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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69화 (16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69화>

일본 남쪽의 한 무인도.

성지한 일행은 해변가에 떠밀리듯 상륙한 시즈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큰일날 뻔했어, 시즈루. 집착의 효과가 거의 사라져서, 혹시 죽었나 싶었거든.”

그놈의 집착……!

시즈루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손을 본능적으로 목걸이에 가져다 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목걸이에 닿기도 전에 딱딱히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드디어 영역 안으로 들어왔군.”

성지한은 시즈루의 움직임을 봉쇄하고는, 팔짱을 끼었다.

그동안은 접근할 때마다 황급히 텔레포트를 하는 바람에 성지한의 영역 안에 그녀를 가두지는 못했지만.

드디어 이 무인도에 다다르고 나서야, 거리를 좁힐 수가 있었다.

뻐끔. 뻐끔.

뭐라고 말이라도 해 보려던 시즈루는.

“조용히 해라.”

성지한의 말 한마디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어디…….”

스윽.

그리고 그 상태에서 성지한이 손을 뻗자, 시즈루의 손가락에서 아이기스의 반지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그는 반지를 손에 얻고, 아이템 설명을 보았다.

[아이기스의 반지]

등급 : SSS(改)

-절대 보호막, 아이기스의 방패를 소환할 수 있는 반지입니다.

-아카식 페이지의 힘이 더해져, 등급이 한 단계 오른 상태입니다.

-방패 소환 쿨타임이 1일에서 1시간으로 감소하고, 보호막의 방어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아이기스. 분명 SS급이었는데…… 아카식 페이지를 사용해서 아이템을 강화한 건가.’ 진짜 기프트 편집.

탐나는 능력이기는 하군.

그렇다고 저 위험한 여자를 살려 둘 수는 없지만.

“목걸이도 성가셨지.”

성지한은 그녀가 만든 아이템은, 죄다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목걸이는 더 이상 못 쓰고…….’

그녀가 끼고 있던 ‘탈출의 목걸이’도, 등급은 SSS급이었지만.

이번에 규격 외의 거리를 뛰어넘은 덕인지, 파손되어 더 이상 쓸 수 없는 아이템이 되어 있었다.

혹시 나중에 수리하면 재사용이 가능한가 싶어 성지한은 목걸이를 인벤토리 한구석에 넣어 두고는, 시즈루의 몸을 무혼의 영역 지배의 힘을 이용해서, 구석구석 살폈다.

그리고 곧.

스윽.

그녀의 품속에서, 하나의 책을 꺼낼 수 있었다.

“급히 탈출하는 와중에, 책이라…….”

스르르륵.

물속에 있었음에도, 하나도 젖지 않은 책.

빛이 바랜 페이지가 주르륵 넘어가더니, 책의 말미에는 금빛으로 번쩍 빛나는 종이가 10장 정도 남아 있었다.

[아카식 페이지……!]

“아직도 10장이나 가지고 있었나.”

진작 잡았으면, 10페이지보다 더 남았을 텐데.

성지한은 아쉬워하면서, 책까지 인벤토리에 넣었다.

“지한아. 다 끝났나?”

“예. 얻을 만한 건 다 가져왔습니다. 시즈루가 소유한 GP가 아쉽기는 하지만. 일말의 여지도 주고 싶지 않군요.”

GP를 양도받으려면, 시즈루가 시스템을 열어 물건을 줄 정도의 자유는 얻어야 했다.

그렇게 풀어 주면, 저 여자가 또 뭔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성지한은 후환을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 시즈루의 GP는 포기했다.

“그래. GP야 벌면 되지. 그럼…… 악연을, 이 자리에서 끊겠다.”

슈우우우…….

무인도로 오기 전, 검옥에 가둔 남은 인질까지 해방한 검왕은 100개의 검을 온전히 소환했다.

하나하나가 시즈루를 향해, 강렬한 살기를 보여, 당장이라도 시즈루를 도륙할 것 같은 기세.

“아, 잠시. 그녀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그는 시즈루의 입만 열어 두고, 그간 의아하게 생각했던 걸 질문했다.

“너, 서큐버스에 대해 알고 있나?”

저번 생.

미국에 강림한 종말의 사도 서큐버스 퀸은, 시즈루의 외모와 매우 흡사했다.

거기에 매혹을 사용하는 것도 유사해서, 어떤 식으로든 시즈루가 서큐버스 퀸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하, 뭐? 서큐버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녀는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냐는 반응이었다.

“알면 왜, 살려 주게?”

“아니, 죽을 때 고통은 덜어 주지.”

“참도 고맙네. 내가 과연 알까 모를까?”

