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05화>
‘안 그래도 슬슬 상점 업그레이드를 할까 했는데, 비밀 상점이라.’
업적 상점.
한때는 쏠쏠하게 사용했지만, 근래에는 업적 포인트 쓸 곳이 없어서 점수가 쌓이기만 한 상태였다.
그래도 이제는 상점 업그레이드의 전제 조건인 기부를 충족했기에.
다이아 승급도 했겠다, 1월 말에 본격적으로 포인트를 쓸까 했는데.
‘비밀 상점이라…… 뭘 파는지 봐야겠어.’
성지한은 비밀 상점을 열어 보았다.
[비밀 상점 - 공허 LV.1]
비밀 상점 업그레이드 - 5,000,000P
상태창 강화 LV.1 - 1,000,000P
클래스 강화 LV.1 - 1,000,000P
칭호 융합 - 1,000,000P
이면세계의 공간 - 1,000,000P로 개방, 활성화 시 1일에 10,000P씩 소모
[비밀 상점의 항목은 모두 유효 기간이 있는 상품이며, 유효 기간은 공허 능력치에 비례합니다.]
‘포인트 소모량이 어마어마하군.’ 비밀 상점 - 공허.
이건 레벨이 1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요구하는 업적 포인트양이 어마어마했다.
거기에 무기한도 아니었으니까.
예전처럼 업적 포인트를 수급했다면, 선뜻 손대기가 꺼려졌을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천만 이상 남아 있으니까 여유가 좀 있지.’
스페이스 리그에서 두 번 연속 활약하며, 엄청난 업적 포인트를 얻어 온 성지한.
지금 그가 지닌 업적 포인트는 천만 포인트가 넘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한번, 실험적으로 포인트 투자해 볼 만했다.
‘그래도 100만씩 써서 금방 날리긴 아까우니까 공허 스탯, 50까지 올려 볼까.’
죽은 별의 성좌는 공허 스탯을 찍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일단 100만 안 찍으면 되는 거잖아?
거기에 공허 스탯이 5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성지한은 이 비밀 상점 빼고는, 별다른 변화를 못 느꼈다.
‘이 능력, 뭔지는 알아야지.’
투자를 결심한 성지한은, 그간 모아 놓았던 스탯 포인트를 깡그리 투자했다.
처음에는 쭉쭉 올라가는 공허 스탯이었지만.
‘점차 추가 포인트 요구량이 늘어가는군.’
나중에는 추가 포인트를 2씩 요구하더니.
마지막에는 3씩 넣어야 공허를 1 올릴 수 있었다.
결국 공허 42에서 모든 포인트를 소모해 버린 성지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100까지는 한참이네.’
공허의 의지에 귀속되는 건, 일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성지한은 포인트 투자한 만큼 가시적인 효과가 있나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는 그다지 효과를 보이지 못하던 죽음의 기운이.
공허 능력치를 투자하자마자, 게임 속에서처럼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거기에…… 그림자능력도 보다 더 선명해졌어.’
큰 틀에서 보면 암속성과 관련된 힘, 그림자와 죽음.
공허는 이걸 모두 강화시켜 주는 건가?
성지한이 체내 기운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자니.
[스탯 ‘검영’과 ‘죽음’을 공허 안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하겠습니까?]
[흡수할 시 공허 스탯이 오릅니다. 공허의 관할 아래, 두 권능을 강화된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성지한에게 추가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허 능력, 암속성과 관련된 능력치를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인가?
‘일단은 유통기한이 있는 죽음부터 흡수해야겠군.’
죽은 별의 성좌가 일주일 치를 넣어 준 죽음의 권능.
어차피 나중에 사라질 거, 공허를 강화하는 데 쓰는 게 낫겠지.
성지한은 두 능력 중, 죽음부터 흡수를 진행했다.
그러자.
번쩍!
성지한의 몸에 검붉은빛이 번뜩이더니, 체내로 사라졌다.
[스탯 ‘죽음’과 스킬 ‘죽음 선고’가 공허의 안으로 융합됩니다.]
[공허 스탯이 5 오릅니다.]
‘겨우 5?’ 꽤 쓸만하고, 강력했던 죽음의 권능.
근데 아무리 유통기한이 있다지만, 겨우 능력치 5밖에 안 올려 줘?
