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29화 (22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9화>

2경기, 전사의 계곡.

워리어 클래스만 1천 명씩 붙는 이 게임은, 우르크가 가장 선호하는 맵이었다.

=적이 원하는 맵에 걸렸군요.

=아쉽습니다. 1경기는 너무나도 쉽게 압승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인류도 전사 전력은 충분히 강한 편입니다. 저희에겐 성지한 선수와 검왕이 있지 않습니까?

해설진은 적의 셀렉트 카드에 걸린 걸 아쉬워하면서도.

인류의 핵심 플레이어, 성지한과 검왕이 있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이는 대중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ㄹㅇ 이쪽도 전사는 강하지.

-뭐 사실 한국인 2명만 세긴 한데…… 그들이 밴 당하면 망하는 거 아니냐 -한 명은 살 듯. 성지한 순위가 11위잖아.

-데이비스 감독이 이번 경기 대비해서 순위 잠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엘프 처형할 땐 똥 싸더니 그건 잘했네 ㅋㅋㅋ

한국인 전사 듀오를 믿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르크’의 1~10위의 선수 중, 3명이 밴 당합니다.]

[6, 8, 10위의 선수가 밴 당했습니다. 2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인류’의 1~10위의 선수 중, 3명이 밴 당합니다.]

[2,7,10 위의 선수가 밴 당했습니다. 2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밴 카드가 열리자, 처음의 낙관적인 전망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2위가…….

=검왕이 밴 당합니다. 2연속 밴이군요!

=1경기 때의 밴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꽤 크리티컬합니다.

=그래도 성지한 선수가 살아남은 게 다행입니다. 만약 그가 한 단계 순위가 더 높았다면 성지한과 검왕, 둘 다 없는 채로 싸울 뻔했어요!

“이런. 또 밴이라니…….”

윤세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1경기야 마법사 맵이라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이번엔 출전 여부가 중요했는데.

하필 적의 밴 카드가 이번 게임에서 그에게 적중해 버렸다.

“처남. 미안하군.”

“밴 카드야 운이죠 뭐. 미안할게 뭐 있습니까. 제가 매형 몫까지 대신하죠.”

성지한은 윤세진에게 그리 답하면서 생각했다.

‘저번 생에서는 매형이 출전했는데, 순위가 2위로 올라가면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했군.’

저번 생에 일본에 있을 때는, 그냥 3위에 만족하던 검왕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복귀 후 대기 길드에 소속되며, 강력한 성장 효과를 누려 세계 2위를 달성한 상태였다.

성장한 건 좋았지만, 저번에는 피했던 밴을 이번에는 연속으로 당하게 되었군.

성지한은 검왕 몫까지 자신이 하기로 다짐하면서, 상대에 대해 떠올렸다.

‘매형을 찍어 눌렀던 대족장…… 그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우르크 대족장.

그와 인류는 단 한 차례만 맞붙었기에.

성지한의 기억 속에, 대족장에 대한 정보는 많이 남아 있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한 경기만 치렀음에도, 성지한의 뇌리에 강렬히 각인된 장면은 하나 있었다.

‘그래도 그가 주먹으로 매형의 머리를 박살 낸 건 기억나는군.’

검왕의 백검은 대족장의 주먹에 그대로 짓이겨 부서졌으며.

계속해서 밀리던 윤세진은, 결국 대족장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가 터져 버렸다.

인류는 이 결과에 절망했지만, 그 당시 이를 지켜보던 성지한은 내심 고소해했다.

그에게 검왕은 그때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때의 매형보다 내가 훨씬 강하긴 하지만…….’

무기도 업그레이드 되었고, 무공도 혼원신공으로 변하며 강해졌지만.

그래도, 적은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멸신결을 바로 써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   *   *

전사의 협곡.

양쪽에 드높은 절벽이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평탄한 평지가 깔린 이 맵은.

양 팀에게, 모든 환경이 공평했다.

그저 전사끼리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맞붙으라는 직설적인 맵 환경.

“어. 내, 내가 스페이스 리그에 출전하다니……!”

“설마 했는데!”

