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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79화 (17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9화>

“아가씨, 인민회에서 손님 오셨습니다.”

“또?”

이하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성지한이 혼돈의 전장에 선발할 20명을, 대기 길드 내에서 뽑기로 한 이후.

중국 제1의 길드 인민회에서, 계속 사람이 찾아오고 있던 것이다.

“길드 마스터. 또 뵙습니다.”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낀 중년의 남성이 능글능글한 얼굴로 길드 마스터실에 들어섰다.

장스총.

성지한이 봉황기를 얻었을 때, 로버트 게이츠와 후원 경쟁을 한, 중국 인민회의 최고 간부 중 한 명.

원래는 직접 한국까지 올 위치가 아니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영상보다 실물이 미인이십니다.”

자기가 평소 이하연의 팬이었다면서, 아랫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온 것이다.

“성지한 님과 사귀시는 게 아쉽습니다. 정말 아쉬워요.”

그러면서 이하연을 스윽 훑는 장스총.

욕심 가득한 시선에, 이하연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애도 넷인 남자가 짜증 나게 하네.

“본론이나 말씀해 주시죠.”

“하하, 어제 말씀드린 것과 동일합니다. 천마 왕린을 비롯해서 5명의 플레이어를 다시 대기 길드에 편입시키고 싶습니다.”

나갈 땐 언제고, 혼돈의 전장으로 상황이 바뀌니까 천연덕스럽게 다시 들어오겠다고 말하는 인민회.

이하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제와 똑같은 답변을 드려야겠네요. 죄송하지만 빈 자리가 없어요. 다음에 자리가 생기면 그때 지원해 주세요.”

“자리야 만들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다른 나라의 플레이어들, 나가게 하면 그만이지요.”

“계약상 불가능하답니다.”

“다른 선수들과 임대 계약을 해지해 주시면, 저희가 그 위약금까지 다 물어드리겠습니다. 임대료도 평소의 두 배로 쳐 드리고요.”

인민회가 그렇게 재정적으로 풍족하다더니.

장스총은 돈으로 회유를 하려고 들었지만, 이하연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다른 길드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해서요. 받아들이기 어렵겠습니다.”

“후후…… 저희 길드와의 관계도 생각하셔야지요. 이웃끼리 잘 지내면 좋지 않겠습니까?”

“먼저 나간 건 그쪽 아니었나요?”

성지한에게 엄한 시비를 걸다 나갈 땐 언제고.

인제 와서 사과 한마디는커녕 당당하게 자리 내놓으라는 인민회의 태도에, 이하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웃끼리 잠깐이야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마주칠 상대인데 결국은 좋게 좋게 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 아니겠습니까? 임대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 중, 이탈리아나 호주 소속 길드원들은 초반에 계약해서 임대료도 싸게 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저희와 하시죠.”

임대 계약을 해지할 플레이어까지 지정해 주는 장스총.

이하연은 한숨을 쉬며, 임가영을 쳐다보았다.

“그 말씀은 받아들이기 어렵겠군요. 가영아, 배웅해 드려.”

“이쪽으로 오시죠.”

“허허, 거참. 둘 다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기회인데. 아쉽군요, 아쉬워. 내일 또 찾아뵙지요.”

장스총은 끝까지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길드 마스터실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가영이 다시 들어왔다.

“별일 없었니?”

“저보고도 남친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서울 시내 호텔 세 개가 자기 거라고, 자기랑 묶을 생각 없냐고 개소리하다 갔습니다.”

“어휴 미친 새끼. 한국말은 왜 이렇게 잘하는지 몰라.”

“전 부인이 한국 사람이었을 겁니다.”

“애 넷 낳은?”

“아뇨, 그 사람은 애 하나 낳았습니다.”

그럼 전 부인이 대체 몇 명이야.

이하연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내일 또 저 아저씨 만나고 싶지 않은데…… 우리 출장 갈까?”

“적극 찬성입니다.”

“20명 명단만 확정하고 가자 그럼.”

성지한이 혼돈의 전장에 뽑아가려는 20명.

원래는 그 명단 안에, 천마 왕린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적이고 뭐고 고려하지 않고,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플레이어 순으로 뽑았으니까.

그리고 왕린 말고도, 성지한이 뽑은 플레이어들 중엔.

대기 길드 소속이 아닌 이가 몇몇 더 있었다.

‘그냥 그때 주신대로 뽑을 걸 그랬나…….’

길드 마스터 입장에서, 대기 길드 출신에게 메리트를 주고 싶어 길드 소속부터 뽑자고 제안했던 이하연.

하지만 장스총이 뻔질나게 길드에 찾아오니, 괜히 그랬나 후회가 들 정도였다.

‘아니야,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길드 출신으로 가야지!’

인민회에서 저러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긴 이하연은, 이날 길드 출신의 명단을 확정했다.

