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53화〉
중국의 유리 구체 안.
“더. 더 서둘러!”
중국의 마법사 제갈헌은 동료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제갈헌님. 스코어 차이가 5배입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성지한의 힘이 여기선 카운트가 되지 않나 봐요.”
“그래. 점수만 보면 그렇지.”
팔괘중첩 스킬을 사용하여, 팔괘 중, 건?을 뽑아 든 그는.
자꾸 아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놈이 점수가 오르지 않는 걸 알면, 가만히 있겠나?”
“음…….”
“무조건 이쪽으로 쳐들어온다. 그 전에 끝내든가, 스코어 차이를 벌려 놔야 해!”
“아, 알겠습니다.”
“라이트닝 스톰!”
하늘의 괘 건?을 뽑아 든 제갈헌은, 전격 마법을 강화시켜 마법진을 강타했다.
안 그래도 강화된 마법이, 마법진을 통해 더 증폭되면서.
유리 구체의 크기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벼락이 땅을 향해 내리꽂히려 했지만.
“어…….”
“마, 마법이 중간에 사라집니다!”
기세 좋게 대지를 강타하려던 번개는 중간에 뚝 하고 끊겨 버렸다.
마법사들이 떨리는 눈으로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를 봐 보니.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저거…… 성지한 무공이잖아?”
“뭐, 뭐야. 이리로 온 거야?!”
“젠장. 스코어 안 올랐다고 이러는 게 어디 있어……! 게임의 취지에 맞게 해야지!”
“그딴 소리 한다고 적이 사정 봐줄 거 같냐? 빨리 저놈 격추시키든지, 아니면 방어마법 써!”
제갈헌은 게임의 취지 운운하며 태평한 소리를 하는 동료 마법사들에게 소리치며 대응을 지시했지만.
슉……!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똑. 똑.
중국의 유리 구체 위쪽 틈새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안녕.”
어느새 틈새를 빠져나온 채, 구체 위에서 손을 흔드는 성지한.
조금 전만 해도 저 멀리에서 암혼와류를 깔아 놓고 있었는데, 어느덧 그는 이 안으로 진입한 상태였다.
“버, 벌써…….”
“사실은 이거 바로 부수려고 했는데.”
툭. 툭.
유리 벽을 가볍게 두드리던 성지한은.
“그랬다가 만약 게임이 끝나면 질 수도 있잖아?”
슈우우우…….
그림자검을 꺼내 들어, 가볍게 일 합을 그었다.
촤아아악!
그러자 일제히 반으로 갈라지는 선수들.
열 명이 넘는 마법사들이,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쓸려 나갔다.
단 한 명, 제갈헌을 제외하고.
성지한의 일격이 닿기 전, 푸른 보호막이 떠올라 산 그는.
“큭. 빨리도 왔군…….”
쩌적!
배리어가 눈앞에서 깨져 가는 걸 보고는, 눈동자를 굴렸다.
그와의 1:1은 그냥 죽는 거랑 똑같은 행위.
“……인페르노!”
그는 강력한 화염마법을, 마법진이 아니라 중국의 유리 구체에다 사용하려고 했지만.
“읍, 읍……!”
마법을 마무리하기 전, 입과 손이 저절로 막혀 버렸다.
무혼의 공간 장악력에 의해, 완전히 움직임이 봉쇄된 제갈헌.
성지한은 그를 포박한 상태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생존자는 하나만 있으면 되겠지.”
중국에서 소환된 15인의 마법사 중, 제갈헌을 제외한 나머지는 싹 다 죽어 사라진 상태.
중국의 마법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성지한에게 점령당했다.
=아…… 성지한 선수. 스코어가 오르지 않으니 역으로 쳐들어갔군요!
=중국의 유리 구체를 통째로 부술 수도 있었지만, 게임이 종료될 수도 있으니 한국 팀의 스코어가 올라올 때까지 점거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이에 관련된 게임 룰은, 정확히 어떻죠?
=원래는, 정확히 게임 시작하고 1시간 후에 게임이 종료됩니다. 그리고 정화 정도, 스코어를 정산해서 승패를 가르지요. 하지만 이렇게 상대의 유리 구체를 점령하는 경우는 맵 설명에 없군요.
=하긴 그렇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구체 간의 거리는,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이런 방식은, 성지한 선수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죠.
마법사만 참여할 수 있는 맵, 마법사의 징벌.
여기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마법을 사용해서 스코어를 올릴 생각을 하지.
저 멀리에 있는 남의 구체를 공격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스코어 안 오를 때만 해도 식겁했는데, 다시 편-안해짐.
-ㄹㅇ 5배 차이 스코어가 점점 좁혀지네. 이제 스코어 역전하면 성지한이 중국 구체 부술 듯?
