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2화>
신왕좌에 들어선 성지한에게 뇌전의 벽이 쳐지고.
그 벽 속에서, 푸른 번개의 사자가 얼굴을 불쑥 드러냈다.
사자의 두 눈은, 성지한의 봉황기에서 피어오른 적뢰를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새로운 ‘개념’이 될 수 있어…… 그럼에도 본질의 반은 뇌전이니, 갈아탈 수도 있다.]
천뢰신결에서 불의 기운을 섞은 적뢰는.
지금까지 무신이 만들어 낸 천뢰신결에 비해, 불의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동등한 상태에서의 합일이 되지 않았다.
뇌신은 성지한에게 업화라는 능력까지 안겨 주며, 적뢰의 완성을 기다렸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빨리 결과물을 가져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너…… 정말로 대단한 천재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걸 완성할 줄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성지한은 뇌신의 극찬에 겸연쩍은 기분이 되었다.
천뢰신결과 동등,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력한 공허의 불꽃.
그걸 신살의 ‘소멸 코드 발현’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적뢰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계속 미완성 상태였겠지.
사실 이 결과는 코끼리 뒷걸음질 치다 쥐를 밟은 격이었다.
[이 정도 재능이면 곧…… 우주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성좌가 되겠어!]
“성좌는 무슨. 아직 다이아 플레이어다.”
[다이아! 다이아가 이 정도면…… 더더욱 금방 강력한 성좌가 되겠지! 적사자가 된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하도록 하자고!]
“적사자?”
[그래. 이미 뇌신에서 빠져나온 후를 생각해 뒀다.]
성지한은 뇌전의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 안을 수상쩍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7만 7천의 뇌신.
저기서 빨리 빠져나와서, 적사자로 지내겠다는 건가.
[방랑하는 무신의 침공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저 멍청한 것들은 뇌신의 힘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가 쳐들어오면 뼈저리게 느끼리라. 자신들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무신은 절대 상대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푸른 사자.
그는 도망칠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뇌신의 우두머리라 하기에는 비겁한 모습이었지만.
‘무명신공에 천뢰신결이 있는 걸 보면, 맞는 판단이긴 하지.’
무명신공의 상승무류에 포함되어 있는 천뢰신결.
뇌신의 권능과 흡사한 이 무공은, 아마 방랑하는 무신이 뇌신을 제압하면서 터득한 것 같았다.
“근데 이거로 어떻게 갈아타려고?”
[적뢰를 최대한 피워 올릴 수 있겠나? 당장 합체하겠다.]
“계약 이행부터 하셔야지. EX급.”
[아…… 그래, 내 마음이 급했군. 어차피 갈아타면 약화될 권능, 지금 쓰겠다.]
지지지직……!
푸른 사자에게서 강렬한 뇌전이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성지한에게 직격했다.
[‘뇌신의 우두머리’가 계약을 이행합니다.]
[‘뇌신의 우두머리’가 EX급 스킬, ‘신좌 소환’을 전수합니다.]
“신좌 소환?”
이름만 보고는 무슨 스킬인지 감이 오지 않았기에, 성지한은 스킬 창을 열어 이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완성된 적뢰’의 개념이 뇌신의 우두머리에게 완전히 전수될 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과의 계약은 주고받는 절차가 확실했다.
[신왕좌에서 일부 권능을 떼어 왔다. 스킬 등급을 EX급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고생했지…….]
“그래서 이 스킬,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적뢰에 들어가면 알려 주겠다.]
“그래.”
성지한은 계약 이행을 위해, 적뢰를 크게 피워 올렸다.
지금까지보다도, 한 차원 더 강렬한 힘을 내보이는 적뢰.
색은 예전에 비해 검붉은빛으로 변해 있었다.
[좋아……!]
머리만 나와 있던 푸른 사자가 적뢰를 향해 뛰어들고.
지지지직……!
그의 몸은 천천히 붉은 뇌전으로 뒤덮여갔다.
[이, 이 불의 힘은…… 어마어마하구나. 어떻게 필멸자가 이런 개념을 이 안에 담아낼 수가 있지?]
홀로 감탄하면서 계속해서 적뢰를 받아들이는 뇌신의 우두머리.
그의 몸을 구성하는 푸른 뇌전은 붉은빛으로 변하면서, 크기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레이어 성지한이 계약을 이행했습니다.]
[EX급 스킬, ‘신좌 소환’이 완전히 전수되었습니다.]
[계약이 마무리됩니다.]
뇌신이 한창 변하고 있는 와중, 계약 완료 메시지가 떴다.
‘일단 스킬부터 확인해 봐야겠군.’
한참 적뢰와 합체하고 있는 뇌신에게 설명을 들을 상황은 아니었으니.
성지한은 시스템에서 스킬 설명을 띄웠다.
