 성장률이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강화 효과는 100주 동안 유지됩니다.]

[스탯 ‘무혼’과 ‘공허’는 강화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클래스가 강화됩니다.]

[클래스 특성이 강화되며, 올 포 원의 효과가 200퍼센트 증폭됩니다.]

[클래스 진화가 가능합니다. ‘사류무사’에서 ‘퍼스트 맨’, ‘이종무해異種武解’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 진화?’

상태창 강화야 기존의 강화 효과가 두 배로 뛰어오른 것에 불과했지만.

클래스 강화에서는 새로운 항목이 튀어나왔다.

[퍼스트 맨]

-종족 ‘인류’의 선구자가 됩니다.

-업적 포인트를 지불하여, 인류의 플레이어가 얻는 모든 능력을 획득할 수 있으며.

-성장에 있어 모든 인류를 우선시하는 보정을 받습니다.

퍼스트 맨.

이 클래스의 특성은 철저히 인류 플레이어들과 관련이 있었다.

맨 앞에 서는 자답게, 인류 중에서는 절대 뒤처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클래스.

‘이건 뭐…… 무혼도 비슷하지.’

하나 이미 무혼을 지니고 있었던 성지한은 퍼스트 맨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애초에 인류보다 지금 훨씬 앞서 있는 마당에.

다른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얻어 봤자 뭣 하겠는가.

그는 그다음 클래스를 지켜보았다.

[이종무해異種武解]

-이종족의 무예와 권능을 자신의 종에 맞게 연구하고, 흡수합니다.

-공허 능력 수치에 따라, 클래스 보정 효과가 커지며, 이면세계의 공간에서 수련할 시 효율이 더욱 증가합니다.

퍼스트 맨과는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이종무해.

‘이게 낫네.’

성지한은 큰 고민 없이, 이 클래스를 골랐다.

‘드래곤 하트 분석도 막혔는데. 이런 게 있으면 도움이 되겠어.’

애초에 퍼스트 맨의 효과야 무혼으로 대체하면 되니까.

이종무해를 활용해 봐야지.

[클래스가 ‘사류무사’에서 ‘이종무해異種武解’로 진화했습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클래스를 진화하고.

‘이면세계까지 업그레이드하자.’

수련공간으로 쏠쏠히 써먹고 있던 이면세계까지 업그레이드했다.

[이면세계의 공간이 업그레이드됩니다.]

[수련장 내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조절 한도가 공허 능력치의 20퍼센트까지로 상향됩니다.]

‘이러면 기존의 두 배군.’

지금까지는 공허 능력치의 10퍼센트와 비례해서, 수련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성지한.

하나 이제는 20퍼센트로 바뀌었으니.

수련실에서 20일을 지내면, 현실에서 하루가 지난 것과 똑같게 변했다.

‘두 녀석 덕에, 쏠쏠하게 업그레이드했네.’

고엘프와 뇌신.

둘이 동귀어진해 주는 바람에, 성지한은 비밀 상점을 한 번에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은 업적 포인트는 일단 남겨 두기로 결정한 성지한은.

[‘행성 개척’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종족 ‘인류’의 순위는 47위입니다.]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개척 행성의 힘을 흡수하여, 별의 능력 ‘무혼’이 강화됩니다…….]

‘아직도 안 끝났군.’

행성 개척을 클리어한 이후, 계속 ……만 뜨는 메시지창을 다시 한번 지켜보았다.

무혼을 강화하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무한 로딩이라도 걸린 듯이, ……만 나오는 메시지창.

‘업그레이드된 수련실이나 구경 갈까.’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떼었을 때.

[무혼이 강화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무혼을 통해, 일부 권능에 특별 코드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 주의 – 코드를 잘못 사용할 경우, 무혼 능력이 영구적으로 소모됩니다.]

‘코드?’

때마침, 업그레이드가 끝났다.

*   *   *

무신의 별 투성.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길가메시…… 정말 일어났군.”

“그래. 예상보다 이르게 깼구나.”

갈색 곱슬머리에, 긴 수염을 지닌 그을린 피부의 사내.

그의 안색은 심히 피곤해 보였지만, 금빛의 눈은 강렬히 빛나며 한 화면을 쭉 주시했다.

“저건…… 성지한?”

길가메시가 보고 있는 건, 리그 경쟁전의 리플레이 화면.

거기서 성지한은 적뢰의 뇌신을 사슬로 만들어, 고엘프를 묶고 있었다.

“당신 권능을, 저렇게 사용했구나.”

“그래. 아직은 부족하지만. 괜찮은 활용법이었다.”

자신의 권능을 사용할 때,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끼던 다른 무신의 종과는 달리.

길가메시는 천수강신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었다.

‘왜 좋아하지?’

성지한에게 우호적인 피티아도, 그가 빙천검우를 사용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꼈는데.

그녀는 길가메시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끼다, 질문했다.

“그래서. 성지한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게 뭔데?”

“무신…… 주인은 롱기누스에게 성지한을 제거하라고 명했다.”

“……왜?”

“그를 경계하는 거겠지. 주인은, 사소한 변수도 용납하지 못하니까.”

길가메시는 그리 말하며. 피식 비웃음을 머금었다.

무신의 종이라고 하기에는, 불순한 표정.

‘무신과 동일인물은…… 아닌가.’

피티아가 그 표정을 보며, 길가메시와 무신이 다른가 생각하고 있을 때.

“하나 주인의 명은 롱기누스에게만 내려진 것…… 너희는, 이 일에 개입하지 마라.”

“……개입하지 말라고?”

“그래. 롱기누스 혼자만 나서란 이야기다.”

이어진 길가메시의 말은, 그녀의 생각에 쐐기를 박았다.

이는 무신의 명을 반쯤은 거역하는, 명백히 성지한에게 유리한 결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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