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1화>
-헐 ㅋㅋㅋㅋ 올해의 길드를 노려…… 대박이네.
-올해의 길드가 그렇게 중요해?
-선정되면 모든 길드 옵션 +7임 ㅋㅋㅋㅋ 개사기지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1년에 한 번 선정하는 ‘올해의 길드’는.
[길드 인원 확장], [능력치 증가], [성장률 증가]로 나뉘는 길드 옵션 레벨을 모두 +7 시켜 주는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이 효과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올해의 길드를 두고 강한 분쟁의 소지가 보이자.
세계 배틀넷 연맹은, 특정 길드가 연속으로 올해의 길드에 선정되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올해에는 아메리칸 퍼스트가 선정되었다면.
내년에는 그들이 선정되지 못하고, 다른 길드가 선정되는 식이었다.
-올해의 길드, 저번엔 아메리칸 퍼스트 아니었나?
-ㅇㅇ 이번엔 인민회 차례일 텐데 ㅋㅋㅋ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올해의 길드가 뽑히자.
이 영예는 미국과 중국이 매해 번갈아 가면서 나누어 가졌다.
길드 규모로는, 세계에서 압도적인 아메리칸 퍼스트와 인민회.
그들을 빼고, 올해의 길드에 선정될 만한 길드는 전무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아메리칸 퍼스트가 올해의 길드였으니.
올해는 인민회 차례였는데…….
“올해의 길드. 분명 길드 규모로 보면 인민회가 뽑혀야 마땅하겠죠. 하지만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대승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육성형 길드의 완성판인 대기 길드. 여기서 옵션 +7을 통해, 35명의 선수를 더 받게 된다면 지구 플레이어의 전력은 빠르게 강해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성지한은 지금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딱 쳤다.
“아! 그리고. 성장률까지 증가하겠군요. 안 그래도 육성 길드에서 성장률이 +7 더해지면…… 이 얼마나 선수 육성에 효과적이겠습니까? 대의를 위해서, 올해의 길드로 저희를 선정해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승적, 대의. 중국 애들 하던 말 그대로 돌려주네 ㅋㅋㅋㅋ-근데 ㄹㅇ 대기 길드가 전 세계 랭커들 키워 주는 육성 길드가 됐는데, 여기 밀어주는 게 맞는 거 아님?
-그러게. 플레이어들 빨리 성장해서 우주 괴물들이랑 싸워야지 -TOP 200도 자기 뽑힐 확률이 늘어나는 거니까 찬성하지 않을까?
-근데 언제 뽑음 저거?
-3월 1일임 ㅋㅋㅋ
-얼마 안 남았네 ㄷㄷ
2월 말인 현재.
올해의 길드 선정까지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성지한은 날짜를 계산하고,
“3월 2일에 랜덤 뽑기 방송 돌리겠습니다. 그 날 200명의 랭커 모두가 뽑기에 들어갈지, 아니게 될 지는…… 그 전날 알 수 있겠죠.”
아예 올해의 길드 선정 다음 날로, 길드원 뽑기 일자를 확정했다.
“그럼. 현명한 선택 기대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성지한은 공을 중국 측으로 떠넘기고는 배틀 튜브 방송을 껐다.
그리고 당연히 이날의 방송은.
끝나자마자 배틀넷 업계 전역에 속보로 퍼져 나갔다.
특히 가장 난리가 난 곳은, 인민회 측이었다.
* * *
인민회 회의실.
인민회 간부들은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리플레이되는 성지한의 방송을 바라보았다.
“저 맹랑한 놈이…… 감히 올해의 길드를 요구해?”
“이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습니다!”
“맞아요. 이번에 올해의 길드를 놓치면,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 도전에 적신호가 켜질 겁니다.”
모든 길드 옵션을 +7 해 주는, 올해의 길드 효과.
이건 중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엄청난 전력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왜냐하면, 올스탯 +7은 물론이거니와.
“1군에 올릴, 35명의 명단도 다 정해 놨습니다. 이들이 인민회 1군의 올스탯 + 효과를 받아야,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 도전이 가능합니다.”
“35명의 능력치 강화 없이는, 미국과의 결전에서 패배할 겁니다.”
중국의 모든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인민회 1군.
여기에 35명이 더 들어가서, 능력치 + 효과를 받을 수 있는 건 어마어마한 메리트였다.
근데 성지한의 요구에 따르면, 35명의 추가 편입은 없는 일이 되니.
올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는 중국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대기 길드의 성장 효과를 포기하기가 아쉬운데요…….”
