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58화>
‘뇌신의 후원이라…….’
조금 전 일전을 치렀던 제우스는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지 못하고 동방삭에게 흡수되었지만, 신왕좌의 주인인 뇌신은 좀 다를까 싶었다.
‘아리엘, 혹 뇌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나?’
[신왕좌의 뇌신이라면…… 뇌신이라는 개념이 모두 모인 하나의 거대한 군집체다. 너희 세계에서 있었던 뇌신들도 그의 파편에 불과하지.]
‘한마디로 여러 세계의 뇌신이 모두 모여서, 신왕좌의 뇌신이 된 거로군. 죽은 별의 성좌가 왕들을 유령으로 끌고 다니는 것처럼?’
[그거랑 구성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죽은 별의 성좌는 왕들을 확실하게 노예로 부리고 있지만, 신왕좌의 뇌신은 수없이 많은 뇌신 중 가장 강력한 이가 대표를 맡은 것이지. 그들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서열 정리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아리엘은 확신은 없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한데 확실한 건 아니지만…… 다른 신왕좌의 신들에 비해, 지금 뇌신은 대표가 바뀐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만큼 대표 신이 강력한 거겠지. 그리고 그는 배틀넷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이것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는데…….]
‘그런데 후원 제안이 들어왔군.’
[그만큼 네게서 무언가를 본 것 같다. 근데 튜토리얼 상태라 후원은 불가능할 텐데……?]
성지한은 아리엘의 말을 듣고, 시스템에게 물어보았다.
“후원을 받는 거야 좋지만, 튜토리얼 상태인데 가능한가?”
[지구의 난이도 하향으로 인해, 뇌신이 대가를 치른다면 가능합니다.]
“가능하다고? 그럼 한다.”
어차피 비어 있는 성좌 슬롯.
쓸 곳도 없는데, 뭐라도 채우는 게 나을 터였다.
성지한이 승낙 의사를 보이자마자, 바로 후원이 진행되었다.
[‘뇌신’이 플레이어 성지한의 후원자가 됩니다.]
[후원 성좌의 효과로, 전격 계열 스킬과 뇌인 스탯의 효율이 크게 상승합니다.]
뇌신이 성좌 슬롯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전격 계열의 능력치 효율이 모두 올랐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다른 성좌보다 강력해 보이는 뇌신이었으니, 성지한은 추가 효과를 기대했다.
그리고.
[뇌신이 당신에게 적합한 후원을 위해, 능력을 열람합니다…….]
[무혼을 본 뇌신이 크게 놀랍니다. 그가 숙고에 들어갑니다…….]
무혼을 보고 뭐 그리 놀랐는지, 숙고에 들어갔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응답이 없는 성좌.
[배틀넷에서 로그아웃됩니다.]
결국 성지한은 뇌신의 추가 후원을 받기 전에 게임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수 업적,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 통과’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00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세계 최초로 받은 성좌의 후원’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300,000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성좌의 분신 제거’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500,000 획득합니다.]
‘어마어마하군.’ 칼레인의 분신까지 소멸시킨 걸 포함하니, 어마어마한 업적 포인트가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가장 바라던 보상은 이런 포인트가 아니었다.
[TOP 25 승급전에서 생존했습니다.]
[레벨이 20 오릅니다.]
[특별 보상, ‘완성된 별의 조각’을 획득합니다.]
완성된 별의 조각.
등급이 EX급으로 매겨진 이 아이템은, 사실 성지한 자신에게는 딱히 좋은 효과가 없었다.
[완성된 별의 조각]
-등급 : EX
-‘모든 시험’을 통과한 별의 조각.
-모행성 전체의 배틀넷 게임 난이도를 한 단계 하향합니다.
-모행성에서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가 보다 더 자주 출현합니다.
-아이템 획득 시, 즉시 적용됩니다.
오로지 지구의 플레이어에게만 득이 되는 완성된 별의 조각.
이러니, 한국 사람들은 굳이 성지한이 왜 저걸 얻기 위해 죽음 페널티를 감수하냐고 난리가 났었다.
특히.
“삼촌!! 미쳤어 진짜?!”
쾅!
지구로 돌아온 성지한을 향해, 윤세아는 방문을 걷어차며 소리를 빽 질렀다.
“음. 걱정했구나.”
“그걸 말이라고 해? 삼촌, 나 진짜 죽는 꼴 보고 싶어?! 어떻게 데스 페널티가 있는데 그걸 그대로 진행해!!”
눈이 시뻘개진 채 퉁퉁 부어 있는 윤세아는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자연스레 성지한의 시선이 둘 곳을 잃었다.
“뭐…… 당연히 살 거라 생각했으니 그랬지…….”