1천명의 전사가 선택받으며,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사들도 소환되자.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희열에 떨었다.

“지금 소환된 분들. 그만 주위 둘러보고 이리로 오세요. 진형부터 구축해야 합니다!”

“진형 보너스 받아야 하니까 빨리 모이세요!”

기존의 대표팀 전사들은 그런 이들보고 정신 차리라고 재촉하며, 삼삼오오 진형을 구축하기 위해 모였다.

“일단 귀갑진 위주로 가겠습니다.”

“적의 전력을 파악한 후 공격진형으로 전환할 거예요!”

열심히 지시를 내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전사들.

하지만 성지한은.

“전 단독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끼지 않고, 홀로 맨 앞에 서서 우르크 쪽을 바라보았다.

‘저쪽은 100명씩 원형으로 뭉쳤군. 우르크가 매번 하던 패턴이야.’

대족장 시절이나 아닐 때나.

매번 우르크의 전사들은, 저렇게 동그랗게 모여 진형을 형성했다.

우르크 종족에게는, 저 원형진이 큰 보너스를 안겨 주나?

성지한이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있을 때.

쿵. 쿵.

“너는…….”

조금 전, 셀렉트와 밴 카드를 사용했던 우르크의 대족장이.

선봉에 나서서 성지한을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는…… 분명 1경기에 나온 플레이어 아니었나? 얼굴이 가려진…….”

성지한이 날아가다가 끝난 1경기.

그때는 양 진영의 화력전 차이가 워낙 일방적이라.

배틀튜브의 포커스는 융단폭격을 당하는 우르크 진영만 주로 보여 주고.

비행하던 성지한은 잠깐 비추다 끝났는데.

대족장은 그 찰나의 순간도 지켜본 것 같았다.

“그래.”

“어떻게 마법사가 이 경기에…….”

“내가 네가 찾던 사람이다.”

“뭣……! 네가 히든 보스라고?”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르크 대족장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우드드득.

그러자 대족장의 피부가 회색으로 빛나며.

그의 몸에 지금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좋아……! 내 여기서, 던전에서의 치욕을 갚겠다!”

“치욕? 너 설마 걔한테 졌냐?”

“지지 않았다. 기습을 당했을 뿐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분신에게 질 정도면, 생각보다 싱겁겠는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대족장이 하늘 위로 손을 번쩍 들었다.

“위대하신 선조여. 제게 힘을!”

부우우웅……!

그러자 하늘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그에게 내려앉고.

대족장의 초록 피부가 금세 회색으로 물들었다.

그러며 신체는 풍선처럼 부풀더니, 금세 근육으로 변하고.

대족장의 신체가 조금 전보다, 두 배 정도로 커졌다.

“히든 보스…… 짓이겨 주마!”

펑!

땅바닥에 발을 차는 대족장.

그의 신체가 먼 거리를 단번에 좁히며 성지한에게 도달했다.

‘엄청난 속도군.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강하지는 않았는데.’

선조에게 힘을 달라고 하자마자, 순식간에 초강화된 대족장.

하늘에서는 여전히 회색의 빛이 내리쬐며, 그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저게 힘의 근원인가?

“어디 한눈을 파는가!”

휙!

거대한 주먹이 성지한의 머리를 노렸지만.

슈우우욱…….

금방이라도 머리를 터뜨릴 것 같던 주먹은, 한순간에 느려졌다.

무혼의 공간 장악력에, 억제된 일격.

대족장은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아직,한눈 팔 만 해.”

스으으으…….

성지한의 왼손에 피어오르는 그림자검.

그는 가볍게 일격을 날렸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선인지로仙人指路

일점을 노리는 단순한 찌르기, 선인지로.

하나 본래의 이름을 찾은 혼원신공의 힘이 덧붙여지자.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펑!

대족장의 가슴팍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어어억……!”

“뭐, 뭐야!”

대족장의 뒤편.

저 먼 곳에서, 원형진을 짜고 있던 우르크에게까지 검기가 뻗어 나갔다.

=검기가…….

=맵 끝까지 뻗어 나갑니다!

=우르크의 원형진, 완전히 붕괴됩니다!

