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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62화 (16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62화>

“안녕하세요. 감독님.”

시즈루가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하자, 일본 감독은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정말 아름다움의 수준이 다르구나.’

미모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세계 최고의 미녀.

방송을 통해 보았을 때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몇 날 며칠 생각날 정도였는데.

이렇게 실물을 보니까 영상이 오히려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감독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는지.

주변의 전력 분석팀 직원들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넋을 놓은 채 시즈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크흠.”

검왕이 옆에서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감독은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넋을 놔서…….”

“아니에요. 저한테는 익숙한 일이랍니다.”

“시즈루, 그러니까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니까.”

“후후…… 왜요. 오랜만에 당신이랑 나들이하니까 좋은 걸요.”

시즈루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검왕의 불만을 받아 주었다.

평소 일본 배틀넷 센터에 왔을 때, 고압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검왕은.

“거참, 그만 좀 보지 그래?”

시즈루가 주목을 받자, 안절부절못하는 게 티가 났다.

‘검왕이 완전히 푹 빠졌군.’

‘그럴 만도 하지…… 저 미모에, 매료까지 걸었다고 했지?’

‘나 같으면 굳이 매료에 안 걸려도 빠질 것 같은데.’

“당신. 그만 해요. 스태프 분들께 무슨 실례예요.”

“……알았다.”

그리고 시즈루가 부드럽게 이야기하자, 금방 기세가 사그라지는 검왕.

이 대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다 주도권이 시즈루에게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죄송해요, 여러분. 그이가 저를 너무 과보호해서…….”

“아, 아닙니다. 넋 놓고 바라본 저희가 잘못했죠.”

“후후…… 제가 오래 밖에 있는 것도 그이가 바라지 않을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성지한을 제압할 비책 말이에요.”

비책 이야기에 일본 감독은 눈을 빛냈다.

“그 비책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 물건이에요.”

“이건…….”

시즈루가 감독에게 건넨 것은, 새하얀 빛이 감도는 커다란 못이었다.

“희생의 못이에요.”

“아, 희생의 못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동료를 강화시키는 아이템 아닙니까?”

희생의 못.

등급이 C급으로 측정된 이 아이템은, 자신의 심장에 못을 박을 시 효과가 발동되었는데.

못이 박힌 플레이어는 즉사하는 대신, 그가 지정한 동료의 능력치는 크게 증폭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플레이어가 스스로 죽는 페널티에 비해, 버프 효과가 엄청나게 크진 않아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네, 희생의 못은 완전히 사장된 아이템…… 하지만 이 물건은, 일반적인 희생의 못과는 달라요. 제가 직접, 개조한 거거든요.”

“아이템을…… 개조하셨다구요?”

“네. ‘편집’ 좀 했죠.”

서포팅 기프트 편집, 아이템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나.

일본 감독은 놀란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어떤 식으로 아이템이 바뀐 겁니까?”

“희생의 못이 가하는 버프 효과를 중첩되게 바꾸었어요.”

“그 말씀은…….”

“원래는 1명이 죽건, 10명이 죽건 ‘새크리파이스’ 효과는 1번만 적용되었는데. 이 못은 10번 중첩이 가능하답니다.”

그러면서 시즈루는, 작전실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성지한의 데이터, 저도 좀 지켜봤어요. 그는 특이하게 버프를 받아도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더군요.”

“네, 맞습니다.”

무혼의 능력을 완전히 다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성지한.

그에게는, 서포터의 버프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크게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류헤이님은 다르세요. 버프를 온전히 활용하실 수 있죠. 희생의 못으로 10명의 플레이어가 희생하고 시작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진 류헤이님의 힘으로 성지한을 압도할 수 있을 거예요.”

“맞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도 성지한보다 더 강하신데, 버프까지 겹치면 확실히 우위를 점하게 될 겁니다. 다만…….”

일본 감독은 검왕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희생의 못을 노려보고 있었다.

“굳이 이걸 쓰지 않아도, 검왕께서는 충분히 성지한을 이길 수 있을 텐데요…….”

“그래, 시즈루. 이걸 쓰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세계 랭킹 3등이자, 워리어 1위인 검왕.

그가 플래티넘인 성지한 상대로 희생의 못까지 써 가면서 버프를 받으면 승부에서 이긴다 한들, 대중들의 조롱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전사다. 날 믿어라.”

검왕은 그렇게 강하게 자신을 어필했지만.

“류헤이, 물론 전 당신을 믿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 의견을 따라 주세요.”

“하, 아무리 그래도…….”

“류헤이. 부탁드려요. 성지한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안겨 주세요.”

시즈루는 검왕의 자존심을 지켜 주지 않았다.

“크흠…… 아무리 그래도……!”

검왕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새빨갛게 물들었지만.

