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3화>
[검왕, 던전 포탈 조사단에 전격 합류! 사실상의 백의종군을 시작하다.]
[6개월간의 선수 자격 정지로 인해. 다음 상반기 시즌 성지한과 검왕의 조합은 늦게나마 볼 수 있을 전망.]
-아…… 진짜 억울하다. 검왕님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ㅠㅠ-세계 연맹도 시즈루가 세뇌할 땐 별 제재도 없더니 진짜 치사하네.
-그래도 이 정도면 내년에 챔스 가긴 하겠다.
-챔스 진출만 하겠어? 드디어 중국 제치고 리그 1등할듯 ㅋㅋㅋ한국 사람들은 연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선수 자격 영구 박탈까지는 가지 않아서 안도하는 반응이었다.
귄위적이며, 한 번 결정한 건 절대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 배틀넷 연맹.
거기서 검왕의 선수 자격 박탈이 추진될 거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아서 이미 끝장났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뒤바뀌게 되자 이를 반긴 것이다.
물론, 북한 지역에 조사단이 파견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아, 북한 조사했다가 또 던전 브레이크 터지면 어떻게 하냐.
-연맹의 인공위성으로 어비스 지역은 피해 갈 거라는데.
-인공위성으로 그게 나옴?
-ㅇㅇ 땅 색깔이 보랏빛이라고 함
-으으, 그땐 진짜 나라 망하는 줄…….
-편의점 물건 싹쓸이되는 거 처음 봄 그때 ㅋㅋㅋ그렇게 기대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한국에 조사단이 도착하고 검왕이 그들과 함께 떠났을 때.
검왕을 배웅한 윤세아는 성지한을 보며 실실 웃었다.
“삼촌~ 요즘 게임 너무 안 하더라. 이러다 나한테 레벨 추월당하는 거 아냐?”
“너 레벨 몇인데?”
“나 92.”
“……뭐 이렇게 빨라?”
“하루 2판 할 수 있는 메리트가 엄청난 거 같아.”
승급전을 하고 20일밖에 안 지났는데,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윤세아.
대기만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이제 대기만성 C급이지?”
“응, C등급 효과는 좀 아쉽긴 한데…….”
윤세아는 그러면서 자기의 대기만성 기프트를 보여 주었다.
F부터 D까지는, 기프트 효과가 워낙 뛰어나 하나도 거를 타선이 없었지만.
C등급은 조금 애매했다.
-C등급 효과 : 일주일에 한 번, 스킬 등급 업그레이드 시도 가능.
기존의 것과는 달리, 랜덤성이 아주 큰 C등급 효과.
윤세아는 이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이거 지금 3번 했는데 다 실패했어! 업그레이드되긴 하는 건가 몰라.”
“배부른 소리 한다. 내가 보기엔 저게 제일 사기다.”
아무리 랜덤성이 다분하다고 해도, 스킬 등급을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효과라니.
저런 말도 안 되는 효과가 있으니까 예전에 중국의 진유화가 세계 랭킹 2위를 했지.
성지한은 윤세아의 우는 소리를 타박하며, 기프트 설명 맨 아래 있는 대기만성 업그레이드 조건을 바라보았다.
B등급으로의 업그레이드 조건.
-튜토리얼 종료 이후 가능.
“튜토리얼 때는 안 되네.”
“응, 성장이 멈춘 거 같아 아쉽다니까.”
“초고속 성장하고 있구만…… 남들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라. 욕먹는다.”
“알고 있어요. 나보다 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삼촌 앞이니까 이러는 거지. 물론, 내가 추월할 거지만!”
“오, 진심이야?”
“어, 목표는 높게 잡아야지.
“레벨은 진짜 추월당할 수도 있겠는데?”
하루 2판의 메리트가 확실히 커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노우볼이 크게 굴러갔다.
거기에 보이드 아처로, 1등도 손쉽게 하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가면 레벨은 정말 따라잡힐지도 몰랐다.
“뭐, 실제 실력은 아직 하늘과 땅 차이지만. 헤헤.”
“그건…… 어쩔 수 없어. 아무리 해도 메울 수 없으니까.”
“아주 단호하게 말씀하시네요.”
“사실이잖아.”
아무리 대기만성이 좋은 기프트라고 해도.
무혼을 지닌 성지한에게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열심히 성장해서, 내년에 너도 국가대표 되자.”
“알았어! 아카리 언니. 레벨 업하러 갑시다!”
“네, 세아 님.”