대기 길드에 인원 제한이 있었기에, 플레티넘의 인재는 10명에서 끝이 난 명단.

“오너님, 길드 소속 명단 확정했어요!”

[예, 보러 가겠습니다.]

성지한은 이하연이 확정한 명단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저희 길드 명단입니까?”

“네, 나머지 10인은 오너님께서 뽑아주세요. 그 주신 명단에서 추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죠.”

SSS급의 배런을 비롯해서, SS급 기프트를 지닌 인재가 포진되어 있는 10인의 명단.

세계 각지에서 유망주를 대기 길드에 보내서 그런지, 인선이 아주 화려했다.

여기에 10명은, 남은 인재 중에 추리면 되겠군.

‘기프트 순으로 뽑을까.’

그러면 가장 먼저 뽑힐 사람은 천마 왕린.

성지한은 펜을 가져오더니, 그부터 동그라미를 쳤다.

그걸 옆에서 지켜본 이하연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 오너님…… 왕린 님 뽑으실 생각이신가요?”

“예, 기프트 순으로 뽑을까 해서요. 인재를 데려가는 게 좋은지라.”

“아, 그렇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에요. 오너님, 그럼 저 며칠만 휴가 가도 될까요?”

“휴가요?”

“네, 어디 멀리 갈 건 아니고, 그냥 소드 팰리스에 있는 집에서 좀 쉬려구요.”

매일같이 길드에 나와서, 쉴 생각을 안하던 이하연이 휴가라니.

성지한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임가영이 옆에서 보충 설명을 했다.

“요즘 집요한 중년 아저씨가 아가씨에게 자꾸 작업을 걸려고 해서. 휴식이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중년 아저씨라니, 그게 누굽니까?”

“인민회의 장스총이요.”

“인민회에서 사람이 왔습니까?”

“네, 다시 자기네 사람 받아 달라구요.”

무공의 연원을 밝히라며 제 발로 나간 주제에, 혼돈의 전장에 참여하려고 다시 길드 가입을 부탁하는 건가.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저나 길드 쪽에 사과라도 했습니까?”

“사과요? 사과는 무슨. 그냥 돈 더 줄 테니 다른 길드원 쫓아내고 자리 마련하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던데요.”

최소한의 사과도 없이,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건가.

‘안 되겠네.’

그냥 능력 순으로 뽑으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저리 나오면 어쩔 수 없지.

성지한은 명단에서 왕린의 이름을 지워 버렸다.

“돈 10배 더 준다고 해도 받지 마십시오.”

“넵!”

“그리고 그 아저씨 오면 그냥 바로 쫓아내세요. 일일이 상대하지 말고. 하연씨가 갑이고, 저쪽은 어디까지나 을입니다.”

“네, 이제부턴 바로 그럴게요!”

성지한이 그렇게 교통정리를 해 주자, 이하연은 눈을 반짝였다.

역시 중국 제 1의 길드고 뭐고, 그는 전혀 개의치를 않았다.

저 스탠스를 따라가야지.

“그럼 휴가 안 가도 되겠네요!”

“휴가는 가시죠. 사람이 좀 쉬어야지.”

“아니에요 제가 직접 쫓아내 버리고 싶어서요. 후후…….”

그간 장스총에게 스트레스 받은 게 많았는지.

이하연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기, 길드 마스터!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인민회의 대표로 온 나를 쫓아내다니……!”

“명단 발표는 끝났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오지 마세요.”

“허, 허……! 감히 우리 인민회의 제안을, 한국의 길드 따위가 이리 무시한단 말인가?”

“네, 무시해요.”

임가영 말고도, 경호원을 여럿 부른 이하연은.

장스총에게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특히 다른 인민회 사람이면 모를까, 장스총 당신이랑은 협상할 생각이 없어요. 대체 사람을 몇 번이나 훑어보는 거예요? 가영이한테도 성희롱이나 하고.”

“크흠……! 내가 언제 그랬다고……!”

“가영이보고 호텔 가자면서요?”

그는 이하연의 지적에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덩치 큰 경호원들이 일제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후회할 거요.”

그는 결국 위축된 상태로 그 한마디만을 내뱉고는, 대기 길드를 나섰다.

“어휴, 저 아저씨 드디어 갔네.”

“후회할 거라는데, 뭘 할 생각일까요?”

“몰라, 뭐든 해 보라지.”

이하연은 길드 마스터실로 돌아오면서, 한결 후련한 얼굴로 마우스 휠을 휙휙 돌렸다.

“오너님 말씀대로, 갑은 여기잖아?”

*   *   *

[혼돈의 전장 참여 명단, 확정되다!]

[기프트 등급 순으로 뽑았나? 성지한이 발탁한 20명은 모두 뛰어난 유망주.]

[성지한과 트러블을 빚었던 배런도 포함되어, 사감은 접어 둔 공정한 명단이라고 평가받아.]

