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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60화 (26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60화>

‘이런 제안을 할 줄은 몰랐군.’

붉은 머리의 용족.

이 종족은, 저번 생에서는 인간과 말을 섞지 않았다.

첫 경기 시작 전, 아무 말없이 데이비스 감독을 내려다보았을 때처럼.

용족은 모든 경기에서 인류를 압살했고, 그 과정에서 한 번도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마치, 너희 같은 하등한 종족과는 이야기를 나눌 가치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지.

한데 그런 종족이, 이마 베였다고 이렇게 동족이 되라고 할 줄이야.

[나는,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었다. 엘프의 잔꾀가 실패하고, 역으로 처형당했다는 소문을. 이를 행한 주체가, 하찮기 그지없는 종이란 말을.]

“…….”

[거기에, 필살의 힘을 지닌 히든 보스가 등장한 것도 보았다. 근간하는 종 자체가 형편없음에도, 놀라운 위력을 보여 주었어. 우리 용족도 공략에 꽤 애를 먹었지. 그런데 하이드 아웃 상태였던 그 히든 보스가, 지금 너와 느낌이 아주 흡사하구나.]

“히든 보스? 잡히긴 했나 보군.”

공략에 꽤 애를 먹었다는 건, 결국 잡히긴 했다는 의미.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말하자, 레드 드래곤이 불의 숨결을 뿜어내었다.

[종의 차이다. 네가 용족이었다면, 불패의 존재로 남았겠지. 종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면, 우리 일족이 되어라.]

히든 보스임을 알아보고, 더욱 확신에 찬 어조로 그에게 영입 제안을 하는 용족 대표.

성지한은 그에게 반문했다.

“한데 그게 가능이나 한 이야기냐? 일족이 되라니.”

[가능하다. 용의 알에 널 넣으면 되니까.]

“……알에 들어가라고?”

[그렇다. 너는…… 특별히 나, ‘알트카이젠’의 알에 넣어 주지. 나는 비록 머나먼 방계지만, 전 우주의 용족을 통치하는 ‘드래곤 로드’의 핏줄을 이은 자. 너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

“네 자식이 되라는 건가?”

[자식…….]

화르르륵!

레드 드래곤 알트카이젠의 앞에서 불길이 올라오더니.

거대한 붉은빛의 알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그래. 이 안에서 네가 성공적으로 부화한다면 그리되겠지.]

굳이 ‘성공적’이라는 단서를 다는 알트카이젠.

=아니. 저 용족 대표…… 대체 무슨 수작인가요?

=알에 들어가라니. 누가 들어도 수상쩍지 않습니까?

=성지한 선수.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습니다!

해설자들은, 그리 말하면서도 목소리에 조마조마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1경기에서 드래곤이 보여 준 힘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성지한이 혹시나 용족이 되겠다는 선택을 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와 성지한 드래곤한테도 용 되라고 제안받네…….

-100년도 못사는 연약한 인간 vs 수천 년 사는 짱센 도마뱀. 닥 후자 아님?

-응 용족 해 봐~ 강등되면 그만이야 ㅋㅋㅋㅋ

-드립 ㄴㄴ진짜 성지한 용족 되면 우리 꼴찌임 ㅡㅡ

-안 할 거야…… 저런 수상한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성지한의 입에 쏠렸을 때.

“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떤 것이 궁금한가?]

“왜 용족이 엘프한테 밀리지?”

그는 용족 대표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뭐?]

“드래곤이 대단한 건 앞 경기를 알겠는데. 왜 우리 리그 1등이 엘프고 2등이 너희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승수야 똑같지만. 포인트 수급도 당연히 용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애초에 드래곤이 될 생각이 없던 성지한.

그는 이렇게 용이랑 대화하는 기회가 생긴 김에, 예전부터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저번 생에서 용족과 배틀넷에서 만났을 때에는.

1경기 때처럼, 매번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브레스에 팀이 죄다 쓸려 나갔다.

세계수 엘프랑은 그래도 붙어서 투닥거리기라도 하지.

드래곤과 싸울 때는, 그저 압도적인 차이에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절망했던 인류.

근데 저렇게 강한 종족이 왜 엘프에게는 밀려서 6위인가.

이건 저번 생에서도 인류에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었다.

‘말 통할 때 물어봐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가벼운 심정으로 질문했지만.

상대의 반응은 예상보다 강했다.

[엘프에게 밀린다…… 하. 불쾌하구나.]

화르르륵!

드래곤 알트카이젠이 소환했던 붉은 알이 대번에 타올라 사라졌다.

[너는 내 알에 들어올 수 없다.]

“겨우 질문 하나 했다고?”

[그렇다. 용에 의문을 품는 자, 드래곤 로드의 핏줄을 이을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엘프랑 드래곤…… 진짜 뭐 있나 봐?”

