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01화>
“삼촌. 왜 갑자기 언덕을…….”
“아까 말한 건수가 이거다.”
“아, 예지몽?”
“어. 같이 가시죠, 여러분.”
“예, 알겠습니다!”
예지몽 이야기에, 모두 납득하면서 성지한의 뒤를 따르는 TOP 100.
그들은 뒷짐지면서, 언데드가 땅을 파헤치는 걸 바라보았다.
푹! 푹!
검과 창 등, 각자의 무기로 언덕을 무너뜨리는 데스나이트 군단.
“검으로도 땅이 파지는구나…….”
“어둠의 검기도 쓰네. 저 데스나이트, 상당히 강한 개체 같네요.”
“1차 웨이브 막는 것도 쉽지 않았겠네요. 쟤들 보면.”
데스나이트의 힘을 보면서 사람들은 역시 스페이스 리그라고 생각했다.
1차 웨이브부터, 막기 힘든 적이 튀어나오질 않는가.
하지만.
막상 이들에게 명령하는 성지한은 생각이 달랐다.
‘1차 웨이브가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아무리 스페이스 리그라고 해도, 이런 승급전에서 처음 나오는 몬스터까지 강하진 않았다.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게 통상적이었는데.
지금 보이는 데스나이트는, 그러한 수준을 훌쩍 넘어 있었다.
‘죽음의 기운 덕인가.’
이 수많은 언데드를 모두 완벽히 지배하는 것도 모자라서 강화까지 시켜 주다니.
죽은 별의 성좌가 준 권능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언데드를 다루면 네크로맨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고 싶어 할 만한 능력.
‘쓸만하긴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군.’
하지만 막상 이를 운용하는 성지한은 심드렁했다.
언데드를 다루는 것보다는 직접 싸우는 게 몸에 맞는 그는.
데스나이트가 엄청나게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자신에게 적용할 방법이 어디 없나 연구해 보았다.
‘일단 내 몸에 적용해 보자.’
스으으으…….
성지한의 전신에 검붉은빛이 퍼져 나가고, 모습이 반쯤 가려지자.
몸이 마치 강력한 축복 마법을 받은 것처럼 가벼워졌다.
버프가 통하다니.
성지한의 눈에 놀람이 살짝 깃들었다.
‘무혼을 얻은 이후, 축복 효과는 나한테 쓸모가 없었는데 이건 다르군.’
무혼의 지닌 가능성을 모두 끌어내지 못해서, 버프를 받아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성지한이었지만.
죽음의 기운이 주는 추가 능력은 그에게 확실하게 체감이 되었다.
물론 데스나이트가 두 배, 세 배 강해진 것에 비하면 20퍼센트 정도의 효과밖에 보질 못했지만.
‘이게 어디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심드렁하던 성지한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
20퍼센트의 강화 효과, 어떻게든 챙겨 가야 했다.
성지한이 죽음의 기운을 몸속으로 더욱 받아들이려고 하자.
[살아 있는 자입니다.]
[죽음의 기운과 완전히 융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스템에서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더 효과를 보고 싶으면, 저 언데드처럼 죽은 자가 되라는 건가.’
사신 상태라고 해도, 살아 있다면 이 이상은 안 되나 보다.
성지한이 그렇게 한참 죽음의 기운을 연구하고 있을 때.
“삼촌! 저, 저기! 뭐가 나왔는데?”
윤세아가 그를 다급히 불렀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언데드들이 한참 파헤치고 있던 언덕이었다.
슈우우우우……!
언덕을 파는 검 사이로, 새하얀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오르며.
“어……!”
“데스나이트가 사라졌어?!”
땅을 파던 데스나이트 부대가 순식간에 이에 파묻혔다.
그리고, 순식간에 연기에 파묻혀 사라지는 언덕.
새하얀 운무가 가득한 그곳에.
스으으으…….
하나둘씩,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거.”
“……머리뼈?”
연기 속에서 떠오른 것은, 온갖 존재의 두개골.
조금 전 흡수되었던 데스나이트의 것을 포함하여, 거대한 괴수의 머리뼈까지.
각양각색의 두개골이 비어 있는 눈가에 시퍼런빛을 내뿜으며.
일제히 성지한 일행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감히 우리의 안식처를 파헤치다니…….]
[그만…… 우리를 쉬게 하라…….]
[아니면…… 너도 오겠느냐?]
수천의 두개골에서 터져 나오는 음산한 음성.
