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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72화 (17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2화>

“엄마를…….”

윤세아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엄만…… 돌아가셨잖아…….”

성지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의 죽음.

전국민이 생중계로 보지 않았던가.

“그래, 북쪽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다가, 결국 자기희생주문을 사용했지…….”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던전에 의해 멸망한 나라였다.

정권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플레이어를 키우지 않고 견제하다가.

안 그래도 험난한 동북아시아 리그에서 압도적인 스코어로 꼴등을 하게 된 것이다.

북한 외에도 플레이어를 육성하지 않으려는 독재정권은 몇몇 있었지만.

그런 나라들은 북한처럼 지역 리그가 타이트하지는 않았기에, 리그 포인트에서 점수가 덜 깎여 꼴등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2011년부터 던전이 생기기 시작한 북한은, 곧 전역이 던전에 잠식되더니.

‘어비스가 생겼지.’

던전 포탈이 여럿 뭉쳐 생겨난 상위 던전.

‘어비스’가 북한을 잠식했다.

던전 포탈과는 달리, 대지를 잠식하는 검붉은색의 균열 속에서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특히 북의 어비스에서 튀어나온, 고스트 계열의 몬스터들은 현대 화기가 통하질 않아서.

북한은 전군을 동원해도 적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북한이 멸망하고 5년이 지났을 무렵.

38선 인근에서, 모두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북한 생존자 무리가 남하하면서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북한 동포를 구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배틀넷 초기와는 달리, 플레이어들도 많이 성장했으니 정부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는 참혹한 실패였다.

북한에 소환된 몬스터들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던전 포탈에서 튀어나왔으며.

특히 북으로 더 갈수록 대부분이 유령 몬스터라, 군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후퇴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한 플레이어가 우연히 어비스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자, 시스템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어비스의 주인 ‘??’이 영역을 침범당하여 분노합니다.]

[던전 브레이크가 발동합니다. 던전 포탈에 소속된 몬스터가 영역을 벗어나 움직입니다.]

[적의 침공을 막아 내세요!]

그 메시지와 함께, 대규모로 남하해 오는 북한의 몬스터.

처음에는 북한 주민 구출이라는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아온 결과는 끔찍한 재앙이었다.

대규모로 남하해 온 유령군단.

대한민국의 골드 이상 플레이어들이 38선을 막기 위해 차출되었으며.

처음 침공은 그래도 희생자가 거의 없이 막아 냈지만.

2차, 3차 침공이 시작되자 사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4차로, 북쪽에서 거대한 어둠이 그대로 남하해 오자.

한국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아무리 플레이어들을 모아도, 막아 내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규모.

이대로 방어선이 뚫리나 싶었을 때.

-제가…… 기프트를 쓸게요.

성지아는 자신의 기프트, ‘희생‘을 극한으로 사용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은 생기를 잃고, 딱딱한 돌로 변해 갔으며.

사방으로 터져 나간 빛에, 해일처럼 밀려오던 어둠은 주춤하더니 움직임을 멈추고.

[성녀면…… 제물로 적합하지.]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어둠은 성지아를 집어삼키고는 철수했다.

전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성지아의 희생장면.

사람들은 그녀를 진정한 성녀라면서, 희생을 잊지 않겠다 했지만.

남겨진 가족들한테 이 사건은 완전히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지역을 막기 위해 파견 나갔던 검왕은, 이날 이후 내가 그때 지아 옆에 있었어야 했다며 술을 찾기 시작했으며.

성지한은 집에 틀어박혀 도박에 더욱 빠져들었다.

윤세아는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를 생각해서 애써 예전처럼 밝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억지로 만들어진 미소는 티가 났다.

성지아의 죽음은 그렇게 윤세진 일가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반지로 죽은 누나를 찾겠다는 겁니까?”

성지한은 아이기스를 바라보며 묻자, 검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즈루가 반지를 개조하기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반지의 옵션을 보더니, 주인이 있다고 했지.”

“누나가 반지 주인이었으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니다. 주인이 죽으면 새로 주인을 택하는 아이템인데, 신기하다고. 당신 부인 살아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래도 나랑 살아도 괜찮겠냐고 도발을 했어.”

“호오…….”

성지한은 눈을 빛냈다.

이미 검왕을 매혹시켰던 시즈루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 터.

그럼 진짜 누나가 살아 있단 말인가?

석화가 되어서, 어둠에 먹혔는데도……

“생각하신 방법이 있습니까? 누나를 찾을?”

“북쪽의 던전을 뒤져 보려 했지.”

“……그게 끝입니까?”

“음…… 지아의 유품과 반지를 가지고 추적하다 보면 언젠가는 찾지 않을까?”

반지를 달라고 해서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있나 했더니.

