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55화 (25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55화〉

성지한은 피티아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벌써 졌어?’

아무리 무신에게 패배가 예정되어 있다지만, 그래도 너무 금방 끝난 거 아니야?

‘아직 얻어 갈 게 많은데 말이지.’

뇌신의 제어공간에 소환되고, 얻은 능력치는 뇌인 스탯 120.

이것만 해도 엄청난 보상이긴 했지만, 아직 뇌신에게는 나올 게 많아 보였는데 이대로 끝난다니 아쉬웠다.

하지만.

[아. 그 붉은 전류를 공급하는 게 당신이었나요? 어쩐지…… 당신 때문에 뇌신의 배리어가 쉽게 뚫리지 않았군요.]

피티아의 메시지가 추가로 떠오르자, 성지한은 안도할 수 있었다.

적뢰를 계속 불어넣은 게 허사가 아니었는지.

뇌신의 신왕좌를 지키는 배리어는 아직 뚫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뇌신은 신 중에서도 강력한 축에 속한다고 했으니까.’

한편.

성지한이 대답을 하고 있지 않고 있자, 피티아의 메시지가 특이하게 변형되기 시작했다.

[대답하기 애매한 상황인가요? 그럼 이거로 보내 보세요.]

슈우우우…….

그러더니 메시지 창 아래에, 반투명한 키보드 자판이 떴다.

‘별게 다 있군.’

성지한은 양손을 가만히 두고.

무혼의 힘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래. 너희들 싸움 구경하러 왔다.]

[……조심해야 할 거예요. 신안의 예측과는 달리 배리어가 뚫리지 않아서, 주인의 심기가 좋지 않으니까요.]

[신안의 예측? 네가 한 건가.]

[아뇨. 주인께서도 자신의 신안이 있으시죠.]

종의 능력은 다 가지고 있네.

성지한이 방랑하는 무신의 능력에 신안을 추가시키곤, 피티아와 대화를 지속했다.

[주인의 신안은 저보다 강력해서 틀릴 일은 거의 없는데…… 이번에 보란 듯이 빗나가서 저보고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라고 시켰어요.]

[정찰병이군 그래.]

[그게 정벌 시 제 역할이죠. 어쨌든, 당신. 무신께 발각되면 좋게는 안 끝날 테니 빨리 도망치는 게 나을 거예요. 붉은 전류를 보고, 어느 정도는 연관성을 파악하시긴 했지만요.]

[로그아웃하면 되지.]

[음…… 그게 무신께 잡히면 안 먹힐 수도 있어요. 배리어 부서졌다 싶으면 바로 도망가세요.]

성지한은 그 말에 동방삭과의 전투에서, 배틀넷 맵에 직접 개입하던 검은 손을 떠올렸다.

무신의 힘은 배틀넷의 규칙을 파괴할 정도니.

로그아웃하려는 성지한을 막아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

‘여차하면 바로 로그아웃해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타이핑을 지속했다.

[넌 무신의 종 아닌가? 꽤 날 걱정해 주는군.]

[무신이 길가메시인지 아닌지를, 판별해 줄 사람은 당신밖에 없잖아요?]

[흠. 그게 근데 그렇게 중요한가?]

[네. 제 입장에선.]

[왜?]

[그건…… 지금은 알려 드릴 수 없어요. 길가메시를 깨우고 나면, 그때 이야기하죠.]

[비밀이 많군.]

[……그럴 사정이 있어요. 어쨌든 무신께는 당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하죠. 그럼…….]

삑!

그러고는 사라지는 피티아의 메시지창.

성지한은 이를 보고 생각했다.

‘어쨌든, 아직 안 뚫렸다면 뇌신에게 더 얻어 갈 게 있다는 거군.’

이럼, 행동으로 빨리 독촉해야지.

툭.

성지한은 양손에 쥐고 있던 뇌전의 가닥을 내려놓고는.

“로그아웃.”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   *   *

달칵.

“삼촌! 어디 갔었어? 이제 소피아 집에 가려고 하는데.”

“아. 나 성좌한테 소환됐었거든.”

“와, 성좌한테 소환됐어요?”

방문을 열고 나온 성지한에게, 두 여자가 다가왔다.

“네. 소피아. 집에 가시려구요?”

“어…… 지한. 왔으면 좀 더 있어도 될까요?”

성지한이 돌아오자, 소피아는 더 눌러 앉으려 했지만.

[성좌 ‘뇌신’이 왜 로그아웃했냐고 급히 묻습니다.]

[뇌신들에게 에너지를 각출 중이었는데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하냐며 빨리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성지한이 로그아웃하자마자.

