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5화>
쿵. 쿵.
처음 찾아온 종족은 전신에 붉은 갑주를 입은, 갈색의 이족보행 몬스터였다.
길게 튀어나온 송곳니가 특징인, 인간의 2배 이상 크기가 되어 보이는 괴물은.
[아무도 없나?]
성지한의 중간보스 룸을 두리번거리면서.
통로의 주인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저기, 저기 아래 있다.]
그중 하나가 성지한을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어린아이와도 같은 종족이군.]
[저건 중간보스가 아닌 거 같다.]
[근데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데…… 어둠으로 가려져 있다.]
하이드아웃 효과로, 이종족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는 성지한.
하지만 대략적인 실루엣은 드러났기에, 몬스터들은 그의 크기만 보고 상대를 무시했다.
[혼자 서 있다니…… 함정인가?]
[일단 없애고 보자.]
[그러다 보면 중간보스가 나오겠지.]
[죽여라!]
번쩍!
길게 튀어나온 송곳니가 새빨개지고.
몬스터의 피부색이 순식간에 붉게 변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성지한에게로 돌진해 오는 몬스터 무리.
함정 아니냐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의 진격에는 주저가 없었다.
‘색은 약간 다르지만, 외양은 트롤족과 비슷하군.’
강력한 신체 능력에, 압도적인 재생력을 지니고 있는 트롤.
인류가 속한 스페이스 리그에서, 중하위권을 차지하던 이들과, 지금 눈앞의 붉은 몬스터는 생김새가 꽤 흡사했다.
트롤족, 한 행성에만 있는 게 아닌 건가.
‘약점도 똑같나?’
스으윽…….
성지한의 손에서 그림자검 이클립스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검이 가볍게 가로를 그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그러자.
두둑!
붉은 트롤의 송곳니가 반으로 갈라지고.
[컥……!]
[이, 이빨이……!]
빠르게 진격해 오던 트롤이 일제히 쓰러져, 땅바닥을 뒹굴었다.
‘이놈들도 이빨이 약점이군.’
트롤의 이빨.
이건 트롤족을 강화시켜 주는 주요수단이었지만.
또 부서지기만 하면 그들의 힘을 대폭 약화시키는, 약점이기도 했다.
다만 이빨의 강도가 엄청나게 단단하여, 일반적으로는 약점이라고 공격했다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역시 쉬워.’
성지한에게는 그저 상대하기 쉬운 몬스터일 뿐이었다.
스으윽!
검이 한 번 더 움직이자, 트롤 10인의 목이 일제히 떨어지고.
[침 공자를 격퇴했습니다.]
[보스 포인트가 100 오릅니다.]
그들에게서 포인트를 획득했다.
하나 당 10점씩 주는 건가.
“스코어 보드.”
성지한은 자신의 순위를 확인하기 위해, 스코어 보드를 열었다.
1위 - 아르트무 군단(아르트무) - 192,340 [공개]
2위 - ?? - 97,220
3위 - ?? - 72,770
4위 - ?? - 40,410
……
11위 - 이름없음(성지한) - 100 [공개]
‘……1등이랑 뭐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
중간에 스페셜 던전 맵에 난입해서 그런가.
1등과의 격차는 생각 이상으로 많이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2위부터는 ?인데, 1위는 다 공개되어 있군…….’
성지한은 자신의 스코어 보드 뒤편을 보았다.
2등부터 10등까지는 없는, [공개] 표시.
1등의 정보가 모두 드러나 있는 것도, 중간보스 룸을 공개해서 그런 것 같았다.
[[공개]를 눌러, 공개된 경쟁상대의 보스룸을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상대의 보스룸을 살펴보겠습니까?]
성지한은 스코어 보드 아래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바로 1등의 [공개]부터 눌렀다.
그러자, 그의 앞에 커다란 화면이 떠오르며.
[공개된 보스룸, ‘아르트무 군단’의 내부를 재생합니다.]
1등 보스룸 아르트무 군단의 모습이 드러났다.
-뭐야 저거…….
-난쟁이족?
-1등이라더니, 엄청 만만해 보이는데?
성지한 채널을 통해서 같이 화면을 보던 시청자들은.
공개된 아르트무 군단의 모습을 보고는 이게 진짜 1등 맞냐고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르트무 군단. 준비하라!]
화면에 나온 아르트무 군단은, 겉보기에는 너무나도 약해 보이는 난쟁이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반도 안 되는 크기로, 보스 룸 내부에 빼곡하게 서 있는 난쟁이 군단.
그리고 군단의 뒤편에는, 각종 무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무기 상당히 좋아 보이네.
