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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38화 (23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38화>

‘강등 행성을 정리하는 절차…… 종족 섬멸전이라니.’

종족 섬멸은, 성지한이 회귀하기 전에 겪었던 일.

그때는 저절로 피어오르는 어둠에 육체가 집어삼켜서, 모든 인류가 사라지고.

성지한만 홀로 생존해 있다가 어떤 존재들의 투표로 인해 회귀할 수 있었다.

동의 3, 반대 1로, 2표 차로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받았었지.

‘이걸 근데 플레이어가 한단 말인가?’

인류는 분명, 어둠에 의해 잡아먹혔는데.

이번 종족 섬멸전의 목표인 ‘청혈 마족’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공허와 태양 진영의 침공을 받게 되었다.

[흠. 종족 섬멸전이라. 강등된 종족의 최후를 플레이어에게 맡기는 경우는 드문데 특이하군.]

아르트무도 시스템 메시지를 보았는지.

수백의 난쟁이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일제히 갸웃했다.

-종족 섬멸전?

-아니, 강등되면 섬멸당하는 거임…….

-헐; 페널티 미친 거 아냐?

-근데 그 섬멸을…… 플레이어가 하는 거였어?

성지한 채널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그와 아르트무의 대화를 듣고는 경악에 빠졌다.

배틀넷의 리그에서 강등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여러 이야기가 분분했는데.

오늘 이 미션을 통해서, 확실하게 정답을 알려 준 꼴이 되었으니까.

“근데 청혈 마족은 실버 리그인 거 같은데…… 실버 리그에서 강등당하면 브론즈로 가야 하지 않나? 왜 섬멸당하지?”

[브론즈는 초심자들끼리만 모이는 리그라 그럴 거다. 실버에 올라서면, 초심자 리그로 다시 못 떨어지는 거지.]

“흠…… 엘프 놈들은 전혀 초심자 같지 않더만.”

[그쪽이야 뒷배가 어마어마하니까 그렇고.]

성지한과 대화하던 난쟁이들은, 일제히 손가락을 뻗어 하늘 위를 가리켰다.

[나는 태양을 선택해야겠군. 자네는?]

“섬멸전에 참여할 생각인가?”

[당연하지. 스페셜 미션 아닌가.]

그러면서 난쟁이들이 모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거기에 쓸 만한 전리품이 있으면 수거해야지. 실버 리그까지 올라갔던 종의 종말이다. 분명 좋은 게 있을 거야.]

타 종족을 멸종시키는 것에 있어서, 마음에 그 어떤 부담도 없어 보이는 아르트무.

-난쟁이 잔인하네;

-아무리 다른 종족이라지만 섬멸전 참여하는 거 좀 그렇지 않나?

-ㄹㅇ ……이쯤 되면 배틀넷, 게임이 아닌 거잖아;

-아니 위에 놈들 무슨 도덕 교과서 이야기하냐? ㅋㅋㅋㅋ 게임이 아니니까 아르트무처럼 전리품 획득하고 강해져야지 -그러니까. 다른 행성 안위 따지다가 지구가 저 꼴 나면 어쩌려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섬멸전을 즐기는 아르트무에 대한 반감도 있었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어디 있냐는 현실론이 우세했다.

그리고 성지한도, 아르트무의 태도를 보면서 마음을 다졌다.

‘하기야, 배틀넷이 원래 그런 게임이었지.’

애초에 상대 종족과 싸워서 순위를 매기고.

아래 순위는 멸망하는 게임이 배틀넷 아니었던가.

같은 종족끼리도 싸우는 판국에, 다른 행성의 종족 멸망 따위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전리품을 챙기려는 아르트무의 모습이야말로, 자신의 종을 위해서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겠지.

“나는…….”

성지한이 두 진영 중 어디를 고를지 고심하고 있을 때.

[공허 진영을 선택할 시, 에픽 퀘스트가 나타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더 올라왔다.

태양 진영에는 없는 에픽 퀘스트.

이래서야 선택지는 뻔하지.

“공허를 가야겠군.”

[알겠네. 공허에서 GP 많이 벌게나.]

성지한의 선택에, 손을 흔드는 난쟁이들.

그들에게 곧 하늘에서 빛이 내리쬐더니, 모두를 하늘 위로 데리고 갔다.

승천한 아르트무를 힐끗 바라본 성지한이 공허 진영을 선택하자.

스으으으…….

대지가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금세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어두워진 세상에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공허 진영을 선택하여, 에픽 퀘스트가 나타납니다.]

