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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70화 (17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0화>

성지한이 새로 펼친 무공, 만귀봉신.

멸신결 중 토土에 속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그 무공은, 얼핏 보기에는 실패로 보였다.

슈우우우…….

세 검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고 땅으로 내려앉더니.

금세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믿을 수 없구나.]

하늘 위에 있던 서큐버스 퀸은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보고 있는 위치는, 바로 세 검이 꽂힌 땅.

거기에는.

검이 꽂힌 바닥 근처에만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저 낙서 같은 붉은 문양.

확대해서 보아도 궤를 알 수 없는 문자와 기하학적인 무늬가 섞여, 저것이 무엇인지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의 계약을 막아서는, 봉인진이라니.]

서큐버스 퀸은, 그 정도만 보고도 만귀봉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했다.

악마의 계약은 절대적인 것.

웬만한 신적 존재도, 악마의 계약에 의해 끌려가는 영혼을 풀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배틀넷이 있는 우주라면, 어디에나 통용되는 법칙.

헌데 인간 따위가 펼친 봉인진이, 영혼 인도를 막아설 줄이야.

그녀는 만귀봉신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성지한을 향해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좋아. 뚫는 건 불가능하구나. 그럼…… 우리 거래를 하지 않겠느냐? 계약자의 영혼을 풀어 준다면, 내가 네게 커다란 보상을 내리겠다.]

안 될 것 같으니 협상인가.

성지한은 저 연기 상태의 서큐버스 퀸에게 뭐 받을 게 있을까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네가 이 행성에 다시는 오지 않는다면, 생각해 보지.”

[……그건 불가능하다. 이미 배정을 받은지라.]

“누가 배정을 한 거지?”

[그거는 말할 수 없노라.]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쨌든 오긴 온다는 거네.

그럼 더더욱 이 혼을 넘길 수는 없었다.

“그럼 됐어. 가라.”

[그러지 말고…… 그래. 서큐버스 10명은 어떻겠느냐. 신을 접대하기 위해 마련된 아이를 특히 내리겠노라. 네가 죽을 때까지, 아이들은 너를 주인으로 따를 것이다.]

“필요 없다.”

[그렇게 즉답하다니…… 혹시 동성이 취향인가? 내 서큐버스 퀸이지만, 인큐버스도 내려줄 수 있노라. 그쪽과도 깊은 연이 있어서 말이지. 후후.]

인큐버스면 남자 몽마인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털었다.

“더 필요 없다.”

[그럼 뭘 좋아하지? 욕망의 궁전에는 네 모든 취향을 맞춰 줄 아이들이 있다. 말만 하라.]

“그냥 너 안 보고 싶은데.”

[이런, 나를 원하는가…… 아직 그대는 나와 격이 맞질 않노라.]

얘, 말을 듣기는 하는 건가?

성지한은 그냥 대답을 하지 않기로 하며, 땅을 바라보았다.

‘크기가 이 정도라니, 실패에 가깝군.’

만귀봉신.

만 명의 귀신을 봉인한다는 이름답지 않게.

지금 성지한이 펼친 건, 시즈루의 영혼 하나를 겨우 가둘 만큼 작았다.

무혼 수치가 아직 높지 않은 데다가, 저번 생처럼 스킬창에서 멸신결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런지.

만귀봉신에 대한 숙련도가 워낙 부족해서 이렇게 크기가 작았던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만귀봉신의 위력을 어느 정도 보일 수는 있다.

성지한이 세 검을 비틀자.

스르르륵…….

만귀봉신의 문양이 일제히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하지만 그대가 더 강해진다면, 분신 정도로는 내 만나줄 수도 있지…… 음?]

한참을 떠들던 서큐버스 퀸의 형상이, 빠르게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나, 나까지? 단순히 봉인진에서 끝이 아니라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만귀봉신 안으로 빨려 들어간 서큐버스 퀸.

성지한은 그녀가 사라지자, 세 검을 땅바닥에서 뽑았다가 또다시 문양을 향해 내리찍었다.

펑!

그러자, 검 아래 그려졌던 만귀봉신의 문양이 터져 나가며.

아아아아악-!

거기서, 가슴을 섬뜩하게 하는 귀곡성이 울려 퍼졌다.

‘의도치 않게 시즈루의 혼까지 소멸시켰군.’

원수이긴 했지만, 굳이 만귀봉신까지 써 가며 혼까지 없앨 생각은 없었는데.

서큐버스 퀸이랑 계약을 한 게 잘못이지 어쩌겠는가.

성지한은 간장·막야를 다시 검왕에게 돌려주고는 홀가분하게 말했다.

“다 끝났습니다. 이제 돌아가죠. 한국으로.”

“……그래. 드디어 가겠구나.”

검왕의 목소리가 회한에 잠겼다.