시즈루는 성지한에게 비꼬듯이 반문했지만.

“알게 될 거다.”

우드드득!

성지한이 내공을 이용한 고문 수법, 분근착골分筋錯骨을 사용하자.

“아아아악!! 모, 몰라!”

고통을 잠시도 참지 못하고,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뜬금없이 무슨 서큐버스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네 편집된 얼굴은. 어디서 이미지를 따온 거지?”

“그건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얼굴이야!”

“편집 기프트는 처음부터 SSS였나?”

“그건…….”

시즈루가 잠깐 대답을 주저하자, 그녀의 근육이 일제히 뒤틀렸다.

그와 동시에.

“힐.”

아직 죽지 말라고 힐까지 얹어 주는 성지한.

시즈루는 극도의 고통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얼른 대답했다.

“으, 으으……!! 아니. S, S였어! 아카식 페이지를 통해, 등급을 차근차근 올렸어!”

“아카식 페이지의 용도는 어떻게 알았지?”

“어…….”

성지한의 물음에, 시즈루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아카식 페이지.

그 물건이 서포팅 기프트에 적용된다는 쓰임새를, 어떻게 알게 됐더라?

분명 계기가 있었는데…….

그게 전혀 떠오르질 않았다.

“……모르겠어.”

“그런 것 같군.”

순순히 답이 나올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말 아는 게 없네.

성지한은 마지막까지 참 도움이 안 되는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검왕에게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그래.”

“자, 잠깐. 살…….”

살려 달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푹! 푹!

백검은 무자비하게 시즈루의 몸을 꿰뚫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이 꽂히며.

강렬한 검기가 100개의 검 모두에서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해체되는 시즈루의 전신.

한달 전까지만 해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녀는.

이제는 시체조차 제대로 남질 못했다.

“……집착이 해제되었군. 간장·막야의 특성도 발현되지 않아.”

시즈루의 죽음을 완전히 증명해 주는, 집착 해제.

이를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들은 검왕은 해변에 풀썩 주저앉았다.

힘이 쭉 빠져 버린 모습이었다.

“드디어…… 죽었군요.”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형이 네 몫을 남겨 주질 않았군.”

“아…… 미안하네. 아카리.”

“아닙니다. 저리 죽는 걸 본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다만.”

아카리는 해변에 널브러진 시즈루의 파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들. 남김없이 태워도 되겠습니까?”

“그래.”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루에 대한 복수심을, 그렇게라도 풀면 좀 낫겠지.

“인술忍術 홍염紅焰.”

스킬을 사용해 가면서, 시즈루의 모든 것을 태우던 아카리는.

해변에서 계속 타오르던 불꽃을 바라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성지한님……! 저, 시즈루의 피가 타질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곱게 죽지를 않는구나.

성지한은 얼른 그쪽으로 가 보았다.

불길에 휩싸인 핏물이 사라지기는커녕.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업화.”

그는 아카리의 불길에 더해서.

이번에 뇌신에게 얻었던 업화를 같이 사용했다.

그러자 홍염에는 버티던 핏물이 서서히 타오르며, 붉은 연기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스으으으…….

연기는 곧, 한데 뭉치더니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시즈루가 그간 편집한 채 살아왔던, 절세미녀의 얼굴.

허나, 그녀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의 형체는, 이마 양쪽에 뿔이 달려 있었다.

그녀는 하늘 위에서 성지한 일행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해하지 말거라.]

*   *   *

‘저 모습. 서큐버스 퀸과 완전히 똑같군. 역시 시즈루와 관련이 있었나.’

외모가 그렇게 똑같은데, 서큐버스 퀸이랑 연관이 없을 리가 없지.

안 그래도 시즈루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죽어 버려서 찝찝했는데.

서큐버스 퀸이 이리 나와 주니, 성지한은 반가울 지경이었다.

[나는 계약자의 혼을 가져가려 할 뿐이니. 더 이상 간섭은 허용하지 않겠노라.]

“싫은데?”

하나 반가운 건 반가운 거고.

종말의 사도인 서큐버스 퀸의 행사는, 최대한 방해를 해야 했다.

저번 생에서 LA 전역을 매혹시켜, 미국이 자국 도시에 핵폭격을 감행하도록 한 게 그녀였으니까.

그런 참혹한 사태를, 이번 생에서는 미연에 막아야 했다.

[흐음…… 너희는 이 아이와 원수일 터. 나에게 그녀의 혼이 들어온다면. 죽어서도 그녀는 고통 받을 것이다. 그럼 너희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

“네가 뭔데 그녀가 고통 받는다는 거지?”