[신좌 소환]
스킬 등급 : EX
-신왕좌의 권능 일부가 포함된, 신의 의자를 소환합니다.
-플레이어가 의자에 앉을 시,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되돌리며 종의 한계를 초월하도록 성장시킵니다.
-한 달에 한 번, 3시간 소환이 가능합니다.
‘애매한데.’ 성지한은 스킬 설명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의자에 앉기만 해도 몸을 회복하고, 성장시켜 준다는 내용은 좋았지만.
한 달에 한 번, 3시간 소환이 가능하다니.
써먹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그런데도 EX급을 줄 정도면…… 능력 성장이 엄청나게 되는 건가?’
지구의 난이도를 낮추었던, EX급 아이템 ‘완성된 별의 조각’에 비하면 별 효과가 없어 보이는 신좌 소환.
성장 효과가 엄청나게 뛰어난 건지, 성지한이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계약이 이행되었나…… 어떤가. 신좌, 쓸만하지 않는가?]
적뢰를 반쯤 받아들인 사자는 얼굴을 치켜들며, 성지한에게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이게 왜 EX급이지?”
[아아. 아직 성좌가 아니라 그런가. 종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나 보군.]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켜 주나?”
[아니. 그것보단 성장 한도가 늘어나지.]
지지지직…….
사자의 앞에, 붉은 전류로 만들어진 777이 나타났다.
[별의 주인, 성좌가 되기 위해선 777레벨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지. 성좌끼리도 우열은 있는 법. 여기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종의 한계를 초월해야 한다.]
“종의 한계라.”
[그래. 너희 종족, 능력이 참 형편없어 보이더군…… 그러면 성좌가 된다고 한들, 777레벨에서 더 올리기 힘들 거다. 그때 필요한 것이 신좌의 기능이지.]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 신좌밖에 없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신좌에 앉는 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지. 지금의 너는 이게 왜 EX급인지 의아해 하는 것 같지만, 언젠가 나에게 크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의기양양하면서 이야기하는 뇌신의 우두머리.
하지만 성지한에겐 그 대단함이 그다지 체감되지는 않았다.
‘성좌라니…… 그건 너무 먼 미랜데.’
언제 무신이랑 싸울 지 모르는데.
777레벨 되가지고 한 단계 더 진화할 때 써먹을 아이템이라니.
등급이야 높을 만도 하지만, 지금 당장 실효성에선 의문이 들었다.
그때.
[그런데…… 이 불의 힘. 완벽한 흡수가 잘 안 되는군. 이거, 어디서 기원한 힘인지 알려 줄 수 있겠는가?]
몸의 70%만 붉어진 적사자.
나머지 30% 부분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자, 뇌신의 우두머리가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아마 공허랑 연관되어 있을 걸?”
[뭐, 뭣? 공허?]
그 말에 펄쩍 뛴 적사자.
그의 눈에 전류가 번뜩였다.
[공허라니…… 그 힘이 왜 적뢰에 있나!]
“그거 만한 불의 힘이 없더라고.”
[이, 이런……!]
크게 당황한 뇌신의 우두머리는, 곧 성지한에게 크게 성을 냈다.
[네놈, 날 기만하다니!]
“뭔 기만이야?”
[공허가 끼면, 신으로 있을 수 없다!]
“그래?”
[원래 수명대로 살게, 리셋이 된단 말이다……!]
그러고 보면 죽은 별의 성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
그때야 그놈 말이라 확실한지 장담하진 못했는데.
‘그게 진짜 맞나 보네.’
공허의 수명 제한.
그게 신에게까지 해당되는 거였구나.
“몰랐다, 야. 나야 완성만 중시해서.”
[젠장……! 이래서야, 계획에도 차질이……!]
뇌신의 우두머리는 혼자서 패닉에 빠져 있다가.
[그래도 아직, 아직은 괜찮다. 신왕좌에 간다면……! 큭, 너, 일단은 여기서 나가라!]
성지한을 신왕좌 맵에서 역소환시켰다.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개방되었던 특별 던전, ‘신왕좌 - 뇌신’이 닫힙니다.]
그러며 신왕좌에 접근을 불허하는 뇌신.
거기서 더 나아가.
[뇌신이 당신에게 이건 아니라면서 강하게 성토합니다.]
[후원을 철회할 것이라면서 으름장을 놓습니다.]
성지한에게 후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면서 화를 냈지만.
“아 그래? 해.”
이미 EX급 스킬을 접수한 성지한은 후원을 철회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뇌신이 못 할 줄 아냐며 크게 역정을 냅니다.]
“아, 하라니까. EX급 스킬도 받았겠다. 이제 그쪽에 아쉬운 게 없어요.”
[뇌신이 분을 참지 못합니다.]
[뇌신이 성좌 후원 철회 절차에 들어갑니다…….]
성좌 슬롯 한 칸 비겠구만.