시즈루가 고요한 눈으로 가만히 쳐다보자.

“……후우. 알겠다.”

그가 흥분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시즈루에 대해서는, 완전히 저자세를 보이는 검왕.

일본 작전실의 스태프들은 이를 보면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건 검왕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는 비책인데. 저걸 받아들이게 하다니…….’

‘매료의 힘이 저 정도였나?’

‘검왕은 완전히 시즈루의 장기말이네.’

“그럼 감독님. 희생의 못 30개를 편집해서 드릴게요. 3경기 안에 다 이기실 수 있죠?”

“아…… 그렇습니다! 성지한만 제거한다면, 한국 대표팀은 검왕님 혼자서도 다 쓸어버릴 테니까요.”

“네. 그럼 이번 경기 잘 부탁드릴게요.”

시즈루는 싱긋 웃었다.

‘검왕, 당신의 자존심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나한테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해.’

아카식 페이지의 가격 급등 이후.

막후에서 일본을 주무르던 시즈루의 지배 체제에도 균열이 생겼다.

광범위한 매료는 더 이상 유지를 할 수 없는 상황.

이제는 매료로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검왕’의 주인임을 만천하에 어필하여, 매료가 풀린 정재계 인사들도 그녀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게 해야 했다.

‘이번 비책은 어디까지나 국내용. 성지한이야, 검왕이 가볍게 짓밟겠지.’

검왕의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며, 매료가 일부 풀리며 흔들릴지 모르는 영향력을 유지시킨다.

시즈루의 관심은 애초에 거기에 가 있었다.

성지한이야 새크리파이스 효과만 중첩되면 가볍게 이기겠지.

그녀는 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질 않았다.

*   *   *

배틀넷 센터로 향하는 리무진 안.

“배틀넷 센터가 집 같다 요즘은.”

“뭐 이제 국가대표 경기도 거의 끝이다.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는 못 나갈 테니까.”

11월에 마무리되는 국가대표 리그 일정.

이제 리그 성적에 따라, 1등과 2등은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다.

한국은 성지한이 투입되기 전에, 이미 패배가 쌓여 있었기에 지금부터 전승을 한다 한들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 불가능했다.

중국전에서 승리했다면 그나마 경우의 수를 돌리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았겠지만.

그때의 패배 이후, 이번 시즌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삼촌이 조금만 국가대표가 빨리 되었어도 몰랐을 텐데 아쉽네.”

“그땐 브론즈 실버였다. 아무리 나라도 두드려 맞지.”

“헤헤. 그래서, 아빠랑 싸울 대책은 마련했어?”

“매형, 강하긴 하더군.”

성지한은 요 며칠, 검왕의 플레이 영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지금 수준에선, 조금 밀린다.’

플래티넘에 오르고 레벨도 20이나 상승했지만.

정작 중요한 무혼이 오른 건 아니었으니까,

지금의 힘으로는, 검왕을 상대로 수세로 버틸 수는 있었지만.

그를 압도하긴 힘들었다.

“아빠야 뭐, 아직도 세계 1위에 랭크되어 있는 전사잖아. 다음에 이기면 되지, 뭐!”

“뭐 벌써부터 패배를 확정 짓냐. 나도 한 가지 준비해 둔 건 있어.”

윤세아는 성지한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뭔데뭔데? 아빠 이길 방법이?”

성지한은 윤세아의 물음에, TOP 25 승급전 때를 떠올렸다.

하이 엘프가 들고 있는 목검, 세계수의 가지.

반으로 뚝 잘라 죽은 별의 성좌를 압박하던 그 목검은.

칼레인이 죽음의 기운을 폭발시킬 때 이에 휩쓸리며 말라비틀어졌다가 사라졌지만……

‘그때, 목검을 구성하는 힘이 언뜻 보였지.’

하나는 세계수가 지닌 생명의 기운.

이건 세계수의 씨앗에서 얻어 내부에 갈무리한 힘과 같은 류였으니.

그걸 꺼내 쓰면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설마 이건가 싶었지만…….’

스으으으.

성지한은 왼손에서 그림자 기운을 피어올렸다.

세계수가 원하는 ‘엘프’ 규격에 맞지 않는 생명체는 죄다 폐기 처분해서 생겨난 반동, ‘쉐도우 엘프’.

그들이 사용하는 그림자 기운이 목검이 소멸하기 직전에, 진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군. 생명의 힘과 그림자 기운이 섞일 수가 있나.’

적뢰처럼 뇌전에 봉황염을 섞었을 때에 비하면.

이건 한층 더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거기에 갈무리해 둔 생명의 기운은 잘못 운용하면 언제든지 지구에 씨앗을 뿌릴 수 있었으니까.

보다 신중하게, 인게임에서만 연습을 해야 했다.

