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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20화 (22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0화>

소드 팰리스의 대기 길드 사무실.

“오너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다크서클이 짙게 내리깔린 이하연이 성지한에게 피곤한 얼굴로 인사했다.

“오너님도 오셨으니, 전 오늘 일찍 좀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들어가, 가영아.”

“예…….”

이하연 뒤에서 서류를 든 채, 똑같이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는 임가영은.

길드 마스터실 옆의 휴게실 문을 열곤, 그 안에 있는 침대에 쓰러졌다.

‘아니. 보디가드가 저래도 돼?’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문도 닫지 않은 휴게실 쪽을 바라보았지만.

이하연이 대신 그녀를 변호했다.

“가영이가 저 대신 며칠간 밤을 새워서요. 오너님,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아, 그렇군요. 근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왜 이렇게 바빠졌죠?”

“무슨 일…… 있었냐구요?”

으드득.

이하연은 이를 갈았다.

“배틀넷이 망할 본 게임에 들어서면서, 만렙이 확장됐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세계 랭킹 1위부터, 최상위권 플레이어 모두가 다 다시 성장 단계에 들어섰잖아요.”

“음.”

“지금 모두가 대기 길드에 들어오려고 난리도 아니에요. 유망주 자리는 이미 랭커들로 대체되었고, 남은 자리 없냐고 지금 사방에서 청탁과 회유, 협박까지 들어오고 있어요.”

두두두두.

이하연은 길드 마스터실의 책상으로 가,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 화면에서, 이하연의 이메일이 떴다.

“거기에 저 개인에게는, 사방에서 달콤한 회유가 들어오고 있죠. 미국에서는 아카식 페이지 100장을 줄 테니 오라고 하네요. 중국은 80장 불렀구요.”

아메리칸 퍼스트의 로버트 게이츠에게서 온 메일.

거기엔 눈을 의심할 만큼 거액의 연봉과, 아카식 페이지까지 국가적으로 전폭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쓰여 있었다.

‘육성 능력의 가치, 많이들 알아보는군.’

서포팅 기프트 육성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하는 세계의 여러 길드들.

하지만 육성 능력자의 숫자는, 성지한이 세계의 난이도를 낮췄음에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니, 각 길드에서는 기존의 최고 능력자인 이하연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업무 폭탄에 놓인 건 어찌 알았는지, 이름만 올려 주고 하와이에서 느긋하게 쉬어도 된다고 하네요.”

“흠. 하연 씨는 자기 능력을 펼치고 싶어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원하시면 저도 언제든 그렇게 해 드리죠.”

“아니. 뭐…… 저도 그저 놀고먹는 건 싫어요. 그렇지만…….”

이하연은 자신의 뒤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가, 길드 마스터실의 창문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저렇게 일만 하다 죽고 싶지도 않다구요!”

이러다가 진짜 탈주할 거 같은 이하연.

성지한은 길드 업무의 교통정리를 하기로 했다.

“그래요. 정확히 뭐가 문제입니까? 권한은 다 드렸는데.”

“권한…… 그래요. 길드 업무 전반에 관한 권한은 위임받았죠. 하지만.”

이하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편의 서류를 가지고 왔다.

대기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고, 입단 신청을 낸 플레이어의 지원서.

이하연은 그걸 책상에 하나하나 놓았다.

“이거 보세요. 세계 랭커들이 빠짐없이 입단 지원서를 넣었어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오너님과 크게 충돌했던 중국 인민회에서도 랭커가 모두 싹 다 넣어 버렸어요. 이건 뭐 담합하는 것도 아니고 참……!”

세계 랭킹 1위부터 100위까지.

아니 그 뒤의 순위까지 포함해서 모든 플레이어가 일제히 대기 길드에 입단 지원서를 넣었다.

그뿐인가.

그들이 원래 소속된 길드와, 국가의 배틀넷 협회마저도 협조를 부탁한다는 식의 공문이 들어와 있었다.

‘이건 길드 마스터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만하군.’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합심해서 우리 플레이어 넣어 줘 하는 상황.

아무리 이하연이 성지한에게 권한을 위임받았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원래 각 길드의 유망주들이 차지했던 자리는, 그들 길드 내에서 합의해서 자리를 스위칭했어요.”

“아메리칸 퍼스트의 유망주를 빼고, 대신 1위를 넣는 식으로요?”

“예. 그렇게 해서 미국의 1위 올리버님도 저희 길드 소속이 되었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리는, 아직도 말이 많아요.”

자기네 길드에서 유망주와 핵심 플레이어를 스위칭하는 거야 얼마든지 상관없었지만.

다른 길드에 배정된 자리가 문제가 되었다.

인류를 위해서 상위 랭커들에게 대기 길드의 성장 효과를 재배분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런 게 어디 있냐. 우리 몫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계속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것들이 참. 자리 맡겨 놓은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요. 그래도 하도 상대가 쟁쟁해서…… 저로선 도저히 감당이 안 되네요. 그래도 처음엔 오너님 눈치 보는가 싶더니, 오너님이 길드에 별로 관여를 안하자 요즘은 좀 심해졌어요.”