=단 한 번의 검격에, 30명 이상이 전사했군요!

원의 중심을 박살 내 버린 채, 수십의 우르크를 짓이기고 맵 끝까지 뻗은 선인지로.

하지만, 정작 이 공격을 눈앞에서 직격당한 대족장은.

“큭…….”

스으으으…….

가슴에 뚫린 거대한 구멍을 다시 메운 상태였다.

“히든 보스에게 이런 공격은 없었는데.”

“그 녀석은, 내 일부만 담긴 거니까.”

“히든 보스가 강화돼서 나온 게 아니라. 오히려 널 축소해서 나온 거라고…… 네놈, 무지막지한 괴물이었군. 하지만.”

휙!

우르크의 주먹이,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좋다! 그래야 짓밟는 맛이 있지!”

대기를 가르고 머리로 날아오는 대족장의 권격.

무혼의 공간 억제력은, 조금 전보다 효과가 떨어진 상태였다.

‘가슴이 뚫리고, 더 강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상대할 만한 범위.

성지한은 이클립스를 내리쳐, 그의 주먹을 그대로 갈랐다.

부드드득!

철판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형태가 무너지는 대족장의 주먹.

하지만, 회색빛 연기가 갈라진 팔 속에서 피어오르며, 권격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스르릉.

이클립스가 여러 번, 호선을 그리고.

회색 연기가 뭉개지며, 대족장의 몸에 순식간에 혈선이 피어오른다.

‘여러 번 하면 되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일격이, 쉬지않고 가해지자.

대족장의 굳건한 육신 사방에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의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일격을…… 그렇게 쉽게……!”

그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조의 기운이, 그의 몸을 빠르게 재생시켜 주고 있었지만.

그보다도, 상대의 검이 더 빨랐다.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데.

상대가 10번 자신을 벨 동안, 주먹은 끝까지 뻗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 언제 짓밟을래?”

씨익.

비웃음을 흘린 성지한이, 검을 베자.

촤아아악!

우르크 대족장의 목이 뒤로 훨훨 날아갔다.

지척의 거리에서 펼쳐진 공방.

승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명백히 정해졌다.

“대, 대족장님……!”

“어떻게 대족장님이……!”

대족장의 목이 땅바닥에 뎅구르르 구르자.

우르크 전사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일어나라.”

성지한이 머리를 검으로 가리키자.

슈우우우…….

하늘 위에서 내리쬐던 회색의 빛깔이 더욱 진해지며.

대족장의 몸이 또다시 순식간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나? 내가 살아날 거라는 걸.”

몸이 재생된 대족장이 딱딱한 표정으로 묻자.

성지한은 검을 하늘로 가리켰다.

“딱 보면 알지. 선조 타령하며 팔 벌린 하늘 쪽이 네 힘의 근원이잖아?”

무혼을 통해 보이는 기운의 흐름은.

대지에 서 있는 대족장이 부차적인 존재고.

회색의 기운을 내뿜는 하늘이 진짜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걸 이 짧은 순간에 알았다고? 괜히 히든 보스가 아닌가.”

“그냥 투명하게 다 보여.”

“그래…… 네 눈은 인정하지. 그렇지만, 어쩔 것이냐?”

대족장은 다시 하늘로 두 팔을 뻗었다.

“나는 이렇게 계속해서, 선조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찢길수록 강해지며, 언젠가는 너와의 격차를 좁힐 테지. 하늘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마지막에는 결국 내가 승리한다…….”

슈우우우.

회색의 빛이 또다시 강하게 그를 내리쬐자.

대족장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자. 날 다시 찢어발겨 보아라. 히든 보스. 그리하여 날 더 강하게 해라! 선조의 힘을 다시 받을 수 있게!”

하늘의 기운을 받아, 죽을수록 강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대족장.

성지한은 이제 대놓고 죽여 달라는 대족장을 잠시 지켜보다가.

시선을 위로 올렸다.

“아니. 너랑 노는 건 너무 시시하니까. 그냥 저 하늘을 없애려고.”

“……뭐?”

“피티아. 약속을 이행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성지한의 몸에서 강렬한 냉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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