[SSS급의 왕린이 왜 제외되었나? 중국 네티즌, 성지한에게 격렬히 항의중!]

-아니, 먼저 나간 놈들이 누군데 어딜 기어들어 오려고 ㅋㅋㅋㅋ-ㄹㅇ 성지한 무공 정파냐 사파냐 알려고 얼마나 추잡한 짓거리를 해 댔냐 쟤들이.

-거기에 중국 애들, 일본이랑 같이 성지한 대표팀 자격 박탈해야 한다고 개거품 문 게 불과 얼마 전임.

-그러니까 ㅋㅋㅋㅋ 그래 놓고 ‘뽑아 줘’ 하다니…….

혼돈의 전장 명단 발표.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모집하는 건, 레벨이 200에 가까운 전사와 서포터 위주였지만.

성지한이 뽑은 20명은 모두 배틀넷 팬이라면 이름을 모를 수가 없는 유망주 중의 유망주였다.

대기 길드 출신 외에도.

기프트 등급에 따라 뽑힌, 미래의 기둥이 될 플레이어들.

명단만 보면 확실히 능력만 보고 뽑았다고, 공정하다고 느낄 만 했지만.

단 한 명.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인, 왕린의 명단 제외를 놓고 말이 무성했다.

-성지한은 인류를 생각하면 이러면 안 된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왕린의 재능을 벌써부터 견제하는 건가? 역시 빵즈는 그릇이 작구나.

-왕린 대신 SS급 기프트가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는가!

-성지한은 얼른 사과하고 명단을 수정해라!

특히 중국인들은 성지한과 대기 길드의 배틀튜브에 이어서.

윤세아의 배틀튜브에까지 쳐들어와서 온갖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아오 중국애들은 왜 이렇게 염치가 없냐? ㅋㅋㅋㅋ-아니 니들 같으면 뽑아 주겠냐구요?

-그리고 명단 뽑는 건 성지한 맘이지 왜 지들이 이래라 저래라임;

그리고 이에 반박하는 한국사람들의 리플까지 달리니.

대전쟁이 일어난 인터넷 세상.

하나 성지한은.

“또 시작이네.”

항의성 댓글을 쭉 훑어보더니, 바로 신경을 꺼 버렸다.

이제 팀이 완전히 꾸려졌으니, 혼돈의 전장을 본격적으로 클리어 할 생각만 한 것이다.

원정대는 세계 배틀넷 연맹이 마련한, 배틀넷의 가상 훈련 공간에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편.

인민회의 회의실.

“아니…… 대체 왜 안 된 것입니까?”

왕린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러자, 협상의 주역이던 장스총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실패를 변호했다.

“크흠! 저 자들, 건방지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민회를 대표하는 저를, 그대로 쫓아내더군요!”

“허, 한국의 길드 따위가 대우를 해 주려 했더니…….”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군요.”

장스총의 말을 믿고, 대기 길드를 성토하던 그들은.

중국 최고의 인재인 왕린에게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수를 쓰기 시작했다.

“왕린의 자리.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발탁한 중국 선수 대신, 넣으면 안 됩니까?”

“연맹에서 레벨 제한을 확실히 해 둬서 그건 불가능합니다. 왕린이 레벨 180 이상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허어, 그 전에 혼돈의 전장이 끝나겠소.”

이제 승급한 지 얼마 안 된 왕린이 레벨 180이 될 수는 없는 노릇.

장스총은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저희 플레이어가 지금 몇 명 뽑혔습니까?”

“60명쯤 됩니다.”

“그럼…… 그들로 하여금 일부로 못 깨게 하죠….”

“그게 무슨…….”

“왕린이 뽑히기 전까지, 일부러 태업을 하는 겁니다.”

대기 길드 놈들, 후회하게 해 준다고 했지?

장스총은 그렇게 위험한 도박을 주장했다.

“60명이면 충분히 게임 진행을 망칠 수 있습니다. 이들로 태업을 하다가 왕린을 넣어 달라고 하지요.”

“흐음…….”

“너무 위험부담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이게 알려지면 전 세계의 비난을 살 겁니다.”

“그럼 이렇게 당하시겠습니까? 저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어야지요.”

이하연에게 쫓겨난 게 그렇게 수치스러웠는지.

태업을 강하게 주장하는 장스총.

왕린은 옆에서 이를 듣다 표정을 찡그렸다.

‘이거 안 될 거 같은데…….’

성지한 성격상, 저걸 그대로 봐줄 리가 없는데…….

“흠…… 그렇다면 어디 해 보죠.”

“맞습니다. 이대로 당해 줄 수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원래도 강경한 성격의 인민회는.

대기 길드에게 자신들의 대표가 치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는, 터무니없는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왕린은 불안한 얼굴로.

‘망했군…….’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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