성지한이 뇌신과의 작별을 예상하며, 태연하게 시스템 메시지를 지켜보고 있자.
[뇌신이 후원 철회 절차를 취소합니다.]
분을 가득 표출하던 뇌신이, 갑자기 후원 철회를 다시 되돌렸다.
“왜? 후원 안 한다며.”
[적뢰를 이대로 놔둘 거냐고 뇌신이 화를 냅니다. 계약 위반이라고 성토합니다.]
“계약 위반은 무슨…… 난 요청한 대로 다 했구만. 공허가 수명이랑 관련됐는지 안 됐는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물건 받을 때 잘 보셨어야죠.”
[뇌신이 크게 화를 냅니다.]
화만 계속 내고, 후원 취소는 하지 못하는 뇌신.
성지한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금방 누가 갑인지를 파악했다.
“야, 화만 내지 말고 빨리 후원 취소나 해라. 성좌 슬롯 비워야지.”
[뇌신이 받을 거 다 받고 이렇게 나오기냐며 역정을 냅니다.]
“응. 다 받았으니까 이렇게 나오지.”
성지한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현 상황에서 아쉬운 쪽은 어디까지나 저쪽.
성좌가 역정을 내든 말든, 여기서 맞춰 줄 필요가 없었다.
[뇌신이 플레이어의 대응에 말문을 잃습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더는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뇌신.
길길히 날뛰어 봤자, 자기만 손해라는 걸 파악한 거 같았다.
‘애초에, 불만은 이쪽도 있지.’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는 EX급 스킬, 신좌 소환.
현 상황에서는, 등급이 아까운 스킬이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다고 했으니.
성지한은 테스트를 위해 펜트하우스의 수련실에서 이를 소환했다.
“신좌 소환.”
그러자 그의 눈앞에서 새하얀빛이 번쩍이더니.
새하얀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찬란하게 번뜩이는 빛에.
“삼촌, 드디어 수련 끝났어? 2주간 안 보이더라~”
수련실 밖에 있던 윤세아가 이를 보고는 들어왔다가, 소환된 신좌를 보고는 눈을 비볐다.
“……뭐야, 이거. 안마의자야?”
* * *
소환된 신의 의자.
그것은 빛으로 번쩍이기는 했지만.
외양 자체는 윤세아의 말대로 안마의자 같았다.
“이게…… 신좌라고?”
“그래.”
“아무리 봐도 안마의자 같은데?”
“모습은 비슷하긴 하네.”
몸을 최적의 상태로 되돌린다더니.
릴렉스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성지한은 신좌에 다가가 여기에 앉았다.
그러자.
번쩍! 번쩍!
의자에서 빛이 반짝이면서, 성지한의 전신이 순식간에 릴렉스되었다.
피로가 한층 더 풀린 육신.
‘……좋기야 좋은데.’
지금까지 사용했던 그 어떤 안마의자보다도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EX급 스킬인데, 이게 설마 끝은 아니겠지?
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졌지만, 마음은 점차 불편해지는 상황.
그때.
스으으으…….
성지한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배틀넷 시스템이 공인한 신좌에 앉았습니다.]
[레벨 한계가 30 늘어납니다.]
[공허 스탯의 수용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공허 스탯 105부터 공허의 의지에 귀속됩니다.]
레벨 한계는 늘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공허 스탯 수용 한계치는 뜻밖의 내용이었다.
‘이러면 공허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건가?’
성지한은 조금 전, 뇌신이 황급히 신왕좌에 복귀하던 걸 떠올렸다.
신왕좌에 간다면 아직 괜찮다고 했었지.
그게 이런 의미였나?
‘매달 꼬박꼬박 앉아야겠군.’
단순히 안마의자가 아니었네.
성지한이 신좌의 쓸모를 찾고, 안심하고 있을 때.
[2명의 플레이어가 신좌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성지한 말고도, 2명이 더 추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러면…….’
성지한은 그 메시지를 보면서, 윤세아에게 물었다.
“세아야, 매형 집에 있어?”
“응. 조금 전에 오셨는데.”
“빨리 여기로 오시라고 해 봐.”
“왜, 안마의자 때문에?”
윤세아가 씨익 웃으며 의자를 가리키자.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모셔올게~”
가볍게 방을 나서는 윤세아를 보며, 그는 가만히 생각했다.
‘신체를 최적으로 되돌리는 기능. 혹시 눈에도 적용될 지 모르니까.’ 몸을 최적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기능을, 무려 EX급의 아이템이 지니고 있으니까.
릴렉스 효과 이외에도, 혹여나 치료 효과가 있을지도 몰랐다.
“안마의자라니…… 괜찮은데.”
“에이, 아빠. 그러지 말고!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삼촌 얼굴 완전히 녹더라. 한 번 해 봐!”
그리고 곧 윤세아의 손에 이끌려 온 윤세진이, 신좌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