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31화 (23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31화>

3:1로 인류의 완승으로 끝난 2번째 스페이스 게임.

인류 진영은 축제 분위기였다.

[우르크와의 결전, 승리로 끝나다!]

[리그 순위 7위로 껑충 뛰어오른 인류.]

[대족장을 2번 모두 제압한 성지한, 시리즈 MVP로 올라서다.]

[제대로 먹혀 들어간 데이비스 감독의 노림수.]

전 세계 언론의 대서특필과 함께.

시리즈 MVP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성지한 선수!”

“시리즈 MVP 축하드립니다!”

배틀넷 게임 내부에 마련된, 인류 대표팀의 대기실.

여기에 인터뷰어 자격으로 온 해설자들은, 흥분된 얼굴로 성지한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저번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특히 우르크와의 전투에서는, 천재지변이 일어난 줄 알았어요!”

“하늘이 얼어서 떨어지다니! 그 어떤 마법사도. 올리버조차도 이런 모습은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겁니까?”

“대기 길드 들어오시면 됩니다.”

“하하! TOP 200이 들어가려고 안달이 나 있었는데, 경쟁이 더 장난 아니겠군요!”

웃으면서 성지한과 대화를 나눈 해설자들은.

이번에 게임을 3:1로 끝마치게 된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인.

랭킹 11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전의 상황을 보자면. 우르크의 대표, 대족장은 성지한 선수를 1위라고 착각하고 밴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그로서는 그렇게 착각할 만했지요! 3경기 때 1위가 밴 당하고 성지한 선수가 나오질 않았으니까요.”

“오늘은 이 전략이 매우 유효하게 사용됐지만, 다음 스페이스 리그 게임 때는 어떻게 될지…….”

“그때는 성지한 선수의 순위가 어떻게 뒤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해설자의 물음에, 성지한은 즉답했다.

“11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건 불가능합니다.”

“역시…… 그렇겠죠?”

“네. 제 히든 보스가 경험치를 벌어다 주고 있어서 말이죠. 거기에 성장을 멈추게 된다면, 차후 더 강력한 적이 나왔을 때 대처를 하지 못할 겁니다. 다만.”

그러며 성지한은 검지손가락을 폈다.

“1등은, 최대한 천천히 가 보죠.”

“1등을……!”

“예. 우르크 대족장 때에도 봤듯이, 제가 인류 1등이라고 생각하는 게. 적들로선 합리적인 판단 아니겠습니까?”

다른 플레이어가 이야기했다면 너무 오만하다고 지적받을 만한 소리였지만.

“그렇죠!”

“우르크 대족장의 선택, 보는 우리는 비웃긴 했지만 사실 그게 정상적인 판단입니다.”

“성지한 선수에게 그렇게 깨졌는데, 당연히 그리 생각할 만하죠!”

그 말을 하는 게 성지한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ㄹㅇㅋㅋ 대족장은 당연한 선택을 한 거임.

-11위가 저리 센 줄 알았겠냐고 ㅋㅋ

-오늘 ‘성지한 vs 검왕 하면 누가 이기나요’답 나왔네 -뭐 요즘은 극성 검왕가 빼고는 모두 다 성지한 승리에 손을 들어 주긴 했지 ㅋㅋㅋ-으 근데 성지한 1위 되면 그때부터가 큰일일 듯.

모두가 당연히, 성지한은 인류 최강이고 랭킹 1등은 예약되어 있다고 인정하는 상황.

사람들은 이를 상식선에서 깔고 들어간 상태에서, 미래 상황을 걱정했다.

-적들이 1등만 집중 밴하면 어떻게 하냐.

-아까 보니까 성지한 없는 게임에서 다 깨지던데…….

-ㅇㅇ 검왕도 대족장한테 결국 패배하더라 성지한 없었으면 3:1 스코어는 반대로 나왔을 듯 -우르크가 그렇다고 센 종족도 아니야 얘네 최하위였어…….

-이번 게임 이겼다고 방심하지 말고, 다른 플레이어도 빨리 강해져야 해. 성지한 1등하고 나면 거의 필밴 확정임;

2경기 모두, 성지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했던 인류.

이런 상황은 데이비스 감독을 위시한 코치진이 더 잘 알아서.

