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53화 (15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53화>

‘이. 이건…….’

협상팀 대표의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국가가 부여할 수 있는 길드 버프를 독점해서 달라니!

이건 아무리 전권을 위임받은 협상단 대표라도, 쉽게 답할 문제가 아니었다.

‘솔직히 성장률 증가는 줄 수 있어. 하지만 인원 확장은……!’

성장률 증가야 대기 길드처럼 특화된 길드 말고는 딱히 필요가 없는 옵션.

하지만 길드 인원 확장은 달랐다.

국가가 10대 길드에게 제공하는 인원 확장 버프는 레벨을 4단계나 올려 주었다.

4단계면 20명이 추가로 더 수용 가능한 엄청난 효과.

이거랑 능력치 증가 버프 때문에 10대 길드에 속하지 못한 길드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순위권에 올라가려고 했지만, 버프에서 밀린 탓에 1등부터 10등까지의 확고한 순위를 깨지 못했다.

“저…… 성장률 증가는 저희가 다 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10대 길드 측에서도 쉽게 포기할 겁니다. 하지만 인원 확장은 10대 길드의 엔트리를 죄다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저희가 바로 답하기가 좀…….”

“거기에 인원 증가 버프를 모두 받는다고 해도, 레벨이 40이 오르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열 군데 나눠 주는 걸 하나에 집중한다면, 레벨 오르는 효과가 반감돼서 15에서 20 정도 오르는 게 최고일 겁니다.”

“아아. 그렇군요.”

어차피 10군데에 가는 길드 버프를 다 받아도, 온전히 효과를 낼 수 없고.

거기에 10대 길드가 인원을 확 줄이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좀 사정을 봐줄 수 없겠냐고 이야기하는 협상팀.

성지한은 씩 웃어 보였다.

“그럼 미국 갈까요?”

“아, 아! 아닙니다! 저, 그…… 인원 수는 반 정도로 협상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길드 인원 확장 레벨이 10정도 오를 겁니다. 대신, 저희가 준비해 왔던 협상, 지원 조건을 맞춰 드리고요!”

“면세 조치요? 면세 조치는 영…… 사람이 세금 내고 살아야죠.”

“아! 아이고 저희가 어떻게 성지한 님께 세금을 받을 수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여기 옆에 건물도 정부 측에서 경매에 넘기려고 했던 매물이 있습니다. 이거랑 또……!”

“흐음…….”

성지한은 머뜩잖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면세 조치를 비롯한 정부의 수많은 지원에도 그다지 관심을 안 보이고, 길드 인원 확장만을 바라는 것 같았다.

‘아. 인원 확장…… 이거 엄청 중요한데! 이걸 다 주면 후폭풍이……!’

지금이라도 바짓가랑이 붙잡고 오열해야 하나?

협상단 대표가 씨알도 안 먹히는 성지한을 바라보며 침음을 삼키고 있을 때.

“오빠. 너무 그러지 말아요.”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하연이 나섰다.

평소에는 오너님이라고 부르던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지한을 오빠라고 부르면서 그를 만류했다.

“인원 수 확장…… 다 받아도 레벨 5 차이잖아요. 그러면 25명인데. 협상팀 분들 말씀대로 그냥 반만 받아요.”

“아니, 내가 무리한 걸 요구한 건 아니잖아. 미국에서는 지분을 10퍼센트 준다는데.”

“오빠……! 심대 길드 중에서 이성 길드. 저희 집에서도 하잖아요. 조금 사정 봐주면 안 될까요? 협상팀 분들도 반 정도면 줄 수 있다고 하시는데.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오빠도 한국 살고 싶어 했고!”

“흐음…….”

이하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성지한은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 설득에 넘어가는 모습이다?

‘길드 마스터를 설득하면 틈이 보이겠어!’

협상단 대표는 조금 전, 성지한이 설정한 조건을 아쉬워하던 이하연을 떠올렸다.

인원 확장을 지키기 위해, 원래 준비했던 카드들을 아낌없이 꺼낼 차례였다.

“저희 정부 측에서는 이런 조건도 준비했습니다!”

성지한보다는, 이하연을 공략하자!

협상단 대표는 준비해 왔던 물질적인 조건을 아낌없이 꺼내 들었다.

“어머. 이렇게까지 하시면 저희가 너무 부담되는데…….”

어느새 ‘저희’로 바뀐 이하연의 말투.

협상단 대표는 이하연이 실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계속해서 군침 도는 지원책을 제시했다.

“오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요?”

“야. 공적인 자리야.”

“존댓말 했잖아요, 그래서.”

“하아…… 인원수 확장이 중요한데. 정 그렇다면, 너한테 이거 맡길게. 난 나가 있는다?”

“알았어, 오빠. 나만 믿어요~!”