성지한은 처음에 이 결과에 살짝 실망했지만.
‘아니, 이거…… 공허를 완전히 죽음 능력처럼 사용할 수 있군. 거기에 게임 속에서보다 권능의 힘이 더 강해졌어.’
자신의 몸으로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 보고는 눈을 빛냈다.
게임 속에서는 죽음의 기운을 자신에게 흡수하며 20%의 강화 버프 효과를 보였다면.
공허로 귀속된 이번 힘은, 40%의 효과가 나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강해진 성지한에게, 40%의 버프 효과는 엄청난 강화 수치.
그는 이 2배 증폭된 효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검영에도 시선이 갔다.
“아리엘, 나와 봐.”
성좌 퀘스트를 온전히 죽음의 권능으로 깨기 위해, 잠시 안에다 봉인시켰던 아리엘.
그녀는 성지한의 팔에서 나와, 쉐도우 엘프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이제 봉인 해제인가? 주인.”
“어. 검영 능력과 너, 완전히 엮여 있는 건 아니지?”
“주인의 검영과? 거기서 그림자기운을 받아서, 내가 강화될 뿐. 스탯과 엮이거나 한 건 아니다. 엄연히 다른 존재지.”
“그럼 공허랑 합쳐도 되겠네.”
“응? 공허? 그게 갑자기 왜 나와?”
“기다려 봐.”
잠깐 봉인된 상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던 아리엘은.
[스탯 ‘검영’이 공허의 안으로 융합됩니다.]
[공허 스탯이 8 오릅니다.]
번쩍!
성지한이 검영까지 공허에 융합시키자, 화들짝 놀랐다.
“어. 뭐, 뭐야 이거?”
스으으윽……!
몸이 무럭무럭 자라더니, 천장까지 머리가 닿는 아리엘.
그녀의 몸은 보랏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 그림자기운 좀 잠깐 통제해 줘!”
“아, 잠깐.”
공허 스탯이 55가 되면서, 증폭 효과가 더 늘어난 건지 원래의 검영보다 훨씬 강해진 그림자힘.
성지한이 기운을 갈무리하고 나서야, 아리엘은 원래의 크기로 다시 돌아왔다.
“뭐…… 뭔가, 주인. 이 힘은……! 여왕께서 내게 직접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성좌랑 비교될 정도라고?”
“물론 그림자기운의 총량은 여왕께서 훨씬 많지만. 기운의 정밀도는…… 정말 비슷했어. 공허…… 공허랑 합치면 이런 힘이 나오는 건가?”
아리엘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검영과 죽음의 기운이 통합돼서 둘 다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지만…… 공허 자체는 아직 잘 모르겠군.’
공허가 암속성 능력을 집어삼켜서 자기 거로 만드는 거까진 알겠는데.
공허 자체는 어떤 능력인지, 아직은 느낌이 오질 않았다.
‘일단 공허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파보고, 상점부터 써먹어야겠군.’
일단 성지한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단 강화부터 가자.’
그는 업적 포인트 200만 포인트를 소모해서, 상태창과 클래스 강화를 선택했다.
그러자.
[상태창이 강화됩니다.]
[상태창 내의 모든 능력치가 20% 강화되며, 경험치 증가량과 능력치 성장률이 50%이 증가합니다.]
[강화 효과는 55주동안 유지됩니다.]
[스탯 ‘무혼’과 ‘공허’는 강화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클래스가 강화됩니다.]
[클래스 특성이 강화되며, 올 포 원의 효과가 100% 증폭됩니다.]
[사류무사의 영감이 보다 자주 발동합니다. 이면세계에서 수련을 할 시, 이 영감은 더욱 자주 발동합니다.]
[강화 효과는 55주 동안 유지됩니다.]
둘 다 모두 100만 포인트씩 소모한 게 아깝지 않을 만큼, 강력한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상태창의 능력치 강화 효과에서 무혼과 공허가 빠지니, 이건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게 어디야.’
지구 최강의 전사 중 한 명이 되었지만.
아직도 무신에 비하면 한참 갈 길이 먼 성지한이었으니.
그로서는 이번 효과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둘 다 55주…… 공허 스탯 수치와 똑같군. 연동인가보네.’
공허 능력치에 연동된다는 유효기간.
이건 아무래도 수치 1당 1주씩 늘려 주는 것 같았다.
