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77화 (17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7화>

특별 던전 맵, ‘신왕좌 - 뇌신’.

여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는, 윤세아에 소피아.

그리고.

“정말 나도 껴도 되겠나?”

“당연하지.”

이번에 승급전을 치른 마시드였다.

“오너에게 빚이 점점 늘어만 가는군…… 대기 길드에 뼈를 묻겠다.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누가 SSS급 마법사를 쫓아내겠나.”

기프트 ‘축구의 신’을 지니고 있는 마시드.

그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멀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브론즈, 실버 시절 때와는 달리, 세계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그는.

배틀튜브에서도, 축구공을 다루는 특이 컨셉으로 인기몰이 중이었다.

그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제 어떻게든 그를 다시 귀국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본인이 안 가려고 한단 말이지.’

성지한은 괜히 아르헨티나에 미안해졌다.

원래대로라면, 몇 년 더 방황하던 마시드가 고향에서 벼락같이 깨달음을 얻었을 텐데.

이번에는 성지한이 아라크네의 오브를 알려 줘서 그런지.

아르헨티나의 관리국 사람들이 와서 다시 오라고 설득을 해도.

-귀국할 순 없다. 성지한에게 보답을 해야 해.

마시드의 태도는 단호했다.

“가족이 보고 싶지는 않나. 성공하면 재결합하기로 했다며.”

“그래서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아…… 그래?”

아르헨티나에 거주중인 마시드의 전부인과 자식.

그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귀국할 줄 알았는데 마시드는 오히려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생각인 것 같았다.

‘귀화하라고 하면 바로 하겠는데.’

마시드까지 한국에 귀화하면 서포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최강 전력이 된다.

이럼 완전 드림팀 완성인데.

‘아니다. 그래도 굳이 사람 빼 왔다가, 아르헨티나한테 피해를 줄 순 없지. 어차피 마시드가 없어도 1등인데.’

성지한과 검왕.

거기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윤세아의 전력까지 내년 시즌에 넣는다면, 한국은 어차피 1등이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타국 인재를 무리해서 빼 올 필요는 없겠지.

괜히 자신 때문에, 아르헨티나 순위가 떨어져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는 건 사양이었다.

“마시드 아저씨, 승급전 땐 미안했어요.”

“아니, 뭐가 미안한가?”

“숨었다 쐈다가. 좀 치사했죠?”

승급전 경기 당시.

배런과 왕린, 마시드까지 3명이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을 때.

공허의 장막 속에서 숨었다가 나타나면서, 얄밉게 화살을 쏘아 대던 윤세아.

마시드도 결국 그 전술에 당해서, 승급전에서 2등을 했고.

윤세아의 배틀튜브는 미국, 중국, 아르헨티나 3국의 테러를 받게 되었다.

하나, 정작 당사자인 마시드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배틀넷에 치사한 게 어디있나. 효율적인 전투 방법이지.”

“헤헤헤, 그쵸?”

그렇게 마시드까지 낀 성지한 파티는, 맵에 들어서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성지한을 제외한 셋은, 레벨 업을 위해서 왔는데.

막상 잡을 몬스터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있는 거라고는.

“아, 저거 삼촌 방송에서 봤던 거다.”

어두컴컴한 바닥을 빛내는, 뇌전의 길뿐이었다.

신왕좌 맵에서 승급전을 진행할 때.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던 뇌전의 길.

결국 신왕좌까지 도달하는 것이 실패해서, 남은 생존자 7인이 신전에 떨어졌고.

죽은 별의 성좌가 난동을 부린 후 게임이 끝났었다.

“저게 신왕좌인가요? 화려하네.”

뇌전의 길 너머에 보이는 거대한 황금빛의 왕좌.

눈대중으로만 치면, 경공을 쓰면 금방 도달할 것 같았지만.

결국, 게임이 끝날 때까지 저것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실패했지.

“그럼 저 길을 걸어야 하나?”

“쉽지 않겠네.”

성지한을 제외한 다른 파티원들이 뇌전의 길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고민할 때.

지지지직…….

바닥의 전류가 강렬하게 번뜩였다.

[빨리도 오는구나.]

전류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왕좌에 도달해서 그런지, 시스템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육성을 전달하는 뇌신.

[세 떨거지는 무엇이냐.]

“아, 레벨 업 좀 시키려고.”

[허, 어이가 없군. 신왕좌에서 레벨 업이라니…….]

“특별 던전이라길래 말이야. 안 되냐?”

[…….]

성지한의 말에, 전류가 파지직 터지더니.

