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28화 (22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8화>

3월에 2번째로 치러지는 스페이스 리그 경기.

이 경기도, 개막전에 못지않게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이스 리그 경기에서 안 중요한 게임이 있겠냐마는…….

=오늘의 경기는 특히 더 중요합니다.

=승리한 종족 중, 저희는 꼴찌가 되었으니까요.

=11위가 된 세계수 엘프 71과도 이젠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현 인류의 랭킹 상황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으니까.

-이제 슬슬 던전 많이 생기더라.

-저번에 검왕이 싹 토벌한 북한 땅에서도, 다시 던전 포탈 올라오던데?

-ㅇㅇ…… 거기에 GP도 가격 오르고 있음

공동 1등일 때만 해도, 오히려 튜토리얼 때보다 세상이 좋아진 것 같았지만.

서서히 각 종족 간의 포인트 차이가 나면서, 인류가 10위로 떨어지고 나니 상황은 튜토리얼 때보다 안 좋게 흘러갔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던전 포탈 토벌법을 알고 있는 인류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위였지만.

여기서 순위가 더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다행히 상대 종족은 최하위, 우르크입니다.

=이들, 성지한 선수의 승급전 때 만나 본 종족이죠.

=얼굴은 돼지를 닮았지만, 신체가 다들 강인한 전사 같아요.

=성지한 선수 승급전 때는 너무 쉽게 제압당해서, 전력 파악이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말이죠.

=성지한 플레이어랑 붙는 종족이 뭐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하!

다행히 상대가 20위로 최하위권이었기에.

이번 게임의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우르크는 진짜 별거 없어 보이던데 ㅋㅋ

-최하위 전전하는 이유가 뭐겠어.

-승급전 때도 그냥 쓸려 버렸고 말이야.

상대 종족 우르크.

강력한 외계 종족이 판치는 배틀넷에서, 그들은 가장 만만한 상대였다.

모두가 승리를 낙관하는 두 번째 경기.

‘이거 참. 개막전만큼 부담이 되는군.’

오히려 그렇기에, 데이비스 감독은 이번 게임에 부담감을 느꼈다.

상대 종족이 어떤 히든 카드를 숨기고 있을지 모르는데.

모두가 다 이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배틀넷 대기실에서 선수들을 쭉 둘러보다가.

성지한에게로 시선이 멈추자,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성지한 선수. 결국 11위를 지키셨더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데이비스는 성지한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다.

저번에 부탁한 대로, 세계 플레이어 순위를 11위에서 멈춰 준 성지한.

밴 카드에도 걸리지 않고, 모든 포지션이 가능하며.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 주는 플레이어.

감독 입장에서, 그 같은 플레이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축복과도 같았다.

“약속은 지켜야죠.”

“하하. 이번에, 매 경기 출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

“그럼 3세트 만에 끝내고 귀가하죠.”

“역시 믿음직스럽군요.”

성지한의 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데이비스 감독은.

[양 팀의 감독을 소환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배틀넷에 의해 별도의 공간으로 소환되었다.

=성지한 선수와 대화를 나누던 데이비스 감독, 소환되었습니다.

=화면이 바뀌는군요.

=저번처럼 대표실에, 양 감독이 소환됩니다.

=우르크 감독은…… 대족장이라고 번역되는군요.

어둠 속에 불쑥 올라온 새하얀 테이블.

커다란 테이블의 양 끝에 서 있는 인물은, 인류의 감독 데이비스와.

데이비스보다 1.5배는 큰, 거대한 우르크였다.

“크르르…….”

아래 송곳니가 눈을 찌를 듯, 높게 튀어나온 우르크는 데이비스를 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인류…… 히든 보스가 있는 종족인가.”

=아. 히든 보스라면…….

=성지한 선수 이야기인가요?

=지구에서도 악명이 높죠! 원샷 원킬의 히든 보스!

=그러고 보니, 성지한 선수의 순위 11위를 유지하기 위해 각 길드에 공문이 내려왔다고 하더군요. 히든 보스 도전하지 말고, 그냥 무시하라구요.

=아하. 밴 카드를 대비한 전략이군요. 10위까지 걸릴 테니까!

=예. 그런데 플레이어들에게 취재해 본 결과, 그 공문 내려오기 전부터 다들 도망다니기 바빴다고 합니다. 아무리 보상이 좋아도, 이젠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칼 한 번 휘두르면 반으로 갈라지는 데 오죽하겠습니까!

지구를 넘어서서, 여러 세계의 던전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히든 보스 성지한.

우르크 행성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는 건지.

대족장은 인류를 만나자마자 성지한을 언급했다.

그는 그러며, 데이비스 감독을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당신은…… 허약하군. 왜 네가 종족 대표로 나선 거지?”

“대표팀 감독이니까.”

“감독? 크르르…… 전투 능력도 없는 감독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군.”

