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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03화 (20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03화>

‘이그드라실?’

성지한이 흥미로운 눈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이그드라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세계수 아닌가.

나무가 워낙 거대해, 우주까지 닿았다고 해서 우주수라는 별칭이 생긴 이그드라실.

인류가 아는 세계수 중에선, 아마 이게 가장 유명한 이름이겠지.

‘하필 대정령의 약점을 발견한 이때 저 이름이 나온 건…… 세계수 연합과 관련이 있는 건가.’

저번 생에서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이그드라실.

하지만 이번에 성지한이 워낙 엘프들의 예측을 벗어난 행위를 많이 해서 그런가.

세계수 연합의 성좌급이 나선 것 같았다.

[후원 성좌 ‘뇌신’이 절대로 이그드라실과는 엮이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엮일 거면 적뢰는 주고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합니다.]

이그드라실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내보이는 뇌신.

거기에.

[후원 성좌 ‘죽은 별의 성좌’가 긴급 메시지를 보냅니다.]

[차단된 성좌입니다. 차단을 해제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죽은 별의 성좌가 쓸데없는 메시지를 보낼 때는, 차단 해제하겠냔 창이 뜨질 않았지만.

이번에 보낸 건 긴급 메시지라 그런지, 시스템이 성지한의 의중을 물어보았다.

‘이 건에 대해서는 한번 들어 봐야겠군.’

성지한이 차단을 해제하자.

[후원 성좌 ‘죽은 별의 성좌’가 세계수 연합 측의 제안은 듣지도 보지도 말라고 강조합니다.]

[할망구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서, 지금 나무가 된 애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알려 줍니다.]

할망구라니.

이그드라실을 일컫는 건가?

‘근데 어차피 정보 공개가 기각되었는데, 제안이 들어올 수가 있나?’

성지한이 그렇게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하이드아웃 상태의 플레이어에게 제안합니다.]

[위대한 가능성을 보여 준 당신을 후원하고 싶습니다. 당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세요. 정보 공개만 해도, 100조 GP를 드리겠습니다.]

100조 GP?

저번에 엘프 처형할 때도 이를 무마하기 위해 1000조 GP를 부르더니.

세계수 연합은 GP를 찍어 내기라도 하는지, 금전감각이 아예 마비되어 있었다.

성지한이 어처구니없어한 채, 대답을 하지 않자.

[아, 0을 하나 빼먹었습니다. 1000조 GP예요.]

재차 우주수 이그드라실 쪽에서, 존댓말 메시지가 도착했다.

GP를 단숨에 10배로 증액한, 압도적인 스케일.

성지한은 왜 자기 후원 성좌들이 저들의 제안에 대해 그렇게 경고했는지 알 거 같았다.

세계수 연합에 증오를 품고 있는 성지한마저, 잠시 움찔했을 정도로.

저들의 금융 폭격은, 스케일이 우주급이었으니까.

‘하이드아웃이 영구적인 게 아니라 6개월 한정이긴 하다만…….’

저쪽에서는 6개월 한정인 걸 몰라서 그런지, 엄청나게 세게 부른 금액.

6개월의 정보 은신과 1000조 GP.

일반 플레이어라면 죄다 후자를 택했겠지만, 성지한은 생각이 달랐다.

“거절한다.”

돈이라면 지금도 충분한 상황.

저거 받고 세계수 연합의 마수에 당하느니.

6개월이라도 시간을 더 버는 게 나았다.

그러자.

[이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다니…… 당신을 더욱 주목해야겠군요. 정보 공개가 되는 날만을 기다리겠습니다.]

우주수 이그드라실 측에서는, 예의 바르게 메시지를 끝냈다.

‘하지만 문맥은 정보 공개 되기만 해 봐라…… 이런 거군.’

세계수 연합과 대립하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골치 아픈 상대에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남은 6개월간 최대한 성장을 해야겠어.’

그러려면 일단 이번 게임부터 압도적으로 찍어 눌러야겠지.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의 메시지를 끄며, 엘프들이 도망쳤던 동쪽 포탈을 바라보았다.

꼴등은 할 수 없다면서, 다른 종족의 지역으로 쳐들어간 엘프들.

‘저기서 둘 다 쓸어버리면 되겠군.’

성지한의 신형이, 순식간에 동쪽 포탈로 향했다.

*   *   *

=게임 양상이 완전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거 원래 디펜스 맵 아니었나요? 몬스터는 성지한이 조종하고 엘프는 그를 피해 우르크를 학살하고 있어요!

=우르크 족…… 모두 전사로만 이루어져 있는 건지. 원거리 공격에 엄청나게 취약하군요!

성지한으로 인해, 디펜스에서 인베이드로 완전히 변질되어 버린 리그 경쟁전.

인류 측 0번 채널에서는, 어느덧 인류보다는 외계 종족끼리의 싸움이 더 많이 비치고 있었다.

=엘프, 강합니다. 정말 강해요! 어느덧 우르크가 엘프보다 순위가 떨어져 최하위가 되어 버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싸운 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우르크 생존자는 30명에 불과하거든요! 숫자도 얼마 남지 않은 엘프들에게, 처참하게 짓밟혀 버립니다!

