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66화>
세계수 엘프.
인류는 스페이스 리그에서, 이 종족을 조우한 건 벌써 세 번째였다.
이번의 세계수 엘프 넘버는 99.
-이번엔 세계수 엘프 - 99냐?
-71, 200, 99. 아주 숫자도 다양하네 ㅋㅋㅋㅋ
-와 근데 우리 위에 2팀이 다 세계수 엘프임 ㄷㄷ 우리한테 진 71도 7위로 상위권이네.
세계수 엘프 200은 1위, 이번에 새로 등장한 세계수 엘프 - 99는 2위를 차지한 채.
최상위권 가운데서도 천상계에 있었다.
-1등이랑 2등, 포인트 번 것도 비슷하네. 언제 순위가 바뀌어도 안 이상할 듯.
-으, 근데 3등 ??도 점수가 엇비슷한데? 쟤들도 설마 세계수 엘프인가?
-아 오반데 그럼 진짜 ㅡㅡ 엘프 놈들 졸라 세잖어…….
비록 인류가 첫 경기에서 만난 세계수 엘프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게 인류가 잘해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엘프가 플레이어들을 처형시키기 위해, 일부러 카드를 안 쓰고 수작질을 한 거지.
정식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면, 인류는 무조건 패배했겠지.
‘세계수 엘프는 총 5팀…… 인류가 그럼에도 4위인 건, 자기들끼리 한 경기가 매칭돼서 그런 거 같군.’
성지한은 ??가 사라지면서 개방된 순위표를 보면서, 옛적 인류가 멸망하기 전의 순위를 떠올렸다.
인류가 최하위권을 우르크와 함께 다지고 있을 동안.
세계수 엘프들은,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4패를 기록했다.
자기들끼리 경기가 매칭되었을 때, 각자 1승 1패를 나눠 가진 것이다.
6위를 기록한 용족은, 엘프에게만 져서 10패였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순위는 기적 같군.’
압도적 상위권이던 엘프와 용족.
두 종족에게 모두 승리를 따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성적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 계속 순항해서, 브론즈 리그에서 승급하고 배틀넷에서 해방되어야지.’
그러려면, 정식 리그전뿐만 아니라.
이렇게 치러지는 리그 경쟁전이나, 평소 배틀넷 게임에서도 종족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했다.
리그가 끝으로 갈수록.
정식 리그전에서 승-패가 밀려도, 평소 벌어 놓았던 포인트가 많아 랭킹이 더 위에 있는 경우도 적잖았으니까.
‘행성 개척…… 이 게임은 초반에 잘 나가다 매번 엘프에게 쓸리는 패턴이었지.’
저번 생에 치렀던 리그 경쟁전은, 대부분 인류가 하위권에 위치한 채 빌빌대다가.
엘프나 용족이 아래 종족을 싹 학살하면서 끝이 났다.
하나 이번에 열리는 행성 개척은, 나름 타 종족에게도 밀리지 않고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순식간에 엘프의 습격을 받아 패배했지.
‘길드 간에 합의가 잘 돼야 하는데, 3일간 가능할지 모르겠군.’
저번 생에선, 이 시기에 인류가 3연패를 하며 최하위였기에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각 나라의 길드는 리그 경쟁전에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서로 라인업을 가지고 치열하게 다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에 비하면 훨씬 상황이 좋게 풀렸으니, 예전보다는 낫겠지.
“삼촌. 하연 언니가 길드로 와 달라고 하는데?”
“하연 씨가? 이번 리그 경쟁전 때문에?”
“응. 라인업 문제가 있다나?”
이번 리그 경쟁전에서, 25명을 출전시킬 수 있는 대기 길드.
하나 대기 길드의 구성원 중 대다수는 임대 온 사람들이었기에.
누굴 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선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알았어. 갈게.”
* * *
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실.
“오너님.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이하연은 반가운 얼굴로 성지한에게 인사했다.
“오너님 만나 뵈면 꼭 감사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워낙 바쁘셔서 얼굴 뵙기 힘들었지만 말이죠.”
“감사 인사라니. 제가 뭐 했습니까?”
“오너님이 종족 랭킹 1위 되셨잖아요!”
그게 왜?
성지한이 의아한 눈으로 이하연을 쳐다보자, 그녀가 씨익 웃었다.
“제 기프트 ‘육성’ 성장 조건이 그거였거든요. 소속 길드원 중 한 명이 종족 내 랭킹 1위 하는 거요.”