번쩍!

성지한의 말에, 알트카이젠의 두 눈에서 샛노란 안광이 터져 나왔다.

여기가 감독실이 아니라 게임 안이었으면.

당장이라도 성지한을 씹어먹었을 것 같은 눈빛.

‘엘프와의 관계가 저들에게 역린이라도 되는 건가. 반응 한번 격렬하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담담히 용의 눈빛을 마주했다.

조금 전의 데이비스 감독이라면 모를까.

용이 눈 좀 번쩍였다고, 움츠러들 성지한이 아니었다.

그리고.

[상대 종족, ‘붉은 머리의 용족’이 2경기를 포기합니다. 인류가 부전승을 거둡니다.]

[상대 종족, ‘붉은 머리의 용족’이 3경기를 포기합니다. 인류가 부전승을 거둡니다.]

알트카이젠은 약속대로, 2경기를 넘겨주고는.

입을 열어 이빨을 드러냈다.

[약속대로 두 경기는 넘겨줬다. 하지만…… 이제는, 자비가 없을 것이다.]

스으윽.

그러고는, 성지한의 앞으로 떠오르는 카드.

1경기 때와는 달리 떠오르는 카드는 셀렉트 카드 한 장뿐이었다.

=용족! 밴 카드를 쓰지 않습니다. 거기에 셀렉트 카드는…… 발할라군요! 저희가 원하는 맵을 저쪽에서도 골라줍니다!

=엘프와 비교한 게, 드래곤에게는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일까요? 너희가 자신 있는 전장에서 깨부숴 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군요!

=어찌 되었든, 저희로서는 최상의 결과입니다!

=맞아요! 이렇게 되면 성지한 선수도 인류에 남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 처음부터 성 믿었어요!

상대 용이 열 받건 말건, 인류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최상의 결과였다.

2승을 공짜로 챙겼을 뿐만 아니라.

4경기도 성지한이 산 데다가, 맵까지 발할라에 걸리게 되었으니까.

‘나도 뽑아야겠군.’

성지한은 셀렉트 카드와 밴 카드를 뽑아, 자신도 제출했다.

그러자.

[‘붉은 머리의 용족’의 1~10위의 선수 중, 3명이 밴 당합니다.]

[2, 6, 7위의 선수가 밴 당했습니다. 4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1, 3, 5위를 밴했던 데이비스 감독보다는 안 좋은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4경기의 맵이 결정되었습니다.]

[4경기는 전사 전용 맵, ‘발할라’에서 진행됩니다.]

인류가 원했던, 발할라로 맵이 확정되었다.

[인류…… 너희 종이 얼마나 하등한지, 내 직접 알려 주도록 하겠다.]

2경기 출전 직전, 알트카이젠이 그리 말하자.

성지한은 가볍게 대꾸했다.

“엘프나 이기고 오시든가. 나처럼.”

[이놈……!]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는 알트카이젠.

드래곤에게 있어, 엘프 언급은 발작 버튼이나 다름없었다.

[일족으로 받아 주기 전, 정신교육부터 해야겠구나!]

“누가 간대?”

그렇게 경고한 채 게임으로 들어간 알트카이젠.

‘선수 편성은 이렇게 하는 거였군.’

인류 감독으로 나온 성지한은 자신에게 떠오른 선수 선발 창에서 전사 50명을 랭킹 순으로 선발한 후.

자신도 뒤따라 게임에 접속했다.

*   *   *

전사의 맵 발할라.

각 팀당 50명의 전사가 선발되어, 발할라의 거대한 홀에서 승부를 벌이는 이 맵에서는.

[종족 보정을 받습니다.]

[용족 1개체 당, 10명의 플레이어가 등가로 소환됩니다.]

혼돈의 전장 때와는 달리, 종족 보정 비율이 10명 당 1개체로 변경되었다.

=10명 대 1개체라니, 교환 비율이 아쉽군요! 혼돈의 전장 때에는 50명 대 1이었는데도 순식간에 끝나 버렸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발할라 맵이 좁은 편이라 그럴까요?

=사실 전사의 궁전, 발할라의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닙니다만…….

=여기에 드래곤이 들어서니까, 비좁게 느껴지네요.

발할라에 위치한 전사의 홀.

50명씩 편을 갈라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이곳에.

번쩍!

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강림했다.

발할라의 천장에 머리가 닿을 것 같은, 거대한 붉은 용.

“야. 진짜 크네…….”

“배틀넷은 좀 저런 거대 괴수종은 거대 괴수들끼리 붙여야 하는 거 아냐? 저런 거랑 어떻게 싸우라고…….”

“칼질한다고 들어가긴 할까?”

“비늘 사이로 불길이 피어오르는 거 보니, 접근하면 그냥 타 버릴 거 같은데.”