-근데 구체를 자기네가 부순다고 게임 종료된다는 건 좀 과한 걱정 아님? 그게 통하면, 이제부터 앞서 나가는 쪽에서 자기네가 셀프로 구체 부숴 버리면 게임 종료잖아.
-그냥 마지막 경기니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단 심정인 듯. 어차피 제압하나 부수나 성지한한텐 별로 힘든 일도 아니고 ㅋㅋㅋ-와 근데 우리나라 마법사 약하긴 하다…… 스코어 5배 차이 금방 좁혀지질 않네 ㅋㅋㅋㅋ-성지한 없으니 땅에서 다시 생성된 배리어 부수기도 벅차서 그렇지 ㅡㅡ 이거 전력 불균형을 해결하긴 해야 할 듯.
성지한이 중국 마법진을 점거하자, 그들의 스코어는 더 이상 오르질 않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스코어도 화력이 딸려서 그런지, 너무나도 느리게 올랐다.
=제한시간 20분 남았습니다!
=대표팀 마법사들. 좀 더 힘 내줘야 해요!
=아. 또 배리어가 생기려고 하는군요……!
=저것만 깨면, 어떻게든 중국이 벌어 둔 스코어는 제칠 거 같습니다만…….
“안 되겠네.”
중국 유리 구체에서 무공 연습을 하던 성지한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해 줬으면 대표팀 마법사들이 당연히 마무리를 해 줄 줄 알았는데.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아직까지 못 따라잡을 줄이야.
이거 자칫 잘못하면 다 제압해 놓고, 제한시간 초과로 질 수도 있었다.
“가자.”
성지한은 제갈헌을 둥둥 띄운 채, 같이 밖으로 나섰다.
저 먼 곳에서.
점처럼 보이는 한국 대표팀의 유리 구체가, 불길과 벼락을 마구 쏟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눈에 봐도, 중국의 구체가 내보이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약했다.
저걸로 대지의 배리어를 깨려면 한세월이 걸릴 터.
‘대신 깨 줘야겠군.’
유리 구체의 밖.
성지한은 양발에 힘을 주었다.
툭. 투둑……!
순식간에 금이 가는 유리.
오른손에 든 봉황기에, 강렬한 전류가 휘몰아치고.
휙!
성지한의 손을 떠난 창은, 어느덧 구름 위로 사라졌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천주심판天主審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번쩍!
한국 대표팀의 기지 옆 하늘에 구멍이 뚫리며.
거대한 뇌전의 창이, 그대로 대지를 강타했다.
=아. 성지한 선수가 사용하는 하늘의 창이 초장거리를 그대로 좁힙니다!
=저 거리에서도 쓰는 게 가능하다니. 이 선수…… 정말 한계라는 게 없군요!
=대표팀의 마법, 뚫린 배리어 사이로 다시 공격을 시작합니다. 스코어가 오르고 있어요!
=오. 드, 드디어 역전합니다……!
성지한은 스코어가 역전된 걸 확인하고는, 자신이 띄워 놓고 있는 제갈헌을 바라보았다.
“제갈헌. 그럼 다음 스페이스 리그 때 봅시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적의 관계지만, 인류 대표팀에서는 동료인 제갈헌.
성지한은 그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 준 후, 주먹을 움켜쥐었다.
펑!
그러자, 온몸이 터지면서 로그아웃되는 제갈헌.
그는 그렇게 모든 중국 선수를 없앤 후, 게임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생존자 없어도 게임이 끝나지는 않네.’
다음에 이런 맵이 걸리면, 초장부터 다 없애면 되겠어.
성지한은 확인 절차를 거치고는, 발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중국의 기지였던 유리 구체.
이것도 부수면 어떻게 될까.
‘바로 테스트다.’
콰지지직!
성지한이 발에 힘을 주자, 유리 벽이 일제히 갈라지며 유리 조각에 붉은 전류가 휘몰아쳤다.
그러곤 순식간에 적뢰에 감겨, 녹아내리는 유리 구체.
중국의 기지가 단번에 사라지자.
[상대 팀의 마법진이 붕괴되어, 징벌의식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습니다.]
[‘중국’팀의 스코어가 이대로 마무리됩니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과 게임 중계 화면에 모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상대 팀의 기지가 부서져도, 게임은 계속 진행되는 마법사의 징벌 맵.
“다음부턴 바로 깨야겠네요.”
성지한은 유리 파편이 대지로 떨어지는 걸 내려다보았다.
여유롭기 그지없는 표정.
언뜻 보기엔, 너무 쉬워서 지루함까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한국이 승리합니다.]
5경기는 그렇게, 상대가 전멸한 상황에서 끝이 났다.
* * *
=아…… 성지한에게선 강자의 여유가 느껴지는군요.
=5경기. 이렇게 끝이 납니다…….
=성지한 선수. 역시 왜 자신이 필밴을 당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가, 성지한에게 싹 다 제압당한 경기 영상을 보고는 힘이 쭉 빠진 중국 해설진.
