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4화>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내리꽂는 불길에, 500명의 플레이어는 우왕좌왕했다.
“뭐, 뭐야!!”
“빨리 막아! 배리어!”
“워리어 뭐 해요!”
매칭으로 급조된 부대라 그런지, 합이 하나도 맞지 않는 상황.
방어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이 불길에 휩쓸릴 것 같자.
‘안 되겠군.’
성지한은 빠르게 봉황기를 땅에 꽂아 ‘봉황의 가호’ 버프를 팀에게 주고는 암검 이클립스를 들고 위로 뛰어올랐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이클립스가 거대한 검은 회오리로 변하면서, 불길을 빨아들이자.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서렸다.
역시 성지한.
같은 편일 때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플레이어다.
하지만.
“여, 옆에서 뭐가 옵니다!”
휭! 휭!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생명체가 하나둘씩 하늘 위에서 강하한다.
“저, 저건…….”
“드래곤…… 인가?”
“그러기엔 좀 작지 않아요?”
날개 달린 도마뱀, 드래곤의 형상을 한 생명체 총 열 마리는.
사방을 포위한 채, 일제히 입을 벌렸다.
그러자 거기서 또다시 쏟아지는 파이어 브레스.
조금 전과는 달리 성지한이 막기 힘들 정도로, 모든 각도에서 절묘하게 쏟아졌다.
“으아아악!”
“배리어를 이쪽으로……!”
“했는데 깨졌어요!”
10마리의 브레스 공격에, 플레이어 부대는 외곽부터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 전혀 막질 못하네.’
브레스 공격.
위력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처음에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고.
10마리가 사방에서 쏘아낸 건, 성지한이 막아 낸 첫 공격에 비하면 약하디약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합이 맞질 않던 플레이어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반쯤 전멸해 버렸다.
‘남은 사람이라도 살려야겠군.’
성지한은 암혼와류의 흡수 능력을 줄이고, 대신 크기를 더욱 드넓게 확장시켰다.
그러자, 외곽 플레이어를 모조리 불태우고 중심부로 쏟아지던 불길은.
죄다 검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다.
[하나가 꽤 성가시구나.]
[하나, 나머지는 벌레들 수준 그대로다.]
[그래도 우린 아직 해츨링이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 빠지자.]
[알겠다.]
사방에서 들리는 강렬한 음성이, 각자의 언어로 자동 번역되어 귓가에 꽂혔다.
그리고.
휭! 휭!
사방에서 브레스를 쏘아 냈던 어린 용족, 해츨링 10마리는.
순식간에 하늘 위로 날아올라 사라져 버렸다.
인류 부대를 순식간에 반 이상 없애 버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용족.
비행 종족의 특성을 100퍼센트 살린 치고 빠지기였다.
하지만.
‘이놈들이 어딜 내빼려고.’
성지한은 그들을 그냥 가게 두질 않았다.
땅에 꽂힌 봉황기를 그대로 뽑아, 하늘 위로 창을 던지자.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천주심판天主審判.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더니.
적뢰가 감도는 거대한 빛의 창이 도망치던 해츨링 무리를 향해 강하했다.
[앱솔루트 배리어!]
[산개해!]
카아아아악!
해츨링 10마리는 황급히 강력한 방어 마법을 사용했지만.
천주심판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두 마리가 그대로 창에 잠겨 녹아내렸다.
-오…….
-역시 혼자서 다 하네 ㄷㄷ
-이쯤 되면 남은 지구인들은 짐 덩어리가 아닐까?
-ㄹㅇ 그냥 내버려 두고 해츨링 무리 추격했으면 다 잡았을 듯 ㅋㅋㅋㅋ그의 원샷 원킬에 시청자들은 역시 성지한이라면서 감탄했지만.
‘두 마리밖에 안 되나…….’
정작 성지한은 겨우 둘밖에 못 죽였다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앱솔루트 배리어가 영 쓸모없던 것은 아닌 게, 창의 주변에서 뿜어내던 전류를 막아 내서.
피해를 두 마리로 최소화했던 것이다.
‘용족은 역시 강하군.’
스페이스 리그에서, 상위권에 있었던 용의 행성.
종족 자체의 스펙은 엘프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세계수 연합과의 전적은 좋지 않아, 그들은 항상 6위를 차지했다.
물론, 세계수 연합을 제외한 다른 행성과의 전투에서는 압도적이었다.
‘지구가 이긴 적이 없었지.’
인류는 처참하게 브레스에 쓸리기만 했다.
이번에는 그때랑은 다른 결과를 내야겠지.
성지한은 그리 다짐하면서.
“스코어 보드.”
스코어 보드를 열어 보았다.
1위 ? NO.259 푸른 등의 용족 ? 킬 포인트 9243
2위 ? NO.796 ?? - 킬 포인트 4451
…….
9위 ? NO.4121 ?? - 킬 포인트 1130
10위 ? NO.4212 인류 ? 킬 포인트 100
만나지 못한 종족은 ?로 떴으며.