-그…… 뭐냐. 드워프임 쟤들?
-대장장이 종족? 이미지는 비슷하긴 하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1등 보스룸에 대해 평가하고 있을 때.
쿵. 쿵.
아르트무의 보스 룸에 수많은 침입자들이 들어섰다.
[아르트무의 보물이 여기있다!]
[군단 무시해! 무기만 가져가도 남는 장사야!]
난쟁이 군단을 잡기보다는, 그들 뒤에 있는 무기를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침공자.
[진격하라!]
그런 이들을 가로막기 위해, 난쟁이군단은 일제히 진격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침 공자들에게 달라붙은 난쟁이군단.
[귀찮게 하긴!]
펑! 펑!
수없이 많은 난쟁이들이 침 공자의 공세를 막지 못하고 터져 나갔지만.
스으윽…….
그렇게 죽어 사라져도, 땅에서 비슷하게 생긴 난쟁이들이 계속 올라왔다.
[대충 상대하고, 일단 무기 챙겨!]
계속해서 덤벼오는 난쟁이의 공세에 못 이긴 침입자들은.
이들을 무시한 채 무기를 챙기려고 했고.
[억…… 다 왔는데……!]
[화, 확보했다. 인벤토리에 넣었어!]
푹! 푹!
난쟁이의 집중 공세를 못 이기고 하나둘씩 죽어 가는 와중에도.
무기를 손에 넣은 침입자는 기뻐한 채, 사망했다.
-난쟁이들 물량공세 보소 ㅋㅋㅋㅋ
-근데 무기가 그렇게 좋은 건가? 죽어서도 좋아하네 ㄷㄷ-침입자 계속 온다 야 ㄷㄷ-보물로 몬스터 꼬시는 전략 같네.
약해 보이는 난쟁이.
거기에 그들이 지키고 있는 보물은 탐나는 것이었으니, 수많은 침 공자들이 이쪽으로 몰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성지한은 난쟁이 군단의 면면을 보면서, 눈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실제 전력은 다를 것이다. 약해서야, 1등을 계속 지켜 낼 수는 없으니까.’
화면에 드러난 전력이 전부라면.
아르트무가 19만 포인트를 얻을 때까지 계속 1등을 지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명 약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는, 숨겨진 전력이 있겠지.
-아르트무. 또 장난질이군.
-신참자들은 항상 저기에 낚이는구나.
그리고 성지한 채널에 들어왔던, 외계의 시청자들도.
아르트무의 보스룸을 보고는 이를 낚시라고 평가했다.
이미 저런 방법, 많이 써서 유명한 존재인 건가.
‘그래도 전략 자체는 괜찮아 보이는데?’
성지한은 쉬지 않고 침입자가 들어오는 아르트무의 보스룸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아무리 낚시라고 해도, 무기가 워낙 탐나서 그런지 침 공자가 워낙 많아서.
아르트무의 포인트 오르는 속도가 엄청났다.
‘벤치마킹 좀 해야겠어.’
성지한은 던전의 중간 관리자 옵션을 다시 켜 항목을 다시 쭉 살펴보았다.
[이곳이다!]
[정말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잖아?]
[통로 이름도 이름없음이야!]
그동안 여러 종족이 던전으로 또 쳐들어왔지만.
“잠깐. 나 바빠서.”
휙!
성지한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모두 반으로 쪼개졌다.
-중간보스가 될 만한 실력은 있군.
-이 정도면 상위권에 있어도 될 수준이다.
성지한이 침입자를 일검에 썰어 버리자, 외계의 시청자들은 그에 대한 평가를 나름 상향했지만.
-그렇지만, 종족 한계가 명확하다. 다른 루트에 비해 여전히 침공할 가치는 있다.
-이쪽 루트로 연합하자. 합세 해서 공격하면 막아 내지 못할 것이다.
-좋다.
인류의 가능성에 한계를 짓고는, 오히려 연합공격을 모의했다.
-아니 저 새끼들은 왜 남의 채팅방에서 대놓고 모의를 함? ㅡㅡ-이젠 외계인까지 ㅈㄹ이네 ㅋㅋㅋㅋ
-방 공개 멈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ㅠㅠ
-└└ 적 많이 몰려와야 순위 올리지
그런 외계 종족들을 보고 시청자들이 어이없어 하고 있을 때.
‘호오. 이런 옵션이 있었군.’
성지한은 중간 관리자 옵션에서, 아까는 지나쳤던 항목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 * *
“자. 그럼 이제 방 좀 꾸미겠습니다.”
툭. 툭.