이제 한국에 가서 딸 윤세아를 이제 어떻게 봐야 할지.

일본 국가대표로 나서면서, 몇 번이고 딸이 없다고 말한 게 갑자기 떠올랐다.

아무리 시즈루에게 매료당했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는데.

“후우…….”

검왕이 한숨을 푹 쉬며 우울해 할 즈음.

아카리가 성지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혹시 어떻게 가실 생각이신가요…….”

“여기 올 때처럼 가야지.”

“그, 구름 타고요?”

“응. 뇌운 소환.”

성지한이 그 말에 뇌운을 바로 소환하자, 아카리는 울상이 되었다.

다이아 랭크의 육체가 아니었다면.

구름 타고 바다 건널 때 벌써 구토 몇 번은 했을 거다.

“저거 타고 또 바다 건너시게요? 한국까지?”

“그럼 어떻게 가?”

“국정원에서 저한테 긴급 연락 수단을 주긴 했습니다…… 언제든지 운송 수단을 보낸다고.”

“그 사람들 올 때까지 무인도에서 쭉 기다릴래?”

“……아뇨.”

아카리는 한숨을 쉬며, 시즈루의 시체가 있던 해변을 발로 걷어찼다.

어차피 이렇게 죽을 거였으면서.

왜 여기까지 도망 와서 사람을 고생시키는 건지.

끝까지 도움이 안 돼요.

“가자.”

“네!”

아카리는 성지한의 손짓에 발길질을 멈추고는 구름 위에 올라탔다.

기나긴 추격전의 끝이었다.

*   *   *

무신의 별.

“……후.”

하늘을 바라보던 동방삭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수염 하나를 탁 끊었다.

그러자 그것은 곧 한 자루의 검으로 변했다.

스르릉!

검이 허공을 한 차례 베자.

투성의 하늘에는, 하나의 화면이 떠올랐다.

그 안에는, 성지한이 만귀봉신을 사용하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오. 검으로 그런 것도 할 수 있소? 강…… 아니 동방삭. 당신에겐 스마트폰은 필요 없는 것 아니오?”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이죽거리는 롱기누스.

오랜 잠에서 깬 그는, 지구에 가서 산 스마트폰을 24시간 손에서 놓질 않았다.

통신망이 없는 투성에서 폰을 사용하기 위해선 적잖은 GP가 들었지만.

롱기누스는 그 정도는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존재였다.

“농담할 기분이 아니네. 롱기누스.”

평소 웃는 낯을 보이던 때와는 달리, 표정이 날카로워져 있는 동방삭.

그는 성지한의 만귀봉신을 확대해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크기는 비록 작지만…… 무신께서 하신 것과 정말 흡사하구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러니까 말이오. 무혼을 얻은 자는 다 저러는가? 나의 업을 빼앗는 건 무신 하나로도 충분한데 말이지.”

“자네의 업…… 신살神殺이었지.”

“그렇소. 당신은 봉신封神이었나?”

“그러네.”

태공망 강상의 업, 봉신.

그건 본래 인간과 귀신이 섞인 세상을 둘로 나누기 위해 인류가 그에게 내린 숙명이었다.

강상으로 태어난 이상, 꼭 했어야 할 일.

하지만.

“무신께서 나의 업을 대신하셨지…….”

“대신하시긴. 강탈한 거요 그건.”

방랑하는 무신은 강상이 해야 할 일을 빼앗고, 그를 자신의 종자로 삼았다.

“후후…… 그래도 그때의 나는 납득을 했다네. 무신께서는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존재였으니까. 거기에 영생을 주신다 하니. 나는 기꺼이 업을 포기하고, 종자가 되기로 했네.”

“그러게 말이오. 영생 참 좋아하시더군.”

“맞아. 그래서 내 업에 대해선 별 미련이 없었는데 말이지…….”

동방삭은 성지한을 가리켰다.

“이상하게 저 아이가 봉신을 보여 주는 건, 참기가 힘들군그래.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

“나도 그러오. 그래서 말인데…….”

스마트폰에서 눈을 뗀 롱기누스는, 성지한을 가리켰다.

“저놈 교육이나 하러 가실라오?”

“교육이라니?”

“주인께 도전하는 존재라 하니 죽일 수는 없겠지만, 패는 거야 상관없잖소.”

처음 말만 교육이지, 결국은 본심이 나온 롱기누스.

성지한이 철혈십자를 여러 번 사용하면서, 계속 거슬렸던 심기가 폭발한 것 같았다.

“패긴 뭘 패나. 그 나이 먹고 쯧…….”

“솔직히 당신도 구미가 당기지 않소? 죽이지만 않으면 되잖소.”

“크흠…….”

“아, 그래. 패는 게 아니라, 우리가 훈련을 시켜 주는 거요.”

