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4화>
‘보스 선출전…… 스페이스 4는 확실히 뭔가 다르네.’
스페이스 에어리어.
이건 지구인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리그 소속 다른 종족과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리그였다.
다들 종족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만 선발되었기에 난이도는 지역 에어리어에 비해 훨씬 어려웠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경험치나 GP 추가 보상이 상당했다.
‘저번 생에서 내가 소속되었던 스페이스 12는 보상이 기본 두 배였는데…… 4는 훨씬 더 주겠군.’
이러면 다이아라도 레벨 업 속도가 느려지진 않겠어.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보스 선출전 맵 설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스 선출전]
[당신은 지옥마궁의 중간보스로 선정되었습니다.]
[11인의 중간보스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올리세요!]
[가장 높은 스코어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이달의 던전 보스가 됩니다.]
[보스로 선정될 시, 한 달간 플레이어를 본뜬 NPC가 다이아 던전 맵의 히든 보스로 자리합니다.]
[히든 보스가 플레이어를 제압할 때마다, GP와 경험치 보상이 자동으로 들어옵니다.]
‘호오.’ 성지한은 맵 설명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일반적으로 던전 맵에서 게임을 진행하면, 당연히 던전을 공략하는 측에 섰는데.
이번 스페셜 게임은 오히려 던전의 중간 보스가 되어 몰려오는 플레이어를 상대했다.
‘GP는 이제 별 쓸모없지만. 경험치는 다르지.’
공허를 얻은 후, 예전보다 추가 스탯과 레벨 업이 중요해진 성지한.
보스 선출전에서 우승해서 히든 보스가 되면.
성지한을 본뜬 NPC가 경험치를 알아서 벌어 올 테니, 이번 게임은 꼭 우승해야 했다.
“참가한다.”
성지한이 참가를 결정하자.
[플레이어 성지한이 보스 선출전에 참전합니다…….]
[지옥마궁의 중간보스실이 가득 찼습니다. 기존의 중간보스에게 자리를 빼앗아야 합니다.]
[중간보스 11위에게 도전하시겠습니까?]
2월 중순에 참전을 결정해서 그런지, 이미 방이 가득 찼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래도 배틀넷답게, 이미 점거한 자리는 싸워서 빼앗을 수 있었으니.
성지한은 ‘예’를 누르려다가, 시스템에 물어보았다.
“1위한테는 도전할 수 없나?”
[최하위 중간보스에게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알겠어. 그럼 하지.”
[중간보스 11위, ‘아그나르’의 중간보스실로 이동합니다.]
스으으으…….
그러자 순식간에 뒤바뀐 세상.
화르르르!
11위의 중간보스 룸은, 사방이 불바다.
사방에서 불꽃이 넘실거리고, 바닥은 용암이 흘러 발디딜 곳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화염거인이 성지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그나르?”
[네가 도전자인가?]
“그래.”
펑!
사방에서 불꽃이 터져 나가고.
[이런 형편없는 종족이 나에게 도전하다니…… 불쾌하군!]
불의 거인 아그나르가 거대한 손바닥을 펼쳤다.
중간보스 중 꼴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한 기세.
하지만 성지한은.
“야, 잠깐 기다려 봐.”
태연한 얼굴로, 손을 들었다.
[하하! 도전할 땐 언제고, 이제 와 두려워서 자비를 구걸하는가?]
“아니. 배틀튜브 좀 켜게.”
[뭣……!]
성지한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불의 거인이 움직임을 잠시 멈추었을 때.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성지한은 오랜만에 배틀튜브를 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 * *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알람이 와서 헛것을 봤나 했네요!
-방송 백 만년 만에 켜셨네 진짜 ㅠㅠ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던 성지한 채널에서 알람이 울리자.
구독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 수련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배틀넷도 이제야 처음 켰네요.”
-수련을 그렇게 오래 하다니…… 블라디미르 때문인가?
-블라디미르 선수, 저번에 자기는 성좌가 강림해서 그렇게 강해진 거라고 인터뷰했던데요?
-우리랑 경기할 땐 졸라 세더니 중국전에선 별로 힘 못 쓰던데 ㅋㅋㅋ롱기누스의 강림으로 인해서, 엄청나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블라디미르.
러시아는 비록 한국에게 패배했지만,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은 모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이번에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은…… 제가 모신 성좌께서 강림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때 인터뷰에서.
그는 롱기누스의 허락을 받고 강림에 대해서 밝혔고.
