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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22화 (22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2화>

아르트무의 대장간.

그곳은 흔히 떠올리던 대장간의 이미지와는 풍경이 많이 달랐다.

‘기계투성이군.’

중세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최첨단 실험실과도 같은 아르트무의 대장간.

새하얀 대장간 내부 공간에는, 한눈에 보아도 정교한 기계가 가득했고.

그 뒤편에는 거대한 시험관이 쭉 놓여 있었다.

‘근데 시험관 내부의 저건…… 뇌인가?’

새하얀 액체가 가득찬 시험관 내부.

그 안에는, 인간의 것보다는 조금 작아 보이는 뇌 형태의 물체가 수십, 수백 개가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시험관 앞에 있는 기계는, 저절로 움직이면서 금속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

‘저 금속…… 아르트무 군단의 장비 재료와 비슷한 거 같은데.’

성지한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을 때.

[&$(퍼센트…… 아, 말 번역되어 들리나?]

“어.”

[좋아. 번역기 싱크로가 맞았군. 이쪽으로 들어오게.]

아르트무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쿠르르르…….

대장간의 벽 한켠에서 새하얀 빛이 넘실거리더니, 숨겨져 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성지한이 그리로 들어서자.

“환영하네. 스페이스 4의 동지여.”

대머리의 드워프가 성지한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아르트무가 군단을 소환했을 때 보았던, 난쟁이와 외모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신체가 달랐다.

오른쪽 다리와 오른쪽 팔만 기형적으로 커져 있고.

왼쪽 다리와 왼쪽 팔은 난쟁이와 비슷한 크기라, 이를 기계장비가 대신하여 크기를 오른쪽과 맞추고 있었다.

다리가 워낙 길어서, 키는 성지한보다 더 컸지만.

머리나 몸통 크기는 난쟁이들과 비슷하여, 완전히 형체가 언밸런스한 드워프.

“당신이 아르트무인가?”

“그렇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팔과 다리를 바라보았다.

“내 팔과 다리, 어때 보이는가?”

“몸통이랑 너무 안 맞는 거 같은데.”

“몸통 개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말이야. 나중에 해야지.”

“흠…… 설마 네가 저번에 말한 종족 개량이 그 모습인가?”

성지한은 아르트무의 모습을 보며, 그가 저번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 그래. 너도 나처럼 종족을 개량시키기 위해 배틀넷에 남았는가? 그럼 내가 선배로서 조언도 해 줄 수 있다. 무슨 옵션을 사야 할지, 최하급에게 필요한 최적의 루트가 있거든.

약소 종족 출신인 성지한에게 같은 처지라며 친근감을 보이던 아르트무.

그가 말한 종족 개량이 저런 거였나.

성지한이 커진 팔과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아르트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불끈 근육이 튀어나오며, 마구 부풀어 오르는 오른팔.

찌이익.

입고 있는 옷마저 찢어지자,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것 보게! 주먹에 힘만 줘도, 이렇게 옷까지 찢기지 않는가. 흰색 오우거의 팔. 제대로 이식되어 있지!”

“근데 왼쪽은 왜 안 했는데?”

“비용이 워낙 비싸서 말이지. 나 하나에게만 이식하는 건 싸게 들지만, 이건 우리 드워프족 전체에게 적용할 거거든.”

“흠…… 배틀넷에 그런 것도 가능했나?”

“자네 종족은 신참자라 아직 옵션이 안 열렸을 뿐이지, 곧 나올 거야. 그럼 다들 눈이 뒤집힐걸?”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생에서도 꽤 배틀넷을 오래 겪어 보았지만, 저런 옵션이 있단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강등권이라 없었나?’

성지한은 일단 아르트무의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 기억해 두면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게 네가 원한 거 맞나?”

지옥마궁의 암석.

인벤토리에서 꺼낸 그 물건은 크기가 주먹만 하여, 일반 돌멩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색깔 정도.

표면이 암적색으로 빛나는 지옥마궁의 암석은, 색 이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보이질 않았다.

하나.

“오, 오오…… 맞네. 맞아! 지옥마궁의 암석. 잘 챙겨 왔군!”

아르트무는 지옥마궁의 암석을 보자마자, 크게 흥분했다.

“다시 대장간을 운용할 수 있겠어! 어서, 어서 주게!”

“난 후불인데.”

“아니, 자네…… 암석을 받아야 대장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니까? 그러지 말고 어서 주게.”

“그래 놓고 먹튀할 수도 있잖아.”

“……먹튀? 먹고 튄다…… 로 번역된 거 맞는가?”

“응.”

그러자 아르트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니 무슨.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 나 아르트무에게 그 무슨 치욕적인……!”

“세상일은 모르는 거다.”

“허, 배틀넷 커뮤니티를 둘러보아라! 나에게 의뢰하고 싶어서 요청하는 종족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나오다니…… 자네, 나중에 나랑 거래할 생각이 없는 건가?”