“하. 13억 인민 중, 육성 기프트 능력자가 그리 없습니까? 왜 한국에 SS급 육성 능력자가 있는 건지.”
“가장 뛰어난 이가 B급이었습니다. 아카식 페이지를 통해 강화해서 A까지 끌어올렸지만, S의 벽은 험난하더군요.”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납니까, 근데?”
“예. 탑급 플레이어들에게도, 스탯이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케이스가 자주 있었습니다. 세계 1위 올리버도 자신의 스탯이 3 올랐다면서 놀라움을 표현했지요.”
“음. 다른 나라 플레이어들은 모두 대기 길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저희만 빠진다면…….”
“내년에 들어서는, 최상위권 플레이어 간 성장 차이가 꽤 크게 날 지도 모릅니다.”
허나 대기 길드측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자꾸만 눈에 밟히는 저들의 육성 능력.
유망주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최상위권 선수들도 대기 길드의 성장률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대기 길드의 가치는 연일 치솟고 있었다.
“대기 길드 마스터, 이하연을 빼 오면 안 됩니까? 그녀의 능력이 가장 핵심일 텐데요.”
“성지한과 연인 사이 아닙니까. 길드의 실질적인 주인이구요.”
“이미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아카식 페이지 80장을 더 주겠다고 했는데도 단칼에 거절하더군요.”
“거기에 성지한이 아까 방송에서 제안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놈 성격상 저리 말했는데, 접근했다 실패하면 대기 길드와의 연은 완전히 끊길 겁니다.”
“하. 우리가 빵즈 놈 눈치나 살펴야 한다니…….”
겨우 플레이어 한 놈 때문에 이게 무슨 굴욕이냐.
인민회 간부들은 저번에 일 터뜨린 왕쓰총을 원망하면서, 상황을 계속 정리했다.
“TOP 200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뭐라고 합니까?”
“성지한과 대기 길드를 강하게 성토하고는 있습니다만. 대기 길드의 성장력이 아쉽긴 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후자가 진심이겠군요.”
“흠흠.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특히 제갈헌 같은 경우는 랭킹이 3위 떨어져서 그런지, 좀 날카롭게 반응하더군요.”
“그렇게나 밀렸습니까?”
인민회 간부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몇 달 지났다고 이렇게 밀려?
이러다가 한 해, 두 해가 지나면 성장력 차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가 될 지도 모른다.
“……배틀넷에선, 최상위권 플레이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들을 밀리게 둘 수는 없죠.”
“그렇다면…….”
“올해의 길드를 포기하는 대신, 대기 길드에게 길드원 자리를 그만큼 보장해 달라고 합시다.”
자존심과 실리.
둘 중, 인민회는 이를 갈면서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오너님…… 이제 좀 쉬나 싶더니, 인민회 측에서 긴급 연락이 왔네요.”
배틀튜브 방송 후, 이제 드디어 쉬겠다며 휴게실에 쓰러지러 간 이하연은.
얼마 안 있어 성지한에게 다시 연락했다.
“뭐랍니까?”
“올해의 길드 넘겨줄 테니, 35자리 다 자기네한테 달라고 해요.”
“35자리라…… 그건 욕심이 과하군요.”
“대신, 내년에도 올해의 길드로 선정되도록 지원해 준다는데요?”
“내년요?”
올해가 인민회 몫이라면, 내년은 아메리칸 퍼스트의 몫.
‘머리 좀 썼군.’
우리도 올해 날렸으니까, 미국도 하지 마라.
이런 물귀신 마인드가 물씬 느껴졌다.
“올해의 길드는 두 해 연속으로 선정되는 게 불가능할 텐데요?”
“대기길드는 예외로 하도록, 전폭 지원해 주겠다고 하네요.”
“흠…… 하긴, 그건 배틀넷 시스템상 문제가 아니라 배틀넷 연맹이 정한 규칙이니까요.”
규정을 바꿔서, 2년 연속 올해의 길드라.
‘그거 괜찮군.’
인민회야 미국한테 주느니, 대기 길드에게 한 번 더 주자는 심산에서 그리 주장한 거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주장은, 성지한에게 이득이 되었다.
“좋아요. 그럼 그 조건까지 합해서, 20자리 정도까진 인민회에게 배정해 주죠.”
“20…… 이 숫자를 마지노선으로 협상 진행할까요?”
“예. 그리고 협상해서 숫자가 정해지면, 아예 올해의 길드를 양보하는 측에게 길드원 자리를 일부 넘기는 걸로 공표하겠습니다.”
“아하…… 알겠습니다. 그럼 인민회 측과 줄다리기 해 볼게요.”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민회와는 악연이 적잖았고.