시리즈 MVP 인터뷰가 끝난 후, 이어지는 승장 인터뷰에서.

데이비스 감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지한 플레이어 덕에 이번 게임을 쉽게 승리로 가져갔지만. 언제까지 이런 수가 통용되진 않을 겁니다. 3경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직 인류 대표팀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성지한 선수가 1등에 올라서기 전까지, 최대한 전력 강화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ㄹㅇ 성지한 꿀만 빨지 말고 다른 선수들도 올라와야지.

-데이비스 감독 믿음직하네.

-대표팀 감독 계속 유지할 듯 ㅇㅇ

-맞어. 엘프 처형도 뭐, 적의 전력 깎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잘한 거 아니겠어?

그렇게 승리로 끝난 스페이스 리그 2경기는.

인류에게 승리의 기쁨과 함께, 과도한 성지한 의존도를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 주었다.

한편.

“후우…….”

로그아웃해서 소드 팰리스로 돌아온 윤세진은.

술 진열대로 가서, 양주 여러 병을 들고 거실로 가져와 하나씩 까기 시작했다.

“아빠! 아니, 무슨 술을……!”

“하하. 우주의 벽은, 높구나.”

“……대족장 때문에 그래?”

“그것도 그렇고. 엘프와의 경기 때도 무력했지.”

후우.

윤세진은 한숨을 푹 쉰 채, 술을 병째 들이켰다.

인류 최강의 전사 자리를 처남에게 빼앗긴 거야, 그에겐 되레 기쁜 일이었지만.

‘이렇게 아무런 힘이 되질 못하다니…….’

중요한 게인마다, 패배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매형…… 뭐 하십니까?”

“연전연패를 하니, 스스로가 한심해서 말이지.”

“대족장…… 그는 다른 우르크의 힘을 끌어모은, 규격 외의 상대였습니다.”

꿀꺽. 꿀꺽.

성지한은 양주를 물 마시듯 퍼마시는 윤세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3경기 때,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두 전사하는 와중에 혼자서 고군분투하지 않으셨습니까. 자책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말이야. 처남은 이겨 내지 않았는가.”

후우우.

윤세진은 깊게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요즘은 회의감이 드는군. 쌍검의 극의. 이 능력을 내가 제대로 발전시키고 있는 건지. 난 그저, SSS급 기프트를 받은 단순한 행운아에 지니지 않았던가…….”

성지한은 자신을 한탄하며 술병을 다시 들어 올리는 윤세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쌍검의 극의.

그 기프트에 대해서는, 자신도 잘 모르는 분야고.

결국 발전시키는 건 플레이어 본인의 몫이니 뭐라 충고할 수는 없었지만.

‘저번 생에서의 모습. 떠올려 보면…….’

시즈루에게 홀려서 그녀의 패로 쓰였던 검왕은.

일본으로 건너간 후에도, 전사로서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그 쓸모 때문에, 시즈루가 직접 매혹에 나선 것이었으니까.

‘나중에 갈수록, 검이 줄어들었지.’

백검을 소환하던 검왕은.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검을 줄였다.

마지막에는, 20개 정도로 검이 줄었던가.

성지한은 술을 퍼마시고 있는 윤세진에게 말했다.

“백검으로 힘을 분산시키기보다는, 검의 개수를 줄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검을…… 줄이라고?”

“예. 백검은 평범한 상대에게는 효과적인 광역공격 수단이지만, 스페이스 리그에서는 통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검 하나하나를 가다듬어, 예기를 기르는 게 위력적일 것 같습니다.”

“음…… 백검을, 오히려 줄여라…….”

벌써 양주 한 병을 비운 윤세진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성지한의 해법.

간단한 것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검을 늘려 가며 쌍검의 극의를 발전시켜 오던 윤세진에게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는 변화였다.

툭. 툭.

그는 빈 양주병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다가.

“……좋아. 한 번 해 보겠네. 충고 고맙네. 처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련실로 걸어갔다.

“아빠! 술 먹고 검 휘두르면 어떻게 해!”

“괜찮아. 이건 마신 것도 아니야!”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손을 흔들고는 사라진 윤세진.