데이비스의 면전에서 그를 비웃은 대족장은.

[1경기의 밴, 셀렉트 카드를 정해 테이블 위에 올리십시오.]

“여기 있다.”

시스템의 안내가 나타나자.

미리 준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저희의 셀렉트 카드는…….

=마법사의 탑입니다!

=이 맵, 메이지 클래스의 개인전 맵 아니었나요?

=스페이스 리그에서는 단체전 맵으로 바뀝니다. 10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군요!

마법사의 탑.

이 맵은 거대한 마탑 두 개가 일정 거리를 두고.

마법사들끼리 그곳에 머물며, 서로 화력을 퍼붓는 게임이었다.

=이 맵에 관련해서, 재미있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예. 한국과 중국의 경기 때, 성지한 선수가 마법사로 출전했죠!

=중국 제일의 마법사 제갈헌이 게임을 끝낼 줄 알았는데. 성지한에 의해 역으로 제압당했던 게임이었죠. 성지한의 올 클래스가 엄청난 효용성이 있다는 게 알려진 경기기도 합니다.

=오늘 데이비스 감독이 이 맵을 꺼내든 이유도, 성지한 선수의 출전을 노린 걸까요?

해설자들의 해설대로.

‘우르크……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종족의 외양만 보았을 때, 마법사 전력보다는 전사가 강력할 것 같아.’

데이비스 감독이 마법사의 탑을 꺼낸 데에는,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다.

인류의 전력 중, 가장 강력한 건 성지한과 검왕이 주축을 이루는 전사진이었지만.

랭킹만 따지면, TOP 10 안에는 마법사가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이레귤러인 성지한만 아니었으면, 사실 마법사가 더 강력한 게 인류.

이에 반해 우르크의 데이터는 비록 성지한의 승급전 때밖에 없었지만.

‘그 게임을 보면, 언데드를 상대할 때 전사나 궁수가 활약할 뿐, 마법사나 서포터 전력은 거의 보이질 않았어.’

그렇다면.

굳이 상대방이 강해 보이는 전사끼리 맞붙을 필요는 없었다.

마법사 맵으로 게임을 몰고 가서, 여기에 히든 카드 성지한까지 덧붙이는 게 최상의 수였다.

한편.

=우르크의 대족장도 셀렉트 카드를 꺼내듭니다. 엘프 때처럼 이상한 짓을 안 하니, 안심이 되는군요.

=맵 이름은 전사의 계곡…… 입니다. 이 맵, 전사만 2000명 참여하는 대규모 전장이라고 합니다!

=2, 2000명이요? 대표팀에서 숫자가 되나요?

=대표팀에서가 아니라, 종족의 전사 랭킹 1위부터 2000위까지 모조리 징발되어 플레이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히든 보스가 있는데도, 마법사 맵을 선택하다니…… 너희들은 전사의 자긍심이 없는 건가?”

대족장은 자신의 카드를 꺼내 들며, 데이비스 감독을 비웃었다.

히든 보스 성지한이 전사 중의 전사라고 확신하는 모양새.

‘엘프 때보단 훨씬 편하군.’

카드를 꺼내지 않아, 속내를 알 수 없던 엘프보다.

대놓고 전사 카드를 밀어주는 우르크를 보며 데이비스 감독은 마주 웃어 보였다.

“왜. 너희, 마법사 전력 많이 부족한가 보지?”

“흥……! 우르크는 모든 면에서 너희보다 우월하다!”

“그럼 그쪽도 마법사의 탑 카드 꺼내던가.”

“그럴 순 없지! 우리는, 히든 보스와 맞붙을 것이다. 최강의 전사는 그가 아니라, 나임을 알려 주리라!”

쿵. 쿵!

그러며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리는 대족장.

데이비스 감독은 책상이 부르르 진동하자,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왜 엘프도 그렇고.

대표로 나온 애들이 다 강력한 플레이어야?

‘물론 성지한 선수가 저 대족장에게 질 거 같지는 않지만, 인류의 승리를 위해서 철저하게 약점을 파헤쳐야겠군.’

데이비스 감독은 전사 맵은 고르지 말자고 판단하며, 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르크’의 1~10위의 선수 중, 3명이 밴 당합니다.]

[1, 7, 9위의 선수가 밴 당했습니다. 1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인류’의 1~10위의 선수 중, 3명이 밴 당합니다.]

[2, 3, 10 위의 선수가 밴 당했습니다. 1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서로 3명씩 밴을 주고받는 두 종족.

검왕 윤세진은 밴 결과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꺼냈다.

“난 밴 당했군. 좀 무리해서 1위를 노릴 걸 그랬나.”

“올리버랑 격차가 많이 줄었던데, 다음 달이면 매형이 역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처남이 랭킹 1등 차지하기 전에, 잠깐이나마 맨 윗공기 맛봐야지.”