아메리칸 퍼스트는 상대적으로 그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많이 취해 왔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될 수도 있는 법이지.’
이번 ‘올해의 길드’건에 한정해서는.
인민회를 적절히 이용을 하는 게 좋아 보였다.
성지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구를 배틀넷 게임에서 해방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성지한이 몸 담고 있는 대기 길드가 육성의 주도권을 계속 지니고 있어야 했으며.
‘올해의 길드’는 그 주도권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키 포인트였으니까.
“하연 씨. 이번 협상까지만 좀 부탁드릴게요. 그다음엔 얼마든지 휴가 쓰세요.”
“휴가…….”
지친 얼굴의 이하연은 아련한 얼굴로 그 두 글자를 읊다가.
성지한을 힐끗 바라보았다.
“오너님은 휴가 안 가세요?”
“전 레벨 업 해야죠.”
“이제 히든 보스가 벌어 주잖아요. 경험치는.”
“그건 그렇습니다만, 개인 수련도 해야 해서요.”
“아니, 사람이 좀 쉴 틈도 있어야죠…….”
“전 수련하는 게 쉬는 거라서요.”
이하연은 질린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하루 종일 수련하고 배틀넷 참가하고…….
무슨 기계야?
“흠, 그래. 말한 김에 쉬러 가야겠습니다.”
“……수련하러요?”
“네. 스페셜 던전 맵 클리어하느라, 한동안 소홀했거든요. 그럼 전 일단 올라가보겠습니다.”
이하연에게 인사를 한 후, 수련하러 길드 마스터실을 떠나는 성지한.
이하연은 두 눈을 깜빡이며, 그 뒷모습만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휴게실에 들어가 있던 임가영이 나왔다.
“아가씨, 근데 휴가는 왜 물어보셨습니까?”
“아니 뭐 그냥…….”
“혹시 성지한님과 휴가 같이 가고 싶어서 운을 띄운 겁니까?”
“뭐. 뭐래. 얜? 미쳤니?”
“다음엔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피아 님처럼요.”
“아니라고!”
“연인 사이인데 여행 가는 거 정돈 보여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보세요.”
“아…… 진짜 아니라고 했다!”
“아니면 말구요.”
씨익.
임가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이하연이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으…… 야. 일이나 해!”
“네네.”
임가영은 서류를 다시 들어 올리면서 생각했다.
‘저렇게 놔둬서야 백 년 천 년 지나도 제자리일 거 같은데…….’
그렇게 중독되었던 도박도 굳은 의지로 끊어 놓고는, 영 행동을 못 한단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도와줘야겠어.’
임가영은 이하연을 힐끗 보며, 그리 다짐했다.
* * *
한편.
집으로 와, 공허의 수련실을 들리려던 성지한은.
스으으으…….
왼팔에 그림자기운이 짙어지는 걸 느꼈다.
[주인. 나 돌아왔다.]
아르트무와의 대화 이후.
그림자여왕에게 손가락을 요청하겠다며, 잠시 잠수를 탔던 아리엘.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하더니.
그녀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빨리 왔네. 여왕이 손가락은 안 된다고 하냐?”
[아니, 주셨는데?]
“……벌써?”
퐁.
성지한의 왼팔에서 손가락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길쭉한, 검은색의 검지손가락.
그림자기운을 진하게 풍기는 것이, 한눈에 봐도 진품 손가락 같았다.
‘……무슨 허락이 이렇게 빨리 떨어져?’
그림자여왕한테 왔다 갔다 하는 데만 해도 며칠은 걸릴 거 같은데.
“너 진짜 여왕 맞지?”
[아니라니까!]
“무슨 손가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떼 주냐. 솔직해져라. 다 들켰으니까.”
[아냐! 그만큼 여왕께서 네게 거는 기대가 큰 것일 뿐이다.]
“그래요, 여왕님.”
[……하아, 맘대로 불러라.]
처음에는 펄쩍 뛰더니, 이젠 포기한 아리엘.
성지한은 이미 반쯤은 그녀가 여왕이라고 생각하면서.
“인벤토리.”
인벤토리 안에서, 아르트무가 준 나팔을 꺼냈다.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라…….’
자기를 드워프족이라 소개하던 합체로봇 아르트무.
‘어디 실력 좀 봐야겠군.’
그가 나팔을 불자.
[‘지옥마궁의 암석’을 지닌 플레이어입니다.]
[아르트무의 대장간으로 플레이어를 초대합니다.]
번쩍!
성지한의 신형이, 빛에 휘감겨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