그 이후로 성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지한 님은 성좌 없으세요?
-백퍼 있겠지 ㅋㅋㅋㅋ 성좌 없이 성좌를 어케 이겨
“성좌요? 있긴 합니다. 좀 틀어져서 그렇지.”
시청자들의 질문에, 뇌신을 떠올리며 그렇게 대답하는 성지한.
-근데 여긴 어디예요?
-완전 불지옥이네 ㅋㅋㅋ
-다이아에 이런 맵도 있나?
“스페이스 4에 배정돼서 그런지. 스페셜 던전 맵에 걸렸네요.”
-??
-스페이스 4? ㄷㄷㄷㄷ
-검왕이 이번에 스페이스 15 배정되었는데…….
-앞에 1 빠진 거 아니에요?
-미쳤네, 진짜 ㅋㅋㅋㅋㅋ
어느덧 2월 중순.
스페이스 에어리어에 대해서 대강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4에 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경악했다.
현 인류 최고 기록은 검왕이 속한, 스페이스 에어리어 15.
근데 성지한은 혼자서 대체 몇 단계를 뛰어넘은 거야?
“어쩌다 이렇게 됐네요.”
성지한이 그렇게 태연하게 배틀튜브를 진행하자.
[이노옴……!]
잠깐 움직임을 멈추었던 불의 거인이 노호성을 내질렀다.
[그대로 찍어 눌러 주마!]
화르르르!
사방에서 치솟는 불길.
불의 거인의 분노에 반응하는지, 불의 지옥은 한층 더 거세게 불길을 피어 올렸다.
-뭐임, 얜;
-처음부터 최종 보스?
-불거인 스케일 개지리네…….
-손바닥에 사람 열 명은 들어갈 듯 ㄷㄷ
시청자들은 게임 시작하자마자 튀어나온 불의 거인 크기를 보곤 경악했지만.
“아, 잠깐. 얘 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성지한은 그를 힐끗 보더니, 태연하게 봉황기를 들었다.
창끝에 모이는 붉은 뇌전.
그 안에서, 보랏빛의 스파크가 잠시 튀고.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봉염天雷鳳炎
적뢰포赤雷砲
붉은 뇌전이 한 줄기, 창끝에서 뻗어 나가며.
화염거인의 손을 그대로 관통했다.
[허, 나에게 불로 대항하다니……!]
처음에는 적뢰에 담긴 불의 기운을 느끼고 이를 비웃던 화염거인은.
지지지직…….
손바닥을 꿰뚫은 붉은 뇌전이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 나가자.
[뭣…….]
그때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눈치챘다.
그리고.
화르르르……!
적뢰 위에서, 피어오르는 보랏빛의 불길.
그것은 불의 거인의 몸뚱어리를 그대로 집어삼키더니.
순식간에 태워 버렸다.
-설마…… 끝?
-한 방에 죽은 거야?
-아니…… 첫 등장 불의 군주 포스 개 쩔었는데 왜케 약함 ㅋㅋㅋ-성지한이 졸라 센 거임 ㅋㅋㅋ
-붉은 번개 더 세진 거 같네 ㄷㄷ
원샷원킬에 사라져 버린 불의 거인.
[중간보스 11위, 아그나르를 제압했습니다.]
[중간보스 룸을 강탈합니다.]
[플레이어 성지한이 서열 11위에 올라섭니다.]
그와 함께, 불길도 모조리 사그라졌다.
그리고 불지옥이나 다름없던 중간보스룸은, 거무튀튀한 흙바닥이 깔린 공터로 변했다.
‘완성된 적뢰, 확실히 강력하군.’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간보스룸.
이곳은 수백, 수천 명이 들어서도 남을 정도로 광활한 공간이었다.
여길 불지옥으로 만든 건, 불의 거인 아그나르의 강력한 권능 때문이었는데.
적뢰포는 그런 상대를, 불로써 제압해 버렸다.
‘공허의 불꽃이 지닌 소멸의 힘…… 확실히 규격 외야.’
아직 소멸 코드에 대해선, 완전히 분석하지 못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근데 이럼 오늘 게임 끝인가요?
-틀자마자 보스 잡고 끝…….
-안 돼 ㅠㅠ 얼마 만의 방송인데 ㅠㅠ
-이 정도면 역대급으로 빨리 끝난 거 아님?