“그러네요. 빨리 가셔야겠어요.”

“……성지한 선수, 랭킹 1위는 확정 지으셨네요.”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하연주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지만.

“당연하죠.”

성지한에게 랭킹 1위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국가 보너스가 없는 지금 상황에선. 랭킹이 밀리려고 해도 도저히 밀릴 수가 없지.’

예전에야 후발주자에, 국가 보너스가 크게 작용해서 랭킹이 밀렸지만.

지금은 국가 보너스가 나오지 않은 때라 그런지, 레벨이 랭킹에 최우선 요소였다.

히든 보스 성지한이 워낙 강력해서 그런지, 요즘은 처음 나왔을 때처럼 경험치를 많이 벌어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레벨은 어느덧 249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우르크. 진짜 전사만 강력할까요? 엘프 때처럼 전력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닐지…….”

“그러게. 처남. 꿈꾼 거 없나?”

“예지몽이요? 예지몽은 꾸지 않았지만.”

성지한은 화면 속 우르크 대족장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엘프에게 처형당하기 전, 가장 강력했던 우르크의 전사 대족장.

저자가 바로, 저번 생의 2경기 때 검왕을 이긴 플레이어였다.

‘거기에 우르크 행성도 배틀넷에 선택될 정도면, 뭔가 있다는 건데…….’

아무리 나중에 강등권에서 같이 놀았던 종족이라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지.

성지한은 대족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족장은 상당히 강해 보입니다.”

“흠……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전사 맵이 걸리면, 주의해서 상대해야겠어.”

“마법사 전력은 숨기는 거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번 생에서도 우르크의 약점은 마법사와 서포터.

저들은 보이는 그대로의 종족이었다.

성지한이 그리 확답하자.

“휴우…….”

“성지한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안심이네요.”

하연주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엘프에게 하도 대여서, 모든 게 의심스러운 그들이었지만.

예지몽 능력이 있는 성지한이 그리 말해 주니, 안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경기의 맵이 결정되었습니다.]

[1경기는 ‘마법사의 탑’에서 진행됩니다.]

“오!”

“마법사의 탑이 걸렸군요.”

“좋은 결과입니다!”

“감독님이 운은 좋아요.”

데이비스 감독의 의도에 따라, 결정된 1경기 맵.

우르크 대족장은 이 결과를 보며, 표정을 찡그렸다.

“인류. 히든 보스를 가졌음에도, 패기가 없구나.”

“어디 우월하신 마법사 전력, 기대하지.”

“흥……!”

데이비스의 비꼼에 대족장은 코웃음을 쳤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크르르…….”

그는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눈을 감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

=우르크의 마법. 생각보다도 너무 약합니다.

=적의 마법이 저희 탑까지 잘 닿지도 못하는데요?

=올리버와 제갈헌, 경쟁하듯이 적의 마탑을 폭격합니다!

경기가 너무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우르크 마법사 수준이 더 처참했군.’

스페이스 리그에서 사용되는, 마법사의 탑 맵.

두 개의 마탑이 우뚝 솟아 있는 이곳은, 서로 상당한 거리를 자랑했다.

그래도 그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멀리서 융단폭격을 가하는 인류의 마법사에 비해.

“크. 크르르…….”

“너무 멀다…….”

우르크의 마법사들은, 마법 자체를 맞추지 못해서 고전하고 있었다.

대포 대 활의 싸움과도 같은 전장 상황.

=성지한 선수. 적 마탑을 향해 날아갑니다만…….

=그 전에 게임이…… 끝나겠어요?

=우르크, 화력에서 아예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성지한은 피티아와의 약속대로, 멸신결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끝났는데?’

그가 무공을 사용하기도 전에, 게임은 끝이 나고 말았다.

=1경기…… 손쉽게 승리합니다!

=성지한 선수. 중간에 비행을 멈추었군요.

=날아가기 전에 게임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죠!

MVP로 미국의 올리버가 선정되면서 끝난 게임.

데이비스 감독은 한층 편안한 얼굴로, 대족장을 보며 웃어 보였다.

“대단하신 마법사 전력이군 그래.”

“……마법 따위, 사술에 불과하다. 우르크는 힘을 숭상할 뿐이다!”

“그래? 무조건 마법사 맵이다.”

엘프랑은 달리 정말 투명한 우르크.

데이비스 감독은 2경기도 마법사 맵을 선택했지만.

“크르르르…….”

이번에는 운이 통하질 않았다.

[2경기의 맵이 결정되었습니다.]

[2경기는 ‘전사의 계곡’에서 진행됩니다.]

“좋아.”

우르크 대족장은 셀렉트 카드의 결과를 보면서, 흉악한 이빨을 드러냈다.

“당장 히든 보스를 끌고 나와라. 내가 싹 다, 죽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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