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99화>
성지한은 죽은 별의 성좌 이름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하이드아웃 상태인데 이놈은 어떻게 알고 찾은 거야.
‘거기에, 얘 지구 접근 금지 아니었나?’
저번에야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에서 만났다지만.
이번엔 지구에 있는데, 어떻게 시스템의 차단에서 벗어나 들어온 건지.
하여간 지극정성이다.
‘엮이면 피곤한 놈이지만…… 공허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지.’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는 공허.
이쪽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선, 아무리 ‘죽은 별의 성좌’라 해도 접촉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그 성좌가 ‘머리야!’ 타령하는 걸 다시금 떠올려 보니.
‘안 되겠네.’
성지한은 선뜻 후원 OK에 손이 가질 않았다.
‘공허는 다른 방법으로 알아보자.’
성좌 슬롯이 비록 두 칸이나 놀고 있었지만.
성지한은 단호하게 후원 거부를 눌렀다.
그러자.
[‘죽은 별의 성좌’가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후원을 받아 보라면서 대안을 꺼냅니다.]
[언제든지 플레이어 측에서 철회가 가능한 옵션을 제시합니다. 후원 철회 시, 플레이어가 부담할 페널티는 없습니다.]
성좌가 제시한 조건이 더욱 좋아졌다.
성좌 후원은, 애초에 한 번 받으면 플레이어가 맘대로 계약을 끊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죽은 별의 성좌는 그 강제 구속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성좌가 되려고 했다.
‘이놈한테 정보만 얻고 후원 취소해 버려도 되겠군.’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성지한이 예를 누르자.
[‘죽은 별의 성좌’가 플레이어 성지한의 후원자가 됩니다.]
[후원 성좌의 효과로, 암속성 스킬과 능력치의 효율이 크게 상승합니다.]
스으으으…….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것은 순식간에 해골 머리 형태로 변했다.
“머리야!! 드디어…… 드디어 날 받아들일 결심이 선거니?!”
딱. 딱.
이빨을 부딪치며, 호들갑을 떠는 검은 두개골.
같이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윤세아는 화들짝 놀라, 이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저거? 삼촌. 이상한 게 튀어나왔어!”
“호오, 이 친구도 꽤 자질은 있네? 우리 머리만큼은 아니지만! 아, 근데…… 벌써 본부 쪽에서 찜했잖아? 에잇. 저리 가!”
휙. 휙.
턱을 과장되게 움직이면서, 멀리 떨어지라고 제스처를 취하는 칼레인.
윤세아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저래?”
“본부가 찜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아~ 저 얘한테, 마녀의 향이 느껴지거든. 마녀는 본부 소속이니까.”
“마녀라면…… 공허의 마녀 말하는 건가?”
“어. 아네? 역시 우리 머리!”
성지한이 공허의 마녀를 언급하자 검은 두개골은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뭔가를 아는 것 같은 죽은 별의 성좌.
성지한은 그에게 바로 질문했다.
“공허가 대체 뭐지?”
“공허? 음…… 너희 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면, 배틀넷에서 청소를 주관하는 곳이지!”
“청소라…… 던전 포탈을 소환하는 걸 그리 부르나?”
“그렇지. 배틀넷에 의해 자격을 박탈당한 ‘종족’들을, 계속 남겨 둘 수는 없잖아?”
씨이익.
두개골의 입가에 있는 뼈가 양옆으로 찢어지면서 그로테스크한 미소를 만들어 내었다.
“그런 이들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게, 공허 쪽에서 하는 일이야.”
“흠…… 너는? 공허를 본부라 했던데, 너는 뭐지?”
“나? 나는 거기랑 협력하는 관계지. 너희 식으로 말하면…… 그래. 하청이야, 하청.”
죽은 별의 성좌쯤 되는 존재가 하청이라니.
“공허의 전력이 엄청난가보군.”
“청소 담당인데 당연하지! 하지만! 머리. 너와 내가 합친다면……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어!”
“킬 더 킹의 킹이 공허냐?”
“아니, 그건 아닌데. 킹에 대해서는 합체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그건 됐고.”
“삼촌, 저 해골은 왜 자꾸 합체하자 그래? 기분 나쁘게 말이야.”
옆에서 공허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윤세아는, 합체 소리가 자꾸 나오자 경계 어린 눈으로 검은 두개골을 바라보았다.
“내가 뭐! 왜!”
“해골이잖아.”
“야! 너도 얼굴 가죽 벗기면 똑같아! 이렇게 생겼어!”
