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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87화 (18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87화>

“엄마가…… 살아 있다고? 정말?”

윤세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희생을 사용한 성지아가 석화되어 어둠에 먹힌 것은, 아직도 눈에 생생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윤세진이 북한으로 탐색하러 간다고 했을 때도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았는데…….

“아니,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반지가 살짝 반응했을 뿐이니까.”

“어떻게 반응한 겁니까?”

“네 번째 던전을 클리어할 때, 반지 자체가 강하게 진동했다.”

그러면서 윤세진은 아이기스의 반지가 걸려 있는,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던전을 클리어할 당시 느껴지는 진동이 아니었어. 반지 자체에서 일어난 움직임이었지.”

“어…… 그 반지. 색이 조금 변했군요.”

“그래…… 눈이 보이지 않으니 못 알아봤군.”

예전에는 순백으로 빛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검보랏빛이 살짝 껴 있는 아이기스의 반지.

“잠깐 줘 보시겠습니까?”

“그래.”

성지한은 반지를 넘겨받아, 빛의 흔적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흑마력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무언가 조금 느낌이 달랐다.

“아리엘. 혹시 이 기운에 대해 아는 것 있나?”

[글쎄…… 이 정도로는 나도 모른다. 그림자기운은 아닌 것 같군.]

“흠…….”

반지에 남은 마력이 너무 적어서 그런지, 쉐도우 엘프인 아리엘도 이 이상은 알지 못했다.

‘혼돈의 전장에서 보았던, 죽음의 기운과도 약간 결이 다른 것 같고…….’

성지한이 그렇게 기운에 대해 판별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옆에서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윤세아가, 반지를 휙 잡아챘다.

“어, 이거…… 공허와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공허?”

“응, 나 보이드 아처잖아. 공허의 힘에 대해서는 익숙하거든.”

윤세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활을 꺼내, 보이드 애로우를 띄웠다.

보랏빛이 잠시 일렁이더니, 모습이 사라지는 투명 화살.

“야, 나와 봐.”

윤세아가 활시위를 흔들자, 사라지던 화살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그러네?”

과연, 그녀의 화살에서 느껴지는 힘이 반지의 기운과 엇비슷했다.

성지한이 이런 기운은 공허라고 확실히 기억을 하고 있을 때.

번쩍!

반지와 보이드 애로우의 빛이 공명하더니.

반지 쪽에서 소리가 잠깐 새어 나왔다.

=윤…….

‘윤’만 말하고 끊긴 음성.

하나 그것만으로도, 누구 목소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어!? 이거…… 엄마!?”

“……그래. 누나 목소리가 확실하군.”

정말로, 누나가 북한 땅에 있는 건가?

목소리를 들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매형. 저도 던전 깨는 일, 돕겠습니다.”

“아니…… 지금 당장은 괜찮다. 반지를 지닌 채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는데, 클리어에 무력이 부족한 건 아니거든. 오히려 다른 지원이 더 필요하지.”

“그렇습니까? 연맹 조사단의 지원이 부족한가요?”

“조사단의 지원은 괜찮지만, 서포팅 기프트 ‘탐색’을 지닌 플레이어가 부족한 게 문제야. 이게 생각보다 던전핵을 탐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

기프트 등급에 따라, 탐색의 범위는 달랐는데.

한국에 파견 온 탐색 능력자의 기프트 등급은 B~C 수준이라 던전핵 발견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었다.

거기에 한 건 하면, 던전과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고 연맹에 업로드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까.

검왕이 직접 나서서 던전 몬스터를 쓸어버려도, 진도가 확확 안 나가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탐색을 지닌 플레이어라면…… 제가 한번 구해 볼까요?”

“이 목소리는…… 길드 마스터신가?”

“네, 맞아요.”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평소보다 한껏 옷차림에 힘을 주고 온 이하연은.

가만히 대화를 듣다가, 이번 화제에 끼어들었다.

“이성 길드에서 예전에 탐색 능력자를 많이 확보했다가, 막상 쓸 데가 없어 놀리고만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쪽에서 사람 좀 빌려 볼게요.”

“이성에서 귀찮게 하는 거 아닙니까? 요즘 자꾸 돌아오라고 한다면서요.”

“괜찮아요, 오너님. 귀찮게 하면, 다른 십대 길드와 연락하면 되니까요. 탐색 능력자를 확보한 길드는 이성만이 아니니.”

이하연은 여유로운 얼굴로 대답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로 있으면서, 세계적인 거물과 여럿 거래해 봐서 그런지.

