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5화>
[에픽 퀘스트]
-혼돈의 균열 속에 숨겨진 ‘멸망한 별의 파편’을 찾아라.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000.
-한계 레벨 수치 +50 확장.
-발견한 별의 파편에 따른 추가 보상.
‘멸망한 별의 파편이라.’ 멸망한 별.
그것이 가리키는 게 뭔지는 대략 짐작이 갔다.
‘스페이스 리그에서 탈락한 행성을 일컫는 거겠지.’
마치 저번 생의 지구처럼.
리그 최하위에서 강등돼서, 종족이 삭제되고 행성은 쇠한 곳이 멸망한 별일 것이다.
‘저곳에 그 파편이 있다고…….’
보랏빛의 균열.
갈라진 땅의 틈새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파여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들어가면 안 될 분위기.
거기에.
‘균열에서 내뿜는 빛도, 그냥 일반적인 빛이 아니야.’
마치 예전에 죽은 별의 성좌가 사용했던 죽음의 기운처럼.
생명을 갉아먹은 힘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플레티넘 플레이어라면, 저 안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
조금 전 인류를 반 이상 몰살시켰던 해츨링 무리도, 균열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 정도야, 칼레인이 뿜던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휙!
성지한은 가볍게 점프하며, 균열 속으로 떨어졌다.
“키익, 키익……!”
그러자 그 안에서, 셀 수 없이 튀어나오는 키메라.
‘귀찮군.’
펑! 펑!
허나 성지한은 무기도 휘두르지 않고, 영역 지배의 힘만으로 잡몹을 터뜨렸다.
그렇게 10분이 지나자.
-와, 균열 속에 빠지길래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냥 킬수 더 올리려고 그런 거였구나 ㅋㅋㅋ
-포인트 벌써 2014임. 미쳤다 진짜 ㄷㄷ
-성지한 혼자 7위까지 캐리해 주네 ㅋㅋㅋㅋ
어느새 인류의 킬 포인트는 2014까지 늘어나 있었다.
500명의 인원 중, 성지한 단 한 명이 따낸 포인트.
-이러면 다음엔 그냥 성지한 혼자 저 구멍에서 사냥하면 1만까지 따지 않을까?
-아니, 지한님에게 너무 부담만 주네요. 팀원들이 너무 무임승차 하는 거 아닙니까?
-당사자는 전혀 부담스러운 거 같지 않은데…….
-ㅇㅇ 가만히 서 있는데 몬스터들이 터져 나감 ㅋㅋㅋㅋ시청자들은 그렇게 나머지는 수비만 하고, 성지한 혼자 균열에 뛰어들어 1만 포인트를 달성시키자는 전략을 이야기했지만.
[혼돈의 균열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더 이상 킬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습니다.]
-에이 꿀 못 빨게 하네.
-그럼 결국 다른 종족이랑 싸워야 1만 되겠다.
키메라에게서 2000포인트를 얻자, 시스템에서 제약이 뜨는 걸 보고는 아쉬워했다.
‘흠, 균열 하나로 한 방에 끝을 낼 수는 없겠군.’
아쉬운 건 성지한도 마찬가지였다.
리허설 특별 미션이랑 에픽 퀘스트를 한 번에 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스템에 이런 제약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럼 지금 빨리 멸망한 별의 파편을 찾고, 다음 게임 때는 1만 포인트를 얻어야겠어.’
그렇게 생각한 성지한은 균열 안을 헤집고 다녔지만.
주변은 그저 보랏빛으로 자욱할 뿐.
괴물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성지한은 뇌운을 소환해서, 더 빠르게 탐색을 시도해 보았지만.
밑으로 내려가도,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변화는 있었으니.
[죽여…… 줘…….]
[몰라…… 모른다고!]
짐승 소리를 내던 키메라들이, 균열 아래로 내려갈수록 언어를 내뱉기 시작했다.
거기에 위에서 튀어나오던 키메라와는 달리.
이들은 형체가 없는 혼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더욱 밑으로 가자.
[으, 으…… 제발 융합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너무 아파…….]
[제발! 다 끝나지 않았나…… 강등하지 않았나! 멸망했으면, 망한대로 놔둘 것이지……!]
[왜, 왜 자꾸 영문도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거야!]
뒤죽박죽 섞여 있던 키메라가 아니라 각기 종족이 나뉜 채 빛에다 대고 호소를 하고 있었다.
종족은 늑대의 형상을 한 수인족과, 인간과 흡사한 인종.
거기에 개미를 닮은, 커다란 곤충 등등.