생각을 정리한 성지한이 관리자 옵션에서 이리저리 항목을 터치하자.
[GP가 1,000,000 소모되었습니다.]
[GP가 1,000,000 소모되었습니다.]
GP가 백만씩 사라지면서, 사방에 찬란하게 빛나는 금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공간도 뒤바뀌면서.
바닥은 새하얀 대리석이 깔리고, 벽은 금으로 도배되었다.
-오…… 방이 갑자기 화려해지고 있어.
-저 금괴 뭐임? 디게 반짝거리네
-갑자기 보물창고 됐네 ㅋㅋㅋ
시청자들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신기하게 지켜보는 사이.
“자. 이 금괴는, 하나에 100만 GP구요.”
두두두…….
성지한의 등 뒤로, 금괴가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아르투르를 보고 따라 하는가? 저거 GP 해 봤자 얼마나 된다고…….
-굳이 저러지 않아도, 만만해서 쳐들어갈 텐데.
-뭐 잘됐다. 이놈 제압하고, GP도 획득하자.
처음에는 성지한의 시도를 보고, 심드렁하게 반응하던 외계의 시청자들은.
“자. 이 다이아몬드는…… 스탯 포인트를 주는 기능이 있군요?”
그가 금괴 위에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올려놓자, 깜짝 놀랐다.
-뭣?
-저거, 스탯 포인트 5짜리다!
-하, 하나 더 소환했어!
-저걸 소환하다니…… 미친놈인가?!
자기의 스탯을 담보로 걸어야지 소환할 수 있는 거대 다이아몬드.
추가 스탯 포인트는 배틀넷에서 가장 귀하게 취급받는 자원이었기에.
성지한 채널을 지켜보던 외계인들은 모두 눈이 뒤집혔다.
-연합은 필요 없다!
-저거 우리 거다!
쿵! 쿵! 쿵!
거대 다이아몬드를 올려놓고 나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성지한의 보스룸.
쿠르르르…….
보스룸의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비켜!]
[우리가 먼저다!]
[진짜 스탯 다이아몬드가 있어……!]
각양각색의 괴물들이 모두 눈이 뒤집혀서, 성지한 쪽을 향해 달려왔다.
‘어그로 확실하네.’
성지한은 씩 웃으며, 검을 들었다.
치이이익!
일검에 반 토막나는 적.
온갖 종류의 종족이 있었지만, 성지한의 검은 모두를 공평하게 반으로 갈라 버렸다.
[강, 강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적들은 잠시 주춤했지만.
[그래도, 스탯 다이아몬드를 놓칠 순 없다……!]
[전사들, 방어태세를 갖추면서 가!]
[굳이 제압 안 해도 된다. 다이아몬드만 챙겨!]
스탯 다이아몬드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잊게 해 주었다.
또다시 진격해 오는 각종 몬스터 종족.
성지한은 그걸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금괴보다 다이아가 확실히 먹히는군. 그렇다면…….’
치이익!
일검에 다시금 적을 쓸어버린 성지한은.
관리자 옵션을 통해, 던전명을 이름없음에서 바꾸었다.
11위 - 다이아10개있어요 (성지한) 700
후발주자로서, 손님유치가 최우선인 성지한.
그는, 모두가 열광하는 다이아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마음먹었다.
-헐 던전명 어그로 죽이네 ㅋㅋㅋㅋ
-저거 빼앗기면 근데 성지한님 스탯 사라지는 거 아니에요??
-성지한이 뺏기겠어 ㅋㅋㅋ
-그래도 적이 많이 몰려오면…….
인류 시청자들은 던전명을 보고, 처음엔 즐거워했지만.
-여긴가?
-다이아 10개?
-진짜다.
-다이아 10개가 있다. 진짜 있다!
갑자기 별 마크를 단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유입되기 시작하자.
-……이거 위험한 거 아님?
-외계인 뭐 이리 많이 들어왔어 ㄷㄷ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쿵! 쿵! 쿵!
성지한의 보스룸 문이 열리고.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없이 모여든 적 종족들이.
[진짜 다이아가 있다!]
[달려!!]
눈이 시뻘게진 채, 들어오기 시작했다.
“효과 좋네.”
스으윽.
성지한은 검에 이어, 봉황기까지 꺼냈고.
[뭐, 뭐냐…….]
[이 괴물은……!]
그날 하루, 7위까지 순위를 껑충 올렸다.
그리고.
“다이아10개있어요...? 풋. 이거, 가봐야겠구나.”
미궁의 침공자 뿐만이 아니라.
뜻밖의 존재에게까지,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