이제 한국의 십대 길드 정도는,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뛰어난 탐색 능력자는 이쪽에서 스카웃하죠. GP야 얼마든지 써도 되니까.”

“네, 오너님. 국내에는 B급이 최고 같던데…….”

“B급이 최고라니. 저번에 서포팅 기프트 등급이 상승하지 않았습니까? 난이도 하향으로.”

“네, 그래서 B급이 최고라고 해요. 외국에는 더 뛰어난 인재가 있을지 모르니, 해외로 시선을 돌려서 A급을 스카웃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성지아의 목소리가 나온 이상, 연맹의 지원단에만 의존하지 말고.

성지한은 아예 자체적으로 길드에서 조사단을 꾸리기로 마음먹었다.

GP야 쓸 곳이 없어서 완전히 쌓여 있는 상태인데, 이럴 때 써야지.

거기에.

“A급 능력자에게는 아카식 페이지도 지원해 준다고 하십시오. 그럼 좀 구미가 당길 겁니다.”

“아, 아카식 페이지를요……? 그거 요즘 가격 하늘 높이 치솟고 있던데요…….”

“저한테 마침 있습니다.”

성지한은 시즈루에게서 얻었던 아카식 페이지도 써먹기로 마음먹었다.

“삼촌, 아카식 페이지 쓸 거면 나도 아는 사람한테 한번 물어봐도 될까?”

“누구?”

“소피아 오빠. 난이도 하향 때문에 탐색 능력 A로 올랐다고 들었거든.”

소피아의 오빠면, 배틀넷 국제경기 때 자주 해설자로 출연하는 크리스토프였다.

배틀넷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도 확고한 위치에 있는지라, 과연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래. 물어는 보자.”

“응. 아카식 페이지면 욕심날 만도 하잖아.”

아카식 페이지를 미끼로 써 보기로 했다.

“……지원 고맙구나.”

“누나 일이니 당연하죠. 그런데 정말 제가 안 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던전 내부를 쓸어버리는 거야 손쉬우니까.”

“알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성지한의 말에 윤세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빨리 개막전이 끝났으면 좋겠구나.”

“아, 개막전……! 엄마 일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네. 무슨 경기가 펼쳐지는 거지? 아리엘. 혹시 아는 거 없어?”

윤세아는 배틀넷에 박학다식한 아리엘에게 물어보았다.

아무리 그녀가 튜토리얼의 제약은 받는다지만, 그래도 최대한 아는 선에서는 다 알려 줬으니까.

그러자.

[개막전? 그건 너희 정하기 나름이다. 그냥 평소와 똑같이, 싸우고 죽이는 게임이라 생각하면 되지. 배틀넷의 본질에 걸맞게. 다만…….]

“다만?”

[이제는, 진짜 죽을 수 있다.]

“……진짜 죽는다고? 게임에서?”

아리엘의 말에, 윤세아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반문했다.

“혹시, 저번에 오너님이 승급전을 치렀을 때처럼. 페널티가 사망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래. 상대 종족을 자기보다 확실하게 아래 순위로 떨어뜨리려면, 적의 핵심 플레이어를 죽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그거야 그렇지만…….”

“게임에서 죽는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10년간 배틀넷을 게임으로 접해서 그런지.

아리엘의 말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들은 영 이를 실감하질 못했다.

성지한을 제외하고는.

‘개막전 때, 수많은 플레이어가 사망했지…….’

이렇게 믿지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플레이어가 죽는구나라고 확 실감을 안겨 준 사건이 바로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의 대참사였다.

첫경기부터 함정을 파 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 세계수 연합.

인류는 거기에 그대로 넘어가서, 시작부터 크게 곤혹을 치렀지.

‘이번에는, 역으로 갚아 주마.’

얼마 남지 않은 개막전.

이날을 위해, 일부러 올해는 플레티넘에서 성장을 멈췄지.

성지한의 눈이, 개막전 게임을 생각하며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   *   *

[검왕, 대기 길드에 들어오다!]

[탐색 능력자를 구인하는 대기 길드. 기존 연봉의 5~10배는 기본. A급 능력자에게는 아카식 페이지까지?]

크리스마스의 만남 이후.

대기 길드는 바로 탐색 능력자를 물색했다.

지금껏 벌어 둔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엄청난 조건을 제시하니.

길드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와 조건 미쳤는데……?

-아카식 페이지를 줘? ㄷㄷㄷ 이거 요즘 5천억 넘었다던데.

