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85화>
“리허설을 매칭으로 깬다고…….”
윤세아는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아, 물론 삼촌이야 아무리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다 때려잡겠지만…… 우리 인류가 발목을 잡잖아.”
“이젠 안 잡힐 정도가 되었지.”
무혼 200.
멸망한 별의 파편을 통해 완성한 이 능력치는,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다.
‘이제는 확실히, 저번 생보다 강해졌어.’
저번 생에서 세계 랭킹 7위였지만, 사실상은 지구 최강이었던 성지한.
그때의 경지를 언제 따라잡나 싶었는데, 이번 혼돈의 전장을 통해서 확실히 뛰어넘을 수 있었다.
‘레벨도 183…… 이 정도면 혼돈의 전장을 클리어하고도 다이아가 되지 않겠군.’
1월 1일에 열리는 스페이스 리그의 정식 개막전.
거기서 성지한은, 꼭 ‘플레티넘’이어야만 했다.
다이아에 올라가서, 지구 대표로 적과 싸울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야, 저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지 못해.’
개막전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사건을 떠올리며.
성지한은 올해는 플레티넘에 머물기로 다시 한번 마음먹었다.
“매칭으로 깨면…… 지금까지 수고해 준 분들에겐 좀 미안하긴 하네. 오랫동안 훈련으로 고생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
윤세아의 말에 성지한은 근래 나름 고생했던 원정대를 떠올렸다.
인민회의 자살 소동 때문에 다들 진작 깰 거 못 깼다고 이를 갈고 있었지.
‘그들은 챙겨 줘야겠군.’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이 있는데, 원정대 대신 매칭으로 들어온 아무개한테 스탯 보너스를 줄 수는 없었다.
“원정대에겐 연락해야겠네. 매칭할 건데 올 거냐고.”
“아하, 매칭인데 그게 가능해?”
“어. 리허설 게임 선수 구성은 내 마음이니까.”
“그럼 결국, 인민회 빼고 원정대 그대로네?”
“안 오는 멤버가 있으면 더 바뀌겠지.”
“설마 안 오겠어?”
+7 스탯 때문에 승급전도 포기한 사람들인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도 필참할 걸?”
“이브…… 벌써 그렇게 됐나?”
“어, 모레잖아.”
성지한은 잘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날로 잡자.”
12월은 플레티넘에 머물 겸.
성지한은 24일에 리허설을 끝내기로 날을 잡았다.
* * *
2020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리허설 게임 관련 이슈에, 스페이스 리그의 개막이 다가오며 뒤숭숭하던 이 시기에.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성지한이 배틀 튜브를 키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오…….
-방송 켜졌다!
-리허설 대기 공간이네.
-드디어 연맹이랑 합의한 건가?
사람들은 오랜만에 진행되는 리허설 게임에, 그렇게 의문을 표했지만.
“그쪽과 합의된 건 없습니다. 오늘은, 매칭으로 리허설 게임을 끝낼 겁니다.”
-매, 매칭으로요……?
-아니. 맨날 아군이 죽어서 게임이 끝나는데 ㅠㅠ
-어떻게 랜덤 매칭으로 깨요?
성지한이 매칭이라고 하자, 걱정스러운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매번 아군이 10퍼센트도 남지 않아서, 6~7천 포인트쯤에서 게임이 끝났으니까.
“이젠 가능합니다. 아, 그리고, 기존의 원정대 멤버는 그간 고생한 게 있으니, 매칭에서 우선적으로 받을 생각입니다. 인민회 TO는 제외하구요.”
-원정대 우선이면 그나마 낫겠네.
-ㅇㅇ 워리어에 서포터 위주니까.
-어, 근데 그럼 인민회 60자리는 남는다는 건데…….
-오늘 진짜 리허설 깨면, 60자리에 든 플레는 대박 아님??
-그러네?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레벨 제한 있나요?
“레벨이나 클래스, 상관없습니다. 아무나 오세요.”
여유로운 성지한의 선언에.
전 세계 플레티넘 플레이어들의 눈이 뒤집혔다.