“세상에 100퍼센트가 어디 있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내가 저렇게 시도했으면 삼촌 기분은 어땠겠어?”
“머리끄덩이 잡고 게임에서 빼 왔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세아야, 난 다르잖아?”
“뭐가 달라! 아오! 진짜 미쳐 정말!”
콰직!
성지한의 방문이 윤세아의 감정 섞인 발차기에 부서져 나갔다.
한두 달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한 그녀의 근력은 이제 방문 따위, 풀 파워를 발휘한다면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문짝 나갔네.’
쾅! 쾅!
한참 동안 파괴 행각을 벌이던 윤세아는.
어느 순간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삼촌. 나 진짜…… 아까 미치는 줄 알았어.”
“……미안해.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어.”
“삼촌. 삼촌이 이젠 나한테 남은 유일한 가족이야…….”
후우-
성지한의 입에서 탄식 섞인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야 당연히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였었지만, 남겨져 있는 가족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
이전 생에서 플레이어의 삶을 살았을 때는 이미 가족이 없었기에,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이해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신 안 그럴게.”
“……정말?”
“그래.”
“약속이야?”
윤세아는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서, 그렇게 목숨까지 걸고, 난이도 하향 아이템을 구하려고 한 이유가 뭐야? 삼촌은 솔직히 난이도 따윈 상관없잖아?”
“그래. 나야 상관없지.”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완성된 별의 조각을 꺼냈다.
푸르른 빛을 띠는 암석 조각.
겉보기에는 색이 좀 특이한 돌멩이에 불과해서, 일반인이 보면 이런 돌에 EX 등급을 준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성지한은 이 아이템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스페이스 리그에서 이게 보상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스페이스 리그에서 한참 지구가 꼴찌를 달리고 있을 시점.
인류와 최하위권을 다투던 한 소인족 행성이 있었다.
인류처럼 다른 종족에 비해, 종으로서의 메리트가 없어서 배틀넷에서 허구한 날 터지고 다니던 소인족 행성.
하나 스페이스 리그 긴급 미션에서 운 좋게 완성된 별의 조각을 얻게 된 이후,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벗어나면서, 결국 지구와 우르크 행성이 강등전을 치렀지.’
스페이스 리그는 국가대표 경기처럼 개인이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 게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성지한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다른 사람들도 잘 성장하지 못하면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그러기에 성지한은 죽음 페널티를 감수하고도 ‘완성된 별의 조각’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이다.
[완성된 별의 조각의 효과로 NO.4212 인류의 배틀넷 난이도가 하향됩니다.]
[완성된 별의 조각의 주인으로서, 배틀넷 관리자의 보고서를 열람할 권한이 주어집니다.]
[보고서를 읽으시겠습니까?]
‘관리자 보고서?’ 그리고 몇 분 뒤.
‘이건 공유해야겠군.’
성지한은 보고서를 보자마자, 자신의 배틀튜브를 켰다.
* * *
-지한 님ㅠㅠㅠㅠㅠ
-제발 그러지 마세요 진짜 ㅠㅠㅠㅠ
-왜 죽을라 그래! 게임하다 죽으면 무슨 개망신이야 ㅡㅡ이번 달, 국가대표 경기를 통해 한국의 희망으로 떠오른 성지한.
그가 승급전에서 죽을 뻔하자, 한국인 구독자들은 채널에 들어와 앞으론 제발 그러지 말라면서 채팅을 쏟아 냈으며.
-여기가 조금 전 게임을 플레이했던 선수 채널 맞습니까? 덕분에 제 서포팅 기프트 등급이 올랐습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지한 상 덕분에 기프트 얻을 수 있겠다는wwww 형님 나라한테 고마워해야 하나?wwww -성지한! 당신 사문이 무당파라는 것을 왜 숨기나? 무공의 근간이 중화의 것임을 왜 부정하는가?
-외국인...새끼들은...꺼져라...!
-개소리 멈춰!!!!!
온갖 국적의 외국인들도 채팅에 뛰어들며 대 혼돈의 도가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늘 많이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이도 하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원 한도 10만 GP가 우습다는 듯이, 수많은 후원 메시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Downglas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제우스 번개 떨어질 때 저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또 그러시면 저 감정 안 할 거예요!]
하유리를 시작으로 여러 팬들이 1억 한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질렀으며.
[R.E.Gates가 10,0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플레이어 성. 죽음을 각오한 이번 결정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지금 각지에서 들어오는 보고에 따르면, 급작스럽게 기프트 각성을 한 사람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특이하게도 서포팅 기프트를 각성한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 중에서, 기프트 등급이 오르는 경우도 자주 보였습니다.]
로버트 게이츠는 거액의 후원금과 함께, 현재 변화된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해 주었다.