“아…… 그랬죠.”
“후후. 성능 체감 안 되셨나요? 경험치 버프 초강화해서 넣어드렸는데.”
“어쩐지 좀 잘 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지한은 요 며칠간 진행했던 일반 게임을 떠올렸다.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레벨이 2~3씩 올라서, 스페이스 4 소속이라 이렇게 많이 주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험치 버프도 포함된 거였군.’
어쩐지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했다.
현재 4월 중순에 레벨은 291.
이 속도라면, 월말에 열리는 승급전 시기에 300레벨을 달성하여.
인류 최초로 마스터 리그 승급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SSS급 육성,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일단, 한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육성 버프 ‘초강화’가 가능하구요. 그 외에도, 기프트 등급 성장 확률을 증가시켜 줘요.”
“호오. 기프트도 말입니까?”
“네. 기존의 버프 효과도 증대되는 건 물론이구요.”
그러면서 이하연은 눈을 반짝였다.
“‘별의 주인’을 기르면, 육성 효과가 더욱 강화된다는데…… 이거 성좌 이야기하는 거겠죠?”
“별의 주인이라면, 그럴 거 같군요.”
“역시…… 오너님. 제 버프, 계속 받아 주실 거죠? 저희, 끝까지 윈윈해야죠!”
“당연하죠. 이런 버프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SSS급에 오르고도, 더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육성 버프.
성지한은 이하연을 길드 마스터로 임명한 게,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회의는, 훈훈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일단, 오너님. 그간 길드 운용 보고서입니다.”
시작 전, 이하연은 성지한에게 두툼한 서류를 내밀었지만.
“하연 씨가 어련히 잘 하셨겠죠.”
그는 그 서류를 그대로 이하연에게 돌려주었다.
“……정말 길드 운영에 관심이 없으시네요. 그래도 좀 둘러보기라도 하시지. 제가 횡령하면 어쩌시려고요?”
“횡령? 다 가져가도 됩니다. 길드 마스터로 있기만 하면 되니깐.”
서큐버스 퀸에게 받은 환락의 궁전 초대권을 판 이후, GP에 구애받지 않게 된 성지한.
그로서는 대기 길드에서 발생한 소득보다, 이하연의 육성 버프가 더 중요했다.
“에휴. 제가 어떻게 그래요?”
“진짜 가져가도 되는데.”
“오너님이 계셔야 대기 길드도 빛이 나죠. 오늘 안건처럼요.”
스윽.
이하연은 자신의 모니터에 새로운 창을 띄웠다.
[대기 길드 라인업 구성 요청]이라는 제목과 함께.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 이름이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계 랭킹 2위로 떨어진 미국의 올리버부터, 100위까지의 이름이 모두 올라와 있었다.
“뭡니까, 이건?”
“이번에 대기 길드 소속으로, 리그 경쟁전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명단이에요. 지금, 세계 랭킹 2위부터 100위까지. 모두가 빠짐없이 대기 길드 소속으로 나가고 싶다고 출전 요청을 했어요.”
“이 사람들…… 자기네 길드에서 안 한답니까?”
성지한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라인업 문제가 있다길래, 임대 왔던 선수들이 모두 자기네 길드로 돌아가서 출전하겠다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내려와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임대 와 있던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아닌 플레이어들까지 어떻게든 대기 길드에 끼고 싶어 하는 거 아닌가.
“저번에 다른 길드 관계자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두가 저희에게 ‘퍼스트 길드’를 양보하셨거든요.”
퍼스트 길드.
이번 행성 개척에서, 모든 참가 종족은 퍼스트 길드를 지정해야 했다.
퍼스트 길드의 구성원은 다른 길드원에 비해 ‘최초의 개척자’ 버프를 받아 크게 강화되었지만.
퍼스트 길드의 구성원 모두가 사망할 경우, 리그 경쟁전에서 그 즉시 패배하는 페널티가 있었다.
“퍼스트 길드를요? 아메리칸 퍼스트나, 인민회가 욕심내지는 않던가요?”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저희가 가져가라고 양보하셨답니다.”
“정확히는 아가씨가 양보를 받았죠. 길드원 자리 조정받기 싫으면 얌전히 지지하라고.”
“어머. 가영아. 누가 들으면 내가 협박한 줄 알겠네. 세계 랭킹 1위이자, 성좌 후보가 될 분이 계신 대기 길드가 당연히 퍼스트로 올라야 하는 거 아니니? 난 논리적으로 설득했을 뿐이야.”
