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35화>
조금 전.
아카리와 함께 맨 앞에 나선 윤세아는 수십 명을 쓰러뜨리며 분전했지만.
“자, 잡았다!”
결국, 거리를 내주었다.
“죽여!”
잔뜩 성이 난 얼굴로, 무기를 뽑아 드는 일본 플레이어들.
아카리가 나름 분전했지만, 접근해 오는 모든 플레이어를 막아설 수는 없었고.
휙!
시퍼런 칼날이 윤세아를 향해 뻗어 나갔다.
하지만.
스으윽.
“안녕~”
윤세아가 혀를 빼꼼 내밀며, 공허의 장막에 들어서자.
칼날은 애꿎은 허공만 베었다.
“뭣…….”
그리고 허공에서 활만 스윽 나오더니.
팅!
시위가 튕기자, 몸이 꿰뚫리는 일본 전사.
성지한이 사라지고 1세트는 그냥 진 줄 알았는데.
오늘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윤세아가 예상치 못한 활약을 선보이자.
양국 시청자들의 반응이 판이하게 갈렸다.
-성지한이 사라졌는데 왜……!
-일본 전사들. 뭐 하는 거냐! 이번에 첫 출전한 여자애 하나 못 잡나?
-아니 1세트는 이겨야지!
-미즈하라가 만들어 준 기회를 날릴 셈이냐…….
성지한이 사라지면서 다 이긴 줄 알았던 게임이 비등해지자, 괜히 희망을 가졌던 일본 시청자들은 절규했으며.
-윤세아가 이렇게 잘 하는 플레이어였음?
-와 진짜…… 게임 ㅈ같이 하네 ㅋㅋㅋㅋㅋ
-뭐야 저거? 국가대표급 선수의 공격도 피할 수 있어?
-개사긴데?
1경기는 졌다며 포기하던 한국 시청자들은 대표팀에 신성이 등장했다며 신이 났다.
그리고, 그렇게 윤세아를 제압하지 못하고, 수적 우위가 점점 좁혀지던 일본 대표팀은.
스으으윽…….
성지한이 허공에서 등장하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서, 성지한…… 복귀했어!”
“미즈하라는…….”
“없다…… 제압당한 것인가.”
“제, 젠장……! 오기 전에 끝냈어야 했는데!”
“요, 요새로 가자. 일단!”
성지한이 나타나자,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는 일본 대표팀.
사우스게이트의 원래 목적에 맞게, 수비 태세로 전환하자며 모두 후퇴준비를 했지만.
“세아야. 내가 쟤네 다 전멸시키면, MVP 나한테 돌아갈까?”
“아. 삼촌. 그건 좀…… 조카 첫 데뷔전인데 MVP 한 번 넘겨주시죠.”
“흐음…….”
성지한은 턱을 쓰다듬더니, 적들에게 검을 뻗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그림자검이 금세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하며.
“어. 엇……!”
“저거, 검은 소용돌이다!”
“빨려 들어가면 죽어……!”
“어떻게든 저항해라!”
후퇴하는 일본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선수들은 암혼와류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강력한 흡인력에 저항을 하지 못한 채 공중에 두둥실 뜨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보다는, 빨아들이는 속도가 느린 암혼와류.
그건 성지한이 힘을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여기 빨려 오기 전에, 더 없애 봐.”
“오, 기회를 주는 거야? 알았어!”
데뷔전에서 MVP를 따기 위해, 윤세아는 열심히 활시위를 튕겼다.
픽! 픽!
하나둘씩, 몸에 구멍이 뚫리는 일본 플레이어들.
암혼와류에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 화살을 막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
전사들이나 몇 방 버티지, 서포터나 마법사 같은 경우는 공격을 그대로 허용했다.
“이 정도면 MVP 따겠네.”
성지한은 전사한 플레이어들 숫자는 세어 보더니.
휘이이익!
암혼와류의 흡인력을 더욱 올렸다.
그러자 서서히 빨려 들어오던 일본 선수들은 모조리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단번에 갈려 나갔다.
=성지한 선수! 복귀하자마자 단번에 게임을 끝냅니다!
=아까까지는 윤세아 선수에게 MVP를 주기 위해, 잠깐 힘 조절을 했던 걸까요?
=사실 윤세아 선수가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승리했으니, 굳이 이러지 않아도 MVP는 윤세아 선수에게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시간을 끌어 줬군요!
스페이스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성지한.
갑자기 튀어나온 일본 선수에게 봉인당해 힘을 잠시 쓰지 못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자, 1세트는 너무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1경기 MVP는…….
=아. 역시 윤세아 선수군요!
=다 기울어졌던 게임을, 아카리 선수와 함께 앞에서 버텨 내 주었죠!