[나는 욕망의 사도. 서큐버스 퀸. 이 아이는 나의 궁전으로 가서, 영원토록 노예로 복역할 것이다.]

성지한의 물음에 서큐버스 퀸은 순순히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서큐버스 퀸이라니!”

“이토 시즈루, 저런 존재랑 계약하고 있었나…….”

검왕과 아카리는 서큐버스 퀸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놀라워했지만.

성지한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며 계속 질문했다.

“근데 왜 그녀는 너와 계약했음에도, 서큐버스에 대해 알지를 못한 건가?”

[계약자가 계약을 할 때 원했다. 나를 떠올리면, 자발적으로 내 노예가 될 것 같다면서. 기억을 지워달라고 했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허나 무의식 중에는 네 모습이 남아 있었나 보군…….”

[그래. 재능 있는 아이였구나. 꽤 똑같이 겉모습을 빚었어.]

그렇게 지금까지는 성지한에게 순순히 대답을 해 주는 서큐버스 퀸이었지만.

“근데 왜 굳이 그녀를 데려가려고 하지?”

[계약을 했으니까.]

“아니. 단순히 계약 때문은 아니겠지. 기프트 ‘편집’ 때문…… 아닌가?”

[……흐응. 날카롭구나.]

서큐버스 퀸은 성지한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맞다. 계약자는 우주에서도 보기 드문 재능을 지녔으니, 나의 궁전에 꼭 필요하다.]

기프트 ‘편집’.

우주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의 재능이었나.

성지한은 시즈루를 없애길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스으윽.

봉황기를 꺼냈다.

“그럼, 전력으로 방해하도록 하지.”

[왜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너한테 꼭 필요하다고 하니까, 어떻게든 막아서고 싶어졌거든.”

지지지직……!

봉황기에서 적뢰가 피어오르자.

그간 여유롭던 서큐버스 퀸이 처음으로 표정을 굳혔다.

[…… 특이한 힘이로구나.]

“그래? 맛봐. 그럼.”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봉염天雷鳳炎.

적뢰포赤雷砲.

성지한은 대화를 멈추고는, 먼저 선공을 펼쳤다.

콰르르르!

봉황기를 통해 쏟아지는 붉은 벼락.

그것은 연기에 불과한 서큐버스 퀸을 완전히 압도하며, 찢어발겼지만.

스으으으…….

적뢰가 지나가자.

사라졌던 서큐버스 퀸의 얼굴이, 다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처남, 나도 돕겠네!”

성지한에 이어, 검왕이 백검을 일제히 쏘아냈지만.

서큐버스 퀸의 얼굴은 검에 맞고 사라졌다가도, 다시 재생되었다.

[악마의 계약은 절대적인 것…… 강력한 힘이었다만, 영혼을 인도하는 작업을 멈출 수는 없노라. 귀찮게 하지 말고 가거라.]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펼쳐도, 금방 재생하는 서큐버스 퀸.

LA에 강림했던 때보다도 오히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유령의 형태라 그런 건가…… 적뢰면 웬만하면 다 타격을 입힐 텐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 시즈루의 혼을 가져가게 내버려 둬야 하나?

하지만 서큐버스 퀸이 혼을 가져갔다가 더 강해져서 지구에 강림하면.

결국 그 피해는 인류가 보게 된다.

‘흠…….’

어떻게 영혼 인도를 막아설까 고민하던 성지한은.

문득, 하나의 무공을 떠올렸다.

무명신공에서, 가장 사용처가 애매했던 무공.

하나, 귀신과 같은 무형의 존재를 잡을 때에는 가장 효과가 있던 무공이.

지금 수준의 능력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지만.

‘목표는 서큐버스 퀸이 아니다.’

성지한의 목표는, 그녀가 가져가야 할 혼이다.

“매형, 검 좀 빌려주십시오.”

“그, 그래. 여깄다.”

그는 땅에 무릎을 꿇고, 간장·막야와 그림자검 세 자루를 교차하여 꽂았다.

무명신공無名神功.

멸신결滅神訣.

만귀봉신萬鬼封神.

[이, 이건……!]

슈우우우!

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서큐버스 퀸의 눈에 처음으로 경악이 서렸다.

*   *   *

무신의 별 투성.

수염을 쓰다듬던 동방삭은.

두두둑!

자신도 모르게 수염 일부를 휙 뜯어 버렸다.

“……롱기누스. 자네의 기분을 알겠군.”

“후후. 당신도 느꼈소이까?”

“그래…… 아주 좋지 않구나. 이런 게 업을 빼앗겼다는 느낌인가……”

후우.

동방삭은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참기가…… 힘들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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