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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42화 (24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42화>

‘개조된 생명의 씨앗이라.’

성지한은 예전에 생명의 씨앗을 얻었을 때를 떠올렸다.

실험구역 맵을 클리어하며, ‘녹색의 관리자’에게서 받은 생명의 씨앗.

SSS등급의 이 아이템은, 섭취할 시 잔여 능력치 포인트를 10 늘려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스탯 +10보다도 더 내게 영향을 끼쳤던 건, 씨앗에 숨겨져 있던 생명의 기운이었지.’

비록 이 기운은 성지한을 은밀히 지배하려다, 역으로 지배당했지만.

아직도 이건 그가 다 알아내지 못한, 미지의 힘이었다.

‘한데 이게 청혈 마족의 근원이라니…….’

성지한은 시스템 창에서 떠오르는 아이템 설명을 바라보았다.

[개조된 생명의 씨앗]

등급 : ??

-누군가에 의해 개조된 생명의 씨앗입니다.

-청혈 마족을 뒤바꾼 근원으로, 그들의 빙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로그아웃 후 배틀넷에 이를 반납할 시, 약속된 보상이 주어집니다.

청혈 마족이 지닌 특이한 빙의 능력.

그 근간에는, 개조된 생명의 씨앗이 자리하고 있었는가.

성지한은 설명을 쭉 바라보다, 마지막 설명에서 눈을 깜빡였다.

‘로그아웃 후 반납이라니…… 절차가 특이하군.’

“인벤토리.”

성지한은 에픽 퀘스트 보상을 받기 위해, 이 씨앗을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지만.

[‘개조된 생명의 씨앗’은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습니다.]

이 아이템은 뭐가 문제인지, 인벤토리에 들어가질 않았다.

‘이걸 막네.’

운 좋게 근원을 찾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보관이 문제였다.

사방에는 히든 보스 성지한을 끝장내려는 적들이 가득한 데다가.

[내놔…… 내놔!]

근원을 빼앗긴 촉수가 미친 듯이 발광하고 있었다.

[우리의 신물을…… 당장 내놔라!]

꾸물. 꾸물.

눈동자가 사라진 자리에서, 수없이 많은 촉수들이 갈라져 나오면서, 일제히 파란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눈동자가 사라졌음에도 아직 빙의의 힘이 유지된 건지.

[로그아웃은 나중에 해라!]

[일단, 이 자식부터 죽여!]

촉수의 지배하에 놓여, 난동을 피우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성지한을 향해 돌진했다.

[뭐야. 저거. 좋은 아이템인가 봐?]

[과연, 심상치 않군…… 히든 보스의 다이아에, 저 눈알까지 내가 가져가지!]

[경거망동 마라. 그렇게 당해 놓고도 개인 플레이를 하려고 하나? 힘을 합쳐 제압하고, 전리품은 나중에 나누자고.]

빙의자와 싸우던 플레이어들도, 돌아가는 상황을 금세 파악하고는.

성지한을 노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 플레이어들의 맹공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근원도 찾았는데, 죽어 줄 수는 없지.’

씨앗을 찾기 전에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며 생명의 기운 활용법을 깨우친 데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어떻게든 살아서, 보상을 받아야 했다.

‘일단은 한쪽을 돌파해 볼까.’

성지한은 촉수의 입에서 빠져나와, 그나마 약해 보이는 방향으로 길을 트려 했지만.

일은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 잡것들아! 전력을 다해라! 더 이상 힘을 아끼지 말고, 아껴둔 수를 모두 쓰란 말이야!]

성지한을 포위했을 때에는, 그를 쓰러뜨린 이후를 생각해서 힘을 아꼈던 플레이어들.

하지만 촉수가 전력을 다하라고 명령하자, 힘을 아끼지 않게 돼서 조금 전보다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아니 적들 빙의당해서 상황 나아지나 했는데…….

-또 다구리 시작이네 이놈들 ㅡㅡ

-아까보다 상황 더 안 좋은 듯…… 촉수가 빙의건 애들은 아예 목숨 생각 안 하고 덤비는데?

-그니까. 조금 전에 포위한 애들은 그래도 지 목숨 아까운 줄은 알았는데…….

-어, 저거 아르트무 아냐?

조금 전, 성지한 포위전 때 그를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참여하지도 않은 채,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아르트무.

그는 촉수가 시행한 광역 빙의에 걸려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성지한에게 전력을 다해 날아오고 있었다.

[죽. 어……!]

부우우우웅!

아르트무의 강철 몸체가 새빨갛게 달궈지더니, 순식간에 노란 글자가 전신에 새겨지고.

강렬한 마력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미친…….]

[엄청난 마력이군!]

[일단 피해라!]

제정신을 지닌 플레이어들은 모두 피하고.

[붙잡아 둬라.]

[같이 보조를 맞춰라……!]

빙의된 플레이어들은 자폭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이런……!’

콰콰쾅!

하늘에서 장렬하게 자폭하는 아르트무.

그 폭발은 주변의 빙의된 플레이어를 모두 휩쓸고.