“커뮤니티도 있냐? 난 그런 거 없던데.”

“……아, 그래. 너희 종족. 신참자였지.”

배틀넷 커뮤니티의 존재도 모르는 성지한을 보고, 아르트무는 한숨을 쉬었다.

“……하, 좋아. 배틀넷 공증계약서를 쓰지. 대신 수수료는 자네가 부담하게.”

그러자 성지한 앞에 나타나는 시스템 창.

[플레이어가 지옥마궁의 암석을 건네면, 플레이어 ‘아르트무’는 창 ‘봉황기’와 검 ‘이클립스’를 강화해 주며 대장간 이용권 3장을 제공합니다.]

[플레이어 ‘아르트무’와 거래를 진행하시겠습니까?]

[배틀넷이 보증하는, 거래 신뢰도 99퍼센트의 화이트 플레이어입니다.]

사기꾼은 아니었군.

성지한이 예를 누르자.

[수수료는 500만 GP입니다.]

배틀넷 중개 수수료가 떴다.

500만 GP.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가 니가 부담하라면서 엄포를 놓은 것에 비하면, 소소한 금액이었다.

“수수료 얼마 안 하네.”

“후후…… 종의 진화 단계에 들어섰을 때, 너는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야. 한 푼 한 푼이 얼마나 아쉬운데.”

“딱히 진화할 생각은 없다. 배틀넷에서 빨리 해방될 생각뿐이지.”

“글쎄. 어차피 해방되어 봤자, 또다시 초대장을 받을 텐데?”

“뭐?”

“배틀넷에서 종족에게 초대장이 왜 오는지 모르는가?”

“왜 오는데?”

“너 때문이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성지한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아르트무를 바라보자, 그가 손가락을 4개 펼쳤다.

* * *

“신참자임에도, 최하급 종족임에도 스페이스 4 에어리어에 진입한 플레이어. 이런 괴물 케이스는 전 우주를 뒤져 봐도 찾기가 힘들어. 특히, 최하급 종족이 말이야.”

그러면서 아르트무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배틀넷에 초대되기 전에도, 종족을 훨씬 뛰어넘는 괴물이었겠지. 종의 규격을 아득히 초월한 개인. 그래…… 드워프의 위대한 영도자이자, 행성을 통일한 절대군주 나 아르트무와도 비견할 만했을 거야.”

그렇게 자신을 뽐내는 대머리 드워프를 보며, 성지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나 완전 평범했는데. 신체 능력도 뭐, 평범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고.”

“……그럴 리가. 평범했다고? 그런 놈이 어떻게 스페이스 4에 든단 말인가?”

“매번 1등 하니까 그렇게 되더라.”

“하…… 매번 1등? 그게 가능이나 한가?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

아르트무는 성지한을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너희 종족 중에, 특출난 이는 없던가? 종의 한계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이 말일세.”

성지한은 그 말에, 가장 먼저 동방삭과 롱기누스를 떠올렸다.

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생을 누리는 두 사람.

특히 롱기누스는 성좌까지 되어서 블라디미르에 빙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들의 위치는 무신의 종인데. 그 둘이 과연 배틀넷에서 초대장이 날아온 요인일까.’

오히려 그 둘보다는.

그 윗선, 방랑하는 무신이 좀 더 수상했다.

“혹시 방랑하는 무신 아나?”

“방랑하는 무신? 성좌 사냥꾼 말인가. 당연히 알지. 우주의 공포로 군림하는 존재 아닌가.”

“그가 요인일 수도 있겠군.”

“방랑하는 무신이 너희 종족이라고? 하하! 그럴 리가.”

하나 아르트무는 성지한의 추측에 비웃음을 흘렸다.

“그는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해 온 무신이다. 그 정도 되었으면 너희 종족 인류가 아니라, 신족 취급을 받지. 애초에 그가 문제였으면 예전에 배틀넷의 초대장을 받았을 거다.”

“흠…….”

“아무리 봐도, 내 생각엔 네가 배틀넷을 불러온 장본인 같다. 신참자가 스페이스 4에 배정받는 게 말이 되는가?”

“배틀넷 시작 전에는 별거 없었다니까.”

“허허. 그 심정 아네, 알아. 최하급 종족 안에 있으면, 그들에게 이질적인 존재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들과 동화되려고 힘을 숨기고 싶어지지…… 하지만, 나한테까지 굳이 숨길 필요 있겠는가? 자네와 같이, 나도 절대자 출신이네.”

이미 성지한이 원인이라고 확신하는 아르트무.

성지한은 굳이 그를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고, 대신 질문했다.

“근데 왜 종의 한계를 넘은 존재가 문제가 되지?”