뇌신 측에서, 메시지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아. 근데 저 다시 가 봐야 해요. 로그아웃한 건 잠시 기강을 잡으려고 그런 거라.”

“……기강요? 성좌를?”

“삼촌. 성좌 기강을 어떻게 잡아. 반대 아냐?”

윤세아와 소피아.

둘 다 후원 성좌를 지닌 플레이어였기에, 기강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경우도 있어. 원래 아쉬운 쪽이 지는 거거든.”

[성좌 ‘뇌신’이 이러다 배리어 부서지게 생겼다며 빨리 좀 와 달라고 읍소합니다.]

[이번에는 신경 써서 화면도 띄우고, 체력 회복할 아이템도 준비할 테니까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합니다.]

[너도 무신을 싫어하지 않냐며 이렇게 나 죽게 내버려 둘 거냐고 절규합니다.]

성지한이 있다 없으니까, 빈자리가 큰 건지 처음 콜 할 때보다 더 다급한 뇌신.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그렇게 준비했다면야…… 다시 와라. 그럼.”

지지지직…….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에서 튀어나오는 적사자.

“와~ 작은 사자네.”

“귀엽다~”

둘은 뇌신의 축소된 모습을 보고는 귀여워했지만.

[귀엽다? 하. 하등한 종족이…… 무엄하기 짝이 없군!]

빠직! 빠직!

적사자는 그 말에 화를 내며, 사방에 전류를 발산했다.

성지한은 이게 더 퍼지지 않도록 막아서며, 한마디 했다.

“야. 괜한 사람한테 성질내지 마라.”

[……큭. 벌써 배리어에 금이 가고 있어! 적뢰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정말 너무하군!]

“너무해? 뭐가? 설마 내가?”

[크. 크흠…… 아니다. 일단, 다시 가자. 준비 다 했다!]

“화면도 띄워 놓고, 체력 회복할 것도 준비되었고?”

“체력 회복? 삼촌 완전 팔팔해 보이는데…….”

“아니. 좀 지쳤어. 휴식이 필요해.”

성지한이 고개를 흔들며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준비…… 됐…… 다.]

적사자는 이빨을 꽉 깨문 채, 힘겹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 하지.”

[…….]

“창 띄워. 아까처럼 로그아웃 옵션 넣어 두고.”

[알…… 겠다…….]

번쩍!

그렇게 성지한이 뇌신의 제어공간으로 다시 사라지자.

윤세아와 소피아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게…… 성좐 거 같지?”

“그러게. 지한은 성좌한테도 갑질을 하네.”

“소피아. 갑질이란 단어는 언제 배웠어?”

“지한한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 중 하나던데?”

“사람들 너무하네. 삼촌이 갑질이라니…….”

윤세아는 소피아의 말에 잠시 발끈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닌가?’

성지한과 대기 길드가 갑 중의 갑에 위치에 있으면서, 세계 배틀넷 업계에 영향을 끼치던 걸 생각하자.

왜 갑질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럼 세아. 나 집에 갈게!”

“응~ 들어가.”

그렇게 소피아가 집에 다시 돌아갈 무렵.

뇌신의 제어공간에 다시 소환된 성지한은 두 눈에 이채를 띄었다.

‘아까랑은 확실히 달라졌군.’

조금 전만 해도 전기만 파직거리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거대한 화면이 여기저기 띄워져 있고.

테이블과, 그 위에 먹음직스러운 과일까지 놓여 있었다.

전류는 아직도 강하게 흐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변모한 제어공간.

지지직…….

성지한은 그가 오자마자 치솟아 올라온 붉은 전류 두가닥을 잡고는.

한 손으로 과일을 가리켰다.

“이건 뭐지?”

[체력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나? 생명의 과육이다.]

“아하. 잘 먹을게.”

둥. 둥.

과일이 허공에 둥둥 뜨더니, 성지한의 입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여러 개 있는 과일을 보고, 체력 수치가 1, 2 정도 오를까 싶었지만.

‘호오. 이건…….’

뜻밖에도 그 과일 안에는, 세계수 쪽에서 지니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내재되어 있었다.

이건 예전에 먹었던 생명의 씨앗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과일을 입에 넣으니, 천수강신을 쓰면서 영구적으로 사라졌던 생명의 기운이 보충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과일…… 세계수 연합 쪽이랑 연관 있냐?”

[으, 음…… 그렇다. 어떻게 알았지?]

“예전에 생명의 씨앗을 먹어 본 적이 있거든.”