=한국 대표팀에 또다시 신성이 등장합니다!
윤세아에게 돌아간 1세트 MVP.
성지한이 나중에 킬을 몰아주기는 했지만.
그 전의 전적만 보아도, 그녀는 충분히 MVP를 딸 자격이 있었다.
-와…… 윤세아 진짜 사기네; 아처가 워리어 돌격을 맨 앞에서 막어 ㅋㅋㅋ-저쪽 집안은 왜 다 저럼?? 뭔 약 먹음?
-1년 전이랑 비교하면 대표팀 라인업 미쳤네 ㅋㅋㅋ
-야 그 시절은 성지한 등장 전까진 꼴등 달렸잖아 ㅋㅋㅋ-ㄹㅇ…… 이민 갈까 생각했다 그땐.
2021년 들어서.
검왕도 합류하고, 윤세아라는 신성까지 등장하며 전력이 크게 강화된 한국 대표팀.
이에 반해, 이렇다 할 보강이 없던 일본 측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미즈하라가 만들어 준 기회가…….
-하, 하지만 우리도 이길 수 있어! 성지한을 밴하고, 미즈하라가 검왕을 봉인하면 되잖아!
-그럼 윤세아는 어쩔 건데? 쟤 때문에 1세트 망했는데?
-아…… 역시 한국은 못 이기나.
-서포터 맵 뽑는 거 아니면 불가능함…….
러시아가 보여 주었던, 한국전 대비 필승카드.
서포터 맵, ‘골렘 결투’만이 이젠 일본 대표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서포터의 서포팅 능력만으로 승패가 갈리는 골렘 결투.
여기선 아무리 괴물 같은 성지한이라도, 게임을 지배할 수 없겠지.
=일본 감독, 성지한을 밴하고 골렘 결투 맵을 뽑아 듭니다!
=역시…… 1경기가 특이했죠! 서포터 전력은 일본이 확실히 유리한 편이라, 이게 저들의 유일한 승리 공식이나 다름없습니다.
=노영준 감독 측에서는 1경기와 똑같은 사우스게이트 맵을 꺼내듭니다만…….
=아…… 이런. 일본의 선택대로, 골렘 결투 맵이 걸렸군요!
그리고.
일본 감독이 원하는 대로 골렘 결투 맵이 걸리자, 노영준 감독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것 참…… 매번 이 맵이 문제군.’
서포터 맵 골렘 결투.
골렘 간의 대결을 통해 승패를 가르는 이 맵은, 플레이어가 골렘에게 버프와 힐만 줄 수 있을 뿐.
전투에는 전혀 끼어들질 못했다.
올 클래스 성지한이 힘을 쓰지 못하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맵, 러시아전 때 러시아가 이걸로 재미를 본 이후.
한국을 상대하는 나라는, 죄다 이 맵을 우선적으로 꺼내 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
=역시, 골렘 결투 맵은 힘듭니다……!
=일본의 골렘. 우리나라의 골렘을 확실히 압박하고 있어요……!
한국 대표팀은, 열세라고 평가받던 서포터 전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패배하고 말핬다.
-아, 저 맵 진짜 ㅋㅋㅋㅋ
-성지한은 골렘 결투 못 나옴?
-서폿 능력이 없어서 나와도 쓸모가 없을 걸
-저게 유일한 성지한 카운터 맵임 ㅋㅋㅋ
-아…… 이렇게 된 이상, 성지한. 소피아를 꼬드겨라! 귀화시켜!
-임자 있잖어 ㅋㅋㅋㅋ
-양다리를 허락한다!
골렘 결투로 인해, 2경기를 패배할 때만 해도.
한국 시청자들은 에이 재수없네, 소피아 데려와 하는 반응이었지만.
=어. 어…….
=3경기도, 골렘 결투 맵에 걸립니다!
3번째 경기까지 골렘 결투 맵이 걸리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아니…… 잠깐. 이게 확률적으로 말이 됨……?
-셀렉트 카드에서 맵 걸릴 확률이 70퍼센트니까. 한 나라당 확률은 35퍼센트니 가능하긴 하지…….
-두 번 연속은 12퍼센트 확률임 ㅇㅇ;
-그럼 여기서 또 골렘 결투 터질 확률은?
-35퍼센트 3번 곱하면 4퍼센트야 ㅋㅋㅋ
-아 ㅅㅂ 설마…… 4퍼센트가 터지진 않겠지?
일본 감독의 신들린 카드 뽑기 솜씨에.
노영준 감독도 일본 최고의 서포터 사쿠라를 밴하면서 나름 대응에 나섰지만.
=아…… 3경기도 패배합니다.