[에픽 퀘스트]

-청혈 마족의 근원을 찾아, 그들에게 끝을 선사하라.

보상 - 공허 스탯 수용 한도 +30

-칭호 ‘공허 집행자’ 획득

성지한은 에픽 퀘스트의 보상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이거, 나에게 꼭 필요한 보상이군.’ 별의 능력 무혼과 비교해도, 성능이 그다지 꿀리지 않는 공허 스탯.

하지만 이 능력은 스탯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오래 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페널티가 존재했다.

이 페널티를 완화하는 게, 바로 공허 스탯의 수용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었는데.

‘한 달에 한 번 사용 가능한 신좌 소환 스킬로 늘린 한도가 +5였는데…… 30이면 6달을 벌어 준 거네.’

뇌신에게 얻었던 EX급 스킬, 신좌 소환.

종의 한계를 초월시켜 준다는 신좌에는 공허 스탯의 수용 한도를 올려 주는 효과도 있었다.

에픽 퀘스트의 보상은, 이를 6개월 치를 당겨 주는 효과가 있었으니.

성지한으로서는 꼭 얻어 내야 했다.

‘거기에, 피티아의 예언도 신경 쓰이니까.’

그는 피티아가 공허의 마녀에 대해 했던 예언을 떠올렸다.

[당신이 괴물과 싸워서 그녀를 구했다가, 공허의 힘을 너무 많이 쓴 반작용으로 거기에 빨려 들어갈 뻔했고. 공허의 마녀는 기껏 해방되었는데 당신을 위해 자기희생을 해 버렸죠.]

성지한 자체에게는 예언이 통하지 않지만, 주변인에게는 통했다면서 알려 줬던 성지아의 최후.

그 예언에서, 성지한은 공허에 빨려 들어갈 뻔했다고 했지.

공허 스탯의 수용 한도를 늘리는 건,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했다.

‘문제는, 청혈 마족의 근원을 찾는 일인가…….’

지금까지 받은 에픽 퀘스트는 모두 쉬운 난이도가 없었지만.

이번 것만큼 막막한 건 없었다.

청혈 마족의 근원이라니.

그걸 어디서 찾는 건데?

이번에 얻은 4번째 멸신결, 빙천검우를 잘 활용하면 길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무작정 멸신결을 사용하기엔, 범위가 너무 커.’

성지한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오! 이게 누구야! 머리 아니야!”

스으윽.

보랏빛으로 물든 세상 속에서.

검은 두개골이 얼굴을 쑤욱 드러냈다.

*   *   *

“벌써 종족 멸망전에 참여할 정도라니…… 역시 우리 머리. 대단하다니까?”

딱. 딱.

이빨을 부딪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검은 두개골.

성지한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죽은 별의 성좌 칼레인.

성지한의 후원 성좌이기도 한 그가, 여기에 참여해 있을 줄은 몰랐다.

“너도 참여하다니…… 그것도 부캐냐?”

“부캐 아니야! 본캐급이라고! 이번엔 성좌로서, 공허 진영의 침공 대장 중 한 명으로 파견 나온 거야.”

“그래? 그럼 청혈 마족에 대한 정보도 있겠네?”

성지한의 말에 검은 해골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히 있지!”

지이이잉.

눈에서 보랏빛이 퍼지더니, 커다란 화면을 띄우는 칼레인.

거기서는 푸른 피부의, 팔 네 개.

머리가 두 개 달린 종족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청혈 마족…… 이들은, 그리 강력한 종족은 아니야. 좋게 봐줘도 중하급 정도? 그러니 실버 리그에서 강등됐지.”

“그 정도면 강등인가?”

“잘 버티는 애들도 있긴 한데 대부분 강등이지~ 종족이 중급 이상은 되어야지 실버 리그에서 버틸 수 있거든. 우리 머리 같은 이레귤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인류는 최하위 등급인데 어쩌냐 ㅅㅂ ㅋㅋㅋㅋ

-근데 저 해골 왜 이렇게 친한 척함 성지한한테?

-ㄹㅇ 왜 머리라고 불러?

-저번에 배틀 튜브 보면 방송이 꺼진 경우 종종 있었는데…… 그때 만난 건가?

칼레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왜 친한 척하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그가 내뱉은 워딩에 대해서는 집중했다.

스페셜 인베이드 맵, 종족 섬멸전에 배정받은 이후.

배틀넷에 걸린 세계가 어떻게 되는지 고급 정보가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강등되면 이렇게 플레이어들이 종족을 섬멸하기 위해 쳐들어가는 건가?”

