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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81화 (18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81화>

거대한 배리어가 쳐진 공간.

원정대는 그곳에 도착하자, 왜 지금까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공격이 쏟아졌는지 알 수 있었다.

“아…….”

“밖에서 다 보였네, 이거.”

배리어 안.

얼굴이 돼지를 닮은 종족이 여럿 소환되면서, 중구난방 움직이고 있었다.

저 모습은 마치 성지한이 혼돈의 전장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 랜덤 매칭되던 모습과 흡사했다.

안에 있을 때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새 게임에 배정되었다며 신기해하고 있었지만.

이미 전장에 참여하고 있는 종족들은, 그런 적을 보면서 미리 공격할 준비가 가능했다.

‘리허설과 정식 맵의 차이가 여기서도 나타나는군.’

스페이스 리그에서 정식으로 게임이 진행될 때는, 모든 종족이 소환돼서 동시에 스타트를 하는데.

리허설 맵은 종족의 퇴출과 진입이 각기 다르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긴 것 같았다.

“성지한 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지한은 그 물음에 배리어 안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숫자가 거의 500에 육박하는 돼지 얼굴 종족.

저들은 인류와 같이 1포인트로 취급받는 최하급 종족인 것 같았다.

“곧 배리어 열릴 거 같은데, 대기하죠.”

“옙!”

대기한다고 해도, 원정대 본대는 수비 태세를 갖추는 것밖에 할 게 없었지만.

딜을 맡은 성지한은 달랐다.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생겼군.’

푹.

적의 배리어 앞.

성지한은 그림자검 이클립스를 꽂았다.

스르르르…….

그러자 그림자가 땅에 스며들어 넓게 퍼지며, 배리어 주변을 완전히 포위했다.

[이 정도 범위를 커버하게 되면, 그다지 강력한 공격은 못한다만.]

“괜찮아. 중심부는 내가 타격할 거니까, 그냥 와해된 적들만 처리해 줘.”

[알겠다.]

이클립스는 어디까지나 도망치는 적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것.

주 공격은 하늘 위에서 가할 예정이었다.

“뇌운 소환.”

뇌운을 타고 하늘 위로 다시 올라온 그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군.’

인류 이외에도 두 종족이 멀리서 배리어를 보고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갓 소환된 종족을 공격하는 게 가장 타격을 입히기 쉬워서 그런 거겠지.

‘죄다 벌레를 닮았네.’

오는 종족 중 하나는 날개가 달린, 인간 크기의 사마귀 떼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한 개체당 10미터가 넘는 크기의, 거대한 지네였다.

-뭐야, 사마귀에 지네 닮은 애들도 종족이야? ㄷㄷ

-스페이스 리그에서 저런 애들이랑도 하는 건가…….

-어째 인간이랑 비슷한 종은 배리어 안의 오크 같은 애들밖에 없네.

성지한의 시선에 잡힌 적을 보면서 상대를 파악한 시청자들은.

별별 종족이 리허설에 참가했음을 깨달았다.

스페이스 리그가 열리면, 이런 애들이랑도 싸운다는 거지.

-아, 벌레랑 싸우는 거 극혐인데ㅠㅠ

-ㄹㅇ 왜 이렇게 크냐 진짜ㅡㅡ

-오크가 선녀네…….

시청자들은 그렇게 곤충 종족에 대한 혐오감을 맘껏 드러냈지만.

스페이스 리그를 이미 한 번 치른 성지한은 별 감흥 없이, 냉정하게 적의 숫자를 파악했다.

‘사마귀 종족, 숫자는 150인가. 별로 강한 종족은 아니겠군.’

저들이 처음 스타트를 몇으로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150이나 남을 정도면, 종 자체가 그리 강하진 않다는 뜻.

‘몰려오는 애들 싹 다 쓸어버려야겠어.’

성지한은 이곳에서 포인트를 대거 획득하기로 마음먹었다.

“뇌운, 이곳에 퍼져라.”

지금까지는 비행 수단이었던 뇌운.

하지만, 벼락을 머금은 구름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공격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배리어 위의 하늘에서, 드넓게 퍼진 뇌운은.

성지한의 힘을 받아서 벼락을 쏟아 낼 준비를 했다.

‘여긴 됐고.’

그렇게 뇌운의 공격 준비가 끝나자, 성지한은 가장 먼저 접근해 오는 사마귀 종족을 향해 발을 박찼다.

[키잇! 적 개체수 400 이상! 최하급 종족!]

[먹잇감이 둘이나 되는군!]

[거인이 오기 전에 사냥하자!]

인류의 숫자를 보고, 최하급 종족이라고 단정하며 열심히 날아오는 사마귀족.

넓게 퍼져서, 단번에 인류를 들이치려는 그들은.

