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8화>
‘아르트무 군단이 어떻게 여길 왔지?’
다른 중간보스룸도 침공이 가능한 건가?
성지한은 난쟁이 군단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스코어 보드를 열었다.
성지한에게 밀려 2등이 된 아르트무 군단은 아직도 정보가 공개된 상태.
그는 상대의 보스룸을 살펴보았다.
[아트르무 군단, 적을 섬멸하라!]
멀쩡하게 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난쟁이 군단.
숫자도 저번이랑 비교해 보면, 똑같아 보였다.
저 보스룸의 전력이 쳐들어온 거 같지는 않은 상황.
‘일단은 잡고 봐야겠군.’
성지한은 가볍게 검을 가로로 그었다.
촤아아악!
그러자 모두 반으로 쪼개지는 난쟁이 군단.
그들이 들고 있는 망치와 창 등, 각종 무기도 일격에 갈라졌다.
-원래 1등 하던 아르트무 군단이라 뭐 다른 거 있나 기대했는데…….
-이번 손님도 별거 없었죠?
-성지한 1등 굳히기 들어갑니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상황을 낙관하고 있을 때.
스으으으…….
갈라졌던 난쟁이 군단의 몸이,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재생한 것은 난쟁이뿐만 아니라, 무기도 마찬가지.
그들은 조금 전과 똑같은 전투태세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소리쳤다.
[아르트무 군단, 적을 섬멸하라!]
그러면서 일제히 진격해 오는 아르트무 군단.
그 기세는, 지금껏 성지한의 중간보스룸을 쳐들어오던 적들과 비교해 보면 특출나게 강하지는 않았지만.
치이이익!
성지한의 검에 몇 번 통째로 베여도.
순식간에 재생해서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놈들, 괜히 1등 했던 게 아니네.’
같은 스페이스 4에 소속된 플레이어.
역시 만만치는 않은 건가.
성지한은 횡소천군을 한 번 더 사용하면서, 갈라진 적이 재생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았다.
엘프의 괴물 같은 재생력과는, 뭔가 다르게 작용하는 것 같은 적.
특히.
‘무기가 수상하군.’
복원 순서는 난쟁이보다, 무기가 먼저였다.
성지한은 손을 뻗었다.
슈우우우…….
그러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소용돌이가 형성되면서.
선봉에 선 난쟁이들의 무기를 모두 빨아들였다.
‘S급 정도의 무구인가.’
난쟁이가 쓰는 무기라 그런지, 장난감 같은 크기의 무기.
하지만 다들 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성지한이 지닌 이클립스나 봉황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S급은 될 만했다.
그는 무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는, 눈을 빛냈다.
‘안에 이질적인 기운이 숨겨져 있군.’
속성을 따지자면, 빛에 가까울까.
미약한 기운이 무기 내부, 손잡이 부위 쪽에 숨겨져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기운을 모아보았지만, 빛 속성에서도 이런 류는 처음이어서.
성지한은 강탈한 무구에서 빛의 기운을 싹 다 흡수했다.
그러자.
[아르트무 군단…….]
기세 좋게 아르트무 군단을 연호하던 난쟁이들이.
금방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마치 기계가 작동을 멈춘 것 같은 모습.
성지한은 그런 선봉 부대를 향해, 다시 한번 검을 가로로 베었다.
촤아아악!
반으로 갈라져서 땅에 떨어지는 난쟁이 군단.
시체가 된 이들은 아까처럼 놀라운 재생력도 보여 주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뒹굴다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역시 이 숨겨진 빛의 기운과 재생 효과가 연관이 있었군.’
어디 그럼, 이 이질적인 기운에 대해 더 알아볼까.
성지한이 탐구자의 정신으로 난쟁이 군단을 향해, 암혼와류를 보다 크게 생성했지만.
기세 좋게 달려오던 아르트무 군단은 어느새 입구 쪽으로 내뺀 상태였다.
“어딜 가?”
들어올 땐 마음대로라도, 나갈 땐 아니지.
성지한이 빛의 기운을 얻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 했을 때.
슈우우…….
난쟁이 군단의 무기와 갑옷까지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마구 뭉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수백, 수천의 무구가 순식간에 뭉치며. 만들어진 형상은.
여기저기가 새하얀 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강철 거인이었다.
-로, 로봇?
-합체 로봇도 나오네 ㄷㄷㄷ
-이게 아르트무의 진짜 모습인가?
-뭔가 있을 거 같긴 했는데 무기가 본체였구나…….