-제발 조금 이따 시작해 주세요! 이브 데이트 접고 차 돌립니다. 자기야 미안해 ㅎㅎ-ㄹㅇ 그깟 데이트보다 스탯 +7이 훨씬 소중하지 ㅋㅋㅋㅋ-이번에 게임 깬다는 보장도 없는데 뭘…….
- ㄴㄴ 성지한이 저리 자신하는 거 보면, 뭔가 될 거 같아 그렇게 시작된 팀 구성.
“저, 원정대 소속, 아일랜드 출신 데니스입니다!”
“예. 대기하시구요.”
원정대 출신의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고.
“원정대 439명은 전원 참가했고. 그럼 이제 60자리 랜덤 뽑기 가겠습니다.”
성지한이 이렇게 게임을 시작하자.
-성지한 플레이어!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다니……! 연맹에서는 결코 이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민회를 제외하고 게임을 진행하다니. 정말 이렇게 나올 겁니까?
세계 배틀넷 연맹과 인민회 측에서는 배틀 튜브를 통해 강력히 항의에 나섰지만.
그는 이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랜덤 매칭을 진행했다.
“저…….”
“저번에 자살하신 분이 매칭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놀랍군요.”
“그,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되었는데, 한 번만……!”
“가세요.”
“성지한 님. 저 왕린!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쪽 길드 출신은 안 받습니다. 가시죠.”
문제를 일으켰던 인민회 출신 원정대 멤버나.
천마 왕린이 어떻게 껴 보려고 하다가, 강제 퇴장당하는 등 여러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다 됐군요.”
결국 500명의 팀 구성을 끝마칠 수 있었다.
‘새로 추가된 60명, 레벨도 안 보고 그쪽 길드만 아니면 다 받아 주셨네.’
‘이거 클리어 될까…….’
완전 랜덤으로 뽑은 60명.
그들 중에는 갓 플레티넘에 올라온 레벨 100대의 플레이어도 있었으며.
생존에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아처 클래스도 많았다.
팀워크도 기존 원정대랑 맞추기가 힘들 테니, 미션 클리어는 힘들지 않을까?
원정대가 그리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제, 방어하지 마세요.”
하지만 정작 성지한은 태평했다.
[플레이어가 모두 모집되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배정된 맵은, ‘혼돈의 전장’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
여느 때처럼, 맵이 열리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는 종족의, 집중 공격이 쏟아졌다.
스으으으…….
이번에 들어온 공격은, 거대한 뱀이 내뿜는 초록빛의 연기.
강한 독을 함유한 그 가스는, 대번에 원정대를 위협했다.
“실드 바인딩을……!”
강력한 독 공격을 막기 위해, 원정대는 예전처럼 방어태세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괜찮아요.”
스으윽.
그림자검 이클립스를 든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검 두 자루를 더 꺼내어.
대지에 세 개의 검을 내리꽂았다.
무명신공無名神功
멸신결滅神訣
만귀봉신萬鬼封神
무혼이 낮았을 때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그려졌던 만귀봉신의 문양.
하나 지금 성지한이 그린 문양은 달랐다.
10명은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꽤 커다란 만귀봉신의 문자가, 대지를 수놓았다.
그리고, 세 검이 평소와는 달리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양이 모두 그려지자.
성지한은 원정대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었다.
“잠깐 쉬고 나면 끝날 겁니다.”
슈우우우욱……!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어, 어…….”
만귀봉신의 문양에 빛이 나더니.
원정대 모두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만귀봉신을 꼭 혼을 가두는 것에만 써먹을 필요는 없지.’
철혈십자도 방패로 써먹었던 것처럼.
만귀봉신도 꼭 적의 혼을 제압하는 데에만 쓸 필요는 없다.
이렇게 발목만 잡는, 데스 페널티를 부과하는 아군을.
적절하게 게임에서 차단하는 명목으로 써도 문제없었다.
물론.
‘무혼이 성장하지 않았으면, 개조는 힘들었지.’
무혼 150의 성지한은, 문양을 그리는 데에도 힘이 부쳤지만.