이하연이 미리 판을 다 깔아 놨군.
성지한은 입가에 씩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퍼스트 길드. 안 그래도 얻어 내려고 했는데 미리 교통정리 해 주셨군요. 잘하셨습니다.”
“후후. 뭘요~ 그럼, 명단은 어떻게 할까요?”
“저희 말고 출전하는 19곳의 길드에서, 한 명씩 뽑으라고 하죠.”
“랭킹순으로 자르지 않고, 한 명씩만요?”
“예. ‘최초의 개척자’ 버프. 이걸 지닌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길드를 이끄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배틀넷에서 사전에 알려 준 ‘최초의 개척자’ 버프에 관한 내용은.
일반 길드원에 비해, 퍼스트 길드의 길드원이 그저 강화된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하나 성지한이 이에 대해 묘한 확신을 지닌 채 이야기하자, 이하연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오너님…… 또 예지몽 꾸신 건가요 혹시?”
“그냥 추측입니다.”
“으음~ 혹시 저 예지몽에서 나온 적은 없었나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저도 포기한 기프트 ‘육성’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영입하셨잖아요.”
“저도 궁금합니다.”
이하연뿐만 아니라, 뒤편에 서 있는 임가영까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성지한을 향해 질문했다.
이번에 타이밍 좋게 히든 보너스를 개방한 이후, 성지한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건 정설로 통하고 있었으니까.
‘둘에 대해선, 배드 엔딩밖에 모르는데.’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임가영은 검왕에게 죽고.
이하연은 얼굴이 싹 타오른 채, 도박 중독자로 살아갔지.
하나 이는 이미, 구현되지 않을 미래다.
검왕은 한국으로 다시 왔고.
이하연도 도박을 접고, 자신의 능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으니까.
그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글쎄요…… 하연 씨는 도박하지 마시구요.”
“저, 저 진작에 접었어요!”
“가영 씨는 GP 많이 들고 계세요.”
“GP…… 말입니까?”
“예. 배틀넷에서 언제 죽어도, 부활할 수 있게. 넉넉히.”
“저, 저 미래에서 죽었습니까?”
성지한의 예지능력이 얼마나 신통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평소와는 달리, 임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아뇨. 그냥, 조심하시라구요.”
그러면서 성지한이 길드 마스터실을 나가자.
임가영은 심각한 얼굴로 이하연을 바라보았다.
“……아가씨. 저 월급 좀 땡겨 주십시오.”
“그, 그래. 10년 치 줄게.”
그러면서 허겁지겁, 그 자리에서 바로 GP를 이체시켜 주는 이하연.
성지한은 가볍게 말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둘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 * *
3일 후.
[리그 경쟁전, ‘행성 개척’이 시작합니다.]
[인류의 퍼스트 길드는 ‘대기 길드’입니다.]
번쩍!
퍼스트 길드인 대기 길드의 일원이 먼저 소환되고.
나머지 19 길드의 일원이, 뒤따라서 소환되었다.
“여기가 개척할 행성인가…….”
“사막인가? 황량하네. 여기서 뭘 하라는 거지?”
플레이어들이 서로 잡담을 나누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그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행성을 개척하고, 경쟁 종족을 견제하여 콜로니를 완성하세요!]
[콜로니가 완성된 종족은, 콜로니의 완성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상을 얻습니다.]
“콜로니…….”
“보상 뭐 주는지 확실히 알려 주질 않네.”
“그래도 경쟁전쯤 되면 좋은 거 주지 않을까?”
일반 플레이어에게는 그렇게 메시지가 두 줄만 떴지만.
[에픽 퀘스트]
[콜로니를 완전히 정착시켜, 명예의 전당에 올라라.]
-보상 - 별의 능력 흡수, 강화
‘별의 능력이면…… 무혼인가?’
성지한에게는 에픽 퀘스트와 함께, 깜짝 놀랄 만한 보상이 나타났다.
이게 만약 무혼을 강화시켜 주는 거라면, 무조건 완수해야 할 퀘스트.
[명예의 전당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러자 명예의 전당 창이 새로 떠오르며, 100위까지 명단이 주르륵 나타났다.
‘100등 안에만 들면 되나.’
어차피 여기서 나오는 이름이야, 봐도 모르니까.
그렇게 명단 뒤의 점수만 확인하던 성지한은, 100위의 이름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100위 - 아르트무]
그도 잘 아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