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37화>
일주일 후.
딩동. 딩동.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윤세진은, 월패드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는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소피아니?”
“응. 아빠. 나가 볼게.”
윤세아는 이제는 익숙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한껏 예쁘게 화장한 소피아가 서 있었다.
“세아 안녕~”
“응. 요즘 자주 본다. 야.”
일주일 전, 소드 팰리스로 이사 온 소피아는.
매일 3시쯤, 펜트 하우스로 찾아오고 있었다.
“저기, 지한 혹시 있어?”
“삼촌 없는데?”
“없어? 또?”
“응. 수련 중이야.”
“그래? 3시 이전에 와야 하나? 하지만 그 전엔 잔 다르크님의 성화 전수가 끝나질 않는데…….”
소피아가 일주일째 펜트 하우스를 들락날락하는 이유는, 당연히 성지한을 보기 위해서였지만.
그녀는 일주일째 매번 허탕을 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 몇 시에 와도 소용이 없는 게…… 삼촌 수련실에서 나오질 않아.”
“아니…… 수련실에서 일주일 동안 나오질 않았다고? 밥은?”
“밥? 안 먹던데?”
“에엑?! 쓰러지면 어떻게 해?”
“삼촌한테 한해선,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 거기에…….”
윤세아는 수련실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 안에도 없는 것 같더라. 인기척이 아예 없어.”
“어디 간 거야?”
“저번에 듣기로, 시간의 흐름이 다른 수련장을 얻었다고 했어.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하니까, 자기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
“와…… 그런 게 있었어?”
“응. 그러니까 오면 알려 줄게.”
“칫. 한국에 오면 지한 많이 볼 거라 기대했는데…… 알았어!”
일주일째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소피아.
윤세아가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윤세진은 커피를 마시다 말했다.
“저 아이도 참 지극정성이구나.”
“그러게. 아빠.”
“내가 너희 엄마 따라다녔을 때 보는 거 같네.”
“엄만 그때 미성년자였다며?”
“크흠…… 레벨 업 좀 하러 가야겠네.”
미성년자 이야기에 움찔한 윤세진이 소파에서 일어나자.
윤세아는 씩 웃다가 수련실 쪽을 바라보았다.
‘근데 삼촌은 진짜 언제 나오지?’
공허의 수련장이 생긴 이후, 수련실 안에서 두문불출하는 성지한.
요즘은 윤세아의 배틀튜브에서도, 성지한의 시청자들이 와서 방송 언제 다시 시작하냐고 물어볼 지경이었다.
‘덕분에 내 구독자도 늘긴 했지만…… 구독자들끼리 싸움이 났지.’
윤세아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보다, 성지한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매번 윤세아의 게임에는, ‘성지한 님 언제 오시나요’로 채팅이 도배가 되었다.
그래서 성지한을 왜 여기서 찾냐고 하는 측과, 여기 말고 어디 물어보냐고 하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맞붙어서.
윤세아는 이를 조율하려고 하다가, 채팅창이 하도 난리가 나서 요즘은 손을 놔 버린 상태였다.
“아 오늘도 게임 들어가면 삼촌 찾겠네…… 채팅 꺼 버릴까.”
윤세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중얼거릴 때.
“날 찾아? 누가?”
그녀의 뒤에서, 인기척도 없이 성지한이 등장했다.
“앗, 삼촌! 나왔어?”
“응. 시간 얼마나 지났어?”
“일주일. 수련 성과는 좀 있었어?”
성지한은 윤세아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다섯 번째 멸신결, 천수강신天樹降神.
목속성의 무공에, 길가메시의 권능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성지한은 이에 접근해 보았지만.
공허의 수련장에서 꽤 많은 시간을 쏟았음에도, 그는 진척을 보이질 못했다.
‘천수가 목속성과 관련은 있을 것 같은데…….’
하늘나무라는 의미의 천수.
거기에 강신이 연결되어 있으니, 성지한은 처음에 이게 일종의 버프처럼 기능하는 줄 알았다.
강신이라면 일반적으로, 신이 사용자에게 내려와 일정 기간 그를 강화시켜 주는 효과를 보였으니까.
‘하지만, 멸신결의 마지막 무공이 강화형이라니.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강화형이 아니라는 데, 딱히 근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성지한의 감은, 천수강신이 단순히 그런 계열이 아니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도 천수강신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해서.
그는 머리를 환기시킬 겸, 공허의 수련장에서 나온 상태였다.
“근데 아까 채팅 이야긴 뭐야?”