200으로 성장한 지금은, 확실히 만귀봉신을 본래의 용도가 아니라 다르게 써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원래라면 혼마저 봉인하고, 없애 버릴 만귀봉신이.
얌전히 플레이어를 가둔 채로만 있었으니까.
그만큼 무혼 능력치 50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낳았다.
“으아아아……!”
독 기운이 닿기 전에.
성지한의 만귀봉신에, 모조리 갇혀 버린 499명의 원정대.
짐 덩어리를 한 군데로 치워 버린 성지한은.
[……뭐지?]
[내분인가?]
[이번에 소환된 종족은 이상하군.]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거대 뱀 종족을 보면서, 봉황기를 들었다.
“킬 포인트, 내놔.”
자신의 1/10도 안 되는 크기의 생명체가 내뱉는 말에.
거대 뱀 무리는 입을 쫙 벌렸다.
[미친놈이었군.]
[빨리 처리해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알았다.]
그렇게 뱀의 입에서, 또다시 연기가 피어오르려 했지만.
휙!
성지한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더니.
입을 연 뱀의 전신에, 적색의 전류가 감겼다.
화르르르……!
순식간에 불타올라 사라지는 거대 뱀.
비명 소리를 지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하나가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뭐, 뭐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거대 뱀이 잠시 몸을 움츠렸을 때.
“너희, 하나당 포인트 25나 주는구나?”
성지한이 그들 앞에 나타나, 창을 다시금 뻗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봉염天雷鳳炎
적뢰포赤雷砲
지지지직……!
창에서 해일처럼 뻗어 나오는 적뢰.
그것은 삽시간에 19마리나 되는 거대 뱀 무리를 죄다 뒤엎었다.
[으…… 이 힘은……!]
[으으윽……! 견딜 수 없다!]
[이번 전장은 진 것 같군…….]
[NO. 4212……! 기억하겠다…….]
혼돈의 전장에서 성지한이 한참 인류 원정대를 이끌고 참여할 때는, 많은 적들이 NO.4212에 대해 알았는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인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뱀 종족.
그들이 적뢰포를 맞고 삽시간에 전멸하자, 성지한은 만귀봉신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잠깐 쉬고들 계십시오. 빨리 끝내고 오죠.”
슈욱!
성지한의 몸이 사라지고, 머지않아.
[이 놈! 아직도 있었나…….]
[뭐야, 더 세졌어!]
[도, 도망칠 수도 없다. 이렇게나 빠르다니……!]
멀리서 타종족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혼돈의 전장.
500포인트에 맞게 종족이 모여서, 팀플레이를 진행하는 맵.
하지만 오늘 벌어진 게임은 완전히 양상이 달랐다.
[이 놈, 보스 몬스터인가…….]
[아니야! 종족으로 나온다! NO.4212!]
[저 정도면…… 혼자서 500포인트인가 보군!!]
[인류…… 새로운 신적 존재인가?]
인류를 봉인하고, 타종족을 휩쓰는 성지한.
그의 무용이 워낙 강력해서일까.
그를 상대하는 타종족은, 성지한을 신족으로 착각했다.
-와…… 이 맵, 이렇게 쉬운 거였어?
-짐 덩어리 봉인하니까 한큐에 끝나네…….
-근데 성지한 더 세진 거 같지 않음?
-ㅇㅇ; 붉은 번개도 이제 다발로 쏟아 내네.
성지한 방송을 늘 보던 시청자들은, 안 그래도 강한 그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니, 요즘 게임도 안하고 칩거 상태였는데.
어째 사람은 더 강해진 거야?
‘혼돈의 전장. 참 고마운 맵이었지.’
쿠르르르……!
대지가 진동하며, 혼돈의 균열이 생겨나자.
성지한은 애틋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았다.
균열 속에 숨겨진, 멸망한 별의 파편.
저것 덕분에, 그간 잘 성장하지 않던 무혼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무혼 200에서 제한이 걸리지 않았다면, 여기에 계속 머물면서 별의 파편을 채굴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성장이 멈추었으니, 졸업해야겠지.’
