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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50화 (15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50화>

“뭐야. 시발…….”

평소에는 욕을 거의 하지 않는 성지한이었지만.

게임 패배 메시지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욕이 새어 나왔다.

그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다.

15분 만에 백팔나한진을 돌파했는데, 왜 본진이 벌써 털려 버린단 말인가?

=아아. 성지한 선수……!

=시…… 식빵 소리. 나올 법 하죠!

해설진은 성지한의 욕설을 적절히 순화했지만.

대중들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와 진짜 눈 썩는 경기네 ㅋㅋㅋㅋㅋ

-시발 한 마디만 한 게 용하다 ㅋㅋㅋㅋ 천사네 천사

-성지한이 나한진 돌파하는 것만 볼 만했음... 나머지는 일방적으로 처맞다 끝나네 ㅡㅡ-대표팀 뭐 하냐? 아니ㅅㅂ 그냥 버티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중국과의 접전 끝에 다다른 5경기.

세계 2위 중국을, 어쩌면 잡을 수 있나 싶었는데…….

-아무리 멱살 잡고 캐리해도 팀이 이 꼴이면 안 되는구나 ㅋㅋㅋㅋ-검왕 일본 간 게 갑자기 이해된다ㅇㅇ

-내가 성지한이었으면 이미 미국 이민 갔고~^^7

-ㄹㅇ 오늘 센터 나서자마자 게이츠한테 연락할 듯

그렇게 5경기 종료 후.

이 경기의 MVP 선수가 떠올랐다.

=5경기 MVP는…… 제갈헌입니다.

=1경기와 4경기 MVP는 성지한 선수고, 2경기 5경기 MVP는 제갈헌 선수군요.

3경기 트레인 맵에서는 MVP를 중국 서포터 주령령이 받아, 오늘 경기에서 MVP 수상 횟수는 성지한과 제갈헌이 동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선수’는 누가 될까요?

=평소라면 승리 팀에서 오늘의 선수가 나왔습니다만…….

=살짝 기대가 되긴 합니다. 성지한 선수가 오늘 보여 준 모습이 대단했죠!

그러나 한국 해설진의 기대와는 달리.

‘오늘의 선수’에는, 승리팀의 MVP인 제갈헌이 뽑혔다.

=아아…… 너무 아쉬운데요. 오늘 성지한 선수가 혼자서 팀을 다 이끌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제갈헌 선수가 팀을 최종적으로 승리로 이끈 게 큰 가산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5경기에서 큰 활약을 하긴 했죠. 중국의 대마법사 제갈헌. 정말 무시무시한 선수입니다!

인 게임에서 한국 배틀넷 센터로 복귀한 성지한은 전략 분석실로 가 5차전 리플레이를 돌려보았다.

=아. 제갈헌! 또 리?를 뽑습니다!

=세 번 연속 같은 괘를 뽑다니…… 이게 확률적으로 말이 됩니까?

=계산해 보니 3연속으로 같은 괘가 나올 확률은 0.2퍼센트가 채 안 되는군요!

불의 괘, 리?를 세 번 연속 뽑은 제갈헌.

게임 시작하자마자 운석을 날리고, 7분마다 한 번씩 팔괘 중첩을 성공시켜 불타는 운석을 총 세 번 날렸다.

그때마다 한국의 본진은 대파되었고.

=아. 대한민국의 워리어들, 운석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립니다만…….

=모두 전사합니다! 막을 수가 없어요!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그렇게 초장거리에서 운석 낙하에 당하다가 끝장이 나 버렸다.

제갈헌이 리를 3연속으로 뽑지 않았다면, 운석 낙하를 한두 번은 더 버텼을 테지만.

0.2퍼센트의 확률을 뚫고 운석 낙하에 걸맞은 팔괘를 중첩시킨 대마법사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면목이 없구나. 미안하다. 지한아…….”

노영준 감독은 한껏 굳어진 얼굴로 리플레이를 지켜보던 성지한에게 사과했다.

“네 말대로 20분은 버틸 줄 알았는데. 운석 세 번에 끝이 날 줄은 몰랐다.”

“리 세 개를 뽑을 줄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그놈 참.

스페이스 리그때에는 맨날 꽝만 뽑더니, 국가대표 경기 때는 훨훨 나는군.

성지한은 오늘의 선수로 선정된 제갈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런 선수 한 명만 있어도 이겼을 텐데.’

혼자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보았지만.

1인으로는 5차전까지 치러지는 게임을 완전히 뒤집을 수가 없었다.