윤세아는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성지한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삼촌. 오늘도 대박이었어. 혼자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데?”

“1경기 땐 놀았지 뭐.”

“아…… 열심히 날아가다가 끝난 거? 그거야 저쪽 마법사가 워낙 허접했으니까 워밍업이고!”

그러면서 윤세아는 손을 척 올렸다.

“근데 나 있잖아! 오늘 감독님한테 전화 받았다?”

“감독님? 누구? 데이비스?”

“아니…… 데이비스 감독은 아까 카드 뽑고 있었잖아. 노영준 감독님 말이야.”

“아. 그치. 왜 전화하셨어?”

“다음주 한일전에 참여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드디어! 대표팀에 발탁된 거야!”

그러며 주먹을 불끈 쥐고 방방 뛰는 윤세아.

성지한은 내심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대표팀 궁수진 커트라인이 빡셀 텐데…… 들여보내 줬네?”

“다 이 아르트무의 활 때문이지! 이거 엄~~~청 좋아!”

“돈값하디?”

“……아니. 돈값은 아직 못 하는데요.”

“뭐, 언젠간 할 거다.”

“으. 아무리 그래도 200억GP 가치는…….”

200억 GP를 거론하자, 아르트무의 활을 막 만지던 윤세아의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그걸 본 성지한이 피식 웃었다.

“돈 달라고 안할 테니까 험하게 써라.”

“으으. 어떻게 그래. 세상에서 제일 비싼 활일 거야 이거…….”

“어쨌든. 그럼 한일전에는 우리 셋이 다 참여하겠네.”

“맞아! 후후. 이번에 데뷔전 성공적으로 치르고, 다음엔 스페이스 리그 경기까지 참여하겠어!”

“흠. 그러려면, 보이드 애로우 말고 스킬 또 얻은 건 있냐?”

“아. 그게. 수련하고 있는 게 있긴 한데…….”

스킬 또 없냐는 말에 목소리가 작아진 윤세아는.

“으. 에잇! 그래. 나도 스킬 발전시키러 가야겠다! 아빠도 수련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갑자기 급 흥분하며, 자기도 스킬 추가하겠다면서 수련실로 뛰어갔다.

“그래. 열심히 해서 밴 카드에 좀 올라와 줘라.”

“알았어! 삼촌만 밴 당해선 안 되지!”

성지한에게 손을 흔들고 수련실로 들어간 윤세아.

그는 그 모습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짓다가.

[자. 그럼…… 용무 다 끝났나요?]

피티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래. 피티아. 네 권능, 본 소감은 어땠나?”

[빙천검우…… 라고 했던가요. 아까의 스킬.]

“맞다.”

[보고, 저절로 깨달았어요…… 내가 확실히 그에게 속았다는 걸.]

무신에게 속았음을 확신한 그녀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덤덤했다.

“예상했다는 말투군.”

[그에 대한 의구심은, 언제나 품고 있었으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못하겠지만…… 당신, 다음주 일본이랑 경기에 출전할 건가요?]

“그럴 거다.”

[그럼 그때, 배틀넷에서 저랑 좀 이야기를 나눠요.]

“너랑?”

[네. 저번에 봤던 아바타. 일본 사람이거든요.]

호텔에 난입했던 동양인 여성.

그 여자가 일본 국적이었나.

“알겠다. 그때 보지.”

[좋아요. 그럼, 오기 전까지…… 한 가지 깨달은 건 미리 알려 드릴게요. 아까 사용했던 빙천검우…….]

그녀는 목소리를 낮춘 채, 자신이 이해한 바를 알려 주었다.

[그 힘의 진의는, 탐색에 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목소리를 더 이상 보내지 않는 피티아.

성지한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탐색?”

빙천검우.

하늘을 얼려 떨어뜨리던 그 압도적인 멸신결이.

탐색에 쓰이는 것이었다고?

쉽사리 이해는 안 되지만, 그녀의 권능과 연관되어 있으니 허튼 소리는 아닐 터.

‘……나도 수련실에 가야겠군.’

이해가 안 될 땐, 계속해서 써 봐야겠지.

그는 스페이스 리그에서 승리한 당일 날.

샴페인을 터뜨리는 대신, 공허의 수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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