10위 밑으로는 순위가 없는 스코어 보드.
결국 인류가 꼴찌라는 소리였다.
“왜 우리가 포인트 100이지…….”
“아, 아까 성지한님이 용 두 마리 잡은 게, 하나당 50으로 측정된 거 아닐까요?”
“하긴 걔네랑 포인트를 1:1로 교환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와, 근데 구천 킬은 뭐냐…… 여기서 사나요, 쟤네들?”
생존한 플레이어들은 성지한을 따라 스코어 보드를 열어 보고는, 서로 삼삼오오 그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족 무리가 총 열 마리였고. 포인트는 한 마리당 50이니까. 그러면 각 종족당 소환되는 인원은 500포인트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네요. 근데 그럼 1위부터 10위까지 총 합쳐도 5천 포인트인데…… 어떻게 용족은 킬 포인트가 1만이 넘죠?”
사람들이 그렇게 새로운 맵을 분석하고 있을 때, 스코어 보드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어! 저희 위에 있던 NO.4121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바로 아래, 새로운 행성의 팀이 추가됐네요.”
“아, 이렇게 계속 교체되는구나…….”
탈락하는 팀은 곧바로 새로 들어오는 팀으로 교체되는 혼돈의 전장.
사람들이 그렇게 맵이 돌아가는 구조를 파악하고 있을 때.
[리허설 진입 기념, 특별 미션.]
[혼돈의 전장을 정복하세요!]
[킬 포인트 10000을 달성할 시, 종족 전체에 5년간 성장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포인트 10000을 달성할 시, 리허설에 참여한 플레이어에게는 스탯 포인트가 +7 추가되며 종족 MVP에게는 특별한 개인 보상이 함께 주어집니다.]
[튜토리얼 종료 전까지, 미션을 클리어하세요!]
모든 플레이어에게, 특별 미션이 떴다.
* * *
“오, 미션도 주네…….”
“성장 보너스에, 스탯 포인트라니…….”
“보상 엄청난데?”
스탯 포인트 1, 2에 예민한 플레이어들.
근데 그들에게 모두 +7이라는 잔여 포인트를 준다고 하니.
사람들의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근데 1만 포인트를 어떻게 얻어…….”
“아까 그 용들도 9천 포인트던데.”
하지만, 조건이 빡세도 너무나도 빡셌다.
1만 포인트라니.
아까 해츨링을 200마리는 잡아야지 가능한 수치였다.
“우리 몇 명 살았죠?”
“150명쯤 되는 거 같습니다만…….”
단 한 번의 충돌로, 반 이상이 죽어 사라진 인류로서는.
1만 포인트는 감히 욕심낼 수 없는 수치였다.
그래도 추가 스탯 +7이 아쉬웠던 탓일까.
“그래도 저희한테는 성지한님이 있으니…….”
“성지한님 혼자 생존하셔도, 1만 포인트 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여기는 어쨌든 플레티넘만 소환되는 곳이니까.”
생존자 중에서는, 성지한만 믿고 가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와,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500명이 단체로 버스 타려고 하네 ㅋㅋㅋ-성지한 국대에서도 버스기사로 고통받더니 여기 와서도 ㅠㅠ처음에는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어하던 시청자들이었지만.
-근데 쟤들 있어도 도움이 되긴 할까…….
-ㄹㅇ 오히려 지금 499명 전멸하고 성지한 혼자서 개인 플레이하는 게 더 스코어 좋을 거 같음.
현실적으로 쟤들이 필요하냐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도 없는 게 더 편하지.’
급조되어서 합이 하나도 맞지 않는 매칭 플레이어들.
이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혼돈의 전장에서 싸우느니, 그냥 다 죽고 혼자서 솔로 플레이하는 게 훨씬 몸과 마음이 더 편할 거다.
오히려 스코어도, 이런 상태로 싸우는 게 더 잘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혼돈의 전장은, 생존자가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퇴출당하는 시스템이었어.’
혼돈의 전장 맵의 독특한 특성이, 이런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저번 생에서 이 맵을 플레이할 때는, 아무리 혼자 용을 써서 살아남아 봤자.
종족의 생존자가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그냥 종족 자체가 강제 퇴출당했던 것이다.
리허설은 정식 맵과는 어떤 차이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페널티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일단은 최대한 같이 해 보죠. 너무 저한테만 의지하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그래요! 저희도 도움이 돼야죠!”
성지한의 말에 심기일전하고는, 다시 전투를 준비하는 생존자들.
“서포터 손 드세요!”
“워리어 이리로 오세요!”
“아처는 여깁니다!”
그들은 나름 진형을 짜면서, 어떻게든 이 혼돈의 전장에서 오래 살아남아 보려고 모색했다.
“뇌운 소환.”
성지한은 플레이어들이 준비하는 동안, 뇌운을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 주변을 정찰했다.
아무것도 없이 쭉 뻗기만 한 검은 대지.