[최하급 종족 하나, 접근한다!]

[속도가…… 날개도 없는데……!]

[저놈부터 처리해!]

초고속으로 접근해 오는 성지한을 보면서, 급히 이에 대비하려고 했지만.

저 멀리서 성지한의 창이 횡으로 움직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치이이익!

일제히 반으로 갈라지는 사마귀족.

하늘 위에 넓게 퍼져 있었음에도, 순식간에 수십의 개체가 반토막이 난 채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갈라진 틈새 사이로, 봉황의 불길이 타오르더니 시체조차 남지 않게 되자.

적은 화들짝 놀랐다.

[뭐, 뭣?]

[외피가 바로 갈라진다고……?]

[산개, 산개해라!]

그제야 넓게 퍼져서 공격을 피해 보려던 사마귀족이었지만.

‘이놈들은 그냥 기본공에서 정리되겠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의 수준을 파악한 성지한은.

적을 향해 단번에 뛰어들었다.

7번 횡을 베는 봉황기.

한 번 창이 움직일 때마다, 적이 열 마리 이상 불타올랐다.

[뭐, 뭐냐. 왜 이런 괴물이 여기 있지?]

[숫자가 벌써 20퍼센트도 남지 않았어!]

[플레티넘만 참가할 수 있는 맵 아니었나, 여기?!]

배틀넷 번역기를 통해 생생히 들려오는 적의 반응.

그것은 성지한을 상대하던 지구의 플레이어와 매우 흡사했다.

-ㅋㅋㅋㅋ외계 종족도 별거 없네?

-일본인처럼 사마귀도 일격에 쓰러진 wwww.

-한국사람들…… 이런 걸 자기만 즐기고 있었네요.

-거 좋은 건 같이 공유합시다, 좀.

-국가대표전에선 누구보다 미운데 여기선 제일 든든하네…….

평소 성지한이 행하던 대량학살극에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성지한에게 된통 당했던 동북아시아 리그 나라의 시청자들도 즐기고 있었다.

국가대표전에서는 가장 성가신 상대지만.

지구의 대표 선수로는, 믿음직하기 그지없는 선수.

[후, 후퇴하라……!]

사마귀 종족이 순식간에 빠져나가자, 그다음 타깃은 지네.

성지한은 바로 방향을 돌려서, 거대 지네가 몰려오는 쪽을 향해 날아갔다.

“땅을 조심해!”

“대지에 배리어를 쳐주세요. 지네가 땅굴 파고 옵니다!”

“으, 으아아……! 뭐야 이거 촉수야??”

“살려 줘요!!”

거대 지네의 습격에 아수라장이 된 인류 부대.

그래도 워리어 서포터의 조합으로만 꾸려 와서 그런지, 땅속에서 공격해 오는 적의 습격을 상당히 버텨 주고 있었다.

‘얘네는 개체수가 적으니, 좀 강하겠지.’

40마리쯤 되어 보였던 거대 지네.

성지한은 땅바닥에 꽂혀 있던 이클립스에 기운을 더욱 불어넣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흑영승천黑影升天.

스으으으…….

그림자가 대지로 스며들고.

땅의 색은 완연히 어둠으로 물든다.

그리고 거기서, 짙어지는 그림자 기운.

“어…….”

“적의 공세가 멈췄어…….”

대지에서 원정대에 거세게 공세를 퍼붓던 지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추고.

슈우우우……!

대지를 물들인 그림자 기운이, 하나둘씩 하늘로 치솟는다.

삽시간에 10개의 검은 기둥이 승천하고.

그 안에는 거대 지네가 하나씩 담긴 채,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크륵…… 크륵…… 다이아가 여길 오다니…….]

[다이아? 다이아 이상이다, 이건!]

[NO.4212…… 이들에게 접근하지 마라…….]

[게임의 규칙을 어겼다. 배틀넷에 항의해야……!]

인류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사라지는 거대 지네.

순식간에 열 개체가 그리 죽고 나자.

쿠르르르르……!

인류를 향해 몰려들었던 거대 지네가 다시 왔던 길로 빠져나갔다.

[주, 주인. 힘이 이 정도였나…… 언제 이렇게 발전한 거지?]

“이 정도라니. 암영신결을 너무 오랜만에 써서, 기대 이하로 펼쳐졌는데.”

[……이게 기대 이하라고?]

지닌 무혼에 비해, 흑영승천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성지한.

아리엘은 이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이 되었다.

이 정도면 진짜 상급 종족을 넘어서, 최상급 종족인데?

그렇게 지네의 습격도 마무리될 무렵.

“아, 저기 아까의 거인이……!”

쿵! 쿵!

서쪽에서 배리어를 향해 저 멀리서 다가오던 거대 거인족은.

[아까 그놈들이군.]