-공개 영상에서는 몰랐는데, 성지한이랑 만나니 바로 정체가 탄로 나네.
이를 보고, 합체 로봇을 연상하는 시청자들.
일반적인 강철 거인과는 달리, 저것은 나름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었다.
[스페이스 4에, 슈퍼 루키가 나왔군.]
“네가 아르트무냐?”
[그렇다.]
지이이잉…….
아르트무의 가슴팍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난쟁이들이 순식간에 모두 그리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더욱 번쩍이는 아르트무의 몸체.
‘상당한 기세군.’
성지한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이 정도 상대라면, 한 방에 없앨 수는 없겠어.
지지지직…….
성지한이 제대로 힘을 끌어 올리며, 아르트무와의 전투를 준비할 때.
[잠깐. 난 싸울 생각이 없다.]
철컥.
빛의 강철 거인은 손바닥을 펼쳐, 싸울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난 있는데?”
하나 성지한은 기세를 더욱 피워 올렸다.
거인이 지닌 빛의 기운.
그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라, 수집욕이 생겼던 것이다.
지지지직.
성지한의 몸에서 붉은 전류가 피어오르자.
아르트무는 양손을 흔들며 그를 말렸다.
[전투 말고! 협상. 협상을 하고 싶다. 하이드아웃 플레이어여.]
“협상?”
[그래. 이번 스페셜 던전에서 1등 보상 중, 지옥마궁의 암석이 나오면 나에게 팔아라.]
“팔라고? GP는 필요 없다.”
[GP가 필요 없다고…… 돈 많아서 좋겠구나. 좋다.]
스으윽.
아르트무는 손가락으로 봉황기를 가리키며 눈을 번쩍였다.
[그럼 GP대신, 내가 네 무기를 업그레이드시켜 주지.]
* * *
-무슨 거대괴수랑 싸울 거 같이 생긴 합체 로봇이 안 싸우려고 필사적이네 ㅋㅋ-쫄았나 봄 ㅋㅋㅋ-뭔 무기 업그레이드야. 봉황기 SSS급 아님?
-그니까 ㅋㅋㅋ
시청자들은 전투를 필사적으로 피하려는 아르트무를 비웃었지만.
-아르트무가 본체로 나선 것도 모자라…….
-무기를 업그레이드시켜 준다고?
-지옥마궁의 암석…… 그게 뭐라고 아르트무가?
성지한 채널에 남아 있던 외계 종족은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
성지한은 그 채팅을 바라보곤, 기세를 슬쩍 풀었다.
“이거 SSS급인데. 그럼 EX로 만든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무리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인 나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강화는 시켜 줄 수 있지.]
“흠.”
[그 창, 무형의 무기를 덧씌운 거지?]
“보는 눈은 있군. 그렇다.”
[내가 보니, 그거 아직 완전히 합일이 되어 있지 않다. 조금만 손대도, 성능이 지금보다 크게 향상될 거다.]
구름창 운뢰와 결합한 후, 업그레이드된 봉황기.
그걸 한눈에 알아본 걸 보니, 솜씨가 없어 보이진 않았다.
[지옥마궁의 암석은 대장장이인 나에게 필요한 거지. 너에겐 필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좋은 거래 아니겠나?]
“글쎄. 나한테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물건 받아 봐야 알지.”
[으음…… 그럼, 업그레이드에, 아르트무 대장간 이용권까지 2장 더 주지.]
-대, 대장간 이용권까지?
-아르트무…… 그만큼 암석에 진심인가!
-우리 종족은 암석이 없나…… 아쉽군!
이 말에 호들갑을 떠는 외계 종족의 채팅.
-뭐래 외계인들 진짜 ㅋㅋ
-우리도 좀 알자 ㅡㅡ
-지들끼리 놀라고 있어 ㅋㅋㅋ
-뭐 좀 치는 대장장이인가 봐? 아르트무.
시청자들은 저들의 오버를 보고 장인 아르트무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흠…… 생각 좀 해 보지.”
[그러지 말고…… 암석은 너에겐 쓸모없을 거다! 약소종족 출신끼리, 같이 협조하면 어떻겠나?]
“약소종족?”
[그래! 네 채널을 보니, 인류 출신이더군. 우리 드워프와 견줄 만한, 최하급 종족이라며?]
“너 드워프였냐?”
[그렇다.]
-드워프였어, 얘들?
-판타지 종족 다 나오네.
-근데 이놈들은 왜 맨날 우리한테 최하급 최하급 이러냐 ㅡㅡ-배틀넷에서는 최하급 맞는 거 같긴 함 근데 ㅋㅋㅋ-ㄹㅇ ㅋㅋ 스페이스 리그 오니까 괴수 대잔치잖어.