그것은 다이아에 승급할 플레이어도, 당황케 할 만큼 강렬했다.
“으으…….”
“몸이 우, 움직이질 않습니다. 보호 마법을……!”
“디바인 실드!”
“후, 후우…….”
서포터들의 신성력이 가해지고 나서야, 겨우 견딜 수 있는 소리.
하지만.
[흐흐흐흐흐…….]
수천 두개골이 일제히 웃음소리를 내자, 신성 보호막에도 쩌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강렬하기 짝이 없는 귀곡성.
아무리 플레티넘이라지만, 지구에서 날고기는 선수 100명이 선정되었는데.
저 거대한 적의 웃음소리조차 견디기가 힘들었다.
=어…… 갑자기 최종보스를 만난 느낌이군요!
=성지한! 땅을 판 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요…… 기껏 부리던 언데드 군단까지 모조리 잡아먹힙니다!
=성을 못 믿나요? 그의 선택은 지금껏 언제나 옳았죠! 그에겐 예지몽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그가 해낸다면, 확실히 믿게 될 것 같군요!
=과연 꿈속에서 그는, 어떤 힌트를 얻었을까요?
성지한이 뭔가 방법이 있으니, 저런 괴물과 마주했겠지?
시청자들은 모두 그가 어떤 해결법을 준비했는지 기대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죽음의 기운을 반쯤 받아들인 상태에서, 두개골의 군집체에 접근한 성지한은.
손을 뻗어 힘을 방출했다.
그러자.
수천의 두개골이 일제히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사신의 기운인가?]
[살아 있는 자가 어찌…….]
그렇게, 잠시 주춤하는 두개골 군집체 유령.
=오…… 데스 나이트를 지배했던 힘, 여기서도 통하나요?
=역시 성지한, 다 복안이 있었군요!
해설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벌써 상황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감히 우리를 지배하려고 들다니……!]
[너도, 하나가 되어라……!]
저들은 죽음의 기운에 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지한에게 강렬한 적의를 내보였다.
[카아아아아아…….]
두개골이 입을 쫙 벌리자, 새하얀 연기가 일제히 피어오르며.
성지한을 향해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
오히려 죽음의 기운으로, 저들을 자극하기만 한 상황.
“디, 디바인 실드!”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이 황급히 그를 보호하려고, 보조가 들어왔지만.
막상 성지한은 태연했다.
‘얘까진 안 되네.’
1차 웨이브 언데드 몬스터는 모두 지배해도, 히든 보스한테는 무리인가.
그럼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지배할 필요는 없지.
‘성좌 퀘스트…… 죽음의 기운을 어쨌거나 이용만 하면 되는 거잖아?’
번뜩.
성지한의 양 주먹에, 죽음의 기운을 상징하는 검붉은빛이 감돌고.
“잠깐, 갔다 오죠.”
스으윽!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연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하, 하나가 되기 위해 스스로 오는구나……!]
[피는 내가 먼저 먹겠다!]
[나는 살점을……!]
처음에는 성지한의 돌격을 보고, 이를 비웃던 머리 군집체들은.
곧 당황한 기색이 되었다.
[아니…….]
[왜 잠식이 되질 않지?]
펑! 펑!
성지한을 집어삼키기는커녕, 사방에서 터져 나가는 두개골.
처음에는 하나둘 부서지던 머리는.
“뭐, 별거 없네.”
성지한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수십 개씩 터져 나갔다.
* * *
=아……!
=이것이, 성지한 선수가 생각해 낸 방법입니까!
=역시 전사는 주먹으로 이야기하죠! 성, 워리어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혼돈의 전장을 거치며, 플레티넘임에도 불구하고 인류 최강의 전사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지한은.
이번에도 전사의 방법으로, 게임을 풀어 갔다.
죽음의 기운과 반쯤 동화한 그는, 유령 군집체의 공격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으며.
[이럴 순 없다……!]
[지배해라. 얼른! 저자를 집어삼키란 말이다!]
[아니, 근데 대체 어디 있는 거지…….]
[너무 빠르다!]
두개골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쾅! 쾅!
머리뼈를 더욱 빠르게 깨부쉈다.
그렇게 한참을 두들겼을까.
슈우우우…….
언덕을 완전히 점유하던 연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성지한이 그 안에서 훌쩍 튀어나왔다.
“자.”
그러더니 그는 손을 뻗어, 다시 죽음의 권능을 내뿜었다.
“이젠 어떠냐.”