그러며 이하연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도 빼 가려는 시도가 심심찮아졌고요.”

“갈 거예요?”

“글쎄요. 일만 하다 죽느니, 하와이 가고 싶어질지도…….”

눈이 반쯤 감긴 이하연이 헤롱거리며 말하자.

성지한은 이번 일을 빨리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다 그녀가 진짜 갈 지도 몰랐으니까.

“좋습니다. 제가 바로 정리하죠. 일단.”

탁.

성지한이 손가락을 튕기자.

책상과 창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지원서가 모조리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엑…….”

“다른 길드에서 온 길드원, 다 잘라요. 남기는 건…… 자. 저랑 세아. 매형에 소피아, 마시드, 배런까지만 남기죠. 그리고 하연 씨 몫으로 배정했던 사람들도 남기고요. 가영 씨같이.”

“제 몫의 사람이라고 해 봤자 가영이밖에 없어요. 근데 나머지는 다 자른다니…… 어, 배런은 남겼네요?”

“녀석의 기프트는 뛰어나니까요. 인류를 위해 육성시킬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저번 생에서 세계 랭킹 1위를 달리던 배런.

워낙 발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태창 2개 기프트는 정말 뛰어나서.

길게 봐서 키울 만한 인재였다.

“근데 이렇게 다 자르면, 사방에서 항의가 들어올 텐데…….”

“하연 씨. 명심하세요. 저희가 슈퍼 갑입니다.”

“그래도 상대는 미국에 중국인데요?”

“거기서 자꾸 뭐라고 하면 제가 스페이스 리그 보이콧한다고 하면 됩니다.”

이하연은 눈을 깜빡였다.

아, 그래.

성지한은 이런 위치였지.

플레이어로 각성한 지 일 년도 채 안 돼서 인류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선수.

저번 스페이스 리그 경기 때 그의 예지몽이 없었다면, 많은 플레이어가 처형당할 뻔했다.

다른 일반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성지한이 자신의 길드를 더 이상 뒤흔들 시, 스페이스 리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만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매달, 세계랭킹 TOP 200 선수 중에서 랜덤 뽑기로 길드 들여보내 준다고 하세요.”

“랜덤…… 뽑기요?”

“예. 뽑힌 사람은, 뭐 돈 적당히 받고 한 달 길드원으로 있게 해 주죠.”

“그리고 다음 달 되면 다시 쫓아내고 뽑구요?”

“예. 이럼 되겠죠?”

“기존에 소속되어 있던 플레이어들이 반발할 텐데…….”

“그거야 위약금 주고 내보내죠. 저 이번에 돈 좀 벌었습니다.”

스으으윽.

성지한은 자신의 상태창에서, GP잔고를 이하연에게 보여 주었다.

“……1, 1천억 GP?”

“스페이스 리그엔 갑부가 많더군요.”

튜토리얼 때 1달러였던 GP 시세는.

스페이스 리그가 개막한 이후, 등락이 심하다가 2.5달러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1천억 GP면 대체 얼마야.

‘거기에 계속 오르고 있네…….’

히든 보스 성지한이 전 우주에서 활약해서 그런지.

GP는 계속해서 숫자가 오르고 있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재산이 증식되는 상황.

이하연은 잠이 확 깬 얼굴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오너님…… 이 정도면 굳이 길드 운영 안 하셔도 되지 않나요?”

“어차피 성장 보너스 때문에 길드 운영하는 겁니다 전. 길드로 돈 버는 건 하연 씨가 다 가져도 돼요.”

“제, 제가 다요?”

“예, 뭐 얼마 한다고.”

길드가 얼마를 버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오너.

“사람도 좀 더 팍팍 뽑고. 돈 막 써요. 저도 얼마든지 팔고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과로로 인해 하연 씨가 하와이행 비행기 타는 거보단 낫습니다.”

성지한은 그리 단언하면서.

시스템에서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럼 길드원 자르는 건, 제가 하죠.”

“아…….”

성지한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고.

[플레이어 ‘올리버’가 길드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이하연이 눈앞에, 길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세계 랭킹 1위, 미국의 올리버가 길드에서 먼저 쫓겨나고.

그 뒤를 이어, 모든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대기 길드에서 퇴출되었다.

그러자.

부르르르르…….

이하연의 핸드폰 여러 개가 여기저기서 진동하기 시작하며.

“여보세요? 길드에서 퇴출당하셨다구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길드 마스터실 바깥의 사무실에서도, 전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성지한의 길드원 전원 퇴출에, 즉각적인 반응이 온 것이다.

“……사람들 반응 참 빠르네요.”

“연락 온 사람들에겐 길드 배틀튜브 보라고 하세요.”

“배틀튜브를요?”

“예. 길드 배틀튜브, 오랜만에 틀죠. 이번 일, 확실히 공지하겠습니다.”