“근데 왜 저쪽은 하나야?”

50명의 전사들은 소환된 드래곤, 알트카이젠을 밑에서 올려다보다가.

용이 다섯이 아니라 하나만 소환된 걸 보고, 의문을 품었다.

종족 보정은 분명 10:1이었는데?

그때.

번쩍! 번쩍!

용의 주변으로, 거대한 알이 네 개 추가로 소환되었다.

“저거, 처남보고 들어오라던 알 아닌가?”

“그러네요.”

저번 생, 인류와 용족 간에 여러 경기가 있었지만.

그동안 알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조금 전 알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별나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전투 준비를 하려 할 때.

[깨어나지 못한 알이여. 일어나라.]

알트카이젠의 명령이 있자.

화르르륵!

거대한 알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며, 불은 곧 용의 형상으로 뒤바뀌었다.

아니, 정확히는 얼굴만 제외하고.

“……저 불용, 얼굴이 왜 저래?”

“도마뱀처럼 안 생겼는데?”

“쟤는 저번에 봤던 우르크랑 비슷하다?”

“저건 문어인데…….”

알에서 튀어나온 화룡은.

몸체는 용이었으되, 얼굴은 죄다 달랐다.

돼지에 문어, 말을 닮은 머리 등.

죄다 드래곤의 몸체와는 안 어울리는 머리였다.

[합일하라.]

그리고 알트카이젠이 명령하자.

각기 다른 머리를 지닌 불의 용은, 레드 드래곤에게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또, 또……!]

각자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흡수되는 불의 용.

화르르륵……!

네 마리의 화염용을 흡수하자, 알트카이젠의 몸에서 거대한 불길이 피어올랐다.

“……처남. 용의 알 안 되길 잘했군. 자칫 잘못하다간 저 용 연료가 될 뻔하지 않았는가?”

“그러게요.”

애초에 용족이 될 생각도 없었지만.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알트카이젠에게 흡수되는 화염용을 바라보자, 더 할 생각이 사라졌다.

한데.

스으으윽.

[어떤가.]

“뭐가?”

[후회되는가?]

“…….”

불을 흡수한 알트카이젠은, 성지한을 바라보며 근엄하게 말했다.

[나와 합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말이다.]

뭐지. 저거.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인가?

[얌전히 알이 되었으면 드래곤 로드의 후계자가 될, 나 알트카이젠의 편린이라도 되었을 것을.]

“성공적으로 부화하면 자식이 된다며?”

[자식…… 그래. 아까 보았듯, 자식이 되지 않았는가? 그것도 매우 성공적으로, 나의 일부가 되었지.]

자식의 개념이, 인간이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성지한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알트카이젠을 보면서, 발작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근데 너 센 건 알겠는데. 왜 엘프한테는 밀리는 거야?”

[하. 이놈이 정말……!]

치이이익……!

그 한마디에, 샛노란빛으로 물드는 레드 드래곤의 몸체.

사방에 빛이 퍼지더니.

[드래곤 플레어.]

콰콰콰쾅!

압도적으로 강렬한 폭발이 그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아……!”

“방, 방패를……!”

어떻게 대응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타올라 사라지는 전사들.

알트카이젠의 중심에서 터져 나온 폭발은.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발할라의 궁전마저도 단숨에 붕괴시켰다.

=매, 맵이…….

=또 부서집니다! 발할라 맵. 좁은 지형이라 싸울 만 할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넓어졌어요!

=50인의 전사…… 순식간에 괴멸! 생존자는, 단 2명입니다!

슈우우우…….

강렬한 화염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성지한과, 검왕 윤세진만이 어떻게든 폭발 속에서도 생존해 있었다.

전신이 좀 그을린 상태에 불과한 성지한에 비해.

윤세진은 쌍검이 반쯤 녹아내린 채, 육체도 대부분 시커멓게 타올라 빈사 상태였지만.

“하…… 미친 위력이군.”

그래도 말은 할 정도로, 생명줄은 붙어 있었다.

그리고.

[호오…… 너도 살았구나.]

알트카이젠은, 그런 윤세진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알의 후보로, 나쁘지…….]

치이이익!

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머리에 혈선이 그어졌다.

그러더니 양쪽으로 쪼개지는 머리통.

성지한의 손에는 어느새 암검 이클립스가 들려 있었다.

“겨우 이 정도냐? 이 정도로 어찌 아버지를 하려고.”

그러자,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으윽!

갈라졌던 용의 머리가, 역으로 다시 붙으며 멀쩡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번 자식들은 반항이 심하군. 훈육이 필요하겠어.]

어느덧 자식들로 바뀐 호칭.

그러더니.

[드래곤 플레어.]

용의 몸이, 또다시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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