뇌전의 길 위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떨거지들은 이거나 없애라 해라. 너는 빨리 오고. 오기 전에 배틀튜브는 꺼라.]

뇌신이 소환한 건 뇌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간의 형태.

외관상으로는 전류만 튀고 밋밋하기 그지 없었다.

“뭔데 이건.”

[사라진 뇌신의 허물이다.]

“사라진 뇌신?”

[너도 눈앞에서 보았을 텐데.]

“아, 제우스.”

그렇게 듣고 보니, 크기가 제우스랑 닮았다.

물론 그와 닮은 것은 몸의 크기 뿐.

번개의 권능은 겉으로만 봐도, 원래의 신에 비해 훨씬 약해 보였다.

그래도, 이제 갓 플레티넘이 된 셋이 잡기에는 힘들 수준.

“더 약한 거 없어?”

[그게 가장 약하다.]

“흠…….”

같이 싸워 줘야 하나?

성지한이 잠시 고민하고 있자니, 윤세아가 말했다.

“삼촌, 먼저 가. 우리끼리 잡아 볼게.”

“맞다. 언제까지 케어받을 순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도전해 보겠다.”

“그래요, 지한. 봉황기 버프만 주고 가세요.”

성지한은 싸울 자세가 된 3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제까지고 밥 떠먹여 줄 수야 없지.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봉황기를 땅에 꽂아 버프를 준 후.

뇌전의 길을 따라 경공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자기가 초대했으니까, 길을 따라가면 신왕좌에 닿을 수 있겠지.’

승급전이랑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니.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게 달린 지 30분째.

“……뭐야.”

뇌전의 길은 저번처럼 끝이 보이질 않았다.

*   *   *

“길이 그대로인데?”

성지한은 뇌신이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물었지만.

[…….]

그에게서 답은 들려오질 않았다.

아니, 조금 전만 해도 빨리 오라고 그렇게 닦달하더니 뭐 하자는 거야?

‘나보고 알아서 돌파하라는 건가.’

성지한은 경공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쭉 달리는 건, 의미가 없는 상황.

어떻게든 신왕좌에 닿을 방법을 강구해 봐야 했다.

‘저 어둠 쪽으로 가야 하나.’

뇌전의 길 옆에 있는 어두컴컴한 공간.

성지한이 다가가자, 그것은 딱딱한 벽처럼 그를 튕겨 냈다.

통행이 불가능해 보이는 어둠.

하지만 뇌전의 길을 쭉 따라가서는 답이 없음을 안 성지한은 창을 꺼내 들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봉염天雷鳳炎.

적뢰포赤雷砲.

지지지직……!

적색의 뇌전에 꿰뚫리자, 조금씩 허물어지는 어둠의 벽.

하나 뚫리면 뚫리는 대로, 어둠의 벽은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했다.

그리고 그렇게 재생되는 어둠의 벽에서는.

-그으으으…….

이따금,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뇌전의 길을 따라가는 게 정답이 아니라면, 이 벽에서 길을 찾아 봐야 한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벽에 손을 댄 채 쭉 걸어가보았다.

그렇게 십오 분 정도를 나아가니.

‘여기는 좀 다르군.’

그는 조금 전과는 달리, 살짝 파인 벽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장소는.

‘뇌전의 길에서, 전류가 특히 강한 곳이네.’

뇌전의 길의 기운이 팍 튀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을 향해 성지한이 다시 적뢰포를 쏘자.

-으으으으……!

거대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쿠르르르……!

하늘과 땅이 모두 뒤흔들렸다.

그리고 진동이 멈추자.

‘호오, 신왕좌가…….’

신왕좌와의 거리가 조금 좁혀졌다.

‘전류가 강한 쪽에서 벽을 때리는 게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었나.’

방법을 찾은 성지한은, 계속해서 움푹 파인 벽을 찾아갔다.

쿠르르르……!

그렇게 열 번이 넘게 진동한 땅은, 신왕좌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 주었다.

하나.

‘아직도 끝이 없네.’

좁혀지는 거리가 너무나도 짧았다.

이러다가는, 백 번, 아니 천 번은 해야지 완전히 좁혀질 수준.

‘여기서 계속 시간을 버리고 있을 수는 없어.’

성지한은 정공법의 공략 대신, 새로운 방법을 강구했다.

‘벽을 이루는 것들, 왠지 혼인 것 같단 말이지…….’

벽을 부슬 때마다 울려 퍼지는 신음 소리는, 마치 원혼의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그리고 저게 혼이 맞다면.