“하, 아직 안 벗겨졌거든?”
성좌란 것이 조카랑 말싸움을 벌이는 꼴이라니.
성지한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둘의 공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빨리 후원 파기해야겠군.’
공허에 대해 얻은 정보는 아직 부족했지만.
죽은 별의 성좌가 저쪽의 하청이라고 하니까, 너무 많은 걸 물어보기도 그랬다.
공허 쪽과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정보가 역으로 갈 수도 있었으니까.
“자, 그럼. 이제 됐고. 성좌 계약 끝내자.”
“뭐, 뭐? 머리야! 이건 아니지! 이별이 너무 빠르잖아!”
“아니, 이 정도가 딱이야.”
“자, 잠깐……! 공허, 공허에 대해 궁금한 거 아니었어? 그래! 내가 공허 스탯 줄게!”
후원 계약이 파기될까 봐 황급하게 입을 놀리는 칼레인.
원래는 그가 뭘 제시해도 계약을 파기하려던 성지한이었지만.
“……공허 스탯을?”
그가 공허 능력을 주겠다고 말하니 생각이 바뀌었다.
윤세아처럼 공허 관련 클래스가 아니고서는, 다룰 수 없었던 공허 능력.
이걸 저 성좌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면, 머리 합체 소리 좀 듣는다고 해도 큰 이득이었다.
“그래? 줘, 그럼.”
“자, 그럼 합체 한 번만 하면…….”
“합체 소리 할 거면 가고.”
“쳇…… 그럼 좋아. 퀘스트를 내릴게.”
[‘죽은 별의 성좌’가 플레이어에게 성좌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성좌 퀘스트]
-사신의 힘을 사용하여, 리그 승급전에서 1위를 하라.
보상 - ‘공허’ 능력치
칼레인이 내린 퀘스트는 간단하고 쉬워 보였다.
이제 1월이 끝나 가며, 다가오는 승급전에서.
매번 하는 것처럼, 1등을 거머쥐라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사신의 힘?”
전제 조건이 특이했다.
“그래. 머리야. 네가 왜 나랑 합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지 알겠어. 내가 지닌 속성이 죽음이라 생명체인 네가, 본능적으로 꺼리는 게 아니겠니?”
“아니, 그냥 하기 싫어서 그런 건데.”
“그니까. 해골이랑 누가 합치고 싶어 하겠어?”
“어쨌든! 한 번 죽음의 기운 잡숴 봐! 사용하면 이게 얼마나 훌륭한지 알 거야!”
[성좌 ‘죽은 별의 성좌’에 의해 일시적으로 죽음의 힘을 각성합니다.]
[클래스 ‘사신’이 일주일 기간 한정으로 부여됩니다.]
[스탯 ‘죽음’이 일주일 기간 한정으로 부여됩니다.]
[스킬 ‘죽음 선고’가 일주일 기간 한정으로 부여됩니다.]
그러니까, 자기 능력 좀 써 보라고 이런 퀘스트를 준 건가?
참 대단한 집착이다.
‘그래도 이거, 무혼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겠어.’
혼돈의 전장에서도, 이종족의 기억을 흡수하면서 성장했던 무혼.
평소 쓰던 것과는 아예 궤가 다른 기운을 다루다 보면, 안목이 넓어질 수 있겠지.
성지한이 나름 긍정적으로 새로운 스탯을 받아들일 때.
“아니…… 왜 일주일밖에 안 돼? 1년 치는 넣은 거 같은데??”
칼레인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당황하고 있었다.
[배틀넷 시스템이 접근 금지 상대를 감지합니다.]
[시스템이 더 이상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죽은 별의 성좌’가 시스템에 의해 강제 추방당합니다.]
“뭐, 뭐야…… 본 게임 들어왔으니 이제는 눈감아 줘도 되잖아, 야!”
하나 그의 항의가 무색하게도.
스으으으…….
검은 두개골은 순식간에 연기가 되더니 사라졌다.
[성좌 ‘죽은 별의 성좌’가 메시지를 보냅니다. 추방된 상대의 메시지입니다. 읽으시겠습니까?]
[성좌 ‘죽은 별의 성좌’가 메시지를 보냅니다. 추방된 상대의 메시지입니다. 읽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성지한의 시스템 창에서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순식간에 그 문구로만 50줄을 돌파하자, 성지한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시스템. 저거 차단되냐?”
[‘죽은 별의 성좌’에게서 오는 메시지를 차단합니다.]
“잘했어.”