투덜거리면서도 누구보다도 친해 보이는 둘.

협상단 대표는 세간에 소문난 대로 둘이 확실한 연인 사이가 맞다고 생각했는지, 이하연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아…… 오빠가. 아니, 오너님이 좀 완강하신데. 이거로 괜찮을까요?”

“아.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이 지원책은…….”

“으으음…… 이 정도면, 제가 어떻게 말해 볼게요.”

조금 전보다 발언권이 강력해진 이하연은 정부 협상단에게서 많은 지원책을 얻어 냈고.

‘아. 생각보다 조건을 많이 제시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 내주고, 인원 수 확장을 지키는 게 나아.’

‘십대 길드랑 분란을 일으키느니 이 정도에서 협상하는 게 낫지.’

협상단은 약간 끌려가는 듯하면서도, 인원 수 확장을 반만 내줬다는 것에 안도했다.

“자, 이 정도면 제가 오너님 확실히 설득해 볼게요. 아, 그런데…….”

“그런데…… 말씀이십니까?”

‘아. 그런데…….’ 이후로 또 조건이 추가됐지 않나?

협상단 대표는 벌써부터 불안해했지만.

“아. 올해의 유망 길드로 저흴 선정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오너님이 길드의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말이에요.”

“그, 그거야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하연이 마지막으로 요청한 조건은 정부 측에서도 진작에 하려고 들었던 것이었다.

협상단 대표는 이를 끝으로, 길드 버프에서 인원 수 반, 성장률 전부를 내주고 거기에 추가로 준비해 왔던 조건을 모두 지원하기로 결정한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

“어휴. 저분 보통이 아니네요. 저희가 준비한 거 다 가져갔어요.”

“됐다……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지. 이거 다 합쳐 봤자 아메리칸 퍼스트 지분 2퍼센트도 안 돼.”

“그건 그렇죠.”

“빨리 10대 길드과 협의하고, 대국민 발표를 준비해야겠어. 오늘 하루로 협상이 끝나서 다행이야.”

협상단은 서로 그렇게 안도하면서 돌아갔고.

“……아. 힘들었다.”

이하연은 회의실에서 널브러진 채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가 잠깐 쉬고 있자니, 성지한 일행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잘했어요. 하연 씨.”

“와. 언니~ 연기 잘하더라. 아까 진짜 사귀는 줄 알았어.”

“아가씨, 저도 감탄했습니다. 도박한 걸 숨기는 데에만 재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뒤에 말은 좀 사족인데?”

이하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조금 전에 전음 보낼 때는 놀랐어요. 오너님. 저보고 연인 사이인 척 말려 달라고 하다니.”

조금 전 협상 과정 때, 성지한은 이하연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들에게서 얻을 인원 수 확장 버프는 절반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 이권은 하연 씨 재량에 맡길게요. 연인인 척해서 절 말려 보세요.

성지한과 연인 사이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는 이하연.

그녀는 이번 협상에서, 친분을 과시하면서 성지한을 한국에 남기는 데 일조했다.

사실 모든 건, 성지한의 손바닥 위에 있었지만.

그 당시 협상 과정을 겪은 협상단 입장에서는 이걸 성지한이 의도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제 기대보다 120퍼센트 더 잘해 주셨습니다. 오빠 소리가 서슴없이 나오시던걸요.”

“그래요? 그럼 계속할까요?”

“아뇨.”

“칫.”

성지한이 단호히 말하자, 이하연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진짜 이럴 때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니깐.

“끝나셨어요?”

그때, 게임이 끝난 소피아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결국 한국에 남으실 건가요?”

“예. 아무래도 고향 땅이 편해서요.”

“아쉽네요. 지한.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녀는 그러며 길드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아. 생각해 보니, 제가 그냥 한국에 남아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네요? 쭉 같이 있을 수 있고.”

“아뇨. 괜찮아요. 가요. 소피아.”

“너무하네. 자꾸 보내려고 하고.”

소피아는 투덜거리면서 성지한에게 이야기했다.

“지한. 저한테 저번에 그랬죠? 세계 최고의 서포터가 된다면 절 좋아할 거라고.”

“세아 통해서 그리 이야기하긴 했죠.”

“그게 그거죠! 어쨌든.”

그녀는 이하연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동안은 한눈 팔면 안 돼요? 특히 길드 마스터한테는.”

“걱정 마세요. 저분한테는 한눈 안 팔리니까요.”

“아니 왜?? 제가 뭐 잘못했어요?”

성지한은 격렬하게 항의하는 이하연을 바라보며 나직이 이야기했다.

“도박 중독자는 이성으로 안 보여서요.”

“아니 저…… 도박 중독자 아닌데……!”

“정말요?”

성지한의 반문에, 이하연은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하지를 못했다.

