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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27화 (22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7화>

푸른색으로 변한 피티아의 눈.

그녀의 몸에서,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왔다.

“……정말이네요.”

네 권능은 왜 물과 관련되어 있냐는, 성지한의 말 한마디를 듣자마자 나타난 반응.

피티아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당신. 대체 어떻게 알았죠? 저도 모르는 걸.”

“글쎄다.”

“……롱기누스와 동방삭의 권능을 사용할 때도 이상하다곤 생각했지만. 이번 건 너무나도 예상외예요. 그들의 권능은 업과 똑같았지만, 당신이 밝힌 제 권능은 제 업과 다르단 말이에요.”

“업이라…… 대체 네 업이 뭔데?”

“예언이죠. [1999의 해, 일곱 번째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같은 거 말이에요.”

노스트라다무스의 가장 유명한 예언을 듣고,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아. 너 노스트라다무스라고 했지? 왜 1999년에 세상 멸망 안 했냐?”

“멸망? 저 예언은 멸망 예언이 아니에요. 마지막 예언을 볼 권리는 무신께서 가져갔어요.”

“그럼?”

“저건 배틀넷 이야기예요. 10년 정도 오차야…… 뭐. 있을 수 있잖아요?”

피티아가 살짝 윙크하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배틀넷이 공포의 마왕이라고?

‘뭐, 결말을 보면 그럴 듯은 하군.’

저번 생에서 배틀넷 때문에, 결국 인류가 멸망했으니까.

피티아야 자기가 멸망 예언을 한 건 아니라고 했지만.

배틀넷이 공포의 마왕 역할을 한 건 사실이었지.

“알려 줘요. 저도 모르는 제 권능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그 권능의 정확한 모습은 무엇인지.”

“내가 왜 무신의 종자에게 그런 걸 알려 주겠어?”

“물론 공짜로 알려 달라고 하진 않을게요. 저도 정보를 주죠.”

“정보를?”

“네. 자고 있는 두 종자의 이름을 이야기해 줄까요? 깜짝 놀랄 사람들인데.”

롱기누스에 동방삭, 거기에 눈앞에 있는 노스트라다무스까지.

무신의 종자들은 다들 유명세가 꽤 있는 이름이기는 했지만.

성지한은 나머지 둘에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는 종보다는 주인.

결국 무혼을 두고 싸울 ‘방랑하는 무신’이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아니. 그건 괜찮아. 대신, 무신의 정체에 대해 알려 주면 생각해 보지.”

“무신의 정체……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당신처럼 주인님도 예언이 안 통해서 말이죠.”

“나랑 무신한테는 예언이 안 통한다고?”

“네. 완전 깜깜해요. 무혼 때문인가? 당신의 미래는 그래도, 당신 누나의 미래를 통해 조금은 곁눈질했지만…… 무신은 그렇게 연관 지어서 볼 건수도 없어요.”

“그럼 너…… 딱히 쓸모가 없는데?”

성지한이 그리 이야기하자, 피티아는 뺨을 부풀렸다.

“너무하네요. 진짜! 가녀린 소녀의 소원 좀 들어주면 안 되나요?”

“할머니. 소녀인 척 마시죠.”

“뭐, 뭐요? 할머니?”

“노스트라다무스가 언제 적 사람인데. 너, 고조할머니보다도 항렬이 높잖아?”

“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살다살다 할머니 소리를 듣네.”

시뻘게진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하면서도, 성지한의 팩트 폭행에 딱히 반박은 하지 못하는 피티아.

“그래. 이 기원전 할미가 부탁 좀 하마. 좀 알려 주련?”

“기원전?”

“무신이 절 데려간 게, 델포이 신전의 여사제 시절이었으니까요. 한참 옛날이에요. 당신 말대로 2천 살도 넘은 할머니 중에 할머니라구요.”

“오래도 사셨네요.”

“그러니 늙은이 소원 좀 들어줄래?”

“난 나이 들었다고 양보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무조건 기브 엔 테이크야.”

“……아으 진짜. 예언이 안 통하니까, 당신한테 줄 게 없다니까요? 뭐 아는 걸 물어봐야 답해 주죠.”

피티아는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줄 거 없으면 가라.”

“아. 제발……! 좀 알려 줘요. 궁금해 죽겠어! 내 숨겨진 권능! 수속성! 나 지금까지 불인 줄 알았다고!”

성지한이 축객령을 내리자, 피티아는 침대에 누워서 한참 땡깡을 부렸다.

나이도 있으신 분이 저러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자신의 권능이 궁금하긴 한가 보군.’

성지한은 그녀의 궁금증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저쪽의 정보를 빼내자고 생각했다.

“무신은 뭘 하고 있지?”

“투성에 계시죠. 당신도 한 번 와 보지 않았나요?”

“그래. 무혼을 각성할 때 갔었지.”