“배틀넷은 버그를 제거하는 시스템이거든. 종의 한계를 조금 뛰어넘는 것은 괜찮지만,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존재는 에러 탐지에 걸리지. 그래서 버그들끼리 모아서, 서로 데스매치를 벌이는 거다.”

“그럼 배틀넷에 참여하는 모든 종족들은, 그런 이레귤러들이 있는 건가?”

“그건 나도 모른다. 엘프나 드래곤같이 자발적인 의지로 들어오는 케이스도 있으니까. 하지만 영문도 모르고 초대장을 받은 종족들은, 다 그런 존재가 있어서 그런 걸 거다.”

성지한은 그 말에 저번 생을 떠올려 보았다.

스페이스 리그 내, 상대방 종족 중.

압도적으로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각자 있기는 했지.

같이 강등권에서 놀던 우르크도, 초월적인 플레이어가 하나 있긴 했다.

‘그래도 나한테 지긴 했는데.’

배틀넷의 버그 감지 시스템.

그렇게 강하지 않은 버그도 일단 찾아서 배틀넷에 들이고 보는 건가.

성지한이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때.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렸나? 버그 플레이어.”

“글쎄. 더 의아하기만 하군.”

“같은 버그 플레이어 선배로서, 내 팁 하나 더 주지. 내가 종을 개조하는 이유도 이 버그 감지 때문이다.”

툭툭.

아르트무는 기계 팔로 자신의 오우거 팔을 두들겼다.

“우리 드워프 종 자체가 개량되면, 이 아르트무의 강력함도 종족의 한계 내에서 나올 법한 게 되거든. 그럼 배틀넷의 주시를 받지 않아도 되지.”

“그럼 그때 배틀넷에서 해방되려고?”

“아니? 종족도 강해졌는데 뭐 하러 나가나. 배틀넷에 계속 참여해야지. 강자에게 최고인 세상 아니던가.”

종이 개조되어도 계속 있을 생각인 거 같은 아르트무.

그는 자신의 팔을 매만지며, 화제를 돌렸다.

“약소종족 출신끼리 스페이스 4에서 만난 게 처음이라 그런지, 내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군. 자. 이제 계약을 이행하는 게 어떻겠나.”

“그러지.”

계약에 따라 성지한이 지옥마궁의 암석을 건네주자.

아르트무는 그걸 받고는, 그 붉은 돌멩이를 입으로 삼켰다.

그러자.

슈우우욱!

허공에서 금속 덩어리들이 생성되더니, 순식간에 아르트무에게 붙으며.

철컥. 철컥…….

그의 몸이, 예전에 보았던 합체 로봇의 형태로 순식간에 변형되었다.

[지옥마궁의 암석. 동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지옥마궁의 암석이 뿜었던, 검붉은빛이 그의 금속 몸체에도 감돌고.

번쩍. 번쩍.

합체로봇의 전신에 빛이 반짝이면서.

그의 등 뒤로 긴 팔이 스무 개가량 생성되었다.

[좋아…… 이제 의뢰를 받을 수 있겠군. 일단 자네 창을 꺼내 보겠나?]

“여기 있다.”

[땅에 꽂아 보게.]

성지한이 봉황기를 꺼내 땅에 꽂자, 새로 생긴 팔 한쪽이 이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치이이익……!

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됐네.]

아르트무가 창을 건네주었다.

‘벌써 끝났어?’

손으로 한 번 움켜쥐더니 끝이라니.

이거 사기 아니야?

성지한은 의심쩍은 눈으로 봉황기를 바라보았지만.

[운중봉황기雲中鳳凰旗]

-등급 : SSS+

-봉황의 후예이자, 풍제국의 초대 칸이 사용하던 군기입니다.

-봉황시가 투사할 때의 열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구름창 운뢰의 힘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뇌속성의 힘도 열기와 같이 완벽하게 융합됩니다.

-특수 효과로 전장에서 깃발을 꽂을 시, 주변 파티원과 아군에게 모든 능력치를 35퍼센트 증가시킵니다.

-추가 효과로 사용자가 길드 오너나 길드 마스터라면, 속해 있는 길드의 전 옵션 레벨을 +7 증가시킵니다.

‘호오…….’ 이름이 바뀌며, 전체적으로 옵션이 강화된 봉황기.

성지한은 창을 쥐자마자 본능적으로 느꼈다.

봉황기를 통해 적뢰를 발현하는 게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

“우주 제일 대장장이라고 자칭하더니…… 허명이 아니었군.”

[뭐 이런 걸로 놀라나? 진짜는 따로 있는데.]

성지한의 칭찬에도 심드렁한 아르트무는.

“진짜?”

[그래. 그림자검과 여왕의 파편을 꺼내게.]

스으으으…….

등 뒤 20개의 팔에, 모두 망치를 소환했다.

[그림자가 태양을 삼키려 드는, 허무맹랑한 도전에…… 한 손 거들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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