너무 무대책이잖아, 이거?

“그저 무작정? 저번처럼 어비스에 발을 디뎠다가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또 벌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어떻게든 잘 피하면 되지 않겠나.”

“……이렇게 무대포인 모습 보니까 진짜 아빠 맞네.”

윤세아는 사실상 아무 계획 없이 북으로 떠나겠다는 윤세진을 보며, 오히려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밖에서는 독보적인 워리어 플레이어로 근엄 있는 모습을 유지하지만.

집에서는 엄마한테 맨날 당신은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혼나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아리엘.”

그래도 이대로 보내다간 커다란 사단이 날 수도 있으니.

성지한은 팔에서 아리엘을 소환했다.

“왜?”

“어비스는 그쪽 세계에서 어떻게 대처하지?”

“어비스면…… 던전 포탈이 뭉친 거 말하는 건가.”

“어.”

“진짜 너희 세계는 아는 게 없구나. 하긴, 던전 포탈 없애는 방법도 몰랐으니…….”

아리엘은 그림자 기운을 허공에 펼쳐, 원을 그렸다.

커다란 원이 중심에 있고.

그 주변에는, 검은 점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었다.

아리엘은 그중, 검은 점을 가리켰다.

“어비스는 주변 던전 포탈의 마력을 흡수하면서 강화된다. 이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변의 던전 포탈부터 없애는 게 급선무지.”

“흠, 해결법은 간단했군.”

“그래. 애초에, 다른 행성은 종말의 때가 아니고서야 어비스가 생기질 않아. 그 전에 탐색으로 재빠르게 던전 포탈을 지우니까.”

“포탈조차 지우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서야 생기는 거였군, 어비스는.”

“맞아. 그래서 어비스가 생겨난 행성은, 머지않아 끝이 보이지. 멸망으로.”

그러니 그렇게 북방의 어둠이 강력했던 건가.

다른 세계에서는 게임 다 끝나 갈 때 생기는 어비스가, 여기서는 튜토리얼 때 생겼으니까.

아리엘에게서 어비스 간단 공략법을 들은 윤세진은 흥미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호오, 이 존재는…… 네 소환수구나. 그럼 북한 주변의 던전을 모두 없애면서 나아가면 되겠군.”

“던전 포탈을 없애려면 탐색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만.”

“그거야 GP만 많이 주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 않겠나? GP야…….”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검왕의 목소리가 점차 흐려졌다.

“……음, 시즈루한테 다 줘 버렸지…….”

“하나도 없습니까?”

“급하게 돈 쓸 때 사용할 품위 유지비 정도만 받았지. 100만 GP만 남겨 뒀던 것 같군…….”

10억이면 일반인이 보기엔 거액이었지만.

조 단위가 넘는 재산을 지녔던 검왕 입장에선, 정말 가진 거 다 털린 상황이었다.

“처남,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거 같아서 참 부끄럽다만…… GP 좀 빌려줄 수 없겠나?”

세계 1위 워리어의 슬픈 현실에, 성지한은 한숨을 쉬었다.

“돈이야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습니다만. 북쪽 던전 포탈을 제거하려면,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탐색 능력자만 데리고 둘만 갈 수도 없을 테고요.”

“으음…….”

북한 던전 포탈 조사.

성지아가 정말 살아 있다면, 꼭 추진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검왕에게만 맡기기에는 어째 불안한 상황.

성지한은 자신이 협회에 연락해, 조사팀을 꾸려야 하나 싶다가.

‘아, 그래…… 그들을 이용하면 되겠군.’

좋은 생각이 난 듯, 눈을 번뜩였다.

*   *   *

뉴욕에 위치한 세계 배틀넷 연맹.

그곳에서는 검왕의 거취 관련 문제로, 토론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검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스페이스 리그 불참을 통보하다니. 괘씸하기 그지없습니다만…… 그가 스페이스 리그에서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맞아요. 성지한도 나오지 않는다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들을 대체할 선수도 없구요.”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검왕의 요구를 성토하면서도 스페이스 리그에는 어떻게든 참전시켜야 한다고 의견이 모여졌지만.

“흠…… 하지만 플레이어의 협박에 협회가 굴복한다면, 모양새가 매우 좋지 않을 텐데요.”

“맞아요. 그럼 이제 협회의 말을 누가 듣겠습니까?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니, 한 번 없이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동북아시아 리그에 속한 협회 대표들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선수 자격 영구 박탈까지는 못 얻어 내도…….’

‘어느 정도의 징계는 먹여야 해. 안 그러면 한국이 무조건 1등을 한다.’

다른 나라 대표들이야, 어차피 챔피언스 리그 때 말고는 한국을 만날 일이 없었지만.