-ㅇㅇ 요즘 육성 기프트가 각광받으면서, 각 길드에서도 2군 길드 만든다고 부르는 게 값이래.

-그걸 탐색 능력자한테 주다니…… 던전 클리어하면 엄청난 보상이 있는 거 아냐?

-ㄹㅇ 뭐 있긴 할 듯. 검왕이 요즘 한참 던전 돌잖아? 그 이후에 이런 투자가 들어간 거니까…….

던전 탐사에서 대체 뭘 봤기에, 이런 투자를 하는 건지 사람들은 궁금해 했지만.

-그거보다 개막전 엔트리 봄??

-2000명 명단 나왔더라.

-2천명을 뽑다니 ㅋㅋㅋㅋ 대체 무슨 게임을 진행하려고 그리 많은 사람을 뽑는 거야?

-내년 언제 오냐 진짜 ㅋㅋㅋㅋ

그것보다 가장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은, 역시 코앞으로 다가온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이었다.

10년이라는 기나긴 튜토리얼이 끝나고, 드디어 본 게임으로 들어가는 지구.

인류는 튜토리얼 이후의 세계에 대해, 걱정보다는 낙관을 하며.

얼른 개막전을 보고 싶어 했다.

한편.

[지한! 세아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성지한은, 소피아에게서 걸려온 영상 통화를 받고 있었다.

“아, 탐색 건 말인가요?”

[네~ 오빠가 지금까지 자기는 탐색 일 같은 건 절대 안 한다고 했는데…… 아카식 페이지 이야기를 하니까 관심을 보였어요! 오빠, 와 봐!]

[플레이어 성, 반갑습니다. 크리스토프입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영상 통화에서 얼굴을 들이미는 크리스토프 해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팬으로서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 입 싼 동생이 탐색 능력을 이야기했는데도, 지금까지 비밀을 잘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이 싸다니. 너무하네. 지한한테는 이야기해도 되잖아! 가족이 될 건데.]

[플레이어 성 여자친구도 있는데, 참…… 동생이 어려서 생각이 짧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그건……! 아, 말하면 안 되지.]

[……어쨌든, 플레이어 성. 소피에게 들었지만 믿기지가 않아서 다시 여쭙겠습니다. 정말로 아카식 페이지를 지원해 주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거 가져다 파는 용도는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는 데 써야 해요.”

[물론이지요! 탐색 능력…… 그간 위험해 보여서 쓸 생각이 없었는데. 검왕의 보호 아래 사용하는 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해설일은 잠시 쉬고 가야겠군요.]

배틀넷 업계에서 해설자로 확고한 위치에 올라서 있음에도.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서포팅 기프트를 썩히기가 싫었는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면 바로 오시는 겁니까?”

[아…… 그래도 이번 개막전 해설은 끝내고 가려고 합니다. 이건 해설자로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어서요. 검왕께서도, 개막전에 참전하시니. 끝내고 가도 일정이 맞지 않겠습니까?]

“예,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참 아쉽습니다! 플레이어 성도 다이아가 되셨으면, 경기 참전이 모두 가능하셨을 텐데…….]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개막전에 대한 정보가 시스템에 의해 조금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1부터 5경기까지의 참가 조건.

[스페이스 리그는, 다이아리거 이상만 참가가 가능합니다.]

이 조건이 나오자.

수많은 사람들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 플레도 껴 주지.

-성지한이 못 나가네 개막전을!

-시즈루 때문에 레벨 업 못한 게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네.

-인민회 때문에 레벨 업 지체된 건 어떻고?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 진짜 ㅋㅋㅋ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 중 하나인 성지한이, 출전하지를 못했으니까.

[그래도 선수 라인업에 예비로 플레티넘 선수 100명은 넣게 되어 있던데. 혹시나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옆에서 소피아도 아쉬운 얼굴로 그리 이야기하자.

성지한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전 느낌이 좋습니다.”

[느낌…… 이요?]

“예. 이번 개막전도 MVP는 제가 받을 거 같아요.”

아니, 경기를 나갈 수가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출전을 해야 MVP를 받지.

크리스토프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국에 오신다니,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저한테 MVP 거세요.”

성지한은 확신에 가득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니, MVP도 경기를 출전할 수 있어야 받는 거죠…….]

이 사람 믿고 한국 가도 되는 거 맞아?

크리스토프는 자신이 선택을 잘한 건지, 불안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채널 0번에서.

=여러분! 드디어 이날이 다가왔습니다……!

개막전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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