한편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아그나르를 원샷으로 잡아버리자, 이제 방송 끝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아뇨. 오히려 오늘 방송은 꽤 오래 걸릴 거 같습니다. 이제 제가 여기서 중간보스 할 거거든요.”
-엥? 중간보스?
-성지한 보스 되는 거야? ㅋㅋㅋㅋ
-그런 게임도 있나요?
“그래서 스페셜 맵입니다.”
성지한은 스페셜 맵, ‘보스 선출전’에 대한 설명을 하며 시청자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지이이잉…….
[지옥마궁 서열 11위가 되었습니다.]
[GP를 소모하여, 중간보스룸을 지킬 몬스터를 소환하시겠습니까?]
중간보스를 도와줄, 몬스터 소환 창이 떴다.
‘몬스터라…… 굳이 소환할 필요 있나.’
중간보스룸이 넓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혼자서 커버가 가능했다.
굳이 GP 쓰면서 몬스터를 소환할 필요가 있나, 성지한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에픽 퀘스트]
배틀튜브 ON 상태로 홀로 통로를 끝까지 지켜, 서열 1등에 올라서라.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0,000
지옥마궁의 보물상자
오랜만에, 에픽 퀘스트가 떴다.
* * *
‘이러면 결정하기 쉽군.’ 애초부터 몬스터 소환할 생각이 별로 없었던 성지한.
에픽 퀘스트에 담긴 내용은, 이 생각을 확고하게 해 주었다.
지옥마궁의 보물상자에서 뭐가 나올진 모르지만.
업적 포인트 천만만 해도, 충분한 보상이었으니까.
‘근데 배틀튜브 ON은…… 지금처럼 그냥 방송 켜는 건가?’
성지한은 에픽 퀘스트 앞의 전제조건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배틀튜브 ON.
이건 대체 뭐지?
그때, 시의적절하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중간보스 룸을 공개하시겠습니까?]
[공개할 경우, 더 많은 침 공자가 이 통로를 향해 진격해옵니다.]
[전력이 모두 공개되어, 상대가 대처하기 쉬워집니다.]
‘이건가 보군.’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그나르가 있을 때와는 달리, 미약한 빛만 천장에서 내리쬐는 빈 공터.
이런 공간이야 공개되든 말든, 상대가 대처하는 데 있어서 더 쉬울 것도 없어 보였다.
물론.
‘몬스터 소환창에 있는 옵션이 다양하긴 해. 함정 설치도 있고 아까 불지옥처럼 맵 옵션을 바꿀 수도 있어.’
던전의 중간 관리자 옵션을 사용해서, 맵을 이리저리 변경한다면.
정보가 공개되고 안 되고가, 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에픽 퀘스트를 깨야 하는 성지한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관리자 옵션.
“공개한다.”
성지한은 망설임 없이, 중간보스 룸 공개를 선택했다.
그러자.
-어…… 뭐지. 이거?
-맵 관찰 옵션이 새로 생겼네?
-오…… 누르니까 탑뷰로 중간보스룸이 다 뜸 ㅋㅋ
-배틀튜브에 이런 기능이 있었나?
배틀튜브에서 성지한 채널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이 처음 변화를 체감했다.
그리고.
-종족명…… ‘인간’?
시청자 중에서, 아이디 앞에 국기 대신.
별이 표시된 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행성 아이콘 뭐임? 국기 말고 다른 게 뜨네?
-오 신기하다. 새로 추가된 유료결젠가? 얼마임 저거?
-뭔 유료결제야 그런 거 없음ㅋㅋㅋㅋ
-아르콘 님 어떻게 한 거예요??
시청자들이 새로 유입된 이들의 마크를 보고 신기해하고 있을 때.
-인간…… 종족 평가는 상당히 낮은데. 스페이스 4에 어떻게 출전했지?
-던전을 공개하다니, 무식한 종족이다.
-던전 공간. 아직 정비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기존의 11위 던전에 비하면 공략하기 쉽다.
-중간보스로 선정된 이…… 외모가 가려져 있다. 하이드아웃인가?
별 표시의 시청자들은 빠르게 성지한의 중간보스룸을 분석하더니.
-몬스터도 하나도 소환하지 않았다. 이 맵에 대해 무지한 종족이다.
-공략하기 가장 좋은 루트…….
-좌표 전송 완료.
수상쩍은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쿠르르르……!
[여기군!]
[조사단의 말이 진짜 맞았어.]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성지한의 통로로.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