윤세아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아카리가 방을 떠나자.
‘녀석의 성장은 기특하지만, 벌써 추월당할 순 없지.’
성지한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현재 레벨은 124.
만귀봉신으로 시즈루의 영혼을 소멸시킨 것이나, 서큐버스 퀸의 잔영을 없앤 건 레벨 업 요건과 관련된 게 아니었는지.
승급 직후 120에서, 일본전을 통해 4레벨을 올린 후 그대로 제자리였다.
‘무혼은 만귀봉신 이후 150이 되었지만…….’
무공을 완성할 때마다 오르는 무혼.
만귀봉신을 사용하며, 그간 정체되었던 게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150이 되었지만.
그래도 성지한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빨리 200까지는 올려야지.’
이제 다시 무공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성지한은 배틀넷에 접속했다.
플레티넘이 되고는 처음 접속하는 배틀넷.
그가 들어가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스페이스 리그 TOP 25 승급전에서 생존했습니다.]
[NO.4212 ‘인류’의 난이도가 하향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튜토리얼의 히든 옵션, ‘리허설’의 개방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리허설은 스페이스 리그가 개막하기 전, 그곳에서 사용되는 맵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리허설을 플레이하시겠습니까?]
[리허설을 개방할 동안은, 플레이어 ‘성지한’은 일반 맵을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리허설?’ 공연을 앞두고 실제처럼 하는 연습, 리허설.
배틀넷의 리허설 게임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인 것 같았다.
이건 굳이 안 할 필요가 없지.
“한다.”
성지한이 하겠다고 하자.
[플레이어 성지한이 리허설을 개방합니다.]
[리허설 맵 플레이는 플레이어 ‘성지한’에게만 허용됩니다.]
[현재 등급 - 플레티넘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랜덤으로 성지한과 같은 팀이 되어 리허설 게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성지한만 독점해서 진행할 수 있는 맵이.
신왕좌에 이어 또다시 생겨났다.
[리허설 맵으로 배정된 게임은 ‘혼돈의 전장’입니다.]
그리고 곧 이어진 메시지를 보며,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필 걸려도 이 맵이 걸렸군.’
* * *
혼돈의 전장.
스페이스 리그에서 사용되는 이 맵은, 저번 생에서 인류가 단 한 번도 이겨 보질 못한 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맵 자체가 인간한테 너무 불리해.’
혼돈이라는 이름답게.
맵은 플레이어들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지형이 여기저기 파괴되는 건 예사요.
사방에서 적이 튀어나오고, 나중에는 하늘과 땅이 뒤집히기까지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비행 가능한 종족이, 여기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진형이란 걸 유지할 수가 없는 전장.
성지한은 매번 흩어져서 각개격파당하던 인간 플레이어들을 떠올리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차라리 잘됐어.’
어차피 이 게임은 리허설.
패배한다고 스페이스 리그 순위가 떨어지는 게 아니니.
차라리 이 맵 한 번 겪어 보면서 스페이스 리그가 얼마나 엄혹한 동네인지 사람들도 깨닫는 게 좋아 보였다.
[혼돈의 전장에 들어서기 위한, 500명의 플레이어를 모집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매칭 대기.
검은빛으로 물든 대지에, 성지한이 먼저 서고.
번쩍! 번쩍!
다른 인류 플레이어들이 그의 근처로 소환되었다.
“오…… 여기는.”
“리허설이라니. 신기한데?”
“서, 성지한이다!”
“또 성이 뭘 한 거야?”
“성! 사인해 줘요! SEONG? SUNG? 뭐로 하면 돼요?”
성지한을 보자 반가워하며 달려오는 플레이어들.
특히 외국인들이 더 열광하면서, 성지한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평소에는 같이 게임을 하고 싶어도 리그가 달라 할 수 없었지만.
이번 리허설 맵은 500명을 모집해서 그런지, 한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의 플레이어를 상대로 매칭하고 있었다.
“SEONG입니다.”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 이후, 전 세계적인 배틀넷 스타나 다름없는 성지한.
저번 생에서도 이런 인기에는 익숙했기에.
성지한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한 손길로 자신에게 몰려오는 플레이어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소환된 인원을 살피던 그는.
‘사람이 쉽게 안 모이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플레이어 모집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자, 배틀튜브를 켰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오오 드디어 배틀튜브가 켜졌어!!
-며칠만이냐, 진짜 ㅠㅠㅠㅠ
-시즈루 때문에 방송도 못 보고…… 너무 허전했어요 ㅠㅠㅠ-성지한님!! 검왕가가 머리 박고 후원 쏘겠습니다!!