-저 합체 로봇도 다른 플레이어가 싸우려 들면 그냥 처발릴 듯 ㅋㅋ
‘최하급이라 하는 걸 보면, 엘프처럼 괴물은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드워프도 이상한 점이 적지 않았다.
시간을 되돌린 듯 몸과 무기가 재생하질 않나.
무기가 실질적인 본체고, 합체 로봇까지 되었으니까.
‘아니, 이건 아르트무의 특성인가?’
성지한이 물끄러미 아르트무 쪽을 훑어보자, 그가 말했다.
[아, 그래. 너도 나처럼 종족을 개량시키기 위해 배틀넷에 남았는가? 그럼 내가 선배로서 조언도 해 줄 수 있다. 무슨 옵션을 사야 할지, 최하급에게 필요한 최적의 루트가 있거든.]
최하급 종족 출신끼리 무슨 동질감이라도 느끼는지, 수다스러운 거대 로봇.
하나 성지한은 아르트무의 말 중 다른 쪽에 주목했다.
“……배틀넷에 남았다고?”
[그래. 혜택을 포기할 수 없었지.]
“어떻게 하면 떠날 수 있는데?”
[……그거야 브론즈 리그 3번 우승하면 선택권을 주지 않느냐. 한 번만 우승해도 알 텐데.]
-ㄹㅇ?
-우승 세 번 하면 해방임?
-오…… 로봇 쓸모 있는데.
-고급 정보 마구 알려 주네
-근데 배틀넷 없어지면 아쉽지 않나? 이거 보는 낙에 사는데 ㅋㅋㅋ-어이구? 그러다 집 앞에 던전 생겨봐야 후회하지 ㅡㅡ배틀넷에서 해방되는 조건을 듣고 난리가 난 채팅창.
성지한도 내심 놀랐지만, 이를 얼굴에 드러내진 않고 태연히 말했다.
“우승을 해 봤어야 알지.”
[너, 설마…… 신참? 그럴 리가. 스페이스 4에 소속된 플레이어가 신참이라고?]
아르트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지이이잉.
거대 로봇의 눈에 레이저가 발사되며, 허공에 거대한 화면이 떠올랐다.
거기서 나온 것은, 알아볼 수 없는 문자.
[지, 진짜 그렇군. 배틀넷 베팅에 새로 추가된 종족…… 탈락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아.]
“베팅 사이트 보고서냐?”
[그렇다. 흠…… 슈퍼 루키 수준이 아니었군. 너. 성좌 중에서도 더 밝게 빛날, 신성이구나…….]
스으윽.
아르트무가 손가락을 세 개 폈다.
[좋다. 그럼, 대장간 이용권을 세 개 주도록 하지! 암석에 이 정도라니, 아깝긴 하지만 약소종족의 희망에게 내가 힘을 보태주겠다!]
엄청나게 선심 쓴 양, 이야기하는 아르트무.
이 정도면 받아도 될 딜인가.
성지한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주인, 혹시 나도 가능한지 물어볼 수 있겠나?]
“강화 말인가?”
그동안 암검 이클립스 형태로 침묵을 지키던 아리엘이 음성을 내보냈다.
[그렇다. 이클립스가 한 단계 더 강화되면.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물어보는 거야 어렵지 않지.
성지한은 아르트무에게 검을 보이며 질문했다.
“이 검도 강화가 가능한가?”
[이건 그림자검이군…….]
지이이잉.
아르트무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며, 그림자검을 스캔했다.
[절대자의 권능이 많이 들어가 있군. 네 후원 성좌, 그림자여왕인가?]
“아니.”
[후원 성좌도 아닌데 이렇게나 많이 권능을 부여했다고? 특이하군…… 이거는, 강화가 쉽지 않다. 그림자여왕의 신체 일부가 있으면 모를까.]
“뭔 신체까지 필요하냐.”
[그림자여왕은 그림자기운의 정수. 머리카락만 해도 쓸 만한 재료가 되지…… 어쨌든 손가락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 단계 더 진화가 가능하다.]
무기 진화에 손가락을 넣다니.
뭐 이런 야만적인 방법이 있나 싶었지만.
[그 정도는 여왕께서도 가능할 거다. 가능하다고 해.]
“……손가락을 준다고?”
[재생하면 그만이잖아?]
아리엘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이 녀석…… 알고 보면 설마 여왕인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아리엘 말에 손가락 떼준다니…….
성지한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검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