“거기서 제가 길잡이 역할을 해서, 뇌신의 신왕좌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신왕좌로 투성이 가고 있다니, 이때가 뇌신이 제압당하는 때였나.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계속했다.

“왜 넌 무신의 종이 됐지?”

“아폴론이 제 예언 능력을 가져가겠다며 두 눈을 뽑으려 할 때. 무신이 나타나서 구해 주셨거든요. 대신 인류의 마지막을 볼 권능은 가져가셨죠.”

“아폴론? 태양의 신 아폴론 말인가.”

“네.”

“무신은 어떻게 생겼지?”

“몰라요. 얼굴은 보이지 않거든요. 다만…… 신체는, 당신보다 좀 많이 커요.”

“무신의 무공은?”

“손 한 번 휘두르면 세상이 갈라지죠.”

“약점은 있나.”

“있겠어요? 혼자서 행성을 박살 내는 신인데.”

성지한은 그 외에도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딱히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그냥 무신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거만 알겠군.’

자신의 별에 성좌의 권능을 진열하고, 성좌를 사냥하러 다니는 무신.

이제는 신 중에서도 강력한 신, 뇌신마저 잡으러 진격하고 있질 않은가.

“자. 질문 다 끝났나요? 그럼 이제 알려 주나요?”

“아니. 너무 영양가가 없는데.”

“아 진짜. 기브 앤 테이크라면서요? 테이크만 하면 어떻게 해요?!”

“쓸만한 걸 줘야 말이지.”

“으으으…….”

무신의 종이 정보를 주겠다고 나서는 건 좋았지만, 저쪽에서 아는 게 너무 없었다.

성지한은 피티아에게 뭘 물어봐야 가치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 혹시.’

한 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너…… 혹시, 무신의 무공 이름에 대해서 아나?”

*   *   *

무명신공.

스킬 등급이 SS로 오르면서, 여기에는 하나의 색다른 조건이 추가된 상태였다.

그건 바로, 세 가지 신결을 자신에게 맞게 개조하거나.

무명의 이름을 알아낼 경우, 무명신공 스킬을 완전히 각성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무혼신공. 지한신공 둘 다 틀렸지.’

자신과 혹시 연관이 있나 싶어서, 야심차게 지한신공 밀었다가 실패하고.

이제 남은 기회는 단 한 번.

지금까진 전혀 힌트가 없어서 마지막 기회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신의…… 무공 이름이요?”

“그래. 이거 알려 주면, 내가 네 권능도 알려 주지.”

“이름이랄 게 딱히 있나…… 맨날 손 휘저으면 세상이 갈라져서. 아 그래도, 무신의 종들 권능을 사용하는 거 보면, 체계가 있을 거 같기는 한데…….”

피티아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XX신공이다. XX에 뭐가 들어갈 거 같나.”

“신공…… 무신공은 한 글자가 부족하고…… 방무신공?”

“방무가 뭔데.”

“방랑하는 무신 줄임말이요.”

“그건 정답이 아닐 거 같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는 빠르게 납득하면서, 성지한에게 예언을 걸었을 때처럼 눈을 번쩍거렸다.

그러자.

지이이잉…….

그녀의 눈앞에 빛이 모이며,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러자 거기서 나타난 건, 한 사람의 얼굴.

갈색 곱슬머리에, 긴 수염을 지닌 사내는 그을린 피부에 피곤해 보이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무신의 5번째 종이자, 최초의 종이에요. 그를 예언하면,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번쩍. 번쩍.

피티아는 그를 예언하면서, 성지한에게 입을 놀렸다.

“궁금하지 않나요 이 사람 정체? 확실치 않은 무공 이름보다, 이 사람 이름 알려 주는 걸로 거래하는 게 어때요?”

“됐어. 중동 아저씨 이름보다는 무공 이름이 궁금해.”

“오. 중동 사람인 줄은 어떻게 아셨대?”

피부색에 인상만 보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진짜 중동 출신이었어?

그럴 사람이 누구 있지?

성지한이 그리 생각했을 때.

“음. 음…… 역시 이 아저씨. 미래에 무신께 대항하는구나.”

피티아는 무얼 봤는지 자기 혼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거둬들였다.

“이게 힌트가 될 거 같네요. [무신…… 역시 당신에게는 이길 수가 없구나. 인류의 정보를 집합한, 혼원混元의 무공…… 나도 결국 인간이니, 이를 뛰어넘을 순 없는 것인가.].”

“호오.”

피티아가 본 미래에, 5번째 종과 무신의 싸움이 있었고.

거기서 그가 유언으로 말한 건가.

성지한은 그 말에서, ‘혼원의 무공’에 주목했다.

‘혼원의 무공이라…….’

XX신공에 들어갈 두 글자.

왠지 찾은 것 같았다.

“그럼 두 글자에 들어갈 게 뭘까요? 혼원신공? 인류신공? 최초신공?”

“조용히 해 봐. 정답 맞혀 보게.”