그렇게 길드원 모두를 방출하고, 얼마 안 있어 길드 공식 배틀튜브가 재생되자.

-대기 길드에서 플레이어들 대거 쫓겨났다는데?

-대체 무슨 일 생긴 거야?

이번 사태에 대해 벌써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   *   *

“……이렇게, 대기 길드는 앞으로 길드원 선발 방식을 올 랜덤으로 변경할 것입니다.”

-올 랜덤이라니 ㄷㄷ 대격변이네.

-대기 길드 TO가 몇 자리지?

-10대 길드에 배분되는 인원 확장까지 받아서…… 남은 사람들 빼면 한 5-60자리 될걸?

-대충 1/4 확률이네.

-이럴 거면 그냥 세계 랭킹순으로 자르는 게 낫지 않나요?

대기 길드 사무실에서, 길드원 선발 방식 변경을 전격 선언한 성지한.

그의 발언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이럴 거면 그냥 랭킹 순으로 자르지.

뭐 하러 랜덤으로 하냐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 특정 국가만 너무 많은 혜택을 보거든요. 랜덤으로 갈 겁니다.”

TOP 50 안에는, 미국과 중국 소속 플레이어가 대부분이니.

성지한은 두 나라에게만 대기 길드 자리가 집중되지 않도록, 올랜덤 기조를 견지했다.

그러면서.

“아, 그리고. 저희 길드 마스터에게 영입 제안 거는 거 그만두십시오. 한 번만 더 메일 보낸다면 그쪽 길드는 안 받겠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 특히 조심하세요.”

-아메리칸 퍼스트 콕 집어 말하네 ㄷㄷ

-역시 성지한…… 세계 1위 길드도 눈치 전혀 안 봄

-눈치는 그쪽이 봐야지 여기가 왜 봄 ㅋㅋㅋㅋ이하연에게 더 이상 영입 제안을 하지 말라고,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성지한 오너. 더 이상의 오퍼는 넣지 않도록 하죠.]

그러자 바로 길드의 배틀튜브 창에서 떠오르는 후원 메시지.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권자, 로버트 게이츠는 바로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바로 고개 숙이네 ㄷㄷ

-대기 길드가 그 정도로 매력적이었음…….

-성장도 면에서는 저기가 최고잖아. 비교할 곳이 없음-스페이스 리그 진입한 이후, 중국에서도 대기 길드랑 다시 화해하려고 엄청 힘쓴다던데 ㅋㅋㅋ-자기들이 갑질할 때만 해도 세상일 이리될 줄 알았나 ㅋㅋㅋ-아. 성지한 님 그럼 인민회 선수도 랜덤으로 뽑히면 뽑아 주시는 건가요?

대기 길드에서 사실상 보이콧을 하고 있는 인민회 출신 플레이어.

하나 TOP 200을 랜덤으로 뽑는다면, 인민회 선수가 안 들어갈 수가 없었다.

‘흠…… 그쪽에서 거슬리게 행동하긴 했지만. 중국이 지닌 키 플레이어가 많기는 하지.’

스페이스 리그가 개막한 이상.

인류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SSS급 기프트를 지닌 중국 선수들도 성장시킬 필요가 있긴 했다.

하지만 옛날 일을 정리하기 전에, 그냥 받아 줄 수는 없는 노릇.

‘좋아. 그걸 얻어 내야겠네.’

성지한은 천천히 운을 띄웠다.

“인민회라…… 그쪽은 저랑 악연이 있어서 뽑을 생각이 없습니다만.”

-ㄹㅇㅋㅋㅋ 그쪽 받아 주면 안 됨. 또 뒤통수 칠지 누가 앎?

-아, 그래도 제갈헌이나 주령령 같은 선수는 스페이스 리그를 대비하기 위해서 성장시키는 게 맞지 않나……

-성지한 선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합니다. 스페이스 리그 경기가 곧 치러질 텐데, 인류의 1/5을 배제할 생각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왕쓰총 개인의 일탈로 인해 벌어진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나갈 겁니까?

-성지한은 대의를 생각해라!

-헐ㅋㅋ 좌표 찍혔나;

-아이디에 급 중국 깃발 많아졌네 ㄷㄷ

중국 깃발이 그려진 아이디가 대거 유입되며, 채팅창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성지한은 그걸 보고 피식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다만 여러분들 말씀대로 스페이스 리그에 진입한 이 시점에 한 국가만 배제하는 것도 그러니…… 한 가지 조건만 이행된다면, 중국 선수들도 받겠습니다.”

-조건?

-조건이 뭐지?

-정말 대기 길드에서 인민회를 받아 주는 겁니까?

이제는 중국의 깃발, 오성홍기만 잔뜩 보이는 길드 채팅창.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길드’. 이거, 저희 대기 길드가 선정되도록 중국이 건의해 주십시오. 이게 통과되면, 인민회도 받아 주죠.”

하나 성지한이 정작 조건을 말하자.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며, 채팅창을 도배하던 사람들이 한순간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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