=4경기가 아쉽군요. 그때도 성지한을 밴했으면, 거기서 게임이 결판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다음 경기에서라도, 그는 무조건 밴을 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물론 윤세진이나 윤세아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모두 다 성지한에게는 미치지 못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완전 승리를 추구하다가, 한 방을 먹은 셈입니다.
=그래도…… 이 선수가, 다음 경기 때는 같은 편이라 다행이군요.
=적일 땐 재앙이지만, 같은 팀일 땐 가장 믿음직한 선수죠.
=그때는 절대 밴 당하면 안 돼요. 성 선수!
그래도 막상 성지한을 거론하는 중국 해설자들의 논조는, 그렇게 공격적이진 않았다.
국가대표 때는 적이지만.
인류 대표일 때는,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아군이었으니까.
-저 미친 빵즈…… 다 이긴 게임을!
-감독 이 미친놈은 계속 성지한 밴 했어야지 4경기 때 방심했다가 이게 무슨 역전패냐…….
-감독 퇴출하고 새로운 사람 선임해야 한다!
-4, 5경기 중 한 번만 밴 되었어도 우리가 이겼는데……
-하. 빵즈한테 우리가 진 적이 있었던가?
-배틀넷 초기, 게임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없지.
-저 지루하다는 표정이 더 열 받네.
침착한 어조의 해설진과는 달리, 중국 시청자들은 1등을 빼앗기고 나자 난리가 났다.
바닥을 내려 보는 성지한의 거만한 표정이 중국의 포탈 1면에 올라오고.
해외 외신들도, 그때의 표정을 모두 1면에 내걸며 이번 경기 결과를 알렸다.
“지한. 드디어 얼굴 보네요!”
한편, 펜트 하우스 안.
성지한은 집을 찾아온 소피아와 윤세아랑 같이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삼촌. 얼굴 제대로 찍혔는데? 엄청 거만해 보여.”
“세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건 강자의 여유지!”
스윽.
그는 윤세아가 핸드폰으로 보여 주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5경기가 너무 스무스해서 본심이 나왔네. 4경기가 오히려 긴장됐지.”
“아. 4경기. 지한…… 4경기 때는 저 조마조마했어요. 지한한테 서포팅 능력까지 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거든요.”
“나도. 이제 삼촌 약점 아예 없는 거네?”
“뭐, 밴이 약점이지.”
사실 골렘 결투 맵이 다시 뽑히면, 생명의 기운을 소모하는 천수강신을 또다시 사용할 수는 없으니 여전히 약점은 맞았지만.
성지한은 굳이 이를 소피아도 있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는 않았다.
“하긴…… 4경기도 삼촌 밴당했으면 졌을 테니까. 중국에선 4경기 때 왜 삼촌 밴 안 했냐고, 감독 끌어내려야 한다고 난리던데.”
“근데 지한이 서포팅 능력을 숨겨서 그렇지. 그때는 다 중국 감독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지 않나?”
“응. 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
“아. 근데 이러면 서포터 전력의 필요성 사라지는 건가요? 아쉽네…….”
“서포터 전력이야 필요하죠. 저 밴 당할 수도 있으니.”
“오! 그럼 저 어때요? 한국어도 어느 정도 해요 이제. 서포터들과 원활한 의사소통 가능해요!”
필요하다고 하자마자 바로 들이대는 소피아를 보고,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골렘 결투의 결과를 보고도, 전혀 포기할 기미가 없네.
“미국에서도 러브콜 오지 않나요?”
“대표팀 합류하라는 이야기는 듣죠. 하지만 전, 한국에서 지한이랑 같이 챔스 우승하고 싶어요~”
“삼촌…… 이제 그냥 받아 주자. 마시드 아저씨도 요즘 귀화 물어보던데. 아예 드림팀 만들자 우리!”
“……소피아는 그렇다 치고 넌 왜 그래?”
“왜긴. 챔피언스 리그 우승 가야지! 다른 나라 다 하는 스카웃, 우리나라라고 못 할 거 없잖아!”
대표팀 소속이 되더니 챔피언스 리그 우승의 열망이 심해진 건지.
예전에는 소피아 이야기를 그냥 방관하던 윤세아도, 성지한을 설득하려 들었다.
사실 4경기 때 소피아가 있고.
5경기 때 마시드가 있었다면, 중국한테 말도 안 되게 밀리진 않았을 테니까.
“됐다.”
둘의 설득에 성지한이 손사래를 치고 있을 무렵.
[성좌 ‘뇌신’이 당신에게 긴급하게 연락을 합니다.]
[적뢰 운용에 대해 다시 좀 알려 달라고 그가 호소합니다.]
의자를 받고 연락이 끊어졌던 뇌신에게서, 긴급하게 메시지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