별별 존재가 다 보랏빛에 휩싸인 채, 고통에 찬 비명을 내뱉고 있었다.
배틀넷을 통해 번역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성지한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이들은 스페이스 리그에서 강등한 종족인가…….’
성지한은 회귀 전, 최후의 날을 떠올렸다.
인류가 강등전에서 패배했을 때.
그를 제외한 모든 인류는 말 그대로 ‘삭제’되었다.
그럼,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이 혼돈의 균열 같은 곳에서 계속 갈리고 있었던 건가?
‘그런데, 뭘 물어보길래 저런 반응이지?’
그저 죽여달라는 반응 외에도.
‘어떤 질문’에 대해 모른다는 말이 상당히 많았다.
성지한은 그게 무엇인지 들어 보기 위해 좀 더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15분이 지났습니다.]
[NO.4212 ‘인류’가 혼돈의 전장에서 추방당합니다.]
어느덧 시간 제한이 다가왔다.
[인류의 스코어를 정산합니다…….]
[킬 포인트가 2000이 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참가상을 받을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참가자 전원에게 데스 페널티가 면제됩니다.]
[전원의 레벨이 1 오릅니다.]
[전원이 10만 GP를 얻습니다.]
2000포인트만 달성하면, 주는 참가상.
-뭔가…… 짜다?
-아니 그래도 적 못 죽인 팀원들, 레벨 다운은 안 됐잖아?
-아, 그러네. 팀 전체로만 보면 괜찮은 듯 ㅇㅇ
-성지한만 개고생하고 꿀은 팀원이 다 가져갔네 ㅋㅋㅋㅋ-솔직히 양심 있으면 10만 GP는 성지한에게 바로 후원해야 할 듯.
-ㄹㅇ ㅋㅋㅋㅋ 레벨 다운 막아준 게 어디임.
500의 팀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주제에 레벨도 1 오르고, GP까지 획득했다.
시청자들은 매너상 성지한에게 GP 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기여도에 따라 추가 보상을 얻습니다.]
[플레이어 ‘성지한’이 리허설 최초로 100퍼센트의 기여도를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4 오릅니다.]
[400만 GP를 획득합니다.]
[일회성으로, 추가 스탯 포인트를 4 얻습니다.]
-와, 추가 스탯을 줘?
-미쳤네 보상 ㄷㄷ
다른 보상도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추가 스탯 4에 쏠렸다.
배틀넷 게임 특성 상 이걸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기여도 보상이 엄청난 수준이었다.
-근데 기여도 100퍼센트가 리허설 최초라네ㅋㅋㅋㅋ
-아니, 팀원들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ㄴㄴ 개똥 만나서 오히려 잘 됐음. 우리 형 추가 스탯도 얻고 ㅇㅇ오히려 발목만 잡는 인류 덕에 +스탯 얻었다고 좋아하는 시청자들.
물론 성지한은 무혼 때문에 이게 당장은 쓸모가 없었지만.
[특수 업적, ‘기여도 100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자신만 볼 수 있는, 업적 포인트 보상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땐 도움 안 되는 팀원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도.
‘다음엔 매칭으로 팀원은 짜지 말아야지.’
성지한은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새어 나온 몇 십 마리의 키메라에, 전멸하는 팀원들.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꼴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일회성 보상, 추가 스탯도 획득했으니.
이제는 좀 제대로 준비해서 팀을 꾸려야지.
그는 그렇게 가벼운 심정으로 나왔지만.
“아니, 이럴수가…….”
“추가 스탯을 얻을 수 있는 맵이라니……!”
“그것도 7이야 7!”
배틀넷 업계는 이번 리허설 게임을 보고,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성지한 전용으로 개방된 맵, 리허설! 스페이스 리그를 간접 체험해 본 결과는?]
[혼돈의 전장에 어마어마한 보상이 기다린다! 하지만 적도 그만큼 만만치 않아.]
[기여도 100퍼센트로 성지한 홀로 빛난 게임, 이대로 좋은가? 인류의 명과 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스페이스 리그에서 강등당하면 키메라가 된다? 혼돈의 균열 속, 영혼의 울부짖음이 섬뜩한 이유.]
“기자들, 이젠 삼촌 게임 보고 그대로 기사 쓰네.”
윤세아는 이제는 익숙하다는 눈으로 포탈 사이트 1면 기사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튼 배틀튜브였지만.
그의 화제성은 단연 모든 배틀튜버중에서도 탑이었다.
특히, 튜토리얼이 끝나 가며 스페이스 리그 본 게임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가는 이 시기에.