거기에, 곧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도 있으니 이것도 준비해야 하고.
성지한은 스코어 보드를 바라보았다.
1위 - NO.4212 인류 - 킬 포인트 9994
6포인트만 더 채우면, 1등이 되어 끝나는 혼돈의 전장.
성지한은 먹잇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어. 피, 피해라……!]
[그놈이다!]
자신에게 예전에 도륙당했던, 사마귀 종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를 보자마자 등을 돌리며 튀려던 적.
하지만.
“너희 몇 포인트였지?”
[뭐, 뭐야. 어느새……!]
한층 성장한 성지한에게서, 플레티넘에 불과한 그들이 벗어날 수는 없었다.
“됐다. 그냥 6놈만 튀어나와라. 나머지는 살려 주지.”
[그 무슨 개소리냐……!]
[저희 2, 2포인트입니다! 3명만 가면 됩니다!]
[야! 너,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럼 다 죽어?! 어차피 게임인데 전력을 보존해야지!]
[이 자식이……!]
콰직!
성지한은 혼자서 성을 내는 사마귀를 터뜨리고는 스코어 보드를 확인했다.
“정말 2포인트 맞네.”
[…….]
“자 그럼 두 놈만 나와.”
[제, 제가 가겠습니다……!]
“또?”
아까 현실론을 이야기하던 사마귀가 지원하고는, 그다음 지원자가 없자.
성지한은 그들을 스윽 둘러보더니 가장 부상이 심한 사마귀족을 터뜨렸다.
[큭……!]
“그럼 가자. 우리 졸업해야 너희도 좋지?”
[그, 그래요. 어서 갑시다!]
현실론자 사마귀가 얼른 재촉하자.
“너희 친구 잘 뒀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면서, 만귀봉신이 설치된 곳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땅바닥에 꽂힌 세 자루의 검 중, 이클립스를 뽑자.
스으으으……!
대지에 자욱한 연기가 끼더니.
“어……!”
“뭐, 뭐야?”
“풀렸다…….”
만귀봉신에 갇혀 있었던 플레이어들이, 무더기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영문 모를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은.
“자, 여러분.”
성지한이 자신들을 부르자, 일제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지금 드리죠.”
펑!
그 말을 끝으로, 사마귀족의 전신이 폭발하자.
[킬 포인트 10000을 달성했습니다.]
[혼돈의 전장을 정복했습니다.]
[특별 미션을 클리어했습니다.]
[종족 전체에 5년간 성장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에게, 잔여 스탯 포인트가 7 추가됩니다.]
얌전히 만귀봉신에 갇혀 있던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한 메시지가 떴다.
“에…….”
“깨, 깼어요?”
“언제?”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메시지를 보는 것도 잠시.
“와, 미쳤어!!”
“7포인트……! 진짜 들어왔다!”
“와!! 오늘 랜덤 매칭 처음 해서 걸렸는데! 대박!!”
추가 포인트를 얻은 플레이어들은, 눈이 돌아갔다.
얌전히 봉인되었다가 풀려났을 뿐인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보상이란 말인가?
-와 개꿀이네 ㅋㅋㅋㅋ
-원정대는 나름 고생이라도 했지, 뭐야 쟤들은!!
-뽑기 운 미쳤네 ㅋㅋㅋㅋ
-인민회에서 자기네 아이템 없으면 힘들 거라고 그러던데 ㅋㅋㅋ-하루 만에 바로 클리어하죠~ 그리고 성지한에게도 다른 플레이어와, 보상 메시지는 비슷하게 떴지만.
그의 메시지에는 마지막에 한 줄이 덧붙여져 있었다.
[종족 MVP로 선정되어, MVP 보상이 추가로 주어집니다!]
‘MVP 보상이라…….’ 이번 맵에서 워낙 얻은 게 많은데.
마지막까지 선물을 챙겨 주네.
성지한이 옅게 미소를 지으며, 보상을 챙기던 그때.
무신의 별, 투성에서는.
[흐음…….]
별의 주인이, 성지한이 사용한 만귀봉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만족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아직은…… 쓸모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