[빠져라.]

인류의 원정대, 정확히는 성지한을 보고는.

황급히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거인이…… 가네요…….”

-와, 저 큰 거인이 바로 도망치네 ㅋㅋㅋㅋ

-이것이…… 인류의 격…….

-인류를 어디다 가져다 댐. 성지한이 혼자 다 했구만 ㅋㅋㅋ-혼돈의 전장에 진입하자마자 세 종족을 조지네 ㄷㄷ지구에서처럼 리허설에서도 혼자서 게임을 폭파시키는 성지한.

애초에 맵이 플레티넘만 참가할 수 있어서 그런지.

성지한의 초월적인 무력을 막을 수 있는 종족은 아무도 없었다.

“아, 배리어가 열립니다!”

그때, 때마침 열리는 배리어.

[이곳이 리허설 맵인가!]

[쿠륵, 쿠륵! 우르크여, 전장을 지배하자!]

500의 돼지머리 종족, 우르크는 기세등등하게 배리어를 나왔지만.

“뇌운, 시작해라.”

쿠르르르……!

하늘에서는 이미 넓게 퍼져 있던 뇌운이 벼락을 내리치고.

[손쉽군. 그래, 이게 최하급 종족 수준이지 원래.]

이클립스가 대지에서 검의 그림자를 떠 올려서, 우르크의 목을 베자.

[뭐, 뭔가…… 이건!]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공격하다니. 이건 반칙이다……!]

순식간에 적 종족은 무너져 내려갔다.

“저거 보니 인류가 처음 리허설할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도 브레스 처맞고 시작했는데, 쟤들도 당황했겠어요.”

“와, 포인트 금방금방 쌓이네요…… 벌써 1000 넘겼어요.”

“7위인데요? 이거…… 이번에 깰 수도 있겠어요!”

우르크까지 포함하면 벌써 4종족을 마주쳤지만.

성지한만 믿고 방어에 몰빵한 인류 원정대는 이들을 모두 찍어 누를 수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1만 포인트까지 욕심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

대부분은 이러한 상황에 즐거워했지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   *

“대, 대장님. 이거…… 설마 오늘 끝나는 거 아닙니까?”

“으, 으음…….”

인민회 2군 출신의 플레티넘 전사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어째 게임 돌아가는 게, 너무나도 스무스하다.

거인이 찍어 누를 때나, 거대 지네에게 습격당했을 땐 아, 이대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성지한 진짜 미치긴 미쳤네.’

‘아니, 저게 같은 플레라니…….’

‘말이 안 돼, 진짜.’

거인부터 시작해서, 사마귀와 지네를 때려잡고.

우르크까지 전멸시킨 그는 정말 사람 같지가 않았다.

이대로 성지한만 믿고 가면, 정말 게임 클리어도 가능한 상황.

인민회의 전사는 생각했다.

‘……스탯 포인트가 욕심나기는 하지만.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해.’

인민회는 단순한 길드가 아니었다.

나라에서 주도하고 설립한, 중국을 대표하는 조직이었다.

그곳에서 내려온 명령을 감히 거역할 수는 없었다.

‘남은 사람은 440명…….’

인민회의 대장은 사람 숫자를 체크했다.

지네의 습격으로 꽤 많이 죽을 줄 알았는데.

성지한의 대처가 워낙 빨라, 생존자가 상당했다.

‘이 중 우리측 사람은 50명 정도니. 우리가 빠져도 충분히…… 10퍼센트의 전력은 유지할 수 있어.’

10퍼센트만 남아야지 게임에서 탈락하는데.

어째 남은 전력이 너무나도 탄탄했다.

이러면 진짜 그냥 게임 끝날 거 같은데.

“저…… 지금이라도 자살할까요?”

“아니, 기다려라. 지금 자살하면 너무 티 나잖아!”

“그래도 이대로 게임 끝나면 길드에서 쫓겨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아. 기회를 기다려. 아직 1천 포인트 정도밖에 못 땄어!”

중국 전사들은 그렇게 제 딴에는 안 들리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서로 속삭였지만.

‘오호.’

혼돈의 전장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오감을 최대한 확장시켰던 성지한은.

하늘 위에서 그들의 작당을 들을 수 있었다.

‘인민회가 그냥 물러날 거 같지는 않았다만. 이런 속내가 있었나.’

스페이스 리그 게임에서 지구 대표로 나온 애들이 팀을 고의로 망치려 든단 말이지?

‘이놈들…… 도움이 되네?’

똥도 약으로 쓴다더니.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방어 전력을 갖추니, 생각보다 너무 손쉽게 진행되던 게임.

균열 탐사가 끝나기 전에, 1만 포인트 달성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잘 이용해 줘야겠군.’

성지한은 그들이 화려하게 죽을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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