리허설 게임이 열리자,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근데 진짜 우리 강등되면…… 키메라 되는 걸까?”
“균열 속 영혼의 대사 때문에 그래?”
“응, 좀 의미심장하지 않아? 지금 온갖 추리가 난무하고 있어. 대체 뭘 모른다는 건지. 강등하면 진짜 멸망하는 건지에 대해서 말이야.”
윤세아의 의문 중, 후자에 대해서는 답을 알고 있는 성지한.
그는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대답했다.
“강등하면 진짜 멸망하는 건 맞아.”
“어…… 진짜? 삼촌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감이 왔어.”
“에이. 뭐야, 그게.”
“아, 그래. 아리엘한테 물어볼까?”
배틀넷에 대해서는 척척박사나 다름없는 아리엘.
하나, 막상 소환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지만…… 나도 확실히는 모른다. 강등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래? 정보가 있는 줄 알았더니.”
“쉐도우 엘프는 강등이 된 적이 없어서 말이지.”
“으, 재수 없어.”
“아까 게임 봤지? 종족빨은 중요하다.”
윤세아의 야유에 아리엘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그래도 용족이랑 같이 게임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네 삼촌이랑 같이 게임하는 플레이어들도 똑같이 이야기 할 거다. 너도 요즘은 잘 나가지 않던가?”
“윽…… 그건 그렇지만.”
“애초에 배틀넷은 그리 공정한 게임이 아니야. 각 행성끼리 싸움을 붙이는 게 기본 목적이지. 너희는 아까 드래곤 오백 마리가 안 나온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거다.”
그러면서 아리엘은 컴퓨터 앞에 섰다.
“아까 영상 다시 봐도 되나?”
“삼촌 배틀튜브? 응, 봐.”
그러자 그녀는 재생화면을 빠르게 돌리더니, 성지한이 혼돈의 균열 깊숙이 들어간 장면에서 재생을 멈췄다.
키메라로 융합되지 않은 영혼이, 절규하는 장면이었다.
“주인, 이 화면, 성좌께 전송 좀 해도 되겠나?”
“그림자 여왕한테?”
“응. 저 영혼을 얽매는 보랏빛의 기운…… 여왕께서 그림자 기운을 발전시킬 단서가 될 것 같아서.”
“죽은 별의 성좌가 사용하던 죽음의 기운과 비슷하던데, 저거.”
“그런가? 주인의 멘트도 같이 동봉해도 되겠는가.”
“공짜로 얻어 갈 거 아니라면야.”
“물론이다. 여왕께서는 적합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굳이 말 안하고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보상까지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보내.”
“고맙다.”
모니터에 그림자 기운을 뿌렸다 다시 흡수하더니.
“그럼 전송하러 갔다 오겠다.”
어디론가로 사라지는 아리엘.
성지한은 자신의 영상을 다시 한번 돌려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겪었을 때만 해도, 저건 죽음의 기운 열화판이었는데.
그림자 기운이랑 연관 지을 만한 게 있었나?
‘너무 적뢰에만 파고 들었나. 암영신결도 발전시킬 방안을 생각해 봐야겠군.’
적뢰의 발전은 정체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성지한은 그간 소홀했던 암영신결의 발전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걸 발전시키면서 무혼을 성장시키면, 또 그 성장된 능력을 바탕으로 적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지.
‘그런데 혼돈의 균열을 오래 살피려면, 팀원을 제대로 꾸려야 하는데…….’
암영신결을 자신에게 맞게 변환할 할 아이디어나.
에픽 퀘스트를 깨기 위해선, 오늘처럼 아군이 모조리 학살당하는 상황은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숫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500명인 게 좀 그렇단 말이지.’
500명의 플레티넘 중 혼돈의 전장에서 통할 만한 정예를 뽑으려면.
한국의 플레이어 풀로는 불가능했다.
지구 전역에서 플레이어에서 선별해야,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
인원 모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오너님!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연락이 왔어요!]
길드 마스터인 이하연에게서 급히 전화가 왔다.
[저, 이번에 혼돈의 전장과 관련돼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검왕 관련 문제로, 그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세계 배틀넷 연맹.
하지만 혼돈의 전장에서 주는 보상이 워낙 매력적이었던 탓일까.
연맹 측에서, 그렇게 먼저 연락이 오자 성지한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건, 먼저 연락하는 측이 지고 들어가는 거지.
“어디, 이야기나 들어 보죠.”
리허설 맵을 홀로 열 수 있는 권한.
성지한은 이것을 확실히 써먹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