“아니, 정답 맞히는 것도 있었어요?”

“어. 맞으면 알려 준다.”

성지한은 옆에서 깐죽거리는 피티아를 조용히 시킨 후.

스킬창을 열어 무명신공을 클릭했다.

[무명의 이름을 맞추시겠습니까?]

[글자수는 총 두 글자입니다.]

[마지막 기회가 부여됩니다.]

“혼원신공.”

그러자.

[무명신공의 이름을 밝혀냈습니다.]

[무명신공의 이름이 혼원신공으로 변경되며, 등급이 SSS+급으로 오릅니다.]

“오…… 진짜였어?”

시스템은 이를 정답이라고 판정했다.

성지한은 얼른 새롭게 변한 스킬 설명을 보았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스킬 등급 : SSS+

-태초부터 존재한 무신의 권능.

-진명이 밝혀져, 본래의 성능을 낸다.

-무명신공의 제약이 완전히 해제되었기에, 인류의 무공이 모두 혼원신공에 귀결되며, 인간의 무학을 저절로 깨우치게 된다.

-하지만 원류는 방랑하는 무신에게 있기 때문에, 스킬 등급은 EX급에서 하향되어 있는 상태이다.

-멸신결을 모두 터득하여 그 안의 극의를 깨우치면, 무공의 새로운 이름을 찾아, EX급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인류의 무공이 모두 귀결된다니.

성지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혼원신공의 성능을 보고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름 두 글자 맞혔다고,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야?

‘물론 무신은 EX급인데 비해. 나는 한 단계 낮지만…….’ 그래도 인류의 무공이 모두 귀결되며, 무학을 깨우친다니.

무지막지한 성능이었다.

‘세 번째 멸신결도 조금만 더 성장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군.’

지금까지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세 번째 멸신결도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거기에 오히려 네 번째…… 수속성의 멸신결은. 지금 가능해 보인다.’

권능의 주인, 피티아를 만났기 때문인가.

세 번 째보다 네 번째가.

오히려 더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혼원신공의 주인, ‘방랑하는 무신’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새롭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 주, 주인님. 이게 말이죠…….”

[더 이상의 입놀림은 허락하지 않는다. 돌아와라.]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엄중한 목소리.

그 어떤 언어에도 해당하지 않았지만, 성지한은 그의 목소리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과, 관대한 처분 감사합니다!”

이건 피티아도 마찬가지였는지.

바짝 쫄아 있던 그녀는 허공을 향해 경례를 하며, 얼른 방을 나섰다.

그러자 또다시 울려 퍼지는 음성.

[예상보다 빠르게 각성했구나. 하나 지금에 만족하면…… 너는 결국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일부라.

성지아의 환상에서 보았던 것처럼.

성지한을 흡수했던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는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무신에게 대답했다.

“여기에 만족할 리가. 너도 이겨 내야지.”

[좋은 자세다. 그럼 잠시나마, 허락해 주지.]

방랑하는 무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방랑하는 무신의 동의로, 스킬 ‘혼원신공’이 플레이어에게 완전히 자리 잡습니다.]

성지한은 혼원신공을 완벽하게 얻을 수 있었다.

인류가 지닌 최고의 스킬이나 다름없는 혼원신공.

하나 이를 얻은 성지한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혼원신공의 SSS+ 등급은 엄청난 성능이지만…… 결국 이는 무신의 하위호환이다. 거기에, 그의 의중에 따라 스킬의 존재 유무가 정해지니까.’

이건 마치, 무신의 가축이 된 것만 같았다.

빨리 사료 먹고 무럭무럭 커서, 살찐 채 잡아먹히라는 느낌.

‘그렇게 될 순 없지.’

성지한이 날카로운 눈으로 혼원신공의 내용을 다시 바라보고 있을 때.

“저, 저기요…… 아까 약속은.”

아까 방에 나간 것 같았던 피티아가 문 앞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네 번째 신결.

결국 알려 주진 않았지.

약속은 약속이니, 성지한은 이를 지키기로 했다.

“네 번째 신결. 빙천검우氷天劍雨다.”

“얼어붙은 하늘과…… 검의 비…… 음. 검은 잔 때만 써봤는데…… 어떤 방식인 거죠?”

네 번째 신결 빙천검우.

피티아는 그 이름만 듣고,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지 표정을 찡그렸다.

‘……무신이 왜 그녀에게 권능을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자신이 불, 대재앙이라고 이야기했던 피티아.

그런 생각을 심어 준 건, 분명 무신이겠지.

왜 물을 불이라고 착각하게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성지한은 무신의 의도를 방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스페이스 리그 경기 때, 보여 주지. 빙천검우.”

“오 진짜요? 고마워요!”

성지한의 말에, 피티아는 뛸 듯이 기뻐하며 방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다가왔습니다……!]

[스페이스 리그, 2경기 시작합니다!]

그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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