힘의 차이를 보여 주고, 다시 죽음의 지배를 사용하는 성지한.
[감히…… 우리를 지배하려고 들다니……!]
[나는 죽은 자. 소멸이 두렵겠는가!]
하지만 적의 태도는 완강했다.
“두려운 거 아니었어? 머리 안 부서지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던데.”
[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그래? 그럼 다시 간다.”
[잠깐…….]
지배를 깔끔히 포기하고는, 다시 들어가는 성지한.
한참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언덕을 점유하는 연기가 1/4까지 줄어들자.
그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성지한의 손에서 또다시 검붉은 기운이 빛나자.
스으으으…….
[이건…… 버틸 수 없다…….]
[사신께, 복종을.]
[명을 내려 주십시오.]
처음의 반항적인 기색은 완전히 사라지고.
1/4로 축소된 적의 두개골은, 일제히 성지한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맹세했다.
[‘몰락한 왕의 원혼’을 지배하에 두었습니다.]
[죽음의 기운이 대폭 강화됩니다.]
그러자, 한층 더 강해지는 죽음의 기운.
하나, 성지한은 시스템에 나타난 군집체의 이름에 더 주목했다.
‘몰락한 왕이라…….’
왕에다가, 두개골만 남은 적.
왠지 머리 타령하는 죽은 별의 성좌가 연상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천천히 알아보기로 한 그는.
“너희 납골당으로 안내해라.”
맵의 특별 포인트를 바로 공략하기로 했다.
[이곳입니다.]
그러자 몰락한 왕의 원혼의 영체가 희미해지며, 아직 파헤치지 않았던 남은 언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드러난 것은, 거대한 역삼각형의 건물.
맨 밑에는 거대한 해골이 지탱하고, 그 위에는 피와 살점이 뒤섞여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는 역피라미드는.
일정한 주기마다 자욱한 운무를 근처에 깔았다.
[그으으으…….]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연기 속에서 가득 생성되는 언데드.
조금 전 성지한이 지배했던 데스 나이트와 비슷한 존재들이 그 안에서 소환되었다.
‘언데드를 생성하는 납골당…… 오랜만에 보는군.’
거대묘지 맵에서 몬스터 웨이브에 쓰일 언데드를 생성하는 납골당.
이번에도 1차 웨이브의 언데드가 죄다 몰락한 왕의 원혼에 먹혀서 그런지, 생산에 한참이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번쩍! 번쩍!
역피라미드의 동서남북에 포탈이 생성되고, 맨 아래를 지탱하는 해골이 머리를 서쪽으로 응시했다.
[진군하라!]
지지지지직……!
맨 밑 해골의 눈에서 붉은빛이 뿜어나오자.
이를 따라서 서쪽 포탈로 향하는 언데드 군단.
‘우리쪽 포탈이 서쪽이군.’
몬스터 웨이브를 생성하고 보내는 납골당.
맨 아래 해골이 디폴트로 찍은 포탈 위치가 바로, 현재 TOP 100이 배정받은 거대 묘지였다.
‘엘프들은 납골당을 점거해서, 저 머리를 돌렸지.’
상대 팀이 뭘 하는지, 방송 진행 중에 슬쩍슬쩍 보여 줬던 경쟁전.
저번 생의 인류는 엘프 행성이 매번 1등을 하는 이유를, 이를 보면서 파악할 수 있었다.
언덕을 땅의 정령으로 파헤치고, 몰락한 왕의 원혼에게 특수한 신성력 아이템을 던졌던 엘프는.
원혼이 약해지고 납골당이 드러나자 이리로 진입해서, 맨 아래 해골의 머리를 돌렸다.
‘동, 남, 북의 포탈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알 수 없으니 완전히 랜덤이지만…… 웬만해서는 엘프한테 보내고 싶단 말이지.’
이번 경쟁전 상대 중 가장 견제해야 할 상대는 역시 엘프.
우르크는 저번 생에서도 최하위를 두고 싸운, 견제할 필요가 없는 약한 종족이었고.
메칸은 항상 중위권을 지키긴 했지만, 엘프보다는 존재감이 약했다.
이왕 할 수 있으면, 1등부터 끌어내려야지.
“잠시 대기해라.”
소환된 언데드 군단을 바로 지배해 버린 그는, 엘프를 찾기 위해 북쪽의 포탈부터 들어갔다.
그리고.
“뭐, 뭐야. 왜 포탈에서……!?”
운 좋게도, 거기서 바로 엘프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