‘사류무사의 효과 중, 이면세계에서의 수련은 ’이면세계의 공간‘과 연관이 있나.’
비밀 상점의 맨 아래 항목에 있던 이면세계의 공간.
대체 이게 무슨 쓸모인가 처음 볼 땐 의아했는데.
사류무사의 추가 효과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니, 여기는 수련과 관련된 공간 같았다.
‘한번 개방해 봐야겠군.’
개방에 100만, 그리고 하루 유지에 1만씩 드는 이면세계의 공간.
포인트 소모량이 상당했지만, 무공 강화가 우선인 성지한은 망설임 없이 이를 투자했다.
그러자.
[플레이어만 입장할 수 있는 이면세계의 공간이 열립니다.]
[플레이어는 이를 ‘은신처’나 ‘수련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목적으로 이면세계의 공간을 활용하시겠습니까?]
이면세계 공간의 용도를 묻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윤세아한테 주었던 공허의 장막을 생각해 보면.
이면세계의 은신처도 상당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은신처보다는 수련장이지.’
아직 갈길이 먼 성지한에게는, 후자가 더 끌렸다.
그가 수련장을 고르자.
[이면세계의 공간이 수련장소로 활용됩니다.]
[공간 내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수련장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현실보다 5.5배 느려집니다.]
‘5.5배?’ 공허 55와 이것도 연동되는 건가.
시간을 5.5배나 벌어 주는 수련장.
상점에서 파는 항목 중에서, 앞에 샀던 강화 효과보다 이게 성지한에겐 훨씬 쓸 만했다.
“바로 수련장 이용한다.”
[이면세계의 공간을 구현합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승급전을 끝내자마자.
새로 만든 수련장으로 입장했다.
그리고.
‘이거…… 혁명적이군.’
거기서, 적뢰를 완성할 가능성을 보았다.
* * *
러시아, 블라디보스크의 한 호텔 스위트룸.
러시아 최고의 전사, 블라디미르는 객실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경건한 얼굴로 기도를 했다.
“성좌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버서커라고 불리던 게임 속 모습과는 달리, 그는 극도로 예의 바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지금 기도드리고 있는 대상은, 자신을 한 단계 더 강화시켜 주기로 약속한 후원 성좌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후원을 내려 준, 성좌 ‘신을 죽이는 자’.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그 성좌는, 그에게 한가지를 명령했다.
[성지한과 싸울 때, 나에게 기도하라. 그러면 내 너에게 강림할 것이니.]
-성지한을…… 말입니까?
[그래. 전투가 끝나면, 네 기프트를 SSS급으로 올려 주겠다.]
-그, 그는 인류의 영웅입니다. 그에게 해가 가는 일은…….
성지한의 활약상 덕에, 인류가 득을 본 게 얼마던가.
블라디미르 개인이야 한국전에서 성지한에게 완패를 하기는 했지만.
스페이스 리그까지 생각하면, 그의 존재는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가 난색을 표하자, 성좌는 그에게 약속했다.
[배틀넷 안에서 잠시 교육만 시킬 뿐이다. 그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니면 그가 인류의 영웅이니, 러시아는 그냥 져도 된단 말이냐? 그럴 거면 그냥 백기 들고 한국에 항복해라. 국가대항전을 할 필요 있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성좌의 강권에, 결국 이에 수긍하고 만 블라디미르.
그리고 2월 1일이 되어.
새로이 열리는 동북아시아 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과 맞부딪치게 되자.
그는 고민하다가 결국 기도를 올리게 되었다.
‘……그래. 국가대항전은 별개다. 성지한에게 신세진 건 진 거고, 러시아가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해. 거기에 기프트도 SSS급으로 올려 주신다니까……!’
블라디미르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을 때.
번쩍!
그의 머리 전체로, 새하얀빛이 반짝였다.
“으. 으으윽……!”
갑작스레 찾아온 어마어마한 두통에,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는 쓰러지는 블라디미르.
그리고 곧, 얼마 안 있어.
스으으윽…….
“……좋아.”
성좌 ‘신을 죽이는 자’.
무신의 종, 롱기누스가 블라디미르에게 강림했다.
“성지한…… 내, 제대로 교육시켜 주지.”
블라디미르의 육신을 차지한 그는,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자신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는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