그에게는 이에 극상성인 무공, 만귀봉신이 있었다.

“인벤토리.”

그는 인벤토리에서, 검 두 자루를 꺼냈다.

만귀봉신을 사용할 때 쓰려고 사 둔 S급의 검.

그는 두 검과 이클립스를, 어둠의 벽에 교차하여 꽂았다.

무명신공無名神功.

멸신결滅神訣.

만귀봉신萬鬼封神.

스으윽.

어둠의 벽에, 작은 문양이 그려진다.

시즈루의 영혼을 가두었을 때보다는 조금 커진 만귀봉신의 문양.

하지만 저 거대한 어둠의 벽에 비해서는, 손톱만 한 크기에 불과했다.

누가 보더라도, 어둠에 그대로 잡아먹힐 것 같은 문양.

까강!

만귀봉신을 위해 꽂았던, S급의 검 두 자루마저 깨져나가자.

이번의 무공은 실패한 것 같았다.

하지만, 만귀봉신의 문양이 서서히 돌아가자.

‘저번보다 더 완성되었군.’

성지한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으어어어……!

-해방…… 인가…….

상대를 집어삼키는 건 어둠이 아니라, 만귀봉신의 문양.

거대한 어둠의 벽은, 만귀봉신의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적뢰포를 사용해도 금방 회복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허물어진 벽은 무너진 그대로였다.

그리고.

쿠르르르……!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신왕좌와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역시…….]

그리고.

뇌전의 길을 걸을 때부터 침묵하던 뇌신이, 말문을 열었다.

[과연, 무서운 봉인진이로구나. 그 정도의 힘으로도, 원혼벽을 일부 허물 수 있다니. 네 힘이 더 강했다면, 원혼이 모두 빨려 들어갔을지도 모르겠구나.]

“이것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있나?”

[풍문은…… 들었다. 성좌를 사냥하는 성좌, ‘방랑하는 무신’에게는 혼마저 제압하는 절대봉인진이 있다고. 네가 사용한 것도 그것 아니더냐.]

방랑하는 무신에 대해서는 모르는 성좌가 없군.

성지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역시, 적뢰가 필요하겠어…….]

뇌전의 길 앞에 황금빛의 포탈이 열렸다.

[오라. 더 이상의 시험은 의미가 없으니.]

*   *   *

뇌신이 직접 열어 준 포탈에 들어가자.

성지한은 드디어 멀리서 보았던 신왕좌에 근접할 수가 있었다.

‘저게 뇌신…….’

거대한 왕좌에 걸맞은 크기의 뇌신.

성지한은 그와 비교하면, 발가락 크기 정도로 작았다.

그렇지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뇌신의 거대한 크기가 아니라.

그의 몸 구성 요소 그 자체였다.

‘온갖 것이 다 모였군…….’

전기로 이루어진 뇌신의 몸에는 온갖 것의 얼굴이 모여 있었다.

인간 형태의 외모부터, 온갖 짐승의 얼굴까지.

수만이 넘는 얼굴이 일제히 성지한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키메라는 이와 비교하면 깨끗함 그 자체.

뇌신의 몸은 혼돈 그 자체였다.

“뭐 이렇게 많아?”

[우리는 뇌신의 복합체. 7만 7천여 뇌신 중에는, 너희의 신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

“제우스처럼 말인가?”

[그래…… 이번에 우주천마에게 흡수당한 제우스도. 나의 구성 요소 일부분이었다.]

‘뇌신’이라는 개념을 가진 신은 죄다 모인 거군.

‘이러니까 강력하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존재보다도, 훨씬 강렬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뇌신.

성지한은 그가 왜 특별 취급을 받는 성좌인지 보자마자 이해할 수 있었다.

제우스 하나도 강한 편이었는데.

그런 놈이 7만 7천이나 모였으니 오죽할까.

성지한은 뇌신을 쳐다보다가,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적뢰가 필요한 이유가 뭐지?”

[그것은…….]

지지직……!

성지한의 주변에 전기가 솟구친다.

7만 7천 뇌신의 시선을 차단하는 전류.

그러더니, 생성된 전기벽에 사자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그가 지금까지 대화를 했던 상대임을 알 수 있었다.

‘7만 7천 뇌신 중에서도 이 자가 우두머리인가.’

수많은 뇌신 중에서도, 가장 강력해 보이는 푸른 번개의 사자.

그냥 말하면 되지, 왜 이렇게 벽을 치는지는 의아했지만.

성지한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저기서 탈출해서, 살기 위해서다.]

곧 위엄찬 사자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듣게 되었다.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