“아. 별거 아니고. 그냥 삼촌 팬들이 삼촌 찾아서 내 채널까지 왔거든.”
“그래? 요즘 방송이 뜸하긴 했지.”
히든 보스로 선출된 이후, 성지한은 일반 게임을 진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안 그래도 히든 보스 성지한이 벌어 오는 경험치가 많은데, 여기서 본신까지 레벨 업 레이스에 뛰어들면.
세계 1등이 되는 건 금방이었으니까.
그러면 스페이스 리그 때, 1등 집중 밴을 당할 테니 다음 경기를 위해서 그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이런 사정은 다들 대충 알지 않나?”
“그래도 삼촌 뭐 하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수련한다 그래.”
“그 이야기도 백 번 넘게 했어.”
“민폐를 끼쳤구만.”
“아냐. 그래도 그렇게 유입된 사람 중에 내 채널 구독해 주는 사람도 많으니까…….”
일본전에서 맹활약을 보이며, 배틀튜브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윤세아는.
성지한의 행방을 묻는 팬 가운데서도 구독자를 흡수하며, 낙수 효과를 누리긴 했다.
그래도 채팅에서 꽤 시달렸는지.
얼굴이 밝지만은 않은 윤세아.
성지한은 그 안색을 보고는, 그녀의 머리를 탁탁 두드렸다.
“오늘은 그런 채팅에 시달리지 않을 거야.”
“응? 왜?”
“오늘은 게임 하려고.”
“어…… 레벨 업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 스페이스 리그에서 1등 되면 안 되잖아.”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이번 스페셜 맵 보상이 워낙 색달라서 말이지.”
“오, 뭔데?”
“그건 인게임에서 보여 줄게.”
성지한은 씩 웃으며, 배틀넷 안으로 들어갔다.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배틀넷에 접속한 성지한은, 바로 배틀튜브를 켰다.
-어? ㄹㅇ 성지한이네?
-오…… 갑자기 알림 떠서 뭔가 했더니, 진짜잖아?!
-오, 드디어 배틀튜브…… ㅠㅠ 수련 끝나셨어요?
성지한이 게임을 켜자마자, 그를 반기는 채팅창 상황.
정신없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글자를 하나하나 지켜보던 성지한은, 입을 열었다.
“수련은 언제나 하는 겁니다만, 스페이스 4에서 또 스페셜 맵을 배정해 줘서요.”
-또 스페셜 맵?
-매번 스페셜이네 ㄷㄷ
-성지한이라 이젠 놀랍지도 않음 ㅋㅋㅋ
-히든 보스 한 번 더 나오는 건가 그럼?
스페셜 맵에 배정되었다는 이야기에도 이제는 별로 놀라지 않는 시청자들.
오히려 이제는 평범한 맵에서 게임을 하면, 그게 이상할 거 같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한편.
[A.DaVVi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저, 성지한 선수. 정말 미안하지만 스페이스 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거 알고 계시죠…… 이번 경기라도 어떻게든 사정 좀…… 2등에 머물 수 있겠습니까…….]
-헐 인류 감독님 납셨네 ㅋㅋㅋ
-후원금 쏘면서 하는 이야기가 님 레벨 업 자제점요 ㅋㅋㅋ-저번에 1등 페이크로 재미 좀 보긴 했지.
-ㄹㅇ 스페이스 리그만 생각해서는 성지한이 영원히 2등 아래였음 좋겠는데…….
-히든 보스 때문인가 성지한 순위 이제 7등이던데?
-본 게임 안 해도 그 정도라니 ㄷㄷ 경험치 엄청 벌었나 보다.
성지한이 당연히 1등일 거라 생각한 우르크를 거하게 낚았던 데이비스.
다음 경기에도 비슷한 수를 쓰기 위해, 그는 후원까지 해 가면서 성지한에게 성장을 천천히 해 달라고 호소했다.
“저도 다음 게임까지는, 세계 1등할 생각이 없습니다. 최대한 레벨 업은 자제하려구요. 다만, 이번 스페셜 맵은 보상이 남달라서요.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지한의 말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다.
-성지한이 보상 좋다고 할 정도면 ㄷㄷ
-저번에 히든 보스 튀어나온 것처럼 좋나?
-보상이 대체 뭐기에 그러죠?
“그건…….”
성지한이 대답하려고 할 때.
[오. 우수고객님. 오랜만이군.]
번쩍!
그의 옆에서, 거대한 로봇이 나타나더니 말을 걸어왔다.
“아르트무?”
합체된 모습으로 나타난,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 아르트무.
[그래.]