롱기누스는 표정이 안 좋은 동방삭을 그리 꼬드겼지만.

[경거망동마라.]

대지가 뒤흔들리며 절대자의 음성이 울려 퍼지자.

그는 표정을 찌푸린 채, 무릎을 꿇었다.

하여간 이놈의 별에선. 무슨 말을 못하겠다니까.

“……알겠습니다, 주인.”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인이시여.”

롱기누스와 동방삭이 대답하자.

대지가 또다시 진동했다.

[세 번째를 깨우지 못한다면, 내가 그를 거둘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도록 하라.]

그 말에 둘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벌써 400년은 잠들어 있는 세 번째 종자.

성지한이 그를 깨우려면, 지금처럼 업을 강탈해야 했다.

‘그건 도저히 불가능할 텐데…….’

둘은 성지한이 이를 해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세 번째 업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도전은 이대로 끝났군.’

둘은 그렇게 성지한의 미래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   *   *

세계 배틀넷 협회는 곤혹스러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일본 배틀넷 관리국에서 나서서 계속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이다.

“플레이어 ‘윤세진’은 인질극을 벌이고. 사람을 죽였으며. 그것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습니다.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더 이상 선수 자격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은 배틀넷 협회에 정식으로, 검왕의 선수 자격 영구 박탈 안건을 제기하겠습니다!”

살인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선수 자격 박탈 권한이 있는 세계 배틀넷 협회.

하나 선수 자격 박탈은 지금까지 시행된 적이 거의 없었다.

애초에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거의 없었거니와.

저질러도 국가대표급 플레이어 자원은 워낙 부족했기에.

웬만한 범죄는, 자국 내에서 대부분 무마해 줬기 때문이다.

하나 이번 케이스는 달랐다.

검왕이 배틀튜브를 통해서, 인질극과 살인을 생중계했기 때문에.

그냥 묻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플레이어 윤세진은 일본의 플레이어로부터 가혹한 세뇌를 받고, 풀려나는 과정에서 조금 거친 행동이 나왔을 뿐입니다. 거기에 살인죄라뇨. 그때 죽은 사람은 이토 시즈루의 분신 아니었습니까? 분신이 어떻게 사람입니까?”

뉴욕에 파견된 한국의 관리국 대표는 그렇게 항변했지만.

“분신이라니……!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저희와 같이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는 사람이었습니다! 거기에 그가 살인죄를 저질렀다는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다. 총리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이, 매료가 풀렸다고 하셨습니다!”

일본 측에서는 세뇌가 풀린 것까지 증거라고 내밀었다.

“……세뇌를 풀어 줬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어허, 왜 매료가 풀렸겠습니까! 검왕이 이토 시즈루를 죽였기 때문이겠죠!”

“저건 억측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던 와중.

제주도에 성지한 일행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세계 배틀넷 협회에서의 분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저들의 귀국으로 확실해졌습니다! 이토 시즈루는 죽었고, 살인자는 성지한 일행입니다! 일본은 윤세진에 더해서, 성지한에 대해서도 살인방조죄로 선수 자격 박탈을 건의하겠습니다!”

“일본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입니다!”

“지금 한국은 살인자를 옹호하시는 겁니까?!”

그러면서 빽빽 소리를 지르는 두 나라 대표.

안 그래도 사이 안 좋은 두 나라였는데.

이번 일로 인해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성지한에 대해서는 저 정도 근거로 처벌을 내리는 게 성급하지만…….”

“윤세진은 선수 자격을 박탈해야 합니다. 배틀튜브로 살인을 생중계한 것은 명백한 중대범죄입니다.”

동북아시아 리그에 속한 다른 나라 대표들도.

은근히 일본을 지원사격하고 있었다.

‘성지한이랑 검왕이 같은 팀이 되면…….’

‘동북아시아 리그는 끝이다. 무조건 한국이 1등 할 거야.’

‘어떻게든 막아야 해.’

그리고, 이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틀넷 강대국 대표들도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에 저 둘이 동시에 참전하면…… 미국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내년을 생각하면, 검왕의 한국 대표팀 합류는 저지해야 한다.’

그렇게 한국에 대한 견제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는, 협회 내부 분위기.

“허, 너무들 하십니다. 성지한 선수가 인류를 위해서, 승급전에서 목숨 걸고 난이도 하향까지 이뤄 냈는데……!”

한국 대표는 그런 내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그렇게 분통을 터뜨렸지만.

“흠, 흠. 그러니까 윤세진만 문제 삼지 않소이까.”

“살인 생중계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했습니다.”

혼자서 여론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뉴욕에서의 분위기가, 윤세진 선수 자격 박탈로 흘러가고 있을 때.

“……드디어 돌아왔군.”

제주도에 착지했던 성지한 일행은.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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