[검왕가1이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성지한님 덕에 검왕님 응원이 다시 가능해졌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검왕가2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채널 열자마자 쏘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부터 11까지 1억씩 쏘는 검왕가.
-와 어둠의 검왕가 개 많았네 ㄷㄷㄷ
-어둠이라니 이제 완전 부활함 ㅇㅇ
-11억…… 실화냐?
성지한은 거액의 후원금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후원 감사합니다. 검왕가 여러분. 하지만, 저는 괜찮으니 이젠 매형 좀 후원해 주세요. 시즈루한테 재산 다 털려서 100만 GP만 있다고 하네요.”
-100만 GP도 충분히 많지 않음??
-검왕 재산이 얼마였는데 ㅋㅋㅋㅋ 조 단위 자산가가 그 정도 남았으면 상실감 오질 듯.
-검왕님께 방송 좀 켜달라고 해 주세요!!
-후원을 하고 싶어도 못 해요 ㅠㅠ
“음…… 왜 안 켜지? 나중에 말씀드려 보죠.”
그렇게 검왕가의 후원이 지나갈 즈음.
“오우! 성, 방송 틀었군요!”
그의 주변에 몰려들어 있던 선수들이 배틀튜브가 켜진 걸 눈치채고는, V자를 그리며 흥분했다.
“내가 성 방송에 출현하다니!”
“제 이름은 마이클입니다. 여러분! 기억해 주세요!”
배틀튜브에서 이제 가장 핫한 방송으로 자리매김한 성지한 채널.
거기에 자신들이 출현했으니 신이 난 것이다.
-아 얘들 뭐임?
-외국인 천지네??
시청자들은 외국인들이 화면을 가리면서 난리법석을 피우자 짜증을 냈다.
-아니 우린 지한 오빠 보러 온 거라고 ㅡㅡ 잘생긴 얼굴 가리지 말고 좀 꺼져 진짜.
-마이클? 쟤 왜케 나댐 ㅅㅂ ㅋㅋㅋㅋ
-아니 무슨 팬 미팅 열렸어? 뭐야 이거?
영문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성지한은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에 게임 접속하니, 새로운 특수 맵이 열렸더군요. 그래서 바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리허설 맵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그는.
“아직 500명이 다 안 모였네요. 게임 안 돌린 플레티넘 분들은, 리허설 같이 하시죠.”
자기 방송을 통해, 전 세계의 플레티넘에게 모집 광고를 날렸다.
-와, 리허설이라니…….
-성지한 채널 보면 별게 다 나온다니까;;;
-ㄹㅇ 혼자 다른 게임함.
-그럼 이번 게임엔 저번처럼 외계종족들 나오는 건가?
-그런 애들 나오면 순삭당할 거 같은데…… 플레들 오히려 안 오는 거 아냐?
하나 일부 시청자들의 걱정은 기우라는 듯.
번쩍! 번쩍!
성지한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플레티넘의 합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리허설이라니…… 신기하네.”
“다이아보다 먼저 스페이스 리그 경험한다!”
일부는 새로운 맵을 체험하기 위해서.
“레벨 다운 각오하고 왔습니다. 저도 사인 좀 부탁드려요!”
일부는 성지한을 보러 속속들이 합류한 플레티넘.
그렇게 500명의 인원이 다 모이자.
[플레이어가 모두 모집되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배정된 맵은, ‘혼돈의 전장’입니다.]
게임이 그 즉시 시작되었다.
[배틀넷의 보호막을 해제합니다.]
슈우우우…….
그 메시지와 함께.
검은 대지 위에서 500명의 인류를 지키듯, 넓게 퍼져 있는 보호막이 해제되었다.
“아, 여기서 시작이야? 대기 장소인 줄 알았더니.”
“혼돈의 전장…… 맵 이름은 거창하네.”
“근데 뭐 별거 없어 보이는데…….”
하늘에 떠 있는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검은 대지.
플레이어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맵을 파악하고 있을 때.
성지한은 하늘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놈의 맵, 벌써부터……!
“모두, 방어 태세 준비하십시오!”
“네?”
“서포터는 배리어 치고, 워리어는 하늘을 막으십시오. 곧 옵니다.”
하늘에 뭐가 있다고?
플레이어들이 불그스름한 하늘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할 때.
카아아아아!
귀를 찢어 버릴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불길이 500의 인류를 향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