정령술을 사용해서, 공중에서 일방적인 폭격을 가하는 엘프.

우르크도 나름 공중전에 대응할 수단은 있는지, 비행을 하든지 도끼를 던지며 그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종족의 스펙 격차가 워낙 심각했다.

-엘프 진짜 사기 종족이네. 정령술이 그냥 미쳤는데?

-와, 방금 봄? 도끼가 엘프 이마에 꽂혔는데 곧바로 재생하더라. 뭔 괴물들이냐 저거?

-쟤네들 발라 버린 성지한은 대체 뭐임?

-성지한은 그냥 존재 자체가 개사기지 ㅋㅋㅋㅋ

그렇게 한쪽에서는 종족간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아, 심심해…….”

“몬스터도 우리 편이니 할 게 없네요.”

“다이아 승급전 엄청 긴장 많이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

성지한을 제외한 인류 측은, 어느새 땅바닥에 앉아서 바닥이나 긁고 있었다.

=인류,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인류측에 배정된 카메라가 할 일이 없네요. 그냥 성지한만 비춰도 될 거 같아요!

=이것 참. 저희 너무 한 선수한테 의존하는 거 아닐까요?

=의존할 선수가 있는 게 어딥니까! 없으면 우르크 꼴이 되지 않겠어요?

해설자들도 해설할 게 없어서, 화면을 돌리게 되는 인류측의 상황.

그나마 지켜볼 사람은 성지한 단 한 명이었다.

=성지한…… 동쪽 게이트에 들어서서 지하 공동을 빠져나옵니다!

=4 납골당의 언데드 군단도 함께 오는군요. 우르크, 날벼락이겠어요!

해설자의 말대로.

우르크가 배정받은 맵은, 지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엘프에, 언데드에, 인간 하나까지 섞여서.

사방에서는 마법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충돌이 일어났으니까.

이 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크, 크륵…… 대체 뭐냐!”

역시 우르크였다.

“대체 왜 타종족이 여기 있어!”

정상적인 디펜스 맵인 줄 알고 언데드만 대비했던 우르크 집단은.

갑자기 튀어나온 엘프들에게 폭격을 받고는 전력의 대부분을 상실했다.

같이 다이아 올라가는 신센데, 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거야?

우르크는 하늘에서 사신처럼 군림하는 엘프들을 보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우리 꼴찌, 꼴찌다!”

“저 미친 귀쟁이들이 원래 꼴찌였다니……!”

쾅! 쾅!

하늘에서 강력한 마법이 또 쏟아 내려오자.

“이대로 끝인가…….”

우르크들은 전멸을 각오했지만.

“여기군.”

휙!

성지한이 우르크들의 위쪽 허공에, 떡하니 올라섰다.

그리고 그의 양손에서 검붉은빛이 뻗어 나오더니.

그와 우르크들을 보호하듯이, 넓게 퍼져 나갔다.

펑! 펑!

그러자 일제히 허공에서 폭발하는 마법.

우르크를 끝장낼 일격이 막히자, 엘프들이 이를 갈았다.

“그놈이다!”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지긋지긋하군……!”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저자의 살점이나 피를, 얻어 내라고!”

“대정령화를 다시 준비하라!”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명령이 내려온 건지.

성지한과 격돌을 피해 도망쳤던 엘프들은, 또다시 대정령화를 사용하려 들었다.

푹!

자신의 심장을 뽑아, 거인을 만들어 내는 대정령화 작업.

엘프의 리더를 제외한 모든 엘프들이 일제히 이에 매진했고.

“쿠, 쿠르르…… 저놈들 뭐 하지?”

“지금이다. 도끼를 던지자!”

변신시간 따위 지켜 줄 마음이 없는 우르크들은 일제히 엘프들에게 도끼를 던져댔다.

“실프. 떨어뜨려라.”

하지만 그들의 요격은, 혼자 남은 엘프 리더한테 모조리 막혔고.

우르크들은 자연스레 성지한 쪽을 바라보았다.

“……뭐 하나?”

“왜 기다려 주는가?”

“인류…… 인가 이 종족? 강하지만, 머리는 안 돌아가는 종족인 것 같다.”

우르크에게 지성을 폄하당한 인류.

위에서 이를 듣는 성지한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까 파악한 약점 실험해 봐야지.’

대정령에게는 꼭 테스트해 봐야 할 일이 있었기에, 그저 팔짱을 끼며 변신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하늘에서부터 생성되어, 땅에 다리가 닿는 거대한 빛의 거인 대정령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인류! 이 멍청한! 가만히 기다리다가 저런 괴물이 나왔지 않는가!”

“저, 저 괴물…… 엄청나다. 우린, 끝났다…….”

우르크들은 빛의 거인을 보고 절망하며 성지한을 비난했다.

아니, 저런 걸 대체 왜 기다려 주는 거야.

한편 엘프 리더는 빛의 거인에게 똑똑히 당부했다.

“대정령이여. 저자에게 생채기만 내라! 그러면 내가 피건 살점이건 챙겨서…… 빠져나오겠다!”

상부의 명령이 최우선인 엘프.