자기의 그간 생활상이 머리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것이다.

대신.

“도박 중독자 맞습니다.”

이하연의 보디가드인 임가영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는 세상에 더 없을 도박 중독자가 맞습니다.”

“야!”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만. 이제는 그만 멈추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무슨 내가 도박 중독자야? 진짜 어이없네! 그냥 승부예측 좀 한 것뿐인데!”

성지한은 새빨개진 이하연의 얼굴을 힐긋 바라보더니, 이번엔 옆에 있는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세아야. 너 앞으로 베팅 또 하면 소드 팰리스 몰수한다.”

“……알았어. 삼촌! 나 베팅 안 한다니까, 진짜.”

“믿음이 안 가는데.”

“아, 좀! 믿어 줘!”

소피아는 한국인들의 대환장 파티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한국 사람들 도박 너무 좋아하네요.”

“와…… 라스베가스는 미국에 있다고! 도박은 너희가 원조야!”

“지한. 다른 분들은 그다지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저, 서포터 1등 해서 한국 올게요. 그럼 받아 줄 거죠?”

성지한은 이하연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는 소피아를 보며 씨익 웃었다.

소피아가 서포터 1등할 때쯤이면, 세계의 운명은 이미 결정 나 있겠지.

멸망이냐, 존속이냐로.

‘세계가 유지된다면, 받아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저번 생에서 멸망을 경험한 성지한은 어차피 살아만 남는다면 뭐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요. 얼마든지 받아 주죠.”

“약속했어요?”

그렇게 소피아는 활짝 웃으면서, 의지를 다지고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곧.

[성지한. 한국에 남다!]

[대기 길드, 대규모로 확장 개편! 국가 보너스로 늘어나는 인원은 모두 한국인으로 받을 것이라고 밝혀!]

국내 각지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외신에서도, 성지한의 한국 잔류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   *   *

[성지한. 한국에 남다!]

[대한민국 정부, 대규모 지원책을 수립하여 시행. 하지만 이걸 모두 합쳐도, 아메리칸 퍼스트 지분의 1퍼센트에도 못 미쳐……!]

[“미국은 언제나 당신을 환영합니다.” 소피아, 마지막 인터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나다.]

[성장률 증가를 집중시킨 대기 길드,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선수들의 성장에 집중할 것.”

]

성지한을 잔류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소드 팰리스의 반환은 물론이거니와, 세제 혜택에 정부의 지원, 국가의 길드 버프까지.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있어서는 총력을 다한 지원책이었다.

하지만.

-성지한 이제 보니 보살이었네ㅎㄷㄷ

-꼴랑 저거만 받고 남은 거임?

-한국인이라서 고맙긴 한데 내가 성지한 가족이었으면 미국 가자고 했을 듯 ㅋㅋㅋㅋ-ㄹㅇ 팬으로선 안타깝다 ㅠㅠㅠ 왜 굳이 이 나라에 남아서 ㅠㅠㅠㅠ-왜 뭐 우리나라가 어때서!

-꼴찐데 지원을 저따구로 하잖아!

다른 나라의 톱 플레이어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우를 받는 것에 비해서, 성지한이 국가의 혜택을 받은 건 일반 대중이 보더라도 턱없이 모자란 편이었다.

그 정도면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쥐어도 부족하지 않았을 텐데.

성지한은 만족해도, 팬들이 아쉬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됐다.’

성지한은 이 이상을 노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었으니까.

‘나야 무혼 때문에 성장률이 예전보단 중요하지 않지만, 세아나 다른 선수들은 안 그렇지.’

성지한은 대기 길드에 소속된 수많은 유망주들을 떠올렸다.

이들은 스페이스 리그가 열리면 지구의 순위를 지탱해 줄 인재들.

이 사람들을 최대한 성장시키는 게 대기 길드 오너인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10월 25일.

전 세계의 골드 TOP 100을 선정하여, 승급전이 일어나는 그날.

성지한의 이름은, 올라오질 않았다.

-성지한 왜 없음?

-설마 레벨 100이 아닌 건가?

-그럴 리가 ㅋㅋㅋㅋㅋ국가대표로도 레벨 업 했는데?

-그래도 저번에 협상하느라 게임 안 했잖아. 그때 레벨 못 올려서 참가 못한 거 아님?

-이번에 플래티넘 안 가면 좀 아쉬운데 ㅎㅎ;

그렇게 25일 날.

성지한의 불참을 두고 사람들은 설왕설래를 벌였지만.

10월 26일이 되자.

사람들은 모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메시지를 보았다.

-플레이어 ‘성지한’을, 스페이스 리그 골드 TOP 25 승급전에 초대합니다.

스페이스 리그.

현재 튜토리얼 상태인 지구인에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직접 접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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