확실히, 한국의 배틀넷 순위를 올리기 위해선, 뒤를 받쳐 줄 선수가 더 필요했다.

‘세아가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하나?’

저번 생에서, 대기만성을 지닌 진유화가 보인 힘을 생각하면 윤세아도 충분히 강력한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에 보이드 아처라는 새로운 진화 클래스도 얻었으니, 기대해 볼 만하겠지.

‘어쨌거나 이번 시즌은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기 힘들겠군.’

2020년 하반기 시즌.

이미 한국 대표팀은 시즌 오픈 후부터 쭉 패배해 왔기 때문에, 다음 경기부터 계속 승리를 한다고 해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 자격권이 주어지는 리그 2등 안에 들기는 힘들었다.

오늘 경기를 잡았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 볼 수는 있었지만, 오늘 중국전을 패배했으니 이번 시즌의 가능성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때.

“성지한 선수.”

궁수진 리더인 하연주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오늘…… 정말 죄송해요. 혼자서 게임을 여기까지 이끌어 주셨는데.”

“어쩔 수 없죠. 궁수진이 황룡과 참 상성이 안 좋더군요.”

“아무리 황룡이 화살을 잘 막는다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킬을 못 딴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저번만 해도 주령령이 이렇게까지 강하질 않았는데…… 제 부족함을 절실히 통감했어요.”

SSS급 기프트, ‘황룡 소환’을 지닌 주령령.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룡 컨트롤 실력이 부족해서 SSS급 값어치를 못한다고 저평가받았지만.

오늘 보여 준 황룡 컨트롤은 매우 시의적절해서, 하연주의 저격을 대부분 막아 냈다.

“저. 그래서 말인데…… 혹시 대기 길드에 자리가 있을까요?”

“예. 이번에 중국 선수들 다 나가는 바람에 자리는 있습니다만.”

“혹시…… 가입 가능할까요? 저, 더 성장하고 싶어요.”

이번 경기에서 큰 무력함을 느낀 탓일까.

한국 플레이어 중에선 최고 레벨인 하연주는, 더 성장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나마 사람 역할을 한 하연주는 이런데…….’

성지한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배틀넷 센터의 전력 분석실에 남아 있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었다.

‘오늘 게임에 대해, 복기하고 분석할 생각조차 안 하나?’

거기에 그나마 남아 있는 10여명의 선수 중 가장 폐급에 속한 워리어 플레이어들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부족한 애들이 노력도 안 하는군…… 나도 할 생각이 있는 플레이어들만 지원해야겠어.’

이 게임은 될 놈 밀어 줘도 될까 말까니까.

성지한은 의욕 없는 워리어진을 키우느니, 그냥 성장할 생각이 있는 하연주를 밀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 자리 남겨 두겠습니다. 길드 마스터에게 전해 두죠.”

“네. LK 길드에도 연락해 두었어요. 그쪽에서 임대료 지불할 거예요.”

그렇게 성지한과 하연주가 대화를 나누자.

전력 분석실에 있던 선수들 몇몇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저, 성지한 선수…… 저도 혹시 길드 가입 가능할까요?”

오늘 경기 패배에 자극을 받은 선수들이었다.

그나마 오늘 패배에서, 건진 게 있다면 이들이었다.

“예. 가능합니다.”

성지한은 결의가 담긴 그들의 눈빛을 보곤 살짝 웃었다.

*   *   *

한편, 중국 측은 승리를 따냈음에도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룡. 어떻게 백팔나한진이 그리도 빨리 뚫렸나?”

오늘의 선수로 선정된 제갈헌은 이룡을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리?를 연속 3개 뽑는 행운이 없었다면, 5경기의 향방은 뒤집혔을지도 몰랐으니까.

“……으으. 그, 그 새끼는 괴물이야.”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이룡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슴팍을 꿰뚫었던 적색 뇌전.

백팔나한진 안에서는 무적이나 다름없던 자신이, 성지한의 공격 한 번에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통각 수치는 없었음에도, 꿰뚫렸을 때의 섬뜩한 감각은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다음 경기엔…… 어떻게 상대하지? 나, 난 자신이 없다. 그 자식은 검왕 이상이 될 놈이야…….”

절망에 빠진 얼굴로 한탄하는 이룡을 보며, 제갈헌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신승 이룡.

세계 2위, 중국의 워리어 리더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왕린이 빨리 성장해야겠어.’

SSS급 기프트, 천마지체를 지닌 왕린.

골드인 그가 하루빨리 성장해서 이룡의 자리를 대체해야 했다.