시스템 덕에 소음공해에서 벗어난 성지한은, 성좌 퀘스트를 다시 확인했다.
배틀넷 시스템에 의해 성좌는 쫓겨났다지만.
그래도 퀘스트 자체는 온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삼촌, 근데…… 아까 그거 진짜 성좌였어?”
“어. 그것도 나름 강한 존재야.”
“으, 근데 성좌는 별의 주인 아냐? 별의 주인이라는 거…… 생각보다 별거 없는 걸까?”
“누나도 성좌긴 하잖아, 지금.”
“아. 하긴…… 저런 애도 하는 거면, 나도 성좌 노려봐야겠다!”
지금까지 만난 성좌라 해 봤자.
한 명은 엄마고, 한 명은 미친놈이라 그런가
윤세아의 야망은 더할 나위 없이 커져 있었다.
“꿈 깨고, 일단 다이아나 돼라.”
“두고 봐. 나 이번에 200레벨 돼서 참가할 거야! 아, 삼촌. 그 공지 봤어?”
“뭐?”
“이번에 승급전은 스페이스 리그 순위랑 연동된다는데?”
“아, 그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지사항을 보진 못했지만, 그녀가 뭘 말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리그 경쟁전이 이때였나 보군.’
일 년에 2~3번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승급전 통합 경기.
매번 인류가 하위권에서 전전하며, 리그 포인트 까먹던 게임.
‘리그 경쟁전’이 이번 다이아 승급전의 종목이었다.
* * *
1월 25일.
원래라면, 0번 채널에서 대대적으로 승급전이 방영되는 날짜였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두들, 여느 때처럼 TOP 100 승급전을 기다리셨죠?
=하지만 2021년. 배틀넷 본 게임이 열린 올해는 다릅니다. TOP 100 승급전은 26일에 치러지고…… 오늘은, 스페이스 리그와 연계된, 특별한 다이아 승급전이 펼쳐집니다!
=방영계획이 하루 온종일로 편성되어 있어요. 대체 무슨 게임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요?
해설자들도 잘 모르는, 새로운 승급전.
하나 게임의 중요성은 평소보다 훨씬 컸다.
=이번 승급전은, 단순히 리그를 한 등급 올라가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예. 다른 종족이랑, 경기를 그냥 하진 않겠죠? 이번 게임에도 리그 포인트가 걸려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인류의 순위 9등. 일일 포인트 획득량이 부족해서, 1승 한 종족 중에서는 순위가 최하위로 밀린 상태입니다. 이번에 이겨서 다시 순위가 올랐으면 좋겠군요!
리그 순위를 결정하는, 포인트가 걸린 특별 승급전.
포인트 양도 순위에 따라 최대 1만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까.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개막전 때처럼, 모두 화면 앞에 모여서 이번 승급전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목을 특히 집중시킨 것은.
-포인트 엄청 걸렸네…… 성지한 출전함?
-ㅇㅇ 이번에 다이아 가잖아.
-휴 다행이다. 게임 끝났네 ㅎㅎㅎ
-지한 님…… 100인분, ‘해 줘.’
승급전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성지한이었다.
저번 엘프와의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그가, 전면에 나섰으니.
모두가 좋은 성적을 기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승급전에 참가한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여서.
“성지한 플레이어!”
“승급전에 같이 참전하는 게,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군요!”
“이번 게임이 서바이벌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서바이벌이었으면 플레이어 성에게 단번에 쓸렸을 텐데 말이죠!”
모두가 그에게 모여서, 성지한을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있었다.
다른 때의 승급전이라면 왜 성지한이랑 걸렸냐면서 피하기 바빴겠지만.
이건 종족별 경쟁전이니만큼.
성지한 같은 능력자가 있는 게 무조건 유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들의 환호를 받는 성지한의 표정은 미묘했다.
‘음…….’
성지한이 오른손을 펼치자, 거기서 잠시 검붉은빛이 넘실거리더니.
금방 휙 하고 꺼져나갔다.
칼레인이 부여한 스탯 ‘죽음’.
성지한은 능력을 받고 며칠간 이를 운용해 보았지만, 전혀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영 감이 안 잡히는군…… 실전에서 안 먹히면, 퀘스트 때려치워야겠는데.’
혼자만 치르는 승급전이면 모를까.
인류의 리그 포인트까지 걸려 있으니까.
성지한은 미심쩍은 얼굴로 죽음의 기운을 바라보면서.
[특별 승급전, ‘리그 경쟁전’이 시작합니다.]
게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