“아니~ 원래는 그냥 종말의 사도 띄우고 최종적으로 공허에서 소각해. 어. 근데 우리 머리…… 혹시 배틀튜브 틀고 있어?”

“응.”

딱. 딱.

그러자 검은 해골이 이빨을 부딪치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인류 여러분~ 당신들 순위 유지 못 하면 제가 바로 집행할 거예요~ 아! 근데 우리 머리가 진짜 내 머리로 들어오면, 좀 봐줄지도?”

“개소리는 그만하고.”

“왈왈! 멍멍!”

“…….”

그 말에 인간 머리에서 개 머리로 변해 짖기 시작한 칼레인.

성지한은 이를 보고 잠깐 말문을 잃었다.

-와…….

-진짜 미친놈이네 저거 ㅋㅋㅋㅋ

-오늘 왜 이렇게 또라이 천지냐 ㅡㅡ;

-ㄹㅇ 한 놈은 독재자 돼서 씨 뿌리라고 하고 한 놈은 머리 되라고 하고 ㅋㅋㅋ-저런 놈한테 인류가 멸망하는 거임…….

시청자들에게도 대번에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냈던 개머리는.

스으으윽.

곧 다시 원래의 해골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청혈 마족 섬멸전에 플레이어가 참여한 이유는 따로 있어.”

“뭔데?”

“청혈 마족은 다른 종족에게 특별한 빙의가 가능하거든.”

번쩍. 번쩍.

두개골의 눈 부위에, 시퍼런 빛이 번뜩였다.

“자. 이렇게 청혈 마족이 푸른 눈을 번뜩일 때가 있어. 이걸 보면, 빙의에 걸릴 때가 있거든. 이게 근데 완전히 랜덤이야. 최하급 종족에게도 안 통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용족이 빙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하지.”

“빙의라…….”

“배틀넷의 윗분 중 하나가, 이 빙의에 대해 데이터를 더 모으고 싶어 해. 그래서 이번 섬멸전에 플레이어들을 참여시킨 거지.”

“플레이어에게 빙의에 걸리라는 건가?”

“맞아! 사실 중하급 종족 하나 섬멸하는 데 플레이어까지 올 필요는 없거든.”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생 인류와 종족이 멸망하는 과정이 좀 다르다 싶었더니, 그런 사정이 숨어 있었던 건가.

“우리 머리도 혹시 빙의될까 봐 불안하긴 한데…… 너. 그래도 참여할 거지?”

“당연하지.”

“알았어. 그럼 내가 대장 권한으로, 특별히 쉬운 루트에 배정해 주지! 공격 루트 중에서 민간인 주거지역이 있거든. 거기 애들은 플레이어도 못 돼서 빙의 능력도 각성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쉽게 쓸어버릴 수 있어!”

대장 권한으로 성지한에게 쉬운 루트를 권하는 칼레인.

하지만 성지한은 대번에 그 권유를 거절했다.

“아니. 제일 저항이 강한 곳으로 해 줘.”

“왜? 너 설마…… 민간인이라서?”

씨이익.

성지한의 거절에, 칼레인의 웃음이 음산해졌다.

“머리야. 그렇다면 좀 실망인데…… 이 배틀넷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없이 잔인해져야지. 그렇게 약한 마음을 품고 있다간, 언제든 이용당한다고.”

“네가 날 가장 이용하고 싶어 안달난 놈 아니냐?”

“흐흐. 맞아. 다른 놈한테 우리 머리 빼앗기면 안 되니까 이야기해 주는 거야.”

성지한은 칼레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런 것에 휘둘릴 거였으면, 애초에 종족 섬멸전에 참여하질 않았겠지.”

“그럼?”

“청혈 마족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다.”

“근원…….”

딱. 딱.

근원을 거론하자, 칼레인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청혈 마족의 근원이라니……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근원…… 네가 거론한 그것과, 청혈 마족의 특수한 빙의.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저항이 가장 강한 곳으로 보내 줄 거냐?”

“……좋아.”

지이이잉.

검은 해골의 눈에서 보랏빛이 피어오르더니.

곧 거대한 포탈이 형성되었다.

“빙의 당할 거 같으면 언제든지 콜하라고. 만사 제치고 달려갈 테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성지한은 칼레인의 제안을 대번에 일축하며, 포탈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침입…… 자……!]

[모두, 저자를 장악하라!]

포탈 너머의 세계로 가자마자.

수백의 푸른 눈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며 빛을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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