‘왕린만이라도 다시 대기 길드에 넣어 달라고 해야겠군.’

중국 정부 직속 길드, 인민회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지닌 제갈헌은 그리 생각했다.

인민회가 성지한의 무공을 알아내기 위해 플레이어들을 철수시켰던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지만.

‘돈 더 주면 되겠지. 두 배, 세 배로 준다면 자기가 안 받고 배기겠어?’

그는 돈이면 재가입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상황을 낙관했다.

한편.

미국의 게이츠 빌딩에서는.

“C…… bal? 이 말이 뭐지?”

“What the fuck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말이 나올 만하군.”

로버트 게이츠는 한국어 통역을 데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게임을 관전했다.

인 게임 내에서는 언어가 다 영어로 통일되어 번역되기는 했지만, 저렇게 게임이 끝났을 때 하는 이야기나 선수들의 몇몇 잡담은 자국어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기에 미리 통역을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성지한…… 정말로 미친 선수야. 올 클래스에, 골드인데 저런 힘이라니. 역시 저번에 영입했어야 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로 1조 제안할 걸.

로버트 게이츠는 예전에 3천억밖에 안 부른 걸 후회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소피아 님이 한국으로 또 출국한다고 합니다.”

“왜지?”

“아마 성지한 플레이어의 열애설이 터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표팀 경기도 끝났으니 가 보겠다고…….”

“흐음.”

로버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소피아가 저러는 게 처음에는 그냥 뛰어난 전사를 좋아하는 팬심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심인데.’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대기 길드에 뿌리 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역시 성지한을 미국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거기에 오늘 한국 대표팀의 수준을 보았으니, 그도 생각이 달라졌을지 모르지.’

성지한의 발목만 잡던 한국 대표팀.

아무리 선수 한 명이 최고 수준이라도, 팀의 뒷받침이 없으면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가지는 못했다.

성지한도 오늘 게임을 치르고 나서,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는 다시 한번, 저 선수에게 투자해 보기로 했다.

“소피아에게 전용기를 제공해 줘. 그리고 성지한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해.”

“어떤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그가 미국으로 귀화해서 아메리칸 퍼스트에 가입한다면…… 그에게 길드 마스터의 자리를 주겠다고”

“기, 길드 마스터를요?”

“그래. 거기에 길드 지분도 최소 10퍼센트 양도하겠다고 해.”

“……10퍼센트, 말씀이십니까?”

“그래.”

세계 제일의 길드, 아메리칸 퍼스트.

이곳의 지분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걸 플레이어 하나에게 10퍼센트나 떼준다고?

성지한이 그 정도로 값어치가 있었는가?

“10퍼센트에 길드 마스터…… 정말로 그렇게 말씀 전하면 되겠습니까?”

비서는 혹시나 해서 다시 물어보았지만.

로버트 게이츠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도, 선수 가치에 비하면 싼 거다.”

저번의 실수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 된다.

로버트는 성지한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이 패배한 이 시점에서 풀 베팅을 했다.

*   *   *

배틀넷 센터를 떠나 소드 팰리스로 돌아가는 리무진 안.

이번에도 성지한을 따라 배틀넷 센터에서 묵었던 윤세아는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싱긋 웃었다.

“삼촌. 소피아가 이틀 후에 온대.”

“……왜?”

“열애설 터지고 나니까 바로 오고 싶어 하더라고. 내가 국대 경기 끝나고 오라고 말렸지. 끝나자마자 오겠다고 연락 온 거야.”

“걔는 할 일이 그렇게 없냐?”

“삼촌이 1순위야. 소피아는.”

그러면서 그녀는 소피아와 채팅을 하다가, 입을 헤 벌렸다.

“와 삼촌…… 근데 로버트 씨가 삼촌에게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 마스터 제안을 한다는데?”

“AF 길드 마스터? 그거 지금 세계 랭킹 1위가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그래서 부길마를 착각해서 쓴 거 아니냐니까, 아니라네? 길마 맞대! 와 거기에…….”

흥분해서 말을 이어 가려던 윤세아를 보며, 성지한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

성지한이 그러며 시선을 슥, 리무진 앞쪽으로 보내자 윤세아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응응. 미안. 너무 흥분했네 내가.”

“아냐. 괜찮아.”

운전기사는 배틀넷 협회 소속이니,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협회 쪽에도 들어갈 거라 생각해야 했다.

특히 이런 미국의 오퍼 이야기는 직통 보고감이다.

‘흠.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해 볼 수도 있겠어.’

성지한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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