곧 성지한이 있는 쪽도 완전히 덮쳤다.

이는 오늘 포위망에서 퍼붓던 공격 중, 가장 강력한 위력으로.

[이건…… 도저히 못 삼킨다.]

암혼와류로 적의 공격을 막아서던 아리엘도, 포기할 정도의 힘이었다.

스으으으…….

검은 소용돌이가 폭발에 가라앉고.

성지한의 몸에, 빛의 불길이 자리하더니, 그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하…… 엄청난 자폭 공격이로군. 저걸 맞으면, 성좌도 살아남지 못하겠어.]

[히든 보스, 이렇게 끝나다니…….]

[내 보상! 다이아는? 저 눈알은? 무사한 건가?]

[촉수 놈. 참 무식하군. 저런 공격을 터뜨리면 눈알이 남아나겠나?]

[이거 괜히 고생만 했네.]

빛의 불꽃을 바라보며, 멀리서 한마디씩 던지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이미 성지한이 끝장났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만큼 아르트무의 자폭 공격은,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으니까.

하지만.

“후우…….”

빛이 멎고.

그 자리에서 성지한이 멀쩡하게 나타나자.

[아니…….]

[……그 폭발에서 살아?]

거대 괴수고, 용이고 할 거 없이.

플레이어들은 모두 눈을 깜빡인 채, 그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   *   *

아르트무의 자폭 공격.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가 최후의 수단으로 남긴 이 폭발의 위력은 엄청나서, 주변에 같이 빙의당했던 종족들은 뼈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한데, 최하급 종족 출신인 성지한은.

방어 스킬이 봉쇄되었는데 어떻게 저리 멀쩡하단 말인가?

[난…… 히든 보스 사냥을 포기하겠다.]

[생명력 F? 시스템, 장난이 심했군. 저 정도면 SSS를 줘도 될 법하구만.]

[엘프도 저렇게는 못하겠군…….]

[포인트나 올려야지. 안 되겠어.]

불사신 같은 성지한을 보고, 전의를 잃은 플레이어들은.

하나둘씩 포위망에서 이탈하고, 본연의 임무인 파괴에 집중했다.

애초에 아르트무의 자폭에 휩쓸려, 빙의된 플레이어가 싹 다 사라진 순간.

성지한 레이드는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니까.

“역시 고인물들. 상황 판단이 빠르군.”

성지한이 여유로운 얼굴로 지상을 내려다보자.

아리엘이 놀란 음색으로 물었다.

[주인…… 대체 어떻게, 그 폭발에서 살아남았지?]

“아, 그거?”

스으윽.

성지한은 오른손으로 꽉 쥐고 있던 생명의 씨앗을 펼쳤다.

조금 전보다, 크기가 완연히 줄어서 성지한의 주먹에 다 들어가게 된 씨앗.

거기에는, 푸른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까 얻었던 씨앗에, 생명의 기운이 잔뜩 있더라고.”

[설마, 그걸 흡수했나?]

“어.”

조금 전, 폭발이 일어났을 때.

성지한은 판단했다.

‘이건…… 못 막겠다.’

이러면 에픽 퀘스트는, 실패로 끝나는 건가?

운 좋게 근원까지 찾았는지, 이렇게 끝나다니 아쉽군.

‘이 씨앗, 인벤토리에만 넣으면 죽어도 상관없는데 말이야.’

성지한은 폭발 직전, 문제의 씨앗을 바라보았다.

지가 뭐라고, 혼자 특별 취급이야?

별의별 특이한 기운이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 그래. 생명의 씨앗에 담긴 기운이라면, 그거잖아…….’

몸을 재생시켜 주었던, 생명의 기운.

그걸 최초로 얻었던 게, 바로 이 씨앗 아니었던가.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이거나 흡수해 보자.’

성지한은 개조 씨앗에 담긴 기운을 쭉 흡수했고.

몸에서 고갈되었던 생명의 기운이, 금방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몸은 아르트무의 불꽃에 잠겨, 금세 가루가 되어 버리려 했지만.

스으으으…….

씨앗에 담긴 생명의 기운은, 성지한의 몸을 계속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러한 과정을 몇십, 몇백 번 반복한 결과…….

“아르트무의 자폭이 먼저 끝났지.”

[허. 저 씨앗에, 그렇게 생명의 기운이 많았다고?]

“그래. 저번에 받은 건, 이것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했어.”

[잘도 흡수할 생각을 했군. 딱 봐도 불길해 보이던데.]

“불길한 기운?”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불길한 기운.

그런 게 자신한테 한두 개인가.

특히 공허의 힘 같은 건, 수명도 제한하는데.

그런 거에 비하면 생명의 기운은 몸도 재생시켜 주지 않던가.

“나중에 내가 얻은 힘, 네 검 안으로 갈무리 좀 할게. 자리 마련하고 있어.”

[윽…… 생명의 기운을 더 넣는다고? 지금도 많은데? 암검 이클립스를 대체 뭐로 만들 셈인가!]