하나, 인류가 어느 정도 진형을 갖출 때쯤.
쿠르르르……!
동쪽 대지의 한쪽이 뒤흔들리더니 무너지면서.
“크르르르……!”
그 안에서 짐승의 육신이 이리저리 융합된, 키메라가 튀어나왔다.
‘혼돈의 전장에 나오는 일반 몬스터군.’
혼돈의 전장에서 가장 만만하고, 포인트를 따기 쉬운 혼돈 몬스터.
성지한은 사람들에게 적의 침공을 알렸다.
“동쪽에서 키메라가 몰려옵니다. 대응하죠.”
“네!”
그러자 꽤 능숙한 움직임으로 동쪽 진형으로 향하는 플레이어 부대.
플레티넘쯤 되면, 이제 프로의 영역에 진출한 거나 다름없어서 그런지.
모두 초반의 혼란상을 빠르게 이겨 내고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름 괜찮네.’
이 정도면 쉽게 전멸당하지는 않겠지.
“제가 먼저 적의 가운데에 떨어질 테니, 여러분들은 새어 나오는 적만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슈우우우!
뇌운과 함께, 유성처럼 대지로 떨어지는 성지한.
콰지지직……!
순식간에 전류가 대지에 퍼져 나가면서.
“키에에에엑……!”
키메라가 모조리 불타올랐다.
이제는 거의 반 공식적으로, 세계 워리어 2위라고 평가받는 그는.
플레티넘이 참가하는 전장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쌍을 찍고 있었다.
이클립스가 횡을 긋자.
치이이익!
일제히 키메라들의 몸이 반토막 났으며.
봉황기가 땅에 꽂히자, 붉은 전류가 대지를 감쌌다.
일인군단의 무용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는 성지한.
-역시 게임은 학살잼이지ㅋㅋㅋㅋ
-시원~시원하다 야.
-맥주 한 잔 하면서 보면 스트레스 쫙 풀림 ㅋㅋㅋㅋ
-키메라 거의 새어 나가지도 않네. 몇 십 마리 정도나 갔나?
-ㅇㅇ 저 정도는 막겠지.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보는 성지한의 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조금 새어 나간 몬스터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지한한테 너무나도 쉽게 학살당하는 키메라.
저런 잡몹이 좀 빠져나갔다 한들, 플레티넘 애들이 못 막겠는가.
하지만.
“뭐, 뭐야……!”
“배리어 깨져요!”
“왜 이렇게 세?”
잡몹은, 성지한한테나 잡몹이었다.
“커억……!”
키메라의 주먹질에, 방패째로 날아가는 워리어.
서포터의 방어 버프가 중첩되어 있었지만, 키메라의 일격에는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화살도 안 박혀……!”
“눈을 노려요!”
“눈에 쐈는데 화살이 튕기더라니까!”
“뭐 저런 미친 괴물이 다 있어?!”
성지한이 너무나도 손쉽게 학살해서, 키메라가 만만히 보였는데.
이거 막상 뚜껑을 까고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공격은 통하지도 않고, 주먹질 한 방에 슝슝 날아가거나 피떡이 되는 전사들.
플레티넘이 나름 모여서 만든 진형은, 순식간에 붕괴되고 있었다.
“아니…….”
성지한은 뒤를 보면서, 말문을 잃었다.
이상하다.
이놈들 잡몹 맞는데.
예전에 스페이스 리그에서, 키메라만 만나면 모두 포인트 벌 기회라고 기뻐했는데.
성지한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으로 인류 부대가 무너지는 걸 보다가,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렙이 너무 많구나.’
플레티넘의 레벨 구간은 100에서 200까지.
매칭으로 모인 파티라 그런지, 레벨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
키메라는 그에 반해, 적어도 180레벨은 되어야지 상대를 해 볼만한 수준.
저렙 단계에서는, 키메라는 잡몹이 아니라 보스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성지한이 어떻게 도와주기도 전에, 50명도 남지 않은 인류 팀.
[팀의 생존자가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15분 후, 맵에서 추방당합니다.]
그들에게, 확정 퇴출 선고가 떨어졌다.
그래도 리허설 맵이라 그런지.
바로 퇴출당하진 않고, 1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오늘은 15분을 확인한 데에서 만족해야겠군.’
이제는 팀을 케어할 필요도 없으니.
성지한은 무기를 들어, 아예 앞으로 전진했다.
이렇게 된 이상, 몬스터나 많이 잡자는 심산이었다.
“키, 키에에엑……!”
“키익, 키익!”
추풍낙엽처럼 키메라들을 쓸어버리면서, 쭉쭉 나아간 그는.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대지의 균열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균열에 아직 빛이 나는군.’
보라색으로 빛나며, 몬스터를 쏟아 내는 대지의 균열.
여기서 자리 잡고, 몬스터나 잡다가 게임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던 성지한은.
[혼돈의 균열을 발견했습니다.]
[에픽 퀘스트가 잠금 해제됩니다.]
갑작스럽게 뜬 메시지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