[그, 그래? 체력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필멸자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가져다준 것뿐이다.]

성지한의 물음에, 뇌신은 주저리주저리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사실 이 과일, 음흉하기 짝이 없는 세계수 연합 쪽에서 나온 거라.

섭취하지는 않고 창고에 오랜 기간 동안 보관해 둔 것이었는데.

성지한이 하도 뭘 더 내놓으라고 하니, 당해 보라는 심정으로 그에게 제공한 것이었다.

‘이놈…… 세계수의 씨앗까지 섭취했다고? 별걸 다 했구나.’

하지만 저 과일을 받아 든 상대는, 좋다고 이걸 입에 바로 털어 넣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명의 기운 수급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잘 됐네.’

성지한으로서는, 뜻밖의 곳에서 생명의 기운을 보충하게 된 격이었으니까.

그는 테이블 위에 있는 과일을 싹 다 입에 털어 넣고는, 빈 그릇을 흔들었다.

“야. 남은 거 있으면 더 가져 와.”

[알겠다. 알겠어. 하지만 일단, 일 좀 다시 시작하면 안 되겠나…….]

“아, 그래. 받은 만큼은 해야겠지.”

배도 부르고, 생명의 기운도 상당량 얻었으니.

성지한은 옅은 적뢰에 다시 자신의 적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저놈도 과일 준 보람을 느끼게, 더 세게 넣어 줘야겠군.’

지지지직……!

조금 전보다 강렬하게 빛나는 적뢰.

적사자는 그걸 보고는, 표정을 풀었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해지다니…… 고맙다! 그럼 다시 방어하러 가 보지. 조금만 힘을 써 줘라!]

“그래. 과일 더 가져오면, 힘 더 쓸게.”

[힘 더 쓸 수 있으면 지금 더 써라. 힘 아끼지 말고!]

“아니. 이거 과일빨이야.”

[……알았다.]

파지직…….

적사자는 한숨을 푹 쉬더니 사라졌다.

‘그럼 어디 구경해 볼까.’

성지한은 사방에 떠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10여 개의 화면 중, 가장 큰 화면에서 비추고 있는 건, 바로 방랑하는 무신.

얼굴이 어둠으로 가려진 그는.

팔짱을 낀 상태로 허공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무신…… 겨우 이 정도였나? 죽어라!]

그리고 그의 앞.

거대한 뇌전의 벽에서, 원형의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건, 새하얀 빛이 가득한 공간.

[아스트라페!]

파지지직……!

그 안에서 거대한 빛의 창이 나타나더니.

무신을 향해 날아갔다.

제우스의 권능, 신의 번개 아스트라페.

그것은 성지한에게 날아왔을 때보다 훨씬 강력한 기세로 무신을 노렸다.

특히.

‘나한테 썼을 때와는 달리, 적뢰도 섞여 있군. 벽에 공급하던 게 저리로 간 건가.’

제우스의 아스트라페에는, 붉은 전류도 같이 섞여 기존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하지만.

스윽.

무신이 간단히 손가락을 움직이자.

빛의 창은 허공에서, 수백 갈래로 갈라져 폭발했다.

[이, 무슨……!]

그리고.

[그건 쓸 만하군.]

무신이 손바닥을 펴자.

번쩍! 번쩍!

그의 주변으로, 원형의 구멍이.

수십 개.

더 나아가, 수백 개 이상 뚫리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내 아스트라페를……!?]

[가라.]

콰콰콰쾅!

제우스의 번개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의 뇌창이.

뇌전의 벽을 강렬하게 두들겼다.

‘흠. 천뢰신결의 천주심판이 이렇게 탄생한 건가…….’

성지한이 사용하던 것과, 모습 자체는 비슷한 무신의 천주심판.

하지만 사용하는 주체가 무신이라 그런지, 스케일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드넓은 세상을 아예 뒤덮어 버릴 듯한, 뇌신의 창.

하지만.

‘근데…… 이상하군.’

성지한은 무신의 뇌창이 뇌전의 벽을 두드리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제우스의 아스트라페에는 적뢰가 섞였는데, 무신이 훔쳐 간 것에는 적뢰가 없네.’

쓸 만하다면서 기술 가져갈 거면, 적뢰도 가져가야 하지 않나?

헌데 무신은, 성지한이 저번 생에서 배웠던 천뢰신결 - 천주심판과 똑같은 힘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히,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는 저 모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흠…….”

왜 적뢰는 안 따라 한 거지?

성지한이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무렵.

“…….”

무신의 그런 모습을.

그의 종, 동방삭이 멀리서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