“엄살은. 그래 봤자 녹색 조금 더 붙는 건데.”

[으. 내 정체성이…….]

“자. 간다.”

성지한은 아리엘의 말을 끝까지 다 듣지 않고, 생명의 기운을 주입했다.

[이. 이잇……!]

스으으윽.

이클립스의 중심부부터, 초록색이 퍼져 나가고.

아리엘이 갑작스레 몰려온 생명의 기운에 대처하느라 입을 다물었을 때.

꿈틀. 꿈틀.

[아. 아. 안 돼…… 우리의 신물이…… 배틀넷. 배틀넷에 영원히 살아가려던 나의 염원이……!]

성지한의 발아래 대지.

아르트무의 폭발에 휘말려, 깡그리 타올랐던 촉수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다시 올라왔다.

그는 성지한이 1/10로 크기를 줄여 버린, 개조된 생명의 씨앗을 보며 절규하더니.

목소리의 톤을 바꾸었다.

[그. 그래. 타협하자. 플레이어여. 지금이라도 그걸 넘겨주지 않겠나? 우리…… 같이, 영원을 누리자.]

“영원?”

[그렇다. 저 플레이어들에게 빙의하여, 몸을 계속 갈아타는 거다. 숙주의 수명이 다 떨어지면, 새로운 몸뚱어리에 갈아타고…… 이를 반복하여, 영원한 삶을 누리도록 하자. 청혈 마족의 권능, 너에게 특별히 알려 주겠다!]

빙의해서 숙주 갈아타기.

이것이 청혈 마족이 배틀넷에게 찍힌, 영생의 방법이었던가.

‘개조된 씨앗에 담긴 힘이 강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영원히 숙주를 갈아타는 게 가능한가?’

성지한이 생명의 씨앗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자, 촉수의 목소리가 더 은근하게 변했다.

[자. 그러니, 신물을 넘기지 않겠는가? 그 육신…… 자네의 재능을 다 담기엔 부족해. 만약 자네가 용족이라면. 거인족이라면. 이미 배틀넷을 제패하고 ‘5번째 관리자’가 되었을 거야! 좋아. 내가 그 길을 지원하겠네! 그러니……!]

열심히 입을 털며, 어떻게든 성지한을 설득해 보려는 촉수.

하지만.

“거기까지. 너희 종은 실패했다.”

번쩍.

하늘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흰색의 반가면을 쓴 엘프가 촉수 위에 섰다.

“사라져라.”

툭.

그가 발로 살짝 촉수를 건드리자.

[으아아악……!]

땅바닥으로 스으윽 빨려 들어가는 촉수.

아르트무의 폭발에도 견뎌 내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가면 엘프의 발길질 한 번에, 완전히 존재가 사라져 버렸다.

[청혈 마족이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에서는.

한 종족의 멸종을 알렸다.

‘저 촉수가 최후의 청혈 마족이었나.’

타 종족에게 빙의 갈아타기를 하면서, 영생을 누리려고 했던 존재.

그의 최후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엘프 발차기 한 방에 사라졌으니.

성지한은 잠시 바닥 쪽을 바라보다가.

스윽.

오른손을 휙 뺐다.

그와 동시에.

“호오…….”

빛이 반짝이며, 목검이 그의 손이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피했군.”

성지한이 검격을 피하자, 예상치 못했다는 듯.

그의 앞에 등장한 가면의 엘프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재능이 있는 아이로구나. 씨앗을 넘겨라. 그럼 봐주지.”

성지한은 잘난 척을 하는 가면 엘프에게, 가만히 세 번째 손가락을 올렸다.

“……넘기겠다는 건가?”

“아니. 꺼지라는 건데?”

“허.”

번쩍!

가면 엘프의 목검이, 다시 빛을 반짝일 때.

“잠깐. 잠깐.”

스으으으…….

성지한의 앞에, 거대한 두개골이 나타났다.

“늙다리 엘프. 대장끼리는, 개입 자제하기로 했잖아? 어디서 우리 애를 건드려?”

“이놈…… 성좌가 되었다고 까부는가? 비켜라. 당장.”

“안 돼. 이 친구. 내 머리가 될 거라서 말이야.”

그간 성지한이 위급할 때는 개입하지 않던 칼레인이었지만.

가면 엘프의 경우는 다른 건지,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슈우우우…….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으며, 언데드 군단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가면 엘프는 혀를 차며, 성지한을 노려보았다.

“……내 약속하지. 혹시라도 그걸 배틀넷에 넘기면, 너희 세계로 가서 직접 목을 따 주마.”

번쩍!

그 말을 끝으로 사라진 가면 엘프.

성지한은 그가 사라진 걸 보고 생각했다.

‘그럼 더 넘기고 싶은걸?’

에픽 퀘스트 보상도 보상이고,

엘프들이 싫어하는 일은, 그에게 기쁜 일이었으니까.

[게임이 곧 종료됩니다.]

성지한은 종료 메시지가 떠오르는 걸 보면서.

게임이 끝나자마자 단물 다 빨아먹은 씨앗을 반납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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