그의 몸이 번쩍이더니, 곧 수백의 난쟁이로 나뉘어 대지에 오와 열을 맞춰 섰다.
[우리 고객님도 회원권 때문에 참전했나?]
“어.”
[나도 그래. 6개월 연장은 못 참지.]
스페셜 맵의 기본 보상은, 바로 스페이스 리그 우수 회원권 연장권이었다.
경험치 및 GP 획득량 100퍼센트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이 아이템은.
사실, 이것보다는 30퍼센트 확률로 상대의 밴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효과와.
특수기능 ‘스포트라이트’나 ‘하이드 아웃’을 위해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자네는 이번에도 하이드 아웃을 연장할 셈인가?]
“그래야지.”
[자네 같은 인재가 스포트라이트를 썼으면 우주의 주목을 받았을 텐데 아쉽군. GP 후원은 배틀튜브를 도배하듯이 들어오고, 수많은 성좌의 러브콜이 쏟아질 텐데 말이야.]
“넌 스포트라이트를 쓸 생각인가?”
[그래야지. GP 모아서 종족 개조해야 하지 않겠는가.]
-스포트라이트? 하이드 아웃?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성지한은 스페이스 리그 회원권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이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아 그래서 성지한 얼굴이 안 보인다고 했던 건가 ㄷㄷ-외계인들 뭔 소리 하나 싶었는데…….
-거기에 밴도 안 당하는 거였어?
-참전할 만하네 ㅋㅋㅋ
시청자들은 회원권에 대해 그저 좋네 싶은 정도로만 받아들였지만.
[A.DaVVi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서, 성지한 선수. 회원권이 있으면, 밴 당할 확률도 줄어드는 겁니까?! 근데 국가대표 경기 때는 한 번도 적용이 안 된 거 같은데…….]
인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 데이비스는 흥분하여 또다시 후원을 쐈다.
그의 의문 중, 밴 확률 30퍼센트는 성지한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는 옆에 있는 아르트무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근데 아르트무. 이 밴 30퍼센트 피하는 거, 효과 있는 거 맞아? 나 한 번도 적용이 안 된 거 같은데.”
[그런가? 이거로 쏠쏠히 재미 봤는데 나는. 어떤 경기에서 그랬길래?]
“국가대항전에서 안 되더군. 나만 집중 밴하거든.”
[……국가? 자네 종족이 지배하는 행성에, 나라가 여러 개 있나?]
“어.”
[허. 당연히 안 되지. 같은 종족끼리 하는 게 진정한 게임인가? 연습의 일부지. 근데…… 자네 대체 뭐 했나? 당장 세계 통일하고 독재자로 취임해야지.]
수백의 난쟁이가 어이없다는 듯 일제히 고개를 갸웃하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독재자라니, 뭔 헛소리냐.”
[헛소리는 자네가 하는 거야. 최하급 종으로 스페이스 4에 들어올 정도면, 천부적인 유전자를 지닌 거네. 자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종을 진보시킬 의무가 있어. 세계를 통일하고 우수한 여성에게 자네의 씨를 모조리 뿌려 버리게!]
-이거 미친놈이었구만…….
-세계 통일 드립 뭐냐 ㅋㅋㅋㅋ
-근데 성지한이 막말로 세계 통일한다고 나서면 막을 사람 있나? ㅋㅋㅋㅋ-핵 터뜨리면 되는 거 아님?
-성지한은 핵도 피할 거 같은데 ㄷㄷ
-공간 장악 능력이 개사기라 무적이지 않나?
아르트무의 세계 통일 소리에, 진지하게 가능하다 아니다로 맞붙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성지한은 그런 채팅을 보고는 손을 설레설레 흔들었다.
“걱정 마세요. 세계 통일, 생각 없습니다.”
[쯧. 종을 위해 헌신해야지…… 그 능력이 아깝군.]
그런 귀찮은 짓을 뭐 하러 하나.
성지한이 그렇게 단칼에 부인하자, 옆에서 아르트무가 쫑알거렸지만.
[플레이어가 스페셜 인베이드 맵, ‘종족 섬멸전’에 배정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 잡담을 멈추고 이쪽에 신경을 집중했다.
[배정된 종족은 실버 리그에서 강등된, ‘청혈 마족’입니다.]
[‘공허’ 진영과 ‘태양’ 진영으로 나뉘어, 강등 행성을 정리하는 절차에 들어갑니다.]
[‘종족 섬멸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종족 섬멸전.
게임에 참가하기 전, 이를 스페셜 인베이드 맵이라고만 보았던 성지한은.
드러난 맵의 이름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