=사쿠라 선수가 밴을 당해서, 이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직 서포터 전력은 일본에게 역부족입니다!
3경기도, 2경기와 똑같은 결과를 내 버렸다.
“아. 삼촌…… 소피아가 한국 오고 싶어 하던데, 적극적으로 귀화 추진해 볼까?”
“됐어. 뭘 귀화 시켜.”
“아니, 근데 진짜 이러다가 3번 연속 골렘 결투 걸리면 끝 아냐?”
“설마 확률이 그렇게 터지겠어?”
“지아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서포터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줬던, 성녀 성지아.
그녀가 대표팀에 있었으면, 이렇게 약점을 일방적으로 후벼 파이지도 않았겠지.
두 경기를 출전하지 못한 성지한 일행은, 그저 물끄러미 화면만 바라보았다.
=일본 감독. 먼저 2승을 챙기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에 반해, 카드를 집는 노영준 감독의 손은 약간 떨리고 있어요.
=아. 일본 감독! 또 골렘 결투를 꺼내 들었군요! 집요합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3번 연속 골렘 결투는…… 안 뽑히겠죠?
=4퍼센트 확률에 걸릴 리가요!
=4경기만 안 걸리면 됩니다! 5경기에는 밴, 셀렉트 카드가 주어지지 않거든요!
그리고 4경기의 맵이 뽑히자.
“아……!”
양 감독의 희비가 교차했다.
* * *
다음 날, 소드 팰리스의 펜트 하우스.
[대한민국! 일본전, 3:2로 힘겹게 승리!]
[골렘 결투 맵에 농락당한 대한민국! 약점이 파헤쳐지다.]
[성지한이 나오지 못하는 유일한 경기, 골렘 결투 맵. 이를 대비할 방법은 무엇인가?]
“진짜 데뷔전 어이없게 지는 줄 알았어.”
윤세아는 뉴스 기사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일본 전사들을 앞에 두고 싸울 때보다.
일본 감독이 카드 뽑을 때가 100배는 더 떨렸다.
-와 진짜 나 1퍼센트 벌려다가 전 재산 다 날리는 줄…….
-역시 도박은 하면 안됨 ㄹㅇ;
-나 카드 뽑을 때 TV 끔 하도 떨려서 ㅋㅋㅋ
-골렘 결투 맵 저거 어떻게 못하냐? 맵을 밴해 버리고 싶다 진짜 ㅡㅡ어제 일본 감독의 신들린 카드 뽑기에, 가슴이 철렁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모두 골렘 결투 맵에 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오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감독 보고 왜 1경기부터 골렘 결투 맵 안 꺼냈냐고 성토중이네.”
“2경기 연속 뽑아 줬음 됐지. 바라는 것도 많아.”
“그러게 삼촌. 아~ 근데 골렘 결투 때문에, 내 데뷔전 기사가 묻혀 버렸어!”
“없진 않은데?”
성지한은 아쉬워하는 윤세아에게,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뜬 헤드라인을 손가락으로 보여 주었다.
[1경기 MVP 윤세아,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다!]
[1경기 MVP 윤세아. 4경기 MVP 윤세진. 5경기 MVP 성지한. 가족끼리 돌아가면서 MVP를 따내다.]
[시리즈 MVP는 성지한에게 돌아가…….]
한일전에서 윤세아의 활약상도 인상적이었기에, 꽤 많은 기사들이 윤세아를 다루고 있었지만.
“으…… 그래도 골렘 결투한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긴 거 같아.”
그녀는 이 정도 기사량으로는 만족하질 못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게임이 넘어갈 뻔했으니까. 일본 감독의 카드 뽑기 실력을 탓해라.”
“안 되겠다. 삼촌. 소피아 데려오자. 소피아 데려오면 한국 대표팀 우승할 수 있어.”
“됐다. 됐어. 뭘 데려와.”
“에이 그래도…… 소피아만 있으면 확실히 챔스 우승할 수 있다고!”
윤세아는 아쉽다는 듯이 강변했지만.
“없어도 우승해.”
성지한은 됐다면서 손을 흔들었다.
“에이. 우승할 수 있는 필승 카드가 있는데…….”
윤세아가 성지한의 단호한 거부에, 아쉽다는 듯 그리 말하다.
부르르르.
핸드폰이 진동하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삼촌. 소피아 한국 왔다는데?”
“……왜?”
“삼촌 급히 봐야 할 일이 생겼대. 성녀 관련해서, 진짜 급한 일이라고.”
급한 일이라…….
성녀 관련이라. 그럴 게 있나?
“알았어. 그럼 이리로 오라 그래.”
“응! 그렇게 말할게.”
그러며 윤세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소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