같은 지역 리그 소속 나라들은 허구한 날 경기를 하게 되니까.

성지한-검왕 듀오에 대한 견제 심리가 매우 심했다.

“둘 없이 가다니. 스페이스 리그가 장난입니까?”

“던전이 더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 무슨 페널티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검왕과 관련된 토론이 격화될 때쯤.

“검왕께서 새로운 안을 제시하셨습니다.”

한국 대표는 검왕의 제안을 들고 왔다.

“비록 이토 시즈루는 죽이지 않았지만, 배틀튜브로 살인 중계를 한 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니…… 이에 대한 징계로, 6개월간 던전 탐사에 지원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뭣, 던전 탐사를…….”

“그걸 검왕이 한다고?”

던전 포탈 탐사.

성지한에 의해, 탐색 기프트가 던전 포탈을 제거할 수 있음이 알려진 이후.

세계 배틀넷 연맹은 이를 실험하기 위해 던전 탐사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여기서, 탐색 능력이 있는 플레이어를 데려가면 던전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음이 밝혀졌지만.

철거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던전핵을 없앨 때, 보스 몬스터가 랜덤으로 튀어나오는 문제가 있었죠?”

“예, 맞아요. 그래서 소말리아의 던전 포탈 조사단이 많이 사망했죠. 그 이후론 플레이어 지원자가 뚝 끊겼다고 합니다.”

던전핵 제거 시 나타나는 보스 몬스터 때문에, 조사단이 요구하는 플레이어 기준은 레벨 150 이상으로 크게 상향되었고.

이 정도 되는 플레이어를 협회에서 구하는 건 너무나도 힘들었다.

선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레벨이 되면 부르는 곳이 천지였는데.

굳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사단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흐음…… 괜찮은 제안이군요…….”

“검왕이 조사단에 참여한다면, 무력적인 측면에서는 걱정이 없을 겁니다.”

“어떤 보스 몬스터가 나와도, 저번처럼 사고는 나지 않겠죠.”

좌중의 분위기가 긍정적인 기류로 흐르자.

한국 대표는.

“대신, 북한의 던전만 탐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북한…… 거기는 던전 브레이크가 최초로 터진 곳 아닙니까?”

“어비스가 있는데,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최외곽의 던전만 차례로 제거하면서, 상황을 보겠다고 하십니다.”

“한국에서 동의만 해 준다면야, 저희야 좋죠. 다른 나라보다는 거기가 조사단이 가기도 편하고.”

하위 10퍼센트의 나라에만 생기는 던전.

여기에 속하는 나라는 원래도 치안이 좋지 않았는데, 던전이 생기면서 사회 붕괴가 가속화되어 매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곳에 조사단 베이스캠프를 치느니, 한국처럼 안정적인 나라에서 북한 조사하는 게 연맹 입장에서도 훨씬 좋았다.

“6개월이라니.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만……!”

“허허, 일본 측에서도 더 이상의 무리한 요구는 삼가십시오.”

“맞습니다. 인류를 위해서는 던전 포탈 조사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거기에, 시즈루가 진짜 죽은 것은 맞습니까? 일본 측도 저들의 주장을 뒤집을 근거가 빈약합니다.”

“으으음…….”

검왕 견제에 합을 맞추던, 동북아시아 대표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더 이상은 무리오.’

‘여론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검왕 정도 되는 이가 조사단에 들어가는 건, 스스로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나선 격.

여기서 더 처벌을 요구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일본 대표까지 검왕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세계 배틀넷 연맹은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했다.

연맹 소속의 던전 포탈 조사단이 한국으로 출발하고.

보랏빛으로 물든, 어비스의 영역을 판별하고자 인공위성도 여럿 동원했다.

연맹이 전력을 동원해서 자신을 서포팅하게 되자.

윤세진은 혀를 내둘렀다.

“처남, 대단하군…… 연맹을 이렇게 이용할 줄이야!”

“뭐, 간단한 일입니다. 저들도 던전 포탈 조사는 필요했으니까요.”

성지한은 손쉽게 대답하며, 윤세진에게 당부했다.

“혹시 누나의 흔적, 발견하게 되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그 즉시 합류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꼭 찾겠네.”

“아빠. 너무 무리하진 말고, 시간 될 때마다 종종 집에 와. 검 타고 오면 금방이잖아?”

“……그래, 세아야. 언제나 고맙고 미안하다.”

윤세아를 한 번 안아 주고는, 조사단과 합류하게 된 검왕.

성지한은 달력을 보았다.

시즈루 때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과정이 모두 끝나자 벌써 20일.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더 이상 레벨 업을 미룰 필요가 없었다.

‘다시 게임을 시작해도 되겠어.’

성지한은 그렇게, 오랜만에 배틀넷을 켜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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