‘목검을 구현만 할 수 있으면. 매형이 그거 맞고 멈칫할 때 세계수의 잎을 먹이면 되는데.’

지금은 전력 차이가 좀 나서, 한가롭게 잎사귀를 먹일 수 없었지만.

목검을 만약 구현할 수만 있다면.

그거로 맞서 싸우다 보면 정신을 잠깐이나마 차리겠지.

그때 잎사귀를 먹이면, 매료가 완전히 풀릴 거다.

다만.

“방법이 뭐야?”

“아직 준비 중이다.”

“에이…… 아쉽네.”

목검 구현이 영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걸 붙잡고 있느니, 그냥 적뢰를 더 완성시켜서 무혼을 올리는 게 나을까.

한일전까지는 이제 5일 남짓 남은 상황.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였다.

“삼촌, 훈련 끝나고 플레 게임 돌릴 거야?”

“아니. 이번엔 개인 수련만 할 거야.”

11월부터 다시 돌릴 수 있는 배틀넷 매칭.

하지만 성지한은 한일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레벨 업을 잠시 멈추고 개인 훈련에 매진하기로 했다.

‘12월까지는 플레티넘이어야 하니까. 한일전을 핑계로 잠시 게임을 돌리지 말아야겠군.’

계속된 1등으로 레벨 업 속도가 워낙 미쳐서,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이 필요했으니까.

성지한은 그렇게 배틀넷 센터로 들어와, 노영준 감독을 보자마자 말했다.

“감독님, 이번 경기 팀 훈련에서 절 잠시 빼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검왕 상대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요.”

“아…… 그래? 알겠다. 네 훈련은 자율로 편성하지.”

다른 선수였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제안.

하지만 상대가 다름 아닌 성지한이기에, 노영준 감독은 군말 없이 그 제안에 응했다.

어차피 팀 훈련을 한다고 해도, 혼자만 너무 독보적이라 따로 놀기도 하고.

‘이번 게임은 검왕과의 1:1 승부가 가장 중요하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나머지 전사들은 둘의 격돌에 비하면,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다.

성지한이 준비한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알아서 잘하는 친구니까.’

노영준 감독은 성지한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아, 형님…… 또 검왕한테 두드려 맞을 생각하니까 의욕이 벌써부터 사라지네요.”

“에휴, 글쎄 말이다. 검왕은 왜 하필 가도 일본을 가서 우릴 개고생시키는지.”

“이토 시즈루가 이쁘긴 이쁘잖아요? 진짜 실물 보고 싶더라구요. 일본 가면 만나 주나?”

“검왕이 너 죽여 버릴걸?”

“그런가? 히. 아쉽네요. 햐, 이거 봐 봐요. 일본 작전실에 강림한 여신!”

“와…… 쩔긴 쩌네.”

전사진, 김동우와 이윤기는 태평하게 폰으로 시즈루 얼굴 평가나 하고 있었다.

‘하, 저 새끼들 잘라도 올릴 선수가 없는 게 진짜 암담하군…….’

너무 성지한이랑 검왕에게 한국인의 전사 재능이 몰빵된 거 아닌가.

노영준 감독은 한숨을 푹 쉬며, 박수를 쳤다.

“자자. 팀 훈련 시작하자.”

“네~”

그렇게 5일간.

-지한 형 11월 됐는데도 배틀넷 안 틀더라.

-윤세아 채널에서 들어 보니까, 지금 폐관 수련 중이라는데? 방에도 안 들어오고 게임 안에만 있대. 준비할 게 있다고.

-오…… 준비라니. 검왕 상대로 꺼낼 카드가 있나?

한일 양국에서는 소문만 무성했다.

다만, 홀로 수련하는 성지한에 비해.

-일본에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미 저쪽은 게임 끝났다고 본대. 저번에 이토 시즈루가 작전실에 들렀는데, 엄청난 아이템을 준비했다고.

-ㅇㅇ 나도 그 소문 들음. 그날 이후 검왕 배당률 뚝 떨어짐; 일본계 자금이 대거 검왕에 베팅했다고 하더라.

-지한상 무의미한 발악은 그만하시고 wwww 일본에서 GP 좀 벌어 가겠습니다 wwwww 이토 시즈루가 직접 얼굴을 드러낸 일본 쪽이, 보다 긍정적인 소문이 여럿 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안 그래도 돈이 많이 몰렸던 검왕에게, 전 세계의 GP가 집중되었고.

-배당률 차이 미쳤네;; 하긴 이게 정상인가…….

-뭐 어때. 다음에 이기면 되지!

-그래 성지한은 아직 플레라고!

-졌지만 잘 싸웠다……. 이 시나리오 각이다 ㅋㅋㅋ

한국 배틀넷 팬들도 반쯤은 한일전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즈음.

어느덧 경기 당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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