대정령은 엘프 리더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번쩍! 번쩍!

거대한 빛이 성지한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고.

몇몇 우르크들이 강렬한 빛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을 때.

치이이이익……!

넓게 퍼진 죽음의 기운은, 대정령의 빛을 가볍게 튕겨 내었다.

“아니, 저 공격을…….”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공격이 사라지자, 우르크들은 놀란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런 압도적인 공격을 막아 낼 수가 있는 거지?

“인류…… 대체 얼마나 강한 건가?”

우르크가 자신도 모르게 그리 말할 때.

스윽.

성지한이 우르크 쪽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야, 너네 서포터 있냐?”

배틀넷 자동번역을 통해 들려오는 인류의 말.

압도적인 힘과는 달리, 목소리는 자신들에 비해 그렇게 강렬하진 않았다.

겉보기에는 참 약해 보이는데, 내면에 어마어마한 힘을 숨겨 두고 있는 건가.

리더 격의 우르크는 그리 생각하며 성지한의 질문에 대답했다.

“서포터? 샤먼. 있다.”

“나와. 아, 서포터에 신성력으로 타격하는 마법 있어? 원거리로.”

“……있기는 하다.”

“그거 준비해.”

“아, 알았다. 우손. 가라.”

우르크에게 다짜고짜 명령을 내리는 이종족 성지한.

그들은 홀린 듯이 이에 따랐다.

“저 대정령 배 아래 쪽으로 쏴 봐.”

“저기…… 말인가?”

“어.”

성지한의 말에 따라서, 신성력이 담긴 마법을 준비하는 우르크 서포터.

번쩍! 번쩍!

그동안 대정령은 성지한의 배리어를 부수기 위해 마구 힘을 썼지만.

공격이 전혀 먹혀들어 가질 않았다.

“대체 뭐 하는 힘이야……!”

엘프 리더가 초조하게 대정령과 성지한을 번갈아 볼 때쯤.

“빛의 힘으로, 저 빛을 친다고?”

“어.”

“전혀 소용이 없을 텐데…… 인류, 멍청한가?”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

“아, 알았다. 아쉬팔라카!”

번뜩!

샤먼 우손이 지팡이를 흔들자, 거기서 새하얀 늑대 머리가 튀어나와 빛의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크기부터 엄청 차이나는 데다가, 발하는 빛도 대정령이 훨씬 강력하여.

날아가다 중간에 사라질 것 같은 늑대 머리.

하지만.

“어…….”

성지한이 가리킨 방향까지, 별다른 저항 없이 날아간 늑대 머리가 목표한 위치에 부딪히자.

쩌저적……!

빛의 거인의 몸뚱어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정령이……!”

“어? 내, 내가?”

당황하는 엘프 리더와, 자기가 성공했음에도 믿지 못하는 서포터 우손.

지이이잉…….

빛의 거인의 몸뚱어리는 몇 번 번쩍이더니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조금 전보다 확실히 힘이 약해져 있었다.

성지한은 그걸 보면서 확신을 가졌다.

‘확실히 아까의 그 포인트가 약점이군. 신성력에 약해.’

대정령 배꼽 부위에 숨겨진 엘프의 시체들.

거기에 신성력을 가하니, 확실히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지금은 다이아도 안 된 우르크 서포터라 끝을 내지 못했지만.

다이아급 이상의 플레이어가 저길 타격한다면, 효과를 더 볼 수 있겠지.

그럼 약점도 확실히 통하는 걸 알았으니까.

“끝내자.”

성지한은 빛의 거인에게 순식간에 접근해, 약점 부위를 바로 깨부쉈다.

화아아아…….

그러자 빛이 비산하며 사라지는 거인.

엘프 리더는 하늘에서, 그걸 멍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마, 말도…… 안 돼…….”

“너가 마지막이구나. 그럼 꼴등 하러 가라.”

펑!

마지막 생존자의 육신이 터져 나가자.

“엘프, 죽었다!”

“재생도 못한다!”

“인류. 강하다! 우릴 구해 줬다! 친구다!”

지상에 있던 우르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갑자기 나타나서 강적 엘프를 쓸어버린 성지한에게, 친구 소리까지 하는 그들.

하나 그 ‘친구’는.

“니네. 왜 좋아하냐?”

“…….”

“그다음 차례는 너희야.”

그들과 친구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저벅. 저벅.

사방에서 언데드 군단이 몰려오자.

“이, 이런……!”

우르크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 위를, 데스나이트의 칼날이 덮었다.

*   *   *

=성지한. 언데드를 이끌고 메칸까지 쓸어버립니다!

=리그 경쟁전에, 상대가 모두 사라졌군요!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아. 아……! 게임 종료됩니다!

경쟁 상대가 없으니, 종료되는 리그 경쟁전.

다른 조 상대들은 서로 피 터지게 디펜스로 생존자 경쟁을 하고 있었지만, 이쪽은 아예 상대가 소멸해서 그런지, 자동 1등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특별하게 게임을 끝낸 덕일까.

성지한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보상 메시지가 쏟아졌지만.

[성좌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그는 그중 한 줄에 주목했다.

‘드디어 얻겠군. 공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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