‘잘됐군.’
서포팅 기프트의 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지구.
이를 각성하는 사람이 많아진 건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아 진짜…… 각성자 많아지면 뭐 좋기야 하겠지만 형한테 득 될 일은 없잖아 형은 형 생각만 해 줘!
-ㄹㅇ남 좋은 일만 하는 거임 인도나 중국처럼 인구 많은 데가 최고 아냐? 각성자 많아지면 ㅋㅋㅋㅋ-그러게? 게임 난이도 하향도 지한이횽이 맨날 일등하고 다니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성지한은 한국 팬들의 걱정에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지구가 스페이스 리그에 참가하지 않는다면야 그렇겠죠. 저 혼자 계속 일등하면서 다른 나라 깨부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는 조금 전 읽은 배틀넷 관리자의 보고서를, 시스템 창 전체 공개를 통해 대중에게 보여 주었다.
-띠용
-이건 뭐임????
-인류에 관한 보고서?
성지한에게는 한글로 읽히는 보고서는.
배틀 튜브를 통해, 각자의 모국어로 자동으로 번역되었다.
[NO. 4212, ‘인류’에 관한 보고서]
[……그들이 튜토리얼에서 성취해 낸 성적을 검토해 본 결과, NO.4212는 차후 스페이스 리그에서 강등권에 자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종 자체의 취약성입니다. 단언컨대 인류는 스페이스 리그의 참가 생명체 중 가장 약한 종족입니다. SSS급 기프트가 많이 주어졌지만, 종의 한계로 인해 S급의 성능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그 잔류 가능성 ? 0.3퍼센트였으나, 난이도 하향으로 인해 3퍼센트로 상승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하위권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입니다.]
[변수 - 없습니다. 그나마 변수가 될 만한 플레이어도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 가치 ? 없습니다. 이 행성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시더라도, 관리자 측은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 행성은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뭐야 이게...
-리그 잔류 가능성이 꼴랑 3퍼센트?
-그것도 0.3에서 오른 거야? ㅋㅋㅋㅋㅋ
성지한이 공개한 관리자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튜토리얼 세계 안에서, 그저 별문제 없겠거니 생각하던 사람들은.
리그 잔류 가능성이 희박하며, 행성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 메시지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변수가 될 플레이어는 성지한 말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근데 약점이 뭐임?
-그러니까ㄷㄷㄷ 당황스럽네
성지한은 치명적인 약점이 뭔지, 대략 짐작이 갔다.
‘아마, 무신의 적이라는 점이 크겠지.’
무신의 변덕에 의해, 지금이야 무혼을 지닌 채 잘 살아가고 있지만.
나중에 그가 기분이 어떻게 바뀌기라도 하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까.
시스템 관리자 입장에서, 지구를 대표할 만한 플레이어 성지한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플레이어였다.
그러니 보고서에서도, 저렇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표현한 거겠지.
-근데 우리 인류가 그렇게 약했음?
-TOP 25 못 봄? ㅅㅂ 괴수대잔치였잖아 ㅋㅋㅋㅋㅋ
-ㄹㅇ 그나마 인간 크기 애들도 하나같이 괴물딱지였지ㅋㅋㅋㅋ-다른 행성 종족들은 다 저런 굇수들만 있냐? 인간은 인간끼리 하면 안 될까...ㅜㅜ보고서에서 콕 집어 말한, 종의 취약성.
사람들은 조금 전 경기를 떠올리며 빠르게 수긍했다.
대괴수 잔치였던 TOP 25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
인간 같은 종족은 하나도 없고, 그나마 비슷한 게 하이 엘프나 칼레인이었지만.
그들도 다 대괴수 못지않게 괴물들이었지.
“난이도가 하향되었어도, 저희가 스페이스 리그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그러니까…….”
성지한은 씩 웃으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다들 좀 더 강해지셔서, 연속 1등과 승률 100퍼센트 좀 깨 주셨으면 좋겠네요. 브론즈에서 지금 플래티넘까지 됐는데, 기록이 한 번도 안 깨진 게 말이나 됩니까? 여러분. 좀 노력해 주세요.”
-아니 그건 형이 너무 괴물이라 그런 거잖아...
-외계인도 대가리 깨고 다니더만 ㅋㅋㅋㅋ 어케 이겨 ㅋㅋㅋㅋ우주에서 공인된 TOP 25.
그중에서도 5명 안에 생존한 플레이어가 제발 이겨달라는 말에 모두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오너님 여전하시네.”
이 방송을, 이제는 집이나 다름없는 길드 마스터실에서 보고 있던 이하연은.
[기프트 등급이 올랐습니다.]
갑작스레 뜬 메시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